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아동 소비자와 광고
이기춘(서울대학 사범대학 졸업, 서울대학 가정학 석사, 서울대학 문학박사, 현재 서울대학 소비자 아동학과 교수, 박사학위논문: "소비자 능력개발을 위한 소비자교육에 관한 연구")
박수경(울산대학 가정관리학과 강사)
1. 서론
광고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형식으로 한 사회의 대량정보전달 시스팀을 경제적 목적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광고 서비스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알려서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것이 소비자주의에 입각한 광고의 개념이다.
그러나 기업간의 자유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진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순기능보다는 소비자들에게 기업과 상품의 존재를 좀더 자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보다 특수하고 기발한 형태의 광고를 제작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역기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아동은 그들의 가치관이나 판단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이 확립되지 못한 지적 정서적 성장의 초기단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의 집중적인 설득표적이 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단기적인 판매 증진에만 치중하여 윤리성이 결여된 광고를 제작하고 있어서, 정보처리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무방비 노출에 따른 주체적 판단능력의 상실과 광고에 대한 인식 및 판별능력의 부족 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광고의 영향으로 부모의 의사와는 다른, 제품의 구매욕구가 발생하여 부모와의 갈등을 초래하는 등의 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아동에 대한 광고의 부정적 영향은 기업 및 기업광고에 대한 사회적 비판뿐만 아니라 아동과 부모라는 현재의 고객을 상실하는 가능성을 의미하며 특히 아동기의 구매습관 및 태도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 소비시장의 고객까지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날 확고한 소비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동소비자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 아동소비자가 광고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러한 영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역기능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며 현재 아동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의 현상을 파악해 보고, 아동소비자에 대한 광고의 사회적 역기능을 극소화해서 소비자주의에 입각한 광고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아동소비자의 특성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상품과 용역의 소비자로서 아동들도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시작으로 해서 구매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소비자이다. 아동소비자가 기업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서 전후 베이비붐(baby boom)으로 인한 아동의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세가지 시각에서 아동을 주요 소비자로 보는데 첫째는 아동이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기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소비자이며 자신들의 욕구와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화를 구매할 화폐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화폐를 사용하려는 의사도 가지고 있는 현재의 소비자라는 점이다. 둘째는 아동은 미래시장을 위한 소비자로, 아동기는 상표에 대한 선호도나 인지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미래의 소비자로서도 중요한 존재가 된다는 점이다. 세째는 아동은 그들 부모의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향력 있는 소비자라는 점이다.
이러한 아동소비자는 현대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계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한 가계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가정에 있어서 자녀 수가 감소되어 아동의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아동소비자가 쓸 수 있는 자유재량 소비액이 증가되었다. 물론 아동소비자 한 개인이 사용하는 자유재량 소비액은 성인소비자에 비해서 대단히 적겠지만 전체 인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므로 전체소비는 소비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소비가 된다.
둘째, 부모의 자녀양육태도가 과잉보호적이고 지나치게 허용적이어서 자녀의 충동적인 욕망에 대해 관대하므로 현대의 아동소비자는 소비에 대한 욕망의 절제를 잘 하지 못한다. 따라서 구매욕구가 발생하면 당장에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려 하며 욕구충족행동을 연기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소비를 선택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자유를 누린다.
세째, 현대의 아동소비자는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대중매체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있다. 특히 TV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아동사회에서 TV는 강력한 영향력을 작용하는 매체이다. 아주 어린 시기부터 아동은 TV의 광고에 노출되면서 영향을 받게 되며, 나이가 들면서는 광고 상품을 소유하려는 소비 욕구가 커지게 된다. 특히 마킷터들의 광고나 경품 등을 통한 아동소비자 침투가 심해지고 있으며 아동소비자는 무방비 상태로 이들의 영향을 받는다.
