특별세션
주제: 위기관리의 이론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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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기순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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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위기 관리의 공중 관계학적인 접근
: 위기 관리의 이론화, 모델, 이미지회복 전략에 대한 논의
Ⅰ. 서언
현대 조직은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만약 위기가 우리 조직과는 무관하다고 느끼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 조직은 위기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불가피성은 한정된 자원과 경쟁체제, 끊임없이 재앙을 부르는 인간의 욕심 등 여러 가지 요소와 관련되어 있다(Coombs, 1999). 하지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위기는 미리 그것을 알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발생했더라도 그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의 불가피성(inevitable)과 관리 가능성(manageable)은 가장 중요한 위기의 속성으로 대두될 수 있으며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는 위기관리전문가의 화두와도 같은 것이다.
한가지 서두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위기 관리와 관련하여 public relations는 우리 나라에서 기존에 쓰이고 있는 "PR"이나 "홍보" 대신에 "공중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사실 용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 시도하고 있는 위기 관리의 이론화는 관계 경영(relationship management)이라고 하는 큰 틀을 의식한 것이다. 따라서 굳이 PR이나 홍보라고 하기보다는 public relations를 직역한 공중 관계가 더 의미에 부합된다고 생각해서 이 글에서 채택하게 되었다. 사실 수사학(rhetoric)이라는 말이 처음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쓰던 사변적인 의미와는 달리 요즈음 "진실을 호도하는" 혹은 "말만을 내세우는"이라는 뜻으로 더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위기 관리와 관련하여 PR 이나 홍보 또한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린다"든지 "언론플레이 혹은 여론호도자(spin doctor)"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근래에 눈에 많이 띄는 언론 관계 중심의 위기 관리는 지엽적인 측면을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공중관계학(public relations)이 하나의 학문분야로서 쌓아가고 있는 이론적인 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중 관계학은 20세기에 들어 발전한 학문이다. 혹자는 기원전까지 그 유래를 찾기도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공중 관계학은 그 창안자라고 할 수 있는 Edward Bernays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Grunig & Hunt, 1984). 그 이전의 언론대행(publicity)이나 공공정보(public information) 등의 형태는 현대적 의미의 공중 관계학의 범주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무튼 Bernays이후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은 공중 관계학에 있어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중과의 관계증진의 중요성이었다. 이러한 관계증진의 기저에는 진실된 정보 교류, 윤리적인 공중 관계, 사회적 책임수행 등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PR이나 홍보라는 용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connotations)는 공중 관계학(public relations)이 가지는 학문적인 성과를 호도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저자의 기우가 새로운 용어를 쓰게된 충분한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기존 위기 관리 서적에서 잘 다루지 않는 조직이나 개인의 이미지 회복과 관련한 수사학적 접근 방법(rhetorical criticism)과 조직의 문제를 사회 정치적인 시각에서 보고자하는 비판적인 접근 방법(critical approaches)을 수용하였다. 수사학적 방법은 결국 위기 관리의 근간이 조직차원에서 어떻게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때 여러 가지 이미지 회복 전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Coombs, 1999). 기존의 위기 관리 서적이 경영학적 접근 방법에 많이 기울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시도가 위기 관리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비판적인 접근 방법은 기존 공중관계학 이론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힘(power)의 불균형과 관련된 논의들을 점검하고 (L'Etang & Pieczka, 1996), 학자들의 연구 조류가 보이지 않는 클라이언트(invisible clients)에 억눌려 있는 경향에 대해 적절한 보완점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Dozier & Lauzen, 2000). 위기 관리와 관련하여서도 공중관계학적인 접근 방법이 항상 조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위기를 마무리해야 하고 위기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들에 집중될 필요는 없으며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영향력, 공유가치의 파괴, 개인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차원에서 위기 관리와 관련한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결국 공중관계학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는 위기 관리는 이러한 다양한 시각의 통합을 통한 지적인 도메인의 해방과 연결되는 (liberating the intellectual domain) 것이며 (Dozier & Lauzen, 2000) 주로 조직 차원에서 조직을 위한 수단 정도로 해석되는 위기 관리를 공중 관계학의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따라서 공중관계학과 관계성에 관련된 이론이 어떻게 위기 관리에 적용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 위기와 위기 관리의 광범위한 개념들과 모델을 바탕으로 새로운 위기 관리 모델과 그 적용 과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장에서는 수사학이론으로부터 유래한 이미지회복전략의 적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1. 공중 관계학과 관계 개념의 적용
위기 관리의 고전에서 시작해 보자. 어떻게 해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은 위기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명확한 위기 관리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또한 개방되고 정직한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고수하였기 때문에 회사발표문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것은 작은 거짓말로 인해서 위기를 대재앙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그 외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대변인을 두었다든지 관련된 사람들의 안전에 가장 우선을 두었다든지 미디어센터를 이용하고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 등은 모두 교과서적인 대응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성공의 열쇠였을까?
최근의 결론은 존슨앤존슨이 평소 쟁점관리에 주력하고 주요공중들과의 관계증진에 노력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Mitroff & Anagnos, 2001). 만약 평소 미디어, 의료업계, 소비자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소소한 쟁점들에 잘 대응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중대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아무도 회사측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위기 관리는 평소의 쟁점관리와 관계증진 노력에 많은 부분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요즘의 위기 관리 관점에서 보면 존슨앤존슨도 비판받아야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위기징후포착 시스템과 같은 쟁점관리 시스템은 그 당시 기업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Mitroff and Anagnos, 2001). 또한 명확한 위기 전 단계 계획과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존슨앤존슨이 공중들과 맺고 있던 우호적인 관계는 그 모든 것을 덮고도 남는 것이었다.
Grunig과 Hunt(1984)는 공중 관계가 조직과 공중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고 Cutlip, Center와 Broom(1999)은 공중 관계는 조직과 공중사이의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관리기능이라고 정의하였다. 공중 관계학은 커뮤니케이션의 제요소를 통합하여 어떻게 조직과 조직을 둘러싼 공중이 커뮤니케이션하고 상호관계를 형성해 나가는가를 연구하는 학문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중 관계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인커뮤니케이션,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공중 관계학에서 다루는 관계(relationship)는 Cutlip, Center, Broom(1985)이 말한 대로 공중 관계학의 정의를 이루는 한 부분이자 중심개념이다. 공중 관계학 관점의 위기 관리는 세 가지 공중 관계학의 이론적 패러다임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체계론적 관점(systems perspective)에서 본다면 조직은 조직을 둘러싼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 해야하며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체계하에서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Cutlip, Center & Broom, 1999). 이것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관점에서 가장 발전한 이론이 우수이론(excellence study)으로서, 공중 관계는 균형잡인 쌍방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생성된다. 본래 공중 관계학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publicity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효과의 강효과 이론, 혹은 탄환이론 등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조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공중 관계학의 핵심은 균형 잡힌 쌍방 커뮤니케이션에 기초하고 있으며 메시지 수용자에 의한 피드백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Grunig의 4단계 모델에서 마지막 단계인 쌍방향 균형 모델(two-way symmetrical model)과 일치한다. 따라서 관계도 이러한 쌍방간의 상호이해, 균형 잡힌 커뮤니케이션에 기초한다(Grunig, 2001, Handbook of Public Relations).