네째, 현대의 아동소비자는 부모가 아동용품을 구매하는데 아동 자신의 의사를 반영시킴으로써 영향을 미치며 기타 가족 전체를 위한 서비스의 구매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가계구매행위에 직접 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다섯째, 현대의 아동소비자에게는 소비자 교육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며 소비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비자 교육의 기회가 충분치 못하다. 실제로 마킷터들의 판촉대상인 아동소비자는 시장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광고에 대한 인지적 방어가 발달되어 있지 못하며, 계속되는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의 풍요로 재화의 귀중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3. 아동소비자에 대한 광고의 영향과 문제점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아동소비자는 자신의 소비자능력을 습득해가는 과정인 소비자사회화(Consumer Socialization)를 통해 광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소비자사회화란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아동들이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태도 및 기능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의 소비자는 수동적 존재인 광고수용자가 아닌 능동적 행위 자로 취급되며 광고 수용은 '자극-반응'의 단순한 관계로 볼 수 없고 광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상황과 과정을 중요 변수로 인식해야만 한다. 즉 다음 그림1에서와 같이 소비자의 사회화 과정은 사회구조적 변수와 연령 등의 선행변수들이1차적으로 작용하며 그러한 선행변수들이 모두 동일 하다 하더라도 모델링, 강화, 사회적 상호작용 등 사회화 작용인(Agent)과 학습자간의 관계에서 오는 차이등에 의해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TV의 보편화에 편승한 TV광고의 영향력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현대사회에서 TV광고는 이 모델의 '사회화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즉 사회구조적 상황이나 연령 등이 같은 조건에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여 볼 때 TV광고에 수없이 접하는 아동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아동소비자와는 학습수준에 많은 차이가 있게 되며 이에 따라 성격이나 취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TV광고가 아동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70년대에 접어들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하였고 연구의 분야도 다양하게 세분화되었다. 상당수의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Piaget의 인지발달 이론을 적용하였는데,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아동들의 인지발달 각 단계는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질적인 차이점이 있다. 각 단계로 발달해 가는 속도는 아동에 따라 다르나 발달단계의 순서는 일정하며, 아동소비자들의 광고 인지능력도 이에 준한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유아원이나 유치원 아동들은 광고의 시각적 혹은 청각적 변화에 따라 광고에 대한 관심이 변화하는데 비해, 국민학교2학년 정도의 아동들은 위와 같은 지각적 요소에 영향을 덜 받으며 아동들의 TV광고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동소비자들이 TV광고를 어떻게 수용하며 광고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대부분의 연구들은 아동들의 연령이 광고를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Ward와 Wackman의 연구에서는 조사대상자 중5∼8세 아동들의 79%가TV 광고와 프로그램을 두 메시지의 길이나 등장인물등 지각적인 요인에 의해 구분하고 있으나, 9∼12세 아동들은 73%가 광고와 프로그램을 메시지의 특징 즉, 광고는 설득을 목적으로 하고 광고주가 따로 있다는 등의 특징에 의해 구분하고 있었다. 6∼7세 아동들 중에도 광고가 자신들을 설득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응답자의 10%의 지나지 않았다. Atkin역시 아동들이 광고의 목적을 이해하고 광고를 접하는 시기를 국민학교3학년 이상 (8∼10세) 으로 보고 있으며, 이 시기의 아동들은 광고를 보고 광고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정도가 응답자의 약50%가 되며, 4∼7세의 아동들중에 광고를 본 후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정도는 전체의 약15%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은 아동들이 광고를 수용하는 태도 Piaget가 주장한 인지발달의 단계 및 이론에 따른 인지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아동소비자들은 광고를 인식하는데 있어 지각적인 사고가 개념적인 사고에 우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고수용에 대한 국내 연구에서도 아동의 연령이 광고의 개념, 의도, 광고에 대한 신뢰도 등에 큰 차이를 나타내는 중요 변수임이 밝혀졌는데 아동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광고의 개념이나 의도를 이해하는 정도가 높으며 광고와 프로그램을 구별하는데 있어 지각적인 요소보다는 개념적인 요소에 의해 구별하는 능력이 높았고 광고에 대한 신뢰도는 낮게 나타났다. 그리고 광고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연령이 높은 아동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높았으며 특히 광고정보의 평가능력이 높게 나타났다.