둘째, 수사학적인 관점(rhetorical perspectives)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체계론자들은 수사학적인 관점들이 너무나 개인적인 관점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쌍방간의 호혜나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Toth & Heath, 1993), 대인커뮤니케이션에서도 관계 증진(relationship building)의 중요성은 충분히 강조되어왔다[저자는 Grunig와의 2001년 인터뷰에서 이러한 갈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Grunig은 체계론자로서 수사학적인 관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설득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말했다. 체계론자들은 설득을 이상적인 공중 관계학의 형태로 인정하지 않고 대신 상호이해,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이상적인 공중 관계학의 목적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수사학 관점의 학자들은 설득 활동도 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대인간의 관계증진은 위기 관리에 있어서 조직과 공중간의 마찰을 줄이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강조되어왔다. 이것은 공중 관계의 수사학적 관점이 현대조직의 위기 관리 예방과 대응에 관계 경영(relationship management)의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Toth와 Heath(1993)에 따르면 현대 수사학적 접근은 단순한 설득에만 기초하지 않고 상대방의 이해를 함께 구하는 경영수사학(managerial rhetoric)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뒷장에서 다루게 될 이미지회복이론(image restoration theory) 등은 어떻게 위기상황을 겪은 개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후 그러한 방법들을 조직차원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석틀은 수사학적 기법에서 빌려온 것이다(Benoit, 1995). 결국 관계증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중 관계학 이론의 발전은 체계적인 관점과 수사학적인 관점의 통합을 통하여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비판적인 관점(critical perspectives)도 위기 관리에 적용될 수 있다. 비판론자들은 공중 관계학이 지나치게 힘있는 자들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우수이론을 포함한 공중 관계학 주류이론들이 힘(power)의 작용이라고 하는 중요한 변수를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Coombs, 1993; Kersten, 1994; L'Etang, 1996). Coombs(1993)에 따르면 공중 관계학의 이론들은 너무 다원주의(pluralism)에 치우치고 있어 체계이론이나 수사학적 이론 등이 힘을 기초로 한 비판 이론적 시각을 수용하는데 인색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원주의는 이익집단 자유주의(interest group liberalism)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모든 이익 집단, 주장 등이 서로를 조절해가며 자율적으로 균형을 유지해 간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Ivy Lee의 시대부터 시작해서 Rockefeller, Carnegie와 같은 대자본가, 나찌나 파시즘의 선전전략,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과 군사정부 정당화 등에 공중 관계의 원시적인 전략 등이 사용되었던 것은 사실이며, 힘이 없는 쪽의 주장이 무시되어 온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Ivy Lee이후 형성되어 온 공중 관계 활동이 민주주의의 선봉 역할을 해왔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Pearson, 1993), 이러한 비판론적 시각은 우리가 조직의 입장에서 위기를 관리할 때 힘이 없는 단체나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소외 전략은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반격을 불러와서 위기를 대재앙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공존의 논리를 받아들여 화해와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진정한 공중 관계 활동과 장기적인 차원의 위기 관리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 어느 한 쪽의 주장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세 가지 접근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고 현실 세계에 기여하는 측면들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에서처럼 위기 관리를 위한 공중 관계학 이론들의 통합적인 모델을 제시해 볼 수 있다.
그림 1. 공중 관계학(public relations)과 위기 관리
Mara(1992)는 그의 박사논문에서 위기공중 관계학(crisis public relations)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은 위기 관리에 공중 관계학의 개념들을 적용한 것이다. 공중 관계학은 위기 관리에서 다양한 공중들과의 관계증진을 통하여 한 차원 높은 위기 관리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기존의 많은 글들이 기술적인 측면의 즉답식 리스트 나열에 그치고 있는데 반해 관계 경영학적인 접근은 위기 관리의 이론적이고 철학적인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위기상황은 조직의 다양한 공중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와 반대로 조직이 가지고 있는 공중 관계 또한 위기상황의 전개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위기와 공중 관계는 쌍방향관계를 가지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예를 우리는 엑손사의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엑손은 알래스카 발데스호에서 기름이 유출된 이후 그것을 시정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지만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게 되는데 그것은 엑손사가 평소에 지역주민, 환경단체, 지역입법기관 등과의 관계증진에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를 증진하는 것은 결국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고, 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Marra(1992)에 따르면 공중 관계학적인 관점에서 위기 관리를 보는 책들로 Pinsdorf(1987), Fink(1986), Meyer(1986), Bernstein(1986)을 꼽았다. 이 이후에 나온 책들 중에 Fearn-Banks(1996), Coombs(1999)도 공중 관계학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Mitroff의 모델에서도 주요공중을 그의 모델의 중요한 요소로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학적인 접근들은 조직 시스템내의 구조적인 대응방안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이 있다(Littlejohn, 1983; Pauchant & Mitroff, 1992).
하지만 지금까지의 공중 관계학이 위기 관리에 적용되어온 형태는 이러한 광범위한 이론적, 경영철학적 접근이 아니고 언론관계(media relations)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이 글에서 체계론적, 수사학적, 비판적인 이론적 관점들을 통합한다는 것은 결국 공중과의 장기적인 관계 증진에 중점을 두는 위기 관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중 관계학에 뿌리를 둔 위기 관리 이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것은 최근 공중 관계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관계 경영(relationship management)의 이론화 작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Ledingham & Bruning, 2000) 전체 공중 관계 이론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위기 관리 모델
- 속성, 유목화, 단계, 그리고 모델
많은 위기 관리 학자들이 위기를 나름대로 정의했다. Pauchant와 Mitroff (1992)는 조직의 복합성(complexity)과 의사 결정의 실수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위기 상황에 주목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시각은 위기를 단지 특수한 경우에 일어나는 독립된 사건으로 보는 시각에서 많이 발전한 것이다. Shrivastava (1987)도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인도 보팔 공장 가스 유출 사건을 분석한 후에 위기는 조직 시스템의 복잡성과 잘못된 의사 결정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즉 조직 내부의 일상 속에서 위기는 자라고 있는 것이다.
Barton (1993), Coombs(1999), Fearn-Banks(1996), Fink (1996), Lerbinger (1997), Mitroff, Shrivastava와 Udwadia (1987), Pearson과 Clair (1998) 등의 정의를 종합하면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조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종합할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위기 상황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려고 노력하였다.
Perrow(1984)는 위기 심각성을 네 가지 정도에 따라 분류했다. 그것은 부분 위기(a part), 단위 위기(a unit), 부차 시스템 위기(a subsystem), 시스템 위기(a system)를 의미한다. 이것은 Pauchant와 Mitroff(1992)가 말했던 사건(incident), 사고(accident), 갈등(conflict), 위기(crisis)의 구분과 유사하다.
하지만 Marra(1992)는 Perrow(1984)의 위기 영향 정도에 따른 구분을 지지하면서도 위기의 종류를 나누어 대응방안을 달리하는 것을 반대했다. 공중 관계학적인 입장에서 모든 위기는 똑같이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공중 관계학적인 입장에서 Marra는 위기를 급박하고 중요한 일상으로부터의 변화가 조직이나 개인이 가지는 중요한 공중과의 관계를 위협하는 어떤 불안정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시간이나 상태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는 위기의 정의에 공중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을 넣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의들을 종합하면 위기는 "조직의 일상적인 업무를 뒤흔들고 조직의 미래 활동에 위협을 주며, 주요 공중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을 통틀어서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질적인 손해를 포함하여 명성 등 공중들에 미치는 상징적인 영향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는 공중 관계학적 접근 방법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일정한 기준에 의해 유목화하는 것은 관련 공중들의 중요도를 파악하고 위기 관리 계획을 상황에 맞게 전략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 글은 두 가지 방법으로 위기 유형을 분리해 보았다. 여기에서 쓰이는 위기의 세 가지 차원은 Newsom, Turk 와 Kruckeburg(1989) 등이 말했던 고의성이 있는가의 여부에서 가져온 "책임성 유무"와 Pauchant와 Mitroff(1992)가 주장했던 기술경제적인 문제인가 그렇지 않은 가의 여부, Coombs와 Holladay(1996)의 위기 윈인 소재 등을 이용했다. 따라서 첫 번째 위기의 유목화는 책임성 여부와 기술경제성 여부에 의해, 두 번째 유목화는 책임성 여부와 위기 원인 소재에 의해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유목화의 구체적인 카테고리를 보여주기 위해 이 글에서는 Coombs(1999)의 아홉가지 위기 분류를 두 종류의 유목화에 접목시켰다. 그림 3은 유목화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유목화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차원들로는 위기 발생 기간(갑작스런 위기인가 만성적인 위기인가), 충격의 크기(피해가 큰가 작은가)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유형들은 어느 한 분류가 완벽하다거나(exhaustive), 다른 분류보다 낫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일 뿐 아니라, 또한 서로 간에 독립적이지도 않다(mutually exclusive). 위기의 유형은 각 조직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차원을 달리해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러한 유목화가 조직에 일어날 수 있는 위기 종류에 따른 취약성 조사를 가능하게 하고 위기의 종류에 따른 공중 관계 정립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준다는 데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림 2).
그림 2. 위기의 유목화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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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임성/기술경제 문제 차원 책임성 없음, 기술경제적인 문제 아님 - 자연재해, 현장 비행, 소문, 악의적인 사건 책임성 없음, 기술경제적인 문제 중심 - 소문, 악의적인 사건 책임성 있음, 기술경제적인 문제 아님 - 사람에 의한 문제 혹은 대규모 피해, 도전 책임성 있음, 기술경제적인 문제 중심 - 기술적인 문제, 대규모 피해, 조직의 비행 (2) 책임성/ 위기 소재 차원 책임성 없음, 조직내부 - 현장비행, 사람에 의한 문제 책임성 없음, 조직외부 - 자연재해, 소문, 악의적인 사건 책임성 있음, 조직내부 - 기술적인 문제, 사람에 의한 문제, 대규모 피해, 조직의 비행 책임성 있음, 조직외부 - 도전 |
Fink(1986), Puchant & Mitroff(1992), Mitroff와 Pearson(1993), Gonzalez-Herrero와 Pratt(1995), Fearn-Banks(1996), Coombs(1999) 등은 위기를 단계별로 구분하려고 노력하였다. 주로 이러한 분류들은 Fink(1986)의 4 단계를 기본으로 하여 회복, 학습과 같은 위기 사후 단계들이 첨가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위기의 단계는 대략적으로 위기 징후 파악 단계, 위기 예방 및 준비 단계, 위기 영향력 축소 단계, 위기 회복, 위기 학습 단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위기 학습 단계는 위기 징후 파악 단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위기의 발전 단계는 순환적인 모델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위기의 속성, 종류, 단계 등을 종합하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앞에서 정의한 위기 상황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 관리는 위기가 일어났을 때 대응하는 것을 포함하여 위기의 모든 단계에 대응하는 것이다. 즉, 위기 관리는 위기가 일어나기 전 위기 징후를 파악하고 위기를 준비하는 것, 위기 상황이 종결되고 나서 위기를 평가하고 다른 위기 상황을 위해 조직의 대응체계를 향상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위기 관리는 또한 조직 전체 차원의 고려들, 즉 조직 문화, 조직 구조 등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조직의 활동을 의미한다 (그림 3 참조)
이러한 위기와 위기 관리에 대한 간단한 정의를 바탕으로 어떻게 위기 관리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기존의 많은 위기 관리 모델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모델들로는 Pauchant와 Mitroff의 위기 관리 양파 모델 (the Onion Model of Crisis Management), Mitroff의 위기 관리 모델, Littlejohn의 위기 관리팀 접근 모델, Marra의 위기 공중 관계 모델(model of crisis public relations), Pearson과 Clair(1998)의 위기 모델, Gonzalez-Herrero와 Pratt(1995)의 위기 단계별 모델, Sturges(1994)의 위기 단계와 위기 커뮤니케이션 모델, Fink(1986)의 위기 단계와 취약성 분석 모델, Coombs(1999)의 3단계 모델 등을 포함한다.
조직 위기 단계에 대한 고려, 위기의 속성에 대한 이해, 위기 예방 단계의 중요성, 위기 관리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같은 역외 변수의 중요성, 평소 공중과의 관계가 위기 관리에 미치는 영향들을 이 모델들은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8가지 위기 관리 모델들을 묶어서 나름대로 공중 관계학 입장에서의 위기 관리 모델로 재구성해 보았다. (그림 4 참조).
위기 관리 모델을 설명하기에 앞서 경영철학과 전제 조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위기 관리 활동은 공중 관계학에 기초한 관계 경영의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한다(Coombs, 1999와 Mitroff & Anagnos, 2001). 위기 관리 활동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수준이나 언론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발을 잘못 내디딘 것이다. 위기 관리는 균형적인 세계관에 기초하여 하나의 시스템으로서의 조직이 어떻게 공중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해나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 관리 모델에 나오는 모든 과정들은 관계증진 및 유지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에 둔 단계들이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전제조건으로서 하드웨어로서 조직의 구조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흐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하고 소프트웨어로서 조직의 문화는 참여를 보장하고 누구나 안심하고 조직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공중 관계학의 우수이론에서 대전제로 내세워졌던 쌍방향커뮤니케이션과 윤리적인 공중 관계활동은 무엇보다도 성공하는 위기 관리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경영철학과 전제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위기 관리의 모델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위기 관리모델은 두 가지 루트, 세 가지 단계, 여섯 가지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위기 관리 활동은 위기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여 위기의 발생을 사전에 막는 경우와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발생한 위기상황에 대응하여 그 파급효과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위기 관리의 단계도 공중 관계학의 RACE모델에 따라 조사, 계획, 실행, 평가 단계를 거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관리에서 특이한 것은 조사와 계획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쟁점이 조직의 내·외부 환경 속에 존재하고 공중들과의 관계증진에 힘들 쏟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또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닥치게 될 위기상황에 대한 계획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상 조직으로서는 모든 위기를 막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루트와 단계 외에 구체적으로 위기 관리는 6가지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6가지 과정 활동은 기존의 문헌에도 모두 소개되어 있는 것이다(Coombs, 1999; Fearn-Bank, 1996; Fink, 1986; Lerbinger, 1997; Mitroff & Pearson, 1993). 6가지 활동은 위기징후탐지(signal detection), 위기인식(crisis recognition), 위기준비(crisis preparation), 위기예방(crisis prevention), 위기봉쇄 및 회복(crisis containment and recovery), 그리고 위기학습(crisis learning)을 의미한다.