아동소비자들은 광고를 지각적인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능적인 요인에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광고에 대한 비판의식도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소비자가 특정광고를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국민학교2학년쯤부터이며 국민학교6학년쯤 되면 광고를 전반적으로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고, 청소년층에 접어들면 응답자의 약1/3만이 TV광고가 진실을 이야기 한다고 답하고 있다. 비판의 근거 역시 발달단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나이가 어린 아동층에서는 비판의 근거가, 광고의 묘사가 현실과 맞지 않는데 기인하는데 비해6학년쯤 되면 불신근거가 광고의 설득목적을 간파하는데 있는 듯하며, 광고의 진실성 문제가 취향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 시기에 아동들은 광고의 설득노력에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심리가 발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상에서 살펴본 연구결과들은 아동소비자가 광고를 인식하고 이해하는데 연령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으며, 따라서 비판능력이나 광고인식능력이 발달되지 못한8세 미만의 아동소비자대상 광고에 대한 재고와 연구가 요구됨을 일깨워준다.
그러면 이와 같이 수용된 TV광고가 아동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좀더 구체적으로 아동소비자들의 인간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며, 물질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광고가 아동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Goldberg와 Gorn의 실험결과는 아동들의 사회생활에 광고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4세의 남자아동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장난감광고가 있는 프로그램과 광고가 없는 프로그램을 각각 시청케 한 후 그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장난감 광고가 없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아동들이 장난감광고가 삽입된 프로그램을 시청한 아동들보다 약2배 정도 많이 친구들과 놀기를 희망했으며, 광고를 본 아동들보다 광고를 보지않은 아동들이 장난감이 없이도 행복하다고 답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어머니는 아동이 장난감 대신 정구공을 갖고 놀기를 희망한다"고 들려주었을 때 광고를 보지 않은 쪽 아동들이 더 많이 어머니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아동들이 사 달라고 부탁한 장난감을 안 사주려고 했을 때 아버지와 같이 놀겠느냐는 질문에 광고를 보지 않은 집단의 아동들 중에는 60%가 함께 놀겠다고 답했지만 광고를 본 집단의 아동들 중에는 40%만이 아버지와 함께 놀겠다고 답했다. 5-11세 남자아동들을 실험한 결과에서도 장난감광고를 본 아동들이 광고를 보지않은 아동들보다 장난감을 호의적으로 평가할 뿐 아니라 그것을 소유하려고 노력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아동소비자들이 광고로부터 받는 영향이 매우 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이다. 이외에도 Feldman과 Wolf는 TV광고가 아동에게 잘못된 정보를 노출시켜서 아동을 혼란시킨다고 지적했고 Bandura는 TV광고의 모방과 관찰을 통해서 사람들은 물질적 재화에 대한 사회적 의미 즉, 소비의 표현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특히 아동들은 TV광고의 모방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일으켜 소비자능력을 사회화한다고, 설명했다. Morchis와 Churchll은 TV시청량이 많을수록 소비에 대한 사회적 동기가 높으며 개인의 태도가 물질적이 된다고 했는데 아동의 경우 광고된 상품에 대한 소비욕구가 어른의 경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광고의 영향이 휠씬 큰 것을 보여주고 있다. Welnsteln은 TV광고가 허위과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경품제공 등 상품선택과는 관련없는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아동소비자의 그릇된 욕구를 야기시키고 화폐와 상품의 평가 및 사용 방법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노출시키는 등의 역기능을 행함으로써 아동의 소비자사회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또한 아동들은 대부분 광고에 장기간 누적적으로 광고효과에 대해 관심을 끌게 되는데 Rossiter와 Robertson이 289명의 국민학교1학년, 3학년, 5학년 남자아동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초기에는 광고에 대해 저항의식을 갖고 있는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 광고된 상품의 요구가 적었으나, 4-5주간 계속 장고를 접촉한 후에는 광고상품에 대한 방어심리가 누적적인 광고접촉에 의해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동소비자에게 미치는 광고의 영향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하여 학계 및 소비자단계등에서 그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는 광고가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대중의 취향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는가에 관해 연구했고, 김동철, 송유재는 TV 광고의 영향 및 아동들의 이해능력 등을 다각적인 면에서 실증적으로 조사했다. 특히 소비자보호단체들에서도 미약하나마 TV광고의 아동에 대한 영향을 인식하기 시작해서 월간소비자지에서는 '어린이와 TV광고'를 특집으로 다루어 미국 어린이보호단체 현황 및 어린이 시간대의 광고분석 등을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아동소비자들의 광고에 대한 반응은 인지발달단계를 반영한다. 즉8∼9세 이전의 아동들은 프로그램과 광고의 구별에 있어서 상당한 장애를 느끼고 혼동을 일으킨다. 국민학교2학년 수준에 가서야 프로그램과 광고를 확실히 구별할 능력이 생기며, 4학년 수준에 이르게 되면 TV광고에 대한 비호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남녀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으며, 나이가 들수록 더 비판적이 되고6학년 수준에 가면 광고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개발되어 성숙한 반응을 나타낸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광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②광고는 잠재폭력성의 증가가능성을 불러 일으키지만 실제로 그러한 흥 내를 내거나 행동에 옮기는 경향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부모로부터 받는 상이나 벌에 따라 달라진다. 즉 아동소비자에 대한 TV광고의 영향은 부모의 중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③경품이나 사은품은 아동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따라서 경품과 사은품 제공에 관한 광고는 아동소비자들의 건전한 소비행동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④부모는 아동소비자와 광고의 관계를 약간 부정적으로 간주하고 있고, 이들 사이의 중재역할을 맡고 있다. 광고에 대한 어머니의 인식과 태도는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며, 자녀들도 부모의 상품구매행위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비사회적인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자녀들의 시청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⑤아동소비자들이 광고에 대하여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켜 사달라고 조르는 상품은 간식이나 음료수등 식품 종류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가 사주기를 거절하면 여학생들은 울거나 기분이 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남학생들은 화를 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살펴본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아동소비자에 대한 광고의 사회적 역기능을 요약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아동소비자 대상광고의 비판론을 요약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동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아동들로 하여금 자신이 충족시킬수도 없고, 부모가 받아들일 수도 없는 욕구와 필요를 창출시켜서 이로 인한 가족간의 긴장을 조성하거나 아동의 인격형성에 해를 끼친다.
둘째, 광고는 아동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인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고가의 장난감이나 아동용품, 의류 등을 소비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아동의 열망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세째, 사탕이나 초컬릿 또는 아이스크림등 아동들의 건강에 유해(예를 들면 비만 또는 충치 등)한 식품의 과다한 소비를 자극한다.
네째, 광고가 아동소비자들의 구매경험부족이나 본능적인 신뢰감을 악용한다.
다섯째, 프로그램과 광고를 구별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능력부족을 광고가 악용한다.
그밖에도 경품제공광고의 문제, 폭력과 안전기준을 위반한 표현문제, 반복 광고로 인한 누적적인 영향문제 그리고 광고의 포맷과 시청각 기술 및 이에 대한 광고메시지의 수용문제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아동소비자가 광고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이를 선택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패턴 즉, 정보처리능력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와 광고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대별되기도 한다.
'89신문방송연감에 따르면 1988년 한국광고비는1조2,785억원으로 1987년의9,724억원에 비해 31.5%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의 민주화와 언론자유화에 따른 인쇄매체의 증가 때문에 신문 잡지광고비는 각각 36.2%, 40.9%라는 높은 성장을 나타냈으며, TV가 25.8% , 라디오는9.3%의 성장이었다. 업종별로는 식품·음료가 TV 33.8% , 라디오 32.6%로 단연 수위를 차지했고 의약품이 TV, 라디오 모두 16%정도로 이 두가지 업종이 전파매체 광고의 약50%에 이르고 있다. 1987년 국내 200대 광고주 중에서 아동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40개 회사로서 20%의 구성비를 나타내고 있다. 아동소비자와 관련된 제품 회사의 선정은 일반적으로 아동이 소비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제과·음료·유업등의 식품과 신발업·아동서적출판업·문구류등 생산회사를 관련 회사로 선정했다. 기업의 상표명별 광고비에서도 국내 200대 광고주중에서 아동소비자와 관련된 상표명이 41개로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아동소비자 제품 생산업체의 광고비 특징은 총광고비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율이 37%인데 비하여 아동제품 관련업종은 약80%이며 특히 제과회사의 경우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TV매체에의 편재현상은TV매체의 높은 소구력과 타매체에 비해 특히 아동소비자의 경우 TV가 월등히 높은 접촉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아동용제품 관련회사의 총광고비와 각 매체별 구성비는 표1에 나타나 있다.