이외에 Sriramesh와 White(1992)가 이야기한 것처럼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공중 관계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참여적(participative)이라면 전제적인(authoritative) 조직 커뮤니케이션 문화보다 효과적인 위기 관리를 실행할 수 있다(Grunig & Grunig, 1992). 예를 들어 위기 징후가 발견되었을 때 보고를 장려하는 조직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징후 탐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문화는 조직원의 신념체계에 퍼져 있는 실행 능력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변수는 관련 공중과의 관계이다.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조직 내부에 한정되어 있다면 공중과의 관계는 관련 외부 공중과의 모든 관계를 의미한다. 공중 관계는 모든 위기 관리 요소들을 통제한다. 예를 들어 위기 징후를 탐지하는 기능도 공중과 좋은 관계를 가지려는 노력이 없다면 상황이 악화되고 난 후에야 위기를 탐지할 것이다. 또한 위기 징후를 탐지하고 난 후에 위기 상황을 예방하려고 해도 공중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면 어떤 공중도 그러한 노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위기가 일어나서 그 충격을 봉쇄하려고 하거나 조직의 이미지를 회복하려고 할 때도 관련 공중과의 관계는 조직이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폭을 결정한다. 만약에 어떤 사소한 조직 내부의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관계가 나쁜 공중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사태로 비춰질 수 있다. 이 때 섣부른 변명이나 정당화는 오히려 사태의 악화를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위기를 학습하는 단계도 공중과의 관계와 관련이 깊다. 우선 위기 관리를 평가하는 것은 공중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반영되어야 한다. 조직 스스로 위기 관리의 성공여부를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중들과의 관계, 공중들이 조직의 평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위기 관리 성공여부와 직결된다.
그림 3. 위기 관리의 단계와 관계증진
그림 4 . 공중 관계 접근 위기 관리 모델
관련 공중과의 관계 |
3. 이미지 회복 전략의 모델화
위기 관리와 관련한 조직 행동이 경영학적인 시각에서 많이 발달하다보니 순수하게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위기 관리를 보는 것은 비교적 생소한 편이다. 따라서 위기 상황이 발생한 후에 공중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즉 어떠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쓸 것인가는 별로 논의되지 않았다(Marcus & Goodman, 1991; Ice, 1991). 그것은 이미지 회복 전략이 개인의 수사학적인(rhetorical) 접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조직차원의 적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도 있다.
Benoit(1995)는 이미지회복 이론들이 가지는 공통된 가정을 열거했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목표지향적 행위라는 것과 좋은 명성 (reputation)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목표의 하나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Rhetoric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수사학 이론들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을 포함하여 어떤 일정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Arnold & Frandsen, 1984). 그러므로 이미지회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커뮤니케이터가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기능적인(instrumental)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회복 전략은 자신의 명성(ethos, credibility, or reputation)을 보존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이미지회복전략의 이론적인 배경을 정리한 사람이 Benoit(1995)이다. Benoit(1995)는 우선 다섯 가지 전략으로 유목화했다. 그것은 부정(denial), 책임회피(evading of responsibility), 사건 충격 최소화(reducing offensiveness of event), 개선행위(corrective action), 사과(mortification) 등이다. 여기서 책임회피는 변명(excuse)과 같은 의미이고 사건 충격 최소화는 정당화(justification)를 의미한다. 특이한 것은 Benoit는 사과(apology)를 개선행위와 사과(mortification)로 나누었다. 개선행위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태로 되돌리든지 일어났던 원인을 찾아내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Goffman(1971)의 경우 개선행위를 사과의 한 종류로 보았다. 하지만 개선행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사과와는 다르다.
Coombs(1999)은 기업의 위기 관리라든지 조직(혹은 공인)과 공중과의 관계형성과 관련한 이미지회복전략을 정리하면서 책임을 수용하고자 하는 정도에 따라 이미지 회복전략을 구분하고 위기의 종류에 따른 가능한 이미지회복전략을 제시하였다(Coombs & Holladay, 1996). 그는 위기 상황의 당사자가 책임을 지고자 하는 정도에 따라 일곱 종류의 명성회복 전략을 구분하였다. 그것은 공격자 공격(attack the accuser), 거부(denial), 변명(excuse), 정당화(justification), 환심사기(ingratiation), 개선행위(corrective action), 그리고 사과(full apology)를 말한다.
이미지 회복 커뮤니케이션을 조직이 인정하는 책임의 정도에 따라 리스트화 할 수 있는 것처럼 위기의 종류도 조직이 관여한 책임의 정도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만약 조직이 위기 상황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면 공중에 대해서 방어적인(defensive) 전략보다는 공중의 요구를 수용하는(accommodative) 전략을 써야 할 것이다 (Coombs, 1998). Coombs과 Holladay(1996)에 따르면 위기의 유형은 두 가지 차원 즉 외적 원인/내적 원인, 비의도적/의도적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내적 원인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행해진 사건에 대해 조직의 책임이 크다. 이러한 사건은 주로 조직이 사회적 기준에 위반하는 행위(misdeeds, transgression)로서 불법 행위인 경우가 많다.
Coombs, Hazleton, Holladay, Chandler(1995)는 여러 가지 위기의 유형에서 조직의 책임 정도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그것은 소문(rumors), 자연재해(natural disasters), 악의적인 사고(malevolence), 사건(accidents), 비행(misdeeds)을 말한다. 여기서 사건은 기술적인 문제(technical breakdowns), 도전(challenges), 현장 폭력(workplace violence), 대규모 피해(megadamage) 등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조직의 비행은 조직이 저지르는 위반행위(organizational misdeed)나 인재(human breakdown)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섯 가지 종류의 위기를 조직의 책임의 정도에 따라 구분하면 가장 책임성이 높은 위기 상황은 조직의 비행이다. 그 다음으로 사건, 악의적인 사고, 자연재해, 소문 등의 순이다. 따라서 위기 유형과 조직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조직의 책임성 정도에 따라 짝지어 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Coombs, 1999).
이러한 논의에서 위기 상황의 반복성과 사태의 심각성 등이 다른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같은 위기가 한 조직에서 반복된다면 공중들은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반복성과 심각성을 하나의 변수로 묶었다. 즉 공중들이 위기를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느냐도 조직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Benoit(1995)의 경우는 심각성(seriousness), 규범성(normativeness), 책임성(responsibility)을 세 가지 이미지 회복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보았다. 여기서 규범성과 책임성은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사회의 규범을 따르느냐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느냐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이미지 회복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변수로 책임성과 심각성을 꼽았다.
따라서 두 가지 변수를 이용하여 사용 가능한 이미지 회복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지정해볼 수 있다. 또한 조직을 위해서 이미지 회복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권유하는 상황이라면 이 모델 안에서 전략의 단계를 정하고 위기 상황에 맞춰 한 단계 뛰어넘는 전략을 구사하도록 충고할 수 있다. 표는 두 가지 변수에 따른 이미지 회복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각 조직은 위기 관리 계획을 만들 때 이미지 회복 전략과 관련하여 이러한 위기 상황을 두 가지 변수에 따라 미리 유목화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림 5. 심각성과 책임성에 따라 분류한 이미지 회복 커뮤니케이션 전략
노트: 화살표는 이미지 회복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단계를 의미한다.
Ⅱ. 결론
위기 관리와 관련하여 주로 공중 관계 이론적인 측면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련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그 외에도 각 위기 단계별로 중요한 이슈들이 많이 있으며 특히 위기 관리 계획과 관련하여서는 좀 더 실무적인 내용들이 다루어 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러한 내용들을 과감히 뺀 것은 우선 위기 관리가 공중 관계학 측면에서 어떻게 이론화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실무적인 측면 외에도 이 글에서는 위기 관리의 세부적인 각론들, 즉 위기 관리와 인터넷, 위기 관리와 한국 문화, 위기 관리에 있어 홍보팀과 법률팀의 역할 분담, 위기 관리에 있어 윤리성 문제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여기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위기 관리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공중관계학의 주제로 남게 되었다.