5. 아동소비자를 위한 광고규제
이러한 상황하에서, 광고가 아동소비자에게 미치는 사회적 역기능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일반적인 해결방안이 광고에 대한 규제이다. TV에 대한 규제는 자율적 규제, 법적 규제 및 소비자행위에 의한 규제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나 법이나 소비자행위에 의한 사후적인 규제 이전에 법정신이나 윤리의식에 바탕을 둔 광고담당자들의 자율적인 규제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각 방송국 자체에 방송광고 심의부(Broadcast Standards Department)가 설치되어 있으며 NAD(National Advertising Division), NARB(National Advertising Review Board)등의 기구에서 광고의 총괄적인 자율규제를 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위원회가 1973년에 발표한 TV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광고는 그래픽과 카피를 통해서 명백히 가격, 부속품, 프리미엄 등을 밝힘으로써 아동들에게 혼란이나 실망을 주어서는 안된다.
-강압적인 설득을 피하기 위해서는 광고메시지가 아동들에게 제품구매를 종용하거나 사달라고 해서는 안된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나 캐릭터가 광고에 출연해서는 안되며, 광고는 프로그램과 구별되어야 한다.
-아동소비자광고는 제품판매를 위해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해서는 안되며, 건강해진다든가 지능이나 육체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주관적 주장으로 오도해서는 안된다
-비타민류나 의약품에 대한 광고는 아동프로그램에 광고할 수 없다.
-유사한 상품을 비교함에 있어 지나친 특성을 내세워 광고할 수 없으며 전년도 제품과 비교해도 안된다.
-아동소비자 광고에 있어서 프리미엄의 제공이나 어떠한 형태의 컨테스트도 아니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모든 식품광고는 그 내용과 함량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캔디나 음료수, 스낵류, 가당식품 그리고 장난감광고는 영양면에서나 안정성에 대한 주의를 명기해야 한다.
-모든 광고는 안전하지 않은 표현으로 전달되어서는 안된다.
그외 영국에서는 광고기준국(ASA) 및 영국 광고 전문가협회(The British Institute of Practice In Advertising), 일본에서는 전일본 광고협의회등 광고주와 대행사, 매체사등 광고계 스스로가 공동으로 광고 자율기구를 설립하여 광고의 사전심의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TV광고에 대한 사전심의가 1976년 한국방송윤리위원회에 의해 실시되기 시작했으며 1981년부터는 한국방송광고공사라는 전문기구가 설립되어 '방송광고물 심의규정'을 제정하여 아동소비자광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註:아래의 기준은, 1980년부터 1989년1월31일까지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해 제정된 '방송광고물 심의규정'이며, 1989년2월1일 이후 방송위원회에 의해 시행된 '방송용 광고심의규정'은 '방송용 광고심의세칙'으로 변경되었다.)
-어린이의 품성과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언어나 표현을 하지 아니한다.
-광고노래에서 어린이가 모방함으로써 어린이 품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은 다루지 아니한다.
-바른 언어생활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은어, 속어, 외국어의 사용은 다루지 아니한다.
-어린이의 품성과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다음의 사항은 다루지 아니한다.