많은 위기 관리 문건들이 아직도 위기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즉답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조직의 위기 관리 체계도 수동적인(reactive) 차원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을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위기는 예방할 수 있으며 평소 조직 활동과 함께 일상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현재 진행형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방 차원의 위기 관리, 평소 업무로서의 위기 관리는 관련 공중과의 관계 증진에 초점을 맞출 때 최선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 전부를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 조직에게 위기 상황은 불가피한 속성이다. 그렇다면 예방 차원이 아니라 일어난 위기 상황에 대해서 대응하고 조직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준비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완벽한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수적이지만 관련 공중과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중과의 관계 증진은 위기 관리의 전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위기 관리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위기 관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경영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첫째, 위기를 사전에 관리하는 것을 비용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위기 관리는 비용 지출이 아니라 투자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얼마나 많은 조직들이 위기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곤경을 겪었던가를 생각한다면 위기를 사전에 관리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지도 모르는 엄청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보험성 투자라고 보아야 한다. 둘째, 위기 관리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전략으로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위기 관리에서 가장 바람직한 전략은 위기의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여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위기 관리는 따라서 사후처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전예방과 사후처리를 아우르는 기업 경영활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셋째, 위기 관리를 하나의 독립된 경영 활동 분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위기와 위기 관리와 관련된 개념과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조직 시스템의 문제와 연관시키지 않는다면 표피적인 대처에 그칠 우려가 크다.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와 스트레스 해소 방안, 조직 문화, 위기 관리를 고려한 조직의 전략, 조직 구조의 탄력성 등 조직 시스템의 모든 면을 점검해 보았을 때 비로소 위기 관리가 가능하다. 내부에 감추어진 위기 원인을 고치지 않고 표피적인 대응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뿐이다. 따라서 위기 관리를 핵심 경영 분야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위기 관리는 단기적인 처방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위기 관리가 장기적인 공중 관계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면 그 대응은 성공하기 힘들다. 여기에 위기 관리를 공중 관계(public relations) 부서를 중심으로 운영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경영학적인 시각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관련 공중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위기 시 관련 공중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폭을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조직의 경영자들은 위기 관리를 좀더 공중 관계학적 시각에서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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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면 관계상 논문은 생략했습니다.
패널 토론 1
1.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에서 위기 관리에 관한 연구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금까지의 연구가 대부분 위기 관리 매뉴얼의 작성이나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 등의 소개에 치중된 사실이 한 몫하고 있다. 사실 위기 관리와 연관된 논문을 살펴도 그러한 경향을 읽을 수 있다: Establishing Individual and Corporate Crises Communication Standards: the Principles and Protocols(Lukaszewski, 1997), NASA in Crisis(Kauffman, 1997), The Use of Counter Attack in Apologistic Public Relations Crises(Hearit, 1996) 등. 즉, 위기 상황의 종류 혹은 단계 등을 소개하는 기술적 연구가 다수이다. 위기 관리 연구의 위기인 셈이다.
그러나 위기 관리에 관한 연구가 과연 그러한 일차적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가? 바로 그 같은 의문에서 이 글은 출발한다. 즉, 위기 관리의 연구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각을 탐색하는데 이 글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관련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이냐라는 시각이 현상에 대한 이해와 설명에 직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위기 관리에 관련된 연구 분야와 시각을 탐색함으로써 이론에 기초한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적이다.
2. 위기 관리 연구의 다양한 이론적 토대를 찾아서
위기 관리와 연관된 이론적 토대는 무엇을 연구할 것이냐와 어떻게 연구할 것이냐로 대별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무엇을 연구할 것이냐에 기초하여 세 분야로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1) 의사결정 과정, (2) 메시지, (3) 정당성. 이들 각 분야에 따라 잠재적으로 이용 가능한 이론적 틀을 간략하게 제시하였다.
첫째, 위기 관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조직체의 환경을 판단할 정보가 제한적이거나 애매모호하므로 이로 인한 제약이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분석하거나 그 효과를 살필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시각으로 의사 결정 과정에 접근할 수 있을까? 게임 이론이 하나의 사례에 속한다. 의사 결정 과학의 부류인 게임 이론은 조직체가 갈등이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유용하다. 일례로 Murphy(1987)는 조직체와 관련된 부정적 정보를 언론에 알리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위기 상황에 게임 이론을 적용시켰다. 그러한 시도를 통해 조직체의 홍보 담당자는 각 전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을 확률이나 유용성에 기초하여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게임 이론의 전제가 실제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제한점이 있으나 체계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도달하는데 유용성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게임 이론에 의거하여 분석함으로써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밝힐 수 있으며 나아가서 조직체와 공중의 관계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둘째, 위기 관리에서 발생하는 수사학적 메시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즉, 수사학적 접근을 통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담론 분석도 그러한 시각에서 설명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이론은 메시지의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위기에 직면해 있을 때, 조직체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Benoit(1997)은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메시지 전략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부정, 책임회피, 위기의 충격을 줄이기, 교정 활동, 사죄. 그러나 이처럼 위기 대응 메시지를 분류하는데 그치면 일차원적 연구 수준에 머무른다. 때문에 각 메시지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든가 또는 각 선택에 따른 효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단계로 확대하면 보다 체계적인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술적 연구의 결과를 이용한 위기 관리의 모델 지향이 중요한 연구 방향임을 제시한다. 관련 이론으로는 프레이밍(framing)도 빼놓을 수 없다. 위기 관리에서의 메시지 구성을 분석할 수 있으며 각 구성에 따른 효과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위기 관리에서의 정당성과 연관된 이슈이다. 위기 상황에서 조직체가 정당성을 유지하거나 되찾는 과제 역시 중요하다. 메시지의 신뢰성 확보라는 차원뿐만 아니라 조직체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성의 구성 요인이나 선행 요인 등을 밝히고 나아가서 정당성의 정도에 따른 위기 관리 전략의 효과를 검토할 수 있다.
Coombs(1992)는 레이건 행정부의 식량 지원 위원회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정당성의 역할을 분석하였다.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기술되어 있다. 아울러 정당성을 다음 세 차원으로 구분하였다: 이슈에 대한 정당성, 이슈 매니저의 정당성, 정책 제안에 대한 정당성. 각 정당성이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었는지 그 내용을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 방법을 병행하여 상기 위원회의 정당성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위기 상황에서의 조직체가 어떻게 정당성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접근 틀을 제공한다.
3. 결론
이 글은 위기 관리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분야나 시각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위기 관리 연구의 정체성을 탈피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연구 분야는 넓고 연구할 일은 많다'인 셈이다. 아무쪼록 연구자의 연구 시각을 열어놓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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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 2
주제발표에서 김영욱교수는 위기관리의 공중관계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참신한 접근이라고 시도하며 공중과의 관계정립이 PR의 가장 기본이며 각 공중별로 어떤 핵심메세지(key message)를 전달하는가 하는 것이 PR전략의 중심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Public Relations는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쓰이고 있는 "PR"이나 "홍보"대신에 "공중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본 발표자는 "Public Relations"과 "PR"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간 "PR"을 홍보라고 그 의미를 축소, 왜곡해서 사용해온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최근 들어와서 "PR"을 홍보라고 번역하지 않고 "PR"을 Public Relations의 번역인 "공중관계"로 접근하는 광범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다시 말해 위기관리의 공중관계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PR자체를 "공중관계"라는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위기시든 평상시든 PR은 공중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여 각 공중별로 거기에 가장 적합한 "핵심메세지"(key message or must air)를 개발하여 공중과의 원활하고, 윤리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특히, 김교수는 존슨앤존슨이 평소 쟁점관리(issue management)에 주력하고 주요 공중들과의 관계증진에 노력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 발표자는 여기에 덧붙여서 존슨앤존슨의 기업철학이 녹아있는 "Our Credo"가 있었기에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했으며, 다양한 공중(stakeholders)들과 평소에 좋은 관계(ally-building)을 한 것이 큰 힘을 얻게 되었다.