1. 어린이가 직접적으로 광고 목적의 대상으로 이용되는 표현
2. 어린이에 의한 직접적인 광고 상업문의 전달
3. 어린이에 의한 광고 노래
4. 어린이를 광고물의 주역으로 이용하는 표현
5. 황당무계한 공상만화를 소재로 한 표현
6. 어린이의 사행심이나 구매심을 과도히 자극하는 표현
그러나 이러한 심의기준은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광고활동기준강령에만 의존하여 구체적인 측정기준이 결여되어 있으며 실지로 현행광고의 상당한 양이 이러한 기준을 무시하고 있지만 사전심의에서 제재를 받지않고 있다. 또한 사전심의를 거친 것을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추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어서 체제상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미 아동들에게 전달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광고업계의 자율적인 규제만을 믿고 방관할 수 없는 현시점에서는 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부차적인 수단이지만 가장 강력한 효력을 지니고 있는 법적 규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광고에 대한 기본적인 법원으로서는 민법과 형법상의 규제를 들 수 있다. 하지만 허위·과대광고만을 이유로 민법·형법 등의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민법이나 형법을 확립된 원리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광고에 대한 법적 규제는 주로 행정직 규제에 중심을 두고 있다. 허위·과대광고를 규제하는 조항이 명시된 법령으로는 소비자보호법, 독립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법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적규제는 아직도 그 기준이 미비한 상태이며 그 실행에 있어서도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특히 아동소비자들에 대한 광고의 역기능을 고려한 규제조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법규는 외국 여러나라들의 그것에 비해 내용이나 체제면에 있어 상당히 뒤떨어져 있고 그 적용범위도 소극적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광고는 그 대상이 특히 아동이었을 때 그들의 사고과정에 작용할 수 있는 역효과는 상당히 심각한 것이어서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미국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법률가나 소비가보호단체, 개개인의 소비자까지도 아동대상 광고들의 비윤리성과 그것이 아동들에게 제시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토대로 아동소비자에 대한 광고의 사회적 역기능을 극소화시키고 광고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됨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 결론을 맺고자 한다.
6. 결론 및 제언
현대산업사회에서 아동소비자는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교육의 측면에서나 마키팅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동소비자는 성인 소비자에 비해 특히 약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취약소비자이다. 광고문제와 관련지어 볼 때 아동소비자는 광고의 설득의도와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며 그에 대한 방어능력이 없다. 즉 아동소비자는 광고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지지 못함으로써 광고상품에 대한 정당한 구매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쉽게 설득 또는 현혹된다.
이러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아동소비자가 지나치게 많은 TV광고에 누 적적으로 노출됨으로써 가치관형성, 구매습관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가 족간의 불화에 대한 심리적인 불행감까지 야기시킬 수 있다.
아동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며 광고를 수용하는 양상이나 광고에 대한 영향은 어른과는 다른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아동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는 무엇보다 진실되고 정확해야 하며 그들의 인지능력에 적합해야 한다.
아동소비자가 광고를 정보제공이라는 광고본연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인 기업과 이를 전달하는 방송매체들, 부모, 교육기관등의 사회적 환경이 공동노력해야 한다.
우선 기업은 광고의 목적이 정보제공에 있으며 이것은 아동대상광고에 있어서도 예외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아동소비자를 위해 기존의 광고보다 좀 더 자세한 설명, 즉 광고의 목적, 광고되는 제품의 사용방법, 제품평가의 기준등의 충분한 제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아동들의 각 발달단계별, 인지능력을 감안한 메시지의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아동의 정보처리능력의 부족을 고려하여 제품 평가기준의 오도, 제품기능의 과장등의 기만적 광고는 삼가하여야 하며 이는 윤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이익 측면을 고려할 때 더욱 자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광고의 개선은 광고를 보는 아동이, 광고를 제품구매를 설득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동의 제품선택 및 사용을 협조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될 때 기업이 추구하는 광고의 원기능을 좀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를 전달하는 방송매체들은 아동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속한 프로그램의 경우 광고의 종류 및 내용이나 질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서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사전에 방지해야 하며 광고주의 규제나 압력 때문에 광고의 질적 인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부모들은 아동들의 광고시청지도를 해야하고 시청시간 및 프로그램 선택에 있어서도 규제와 지도를 해야한다. 즉 아동자신이 유익한 프로그램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는 능력과 광고의 목적과 의도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출 수 있게 지도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의 용돈관리훈련을 통해 건전한 소비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교육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것은 부모자신이 모범을 보임으로써 무의식중에 아동을 잘못 유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 및 기타 교육기관들은 교과과정에 광고와 물품구입에 관한 것을 포함시키고 광고제작과정을 견학시키는 등 적극적인 소비자훈련과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유해광고에 대한 규제가 제도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현재의 광고규제는 피상적이거나 사후규제로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동소비자에 대한 유해광고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광고의 전체적 인상이나 주변상황까지 포함된 보다 폭넓은 광고규제를 할 수 있는 법적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광고로부터 아동소비자를 보호하는 전문기구의 설립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