"Our Credo"는 1943년 존슨 앤 존슨 설립자의 손자인 로버트 존슨이 제창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회사나 주주의 입장이 중시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소비자의 권리를 전면에 내세운 Credo는 상당히 근대적이다. 이러한 "Our Credo"는 크게 4가지 내용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소비자에 대한 태도, 둘째는 기업의 책임, 셋째는 사회 공동체에 대한 책임, 넷째는 회사 주주들에 대한 책임이다.
Credo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가장 먼저 우리의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 간호사, 환자, 부모 등 모든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원가 절감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고객의 주문은 신속, 정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납품업자와 유통 업자들도 적절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들의 직원과 전세계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책임이 있다. 모든 직원은 각자가 한 인간으로서 대우받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각 개인의 가치를 인정한다. 우리는 모든 직원이 안심하고 맡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보수는 공정하고 적절해야 하며, 근무 환경은 청결하고 질서 있고 안전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직원이 그들의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고충을 토로하는데 자유로워야 한다. 능력 있는 자에게는 고용, 발전 및 승진에 있어서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우수한 경영진과 관리자를 확보해야 하며, 경영 관리는 공명정대하고 도덕적인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활하고 근무하는 지역 사회와 세계 공동체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이 되어야 하고, 선행과 자선 사업을 하고, 적절한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인권 개선과 건강 및 교육의 개선을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제공된 모든 시설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 유지하고 환경과 자연 자원을 잘 보존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우리의 주주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의 사업은 건전한 수익을 올려야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출해야 한다. 연구 개발을 계속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고,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고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역경에 대비한 대책을 항상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주주들이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존슨 앤 존슨에게 있어 "Our Credo"는 이름뿐인 신조가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행동강령이며 기업활동을 뒷받침해 주는 기준이다.
존슨 앤 존슨은 지금도 "Our Credo"에 맞춰 정책 결정을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기업 윤리라는 딱딱한 내용이 단순한 선언적 내용 홍보적 문구에 그치지 않고 임직원 모두의 가치관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Red Face Test'를 살펴 보자. 이것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행동이 자기 가족들에게 얼굴을 붉히지 않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윤리적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Red Face Test'는 바로 'Credo'에 명시된 존슨 앤 존슨의 목표 공중을 위한 것이다.
존슨앤존슨의 사례를 통해 기업이 어떤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경우, 숨김없는 정직한 태도로 정보를 관리함은 물론, 공중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구체적인 수습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기자들은 신문을 백지로 발행할 수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관련 회사가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회사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며, 유언비어를 직, 간접적으로 기사 작성에 활용하게 된다. 영어 표현에서 "알려진 바에 의하면"(reportedly)와 "주장되는 바에 의하면"(allegedly)과 같은 말들은 뉴스원이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을 때 기자들이 자주 쓰는 기사작성법이기도 하다. 여기서 PR 실무자의 역할은 기업과 공중간의 이해를 돕는 교량 역할인 것이다.
타이레놀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평소 기자들과의 솔직하고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위기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PR담당 부사장 포스터 씨는 평소 정직하고 윤리적인 평판을 기자들 사이에서 얻고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AP통신의 기자 한 명이 포스터가 며칠 전 발표한 청산가리가 공장 내에 없었다는 성명에 대해 자기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청산가리가 공장 내부에 있었다는 것이니 확인해달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포스터는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서 깜짝 놀랐다. 공장 내부에 품질테스트(quality assurance test)를 위해 소량이 있었으며 확인해보니 원래 기록된 양 그대로 남아있어 제조 과정에서 우연히 타이레놀 캡슐에 들어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포스터는 AP기자에게 즉시 전화 걸어 모든 진실을 다 말하였다. 이때 AP기자는 거의 특종에 가까운 기사를 거머쥐었으나 평소 포스터 씨의 정직하고 윤리적인 대언론 접촉 방식을 충분히 감안하여 다른 기자가 그 정보를 알기 전 까지는 기사를 터뜨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얼마 후 Newark의 Star-Ledger 신문사 기자가 또 청산가리가 공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그 기자에게도 똑같이 설명하고 "나를 믿어달라"(Trust me)고 하면서 다른 기자가 알기 전 까지는 기사를 보류해달라는 부탁을 해 기자의 동의를 받게 된다. 이때도 즉시 AP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두 기자 선에서 문제가 끝날 줄 알았는데 얼마 후 뉴욕타임즈 기자가 또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포스터 씨는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고 마음 먹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밝힘과 동시에 즉시 AP기자와 Star-Ledger기자에게도 알려 그들이 낙종하는 기자가 되지 않게 배려한다. 기자와 뉴스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아름다운 얘기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기자들에게 이 정도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존경할만 하다고 할 수 있다. 평소 언론인과의 정직과 윤리에 바탕을 둔 원만한 관계확립은 위기시 큰 빛을 발하는 보석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위기와 관련하여 "crisis maker"라는 말이 최근 등장하고 있다. 그간 우리는 전통적인 위기 즉 대형돌발사고에 대해만 위기로 분류하여 집중적인 관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의 요인들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너무나 다양해지고 있다. 형질변경(tampering), 문화간 커뮤니케이션 차이, 루머(Rumor), 최고경영자의 오판, TV토크쇼(Talk Show), 사이버 공간, 매출부진으로 인킥 종업원 사기 저하, 유명인사, 환경오염, 자연재해, 그리고 관광 등으로 크게 분류하였다.
특히 국제화시대, 지구촌시대를 맞아 다른 문화권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는데 그에 상응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며, 이 경우 어떤 사건, 사고 이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해외진출이나 국제 상담에 있어서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비즈니스를 해야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인터컬츄럴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과 관련된 책을 번역해서 전직원들이 숙지하도록 하는 것은 국제화 시대에 아주 바람직한 기업 전략인 셈이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등장으로 인한 사이버 위기에 대해 진단해보고자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누구나 아무런 제한 없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정보를 배포할 수 있고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 해당 기업이 입는 피해는 기존 위기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이다. 바꿔 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어떤 게이트 키퍼(gate keeper)도 거치지 않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툴이기도 하다. 훌륭한 홍보매체로서 '위기요인'과 '해결책'을 동시에 제공하는 사이버 공간과 그 속에서 발생되는 사이버 위기에 대해 PR담당자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편 위기관리와 관련하여 대변인 한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최근의 미국대선에서 잘 입증되고 있다.
2000년 연말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거리였던 미국 대통령선거가 부시 후보의 확정으로 결론이 났다. 미국의 대통령선거 개표과정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등, 국내외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의 부시(George W. Bush) 후보와 민주당의 고어(Al Gore) 후보의 치열한 접전이 투표이전과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미국 유권자뿐만 아니라 주정부, 법원까지 가세하고, 내로라 하는 일류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대리전의 양상도 띄었다. 플로리다주의 팜비치 등 세 지역 카운티에서의 수작업 재검표 판결이후 외신들은 "법원이 엘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구명보트를 던졌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긴박한 위기상황이 전개되었다. 고어 후보측에서는 플로리다주의 수검표 판결로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되었고 대선 정국이 연방법원으로까지 연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재검표 감시, 법률자문, 선거전략 수립 및 실행 등 모든 선거/투표관련 업무를 총괄한 양후보진영의 대변인이자 대선후보를 대리하는 총책임자였던 부시 후보측의 베이커(James A. Baker) 전 국무장관과 고어 후보측의 크리스토퍼(Warren Christopher) 전 국무장관의 역할이 돋보였고, 또한 두 책임자의 위기관리 측면에서의 역할이 비교되었다.
특히, 부시 후보 진영의 총책임자였던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위기상황에서의 역할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대변인 한사람의 역할이 위기관리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게 되었다. 위기상황시 대변인의 역할이 공중에게 신뢰감을 주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려져 있지만, 베이커의 경우는 살아 있는 좋은 사례로 지적하고 싶다. 실제로 베이커 고문 본인은 그 동안의 법정공방을‘오디세이(대서사시)’에 비유하면서“하루는 저쪽이 이기고 하루는 우리가 이긴다”며, 위험하면서도 스릴과 전율을 느끼게 하는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Roller-coaster)식 법정 공방에 고개를 흔들었다.
본 발표자는 PR의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양상을 위기관리의 측면에서 면밀히 관찰하였다. 특히, 새벽 3∼4시까지 CNN을 유심히 시청하면서 부시 후보측의 선거전 총책임자였던 베이커 대변인의 노련한 말솜씨와 제스처, 해박한 지식, 단호함 등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대선 정국에서 베이커 고문이 부시 후보측이 당선되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베이커 고문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베이커 고문은 언론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철저히 구분하였고, 언론에 이야기할 것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언론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리드하면서 부시진영에 큰 힘이 되었다. 위기상황시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위기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베이커 고문은 투표개표 및 수(手)작업 재검표에 대한 지리한 법률공방에서 인상적인 표현과 말로써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변호사들은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법 조항을 조목조목 치밀하게 따지지만 국민들은 이와 같은 법리적인 해석에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베이커 고문은 전문용어(Jargon)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일상용어를 사용하여 의미를 함축적으로 제시하였다. 예를 들면, 개표라고 하는 "count vote"라는 표현과 투표를 한다는 "cast vote"라는 표현을 대비시켰다. 즉, 펀칭 오류로 인한 불완전 기표(undervote)의 유효와 무효표에 대해 애매모호한 육안으로 판단하는 재검표를 종식시키는 데 일조했다. 표의 내용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재검표를 하는 것이 오히려 개표가 아닌 다시 투표를 하는 것과 같고, 이는 바로 헌법에 위배된다(unconstitutional)는 것을 "cast vote"라는 쉬운 단어로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위기상황시 대국민을 상대로 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이 아니라 쉬운 표현을 하는 것이야말로 베이커의 천재적인 대변인의 역할을 보는 것 같다. 또한 베이커 고문은 컴퓨터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어느 측 후보의 편도 아니라고 하면서 공정한 컴퓨터 결과를 대신하는 수작업 재검표는 불합리하며, 헌법에 모순된다는 주장을 계속 관철하였다. 이는 위기상황시 위기관리 차원에서 어려운 전문용어(Jargon)를 사용하는 대신에 쉬운 일상용어를 사용하여 일반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접근한다는 것이 위기관리에서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베이커 고문은 위기상황에서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여유를 보여주며 국면을 전환시켰다. 플로리다주 캐서린 해리스(Katherine Harris) 국무장관이 논란을 빚어왔던 미국 대선 재개표 결과를 발표한 후에 부시 후보측은 "법정투쟁을 재고하라"고 하면서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대선 결과 승복을 촉구했다. 또한 베이커 고문도 "법이 승리했고 이제 변호사는 집에 가도 되며 추수감사절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는 유머 섞인 말로 여유를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러스한 말 한마디로 지루한 선거전에 지친 미국 국민들을 한편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김교수의 새로운 시도에 많은 공감을 하며, 이번 발표가 위기관리가 PR의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기여를 해주기를 바란다.
패널토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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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것을 항상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생한 것을 어떻게 대처하는 가는 통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어떻게이다. Kurt P. Stocker Northwestern University |
한 개인, 기업 또는 국가의 일상적 삶에는 위기 유인이 상존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이의 부정적 표출이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테러와 더불어 누구나 다시 한 번 환기케 된 단어가 위기이다.
이미 주지하고 있듯이 이 단어는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위험과 기회라는 두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어찌보면 야뉴스적인 단어다. 서양의 어원에서도 마찬가지로 crisis는 그리스어어의 분리하다를 뜻하는 krinein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본래 회복과 죽음의 분기점이 되는 갑작스럽고 결정적인 병세의 변화를 가리키는 의학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서를 막론해 위기라는 것은 관련자에게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매일 대중 매체를 통해 개인, 기업, 국가의 소식을 접합으로써 대중과 그 뉴스의 발원자와의 직.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대중의 인식 욕구와 알리는 매개체로서의 매체의 상호 필요.충족이 접합되는 장이 바로 매체의 지면, 시간이다. 그러나 매체의 지면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세상은 매 순간마다 끊이지 않는 정보와 뉴스로 범람하는 바다이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선택이라는 걸러냄이 이루어지고 그 걸러냄을 거친 정보와 뉴스는 또 한 번 독자, 시.청취자의 취사 선택을 거쳐 최종 소비된다.
첫 번째 취사 선택의 대상에는 당연히 뉴스 가치, 정보 가치가 높은 것이 들어 갈 테고 두 번째 경우에서는 각 개인 단위에서의 필요와 관심도에 따라 취사, 선택된다. 당연히 두 취사 선택의 단계는 상호의 필요, 충족 논리로 연계되어 있다. 평범한 것 보다는 특이 한 것, 새로운 것, 일상의 궤를 벗어난 것 그리고 좋은 면 못지 않게 부정적이고 잘못된 면들을 알리는 것들이 뉴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 대기업, 세계 무대에서의 영향력이 큰 국가들의 움직임 등이야 말로 가장 뉴스에 노출 될 빈도가 높다. 따라서 이러한 주체들은 매체를 통해 긍정적인 각도에서 뿐 만 아니라 그 반대 측면에서도 뉴스대상이 될 확률이 훨씬 높다. 사회적 책임의 정도가 그 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하다.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고, 그 브랜드의 가치가 높을수록, 위기는 더욱 치명적이다.
본 글에서는 PR사들의 주요한 고객인 기업들에 중점을 두고, 언론과 공중 모두에게 뉴스로서 가장 관심 높은 대상이 되는, 위기라는 주제에 대해 짤막하게 얘기하고자 한다.
시장 경제의 기치 하에 있는 오늘 날 기업의 삶에는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변화로 이해 기업 환경 또한 변하고 있다. 이에는 범세계적인 정보의 유동화, 액티비즘의 연계 및 연대화, 경제 환경의 변화, 그리고 인수.합병, 환경, 건강 등 거대 이슈의 등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그 만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소구 대상도 증가, 다변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는 기업의 계획에는 없던 것으로 그 발생 원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크게 외부적인 경우와 내부적인 경우로 나뉘어지고 그 유형으로 보자면 아주 시급한 비상 사태로서 그 가시성, 전개 속도, 파급 등이 크며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경우 그리고 가시성이나 전개속도, 파듭 효과 등이 전자에 비해 완만한 경우로 대별할 수 있다.
위기 관리를 단계별로 보자면 사전 준비 단계, 대응 그리고 사후 관리 등이라고 본다. 즉 어느 기업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비 위기 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모든 직.간접 관련자들의 테이터베이스 구축, 모의 훈련, 매체 대응, 특히 고위층의 대공중 발표에 대비한 훈련 등의 사전적 준비가 있다. 매뉴얼의 작성은 위기의 계기 또는 유인이 되는 경우들을 상정해 이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해 준비하게 된다.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유인들은 위에서 대별했듯이 원인적인 측면, 유형적인 측면등에서 상정해 볼 수 있다. 허나 이는 단지 분류이지, 실제로 닥쳐오는 위기는 한 가지 이상의 계기 내지는 유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간단히 대별,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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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적유인: 인사, 리더쉽, 기업 경영, 제품 및 서비스 문제, 사내 사건, 사고, 범죄, 기업 윤리 등
- 외적유인: 천재지변, 법규, 경쟁사, 정치, 경제, 사회 및 산업 이슈, 루머, 제 3자에 의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위해, 오보, 증시 추락 등 |
으로 개략될 수 있다.
기업은 각 기업의 성격에 따라 평소 주요한 이슈들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이에 기반한 위기 유인들을 상정해, 발생 가능한 위기에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전개해 나갈 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이의 모의 실습 등을 통해 위기의충격을 최대한으로 완충, 최단 시간 내에, 그 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위기의 소용돌이에서 가장 치명적으로 휘둘려지는 것이 바로 브랜드이기에, 브랜드의 보호라는 명제가, 위기의 준비에서부터, 대응, 그리고 회복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위기 발생시에 취해야 할 여러 가지 세세한 행동 사항들의 열거는 지면 상 생략하고,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언급하기로 한다. 위기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첫째,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 둘째,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점, 그리고 셋째, 중대한 결정을 요한다는 점등이 예외 없이 수반된다. 이 모든 것들이야 말로 바로 위기의 현실이다. 이러한 초압박적인 현실 하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은, 무엇이 문제이고, 최우선이어야 하나?라고 본다. 이 물음에 대한 적확하고 올바른 대답이야 말로 바로 이 위기를 타개해나가는 시금석이고 방향타가 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성공적인 위기 타개 사례에서는 이 최우선의 방향타가 정직, 신속, 배려의 대응이며, 치명상을 입은 브랜드의 신뢰도 회복, 재건의 성공이라는 공통점을 볼 수 있다.
아직도 PR인구에 회자되는 존슨 앤 존슨사의 타이레놀 사례에서 보듯이, 회사 최고대표자가 직접 신속하게, 정직하게 그리고 정보의 공개라는 교과서적인 대처로 회사의 신뢰도 회복은 물론 제품의 회생을 이루어냈다. 즉각 회사 대표가 나서서 사태에 대한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제공했고, 전제품 회수에 나섰고, 수사 당국에 적극 협조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 병원, 디스트리뷰터들에게도 주의를 알리는 전보를 타전했고, 범죄자 색출에 10만불을 내걸었다. 광고를 통해 캡슐제품을 정제 제품으로 교환한다는 약속도 알렸다. 1982년의 첫 위기에 이어 1986년에 다시 똑 같은 제품에 다시 같은 유형의 위기가 발생했었고 회사는 캡슐제품 생산을 중단, 모두 정제 제품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최고대표자인 회장이 직접 나서서 신속하고 정직하게 사태 수습에 임했다.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까지 존슨 앤 존슨사와 짐 버크회장에게 감사와 찬사를 표시할 정도였다. 존슨 앤 존슨이라는 회사 브랜드와 타이레놀이라는 제품 브랜드 모두 위기를 거쳐 그 어느 때 보다도 굳건한 신뢰를 다지게 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면1989년 3월 24일 성금요일에 발생한 알래스카주 발데즈항 외곽의 프린스 윌리암해역에서의 엑슨 발데즈호 석유유출 사고는 위 사례와는 대조되는 위기관리의 예로 자주 거론된다. 사고 초기에 사고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미진했을 뿐 만 아니라, 회사 대표의 참사 현장 방문도 본사에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초기에 적극적 대응이 신속히 이루어지지않았고, 처음부터 사태를 다분히 경시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제공면에서도, 미디어 센터를 매체들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발데즈에 설치해 이니셔티브를 오히려 적대적 상대들에게 놓치게 된다. 이러한 사태의 대처는 자연히 방어적이고 논쟁적인 미디어 대응으로 이어졌다. 급기야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회사 대표가 오염지역 정화 계획에 대해, 나는 우리의 정화계획에 대해 자세한 사항을 말 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분량이 많고 복잡한 내용이다.나는 아직 채 그것을 다 읽지도 못했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는 모든 계획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위의 두 사례는 간략하나마 위기관리의 대응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시하리라고 본다.
21세기의 초두인 오늘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에는 이미 십 수년 전인 위의 두 사례 때와는 또 다른 변화가 일고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게 바로 인터넷의 확산, 대중화이다. 이제, 위기 발발 시, 정보가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 그 파장이 더 커질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또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또한 대응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오길비는 BrandShield라는 자체 브랜드인, 위기관리에 관한 기본 매뉴얼을 개발, 사용해오고 있다.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 BrandShield는 그 가장 중심에 브랜드 보호라는 명제를 두고,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부응, 신속하고 광범위한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활용 및 마케팅 기법을 동원한다.
기존의 위기관리가 다분히 단기적이고 법률적인 면에 중점을 두었다면, BrandShield에서는 이런 접근에서 간혹 간과 될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가장 핵심인 무형의 자산, 브랜드에 촛점을 두고 있다. 이런 기본 철학 하에 이미 언급한 위기관리의 세 단계, 즉 사전 준비, 대응 그리고 사후 회복과 더불어 세 가지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시한다. 즉 정확하고 올바른 사실, 브랜드의 정서적 가치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사용이라는 세 차원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한다. 이에는 콜센터, 광고, 인터액티브, DM, 미디어 플랜 및 분석등 다양한 테크놀로지와 마케팅 기법 등이 총체적으로 활용된다. 또 위의 두 사례에서는 언급이 생략된 사후 회복에 대해서도 같은 접근이다. 즉 위기 상황이 일단락 되었다고 끝난 게 아니라, 바로 또 다른 시작, 위기를 겪은 브랜드의 건강 및 장수와 신뢰를 회복, 증진키 위한 노력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즉, 위기가 회사브랜드 및 제품 브랜드에 미친 여파, 위기 전과 후 사이에 생긴 브랜드 갭, 관련자들과의 관계의 변화, 경영층의 위상, 새로운 환경 하에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조사, 제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 조사, 매체 보도 분석, 영향력 있는 층의 의견 수렴, 회사 구성원들의 의견 교환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기반한 총체적 접근으로 브랜드의 회복 및 재생의 노력이 계획,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이야말로 기업의 유형의 자산을 뛰어 넘어 지속되는 가치이기에 사수되어야 하는 것이다.
| Note: 위에 언급된 두 사례는 이미 여러 책자, 매체 등을 통해 예시, 언급되어 왔다는 사실에 근거, 누구나 사용 할 수 있는 일종의 공인된 일반 공개 자료라는 관점 하에 구체적 이름들을 명시하면서 이 글에서 인용했다는 점을 밝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