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형광고에 대한 이론적 고찰
-인본주의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을 중심으로-한정호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1. 서론
소비자의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의 전략과 표현기술은 그간 방법과 형태 면에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접근은 실무차원에서 이루어 지기도 했으며 학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현대광고의 역사를 대략 150년 정도로 잡는다면 그간 광고의 설득기법은 보다 과학화되고 첨단화되어왔다. 또한 사회적 조류와 유행을 반영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실무적으로 보자면 컨셉광고, 심볼광고, 포지셔닝광고, 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광고, 이미지광고, 잠재성광고, 성적어필광고 등 많은 기법들이 개발되었다. Edumund Faison은 역사적으로 개발된 광고 기법을 심리학적인 체계에 맞추어; 1) 정보 제공적 접근방법 (Information approach) 2) 주의 끌기적 접근 방법 (attention approach) 3) 반복적 접근방법 (repetition approach) 4) 연상유도적 접근방법 (association approach) 5) 상품의 혜택강조적 접근방법 (product-benefit approach) 6) 동기유발적 접근방법 (motivation approach) 7) 오락적 접근방법 (entertainment approach) 8) 행동유도적 접근방법 (behavioral approach) 등 8가지로 구분했다.1)
이러한 접근방법들은 현재의 광고에서도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 두가지 접근법 만으로 광고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기술들은 어떤 전반적인 패턴의 변화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기술적 변화 보다는 접근방법이나 형식이 거시적 변화를 거쳐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의 변화는 경제 및 산업의 환경변화, 소비자의 생활여건 및 의식변화, 새로운 광고매체의 출현, 광고실무인들의 연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2)
한편 이러한 광고기법과 접근방법의 변화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보다 단순한 기술이나 기법의 차원을 넘어 어떤 이론적 파라다임의 변화의 추이가 근저에 깔려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광고의 설득기술은 심리학적으로 보아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정보 제공과 이를 바탕으로 구매동기를 유발시키는, 이른바 인지심리학적 파라다임이 우세해 왔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광고는 이러한 파라다임을 탈피, 상품에 대한 정보의 제공 보다는 동일한 광고자극에 의한 이미지 형성을 노리는 행태주의적 심리학 파라다임이나 은밀한 메시지의 제작으로 잠재적 효과를 노리는 심리분석적인 파라다임에 근저한 광고도 적잖이 유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인간의 자아실현과 실존의 세계, 그리고 개인존재의 확대를 강조하는 광고가 크게 유행함으로써 실존심리적 파라다임이 새로운 이론모델로서 대두되고 있다.
앞서 약술한 Edumund의 광고접근법들을 심리학 파라다임에 맞추어 설명해 보면 반복, 연상유도적 접근방법은 고전적 학습이론에 바탕을 둔 행태주의적 심리학 파라다임에서 유래된 반면 정보제공이나 주의 끌기, 상품의 혜택강조, 행동유도적 접근방법은 인지심리학적인 파라다임에서 나온 이론들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잠재적 동기유발, 혹은 오락적 접근방법은 심리분석학이나 실존심리학적 파라다임에 그 이론적 토대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심리학의 이론적 파라다임의 변화가 광고기법이나 접근발상의 기저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중에서 실존심리학적 파라다임으로 설명할 수 있는 광고기법들의 고찰에 중점을 두었다. 즉, 최근 두드러지게 많아지고 있는 이른바 실존형광고로 불리는 광고물들에 대한 이론적 규명과 지침제시를 시도하고자 했다. 첫째는 실존형광고가 효과를 나타낸다면 과연 그 이론적 배경은 무엇이며 둘째는 만약 이론적 규명을 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실존형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이론적 원칙을 따를 수 있으며 또 그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를 제시해 보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실존심리학적인 파라다임에 속하는 인본주의 심리학과 (humanistic psychology)와 실존심리학(existential psychology)의 제 이론들을 중심이론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양자를 묶어 흔히 실존심리학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론들은 20세기 후반에 Maslow, Rogers, Binswanger, Boss등에 의해 주창된 것으로 앞서의 심리분석이나 행태 주의, 혹은 인지심리학과는 전혀 다른 인간심리와 행동에 대한 시각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결정론적인 사고나 조작적 반응 보다는 인간의 궁극적인 행동목표나 자기성취 과정에 초점을 두고있는 이 심리학 파라다임은 원래 광고의 목적인 설득이나 이와 유사한 이론적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주창된 것은 아니다.3) 그러나 크리에이티브의 무한한 다양성과 메시지간 차별성을 생명으로 하고있는 광고의 표현에서 이 실존심리학의 제이론들은 새로운 광고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또한 최근 새롭게 유행하고있는 자아 및 실존추구적 광고제작경향의 상당부분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이러한 광고의 소구가 인간의 욕망, 그리고 보다 나은 자기성취를 주제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도비오카 켄의 설명대로 인간은 보다 자신을 정신적으로 충족 시키는 삶과 생활을 추구하는 동물이며 또 생존의 공리를 기초로 해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실존형 광고주제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주의와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4)
본 연구에서는 우선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의 제이론들을 약술하고 그 중에서 광고의 새로운 표현형태를 가능하게 하고 그러한 기법의 유행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시도할 수 있는 이론의 중심개념과 연구방법론의 설명에 중점을 두었다.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의 이론틀에 의해 그러한 광고표현에 대한 설명을 한 후 더 나아가 새로운 광고표현의 가능성과 그 구체적 표현기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 특히 방법론에 있어 실존심리학은 기존의 논리실증적인 방법론 (logical positivism)과 대별되는 현상학적인 방법론을 주로 택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응용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자 했다.
2. 실존형 광고의 정의와 특성
최근 광고를 분석해보면 상품에 관한 정보나 상품과 직접 연관된 이미지 형성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과의 뚜렷한 차별적 개성 강조, 모든 가능성에의 도전, 탐미적 추구, 자기완벽의 추구, 실존경험의 독자적 규명 등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강조하는 표현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광고표현들은 상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기업광고에 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광고들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상품과 회사의 이미지 형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나 표현의 발상에 있어서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TV광고를 예로 들면 드링크 광고에서 번지점프를 시도한다든가 달리는 기차를 타고 달리며 자연인임을 강조한다든가 백화점 광고에서 여인들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혹은 시계광고에서 사막에 벌거벗은 채로 홀로서서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의 모습이나 화장품광고에서 형사와 경호원으로 활약하는 미인의 모습도 실존형광고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표 1>에 나타난 광고들은 최근 TV와 잡지의 분석을 통해 나타난 실존형광고의 예들이다. 이러한 광고들은 단순히 이미지 광고나 감성적 광고, 혹은 인간적 광고나 행동광고 등의 다른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도 있겠으나 본 연구에서는 실존형광고의 일부로 규정짓고자 한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실존형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명명이나 설명이 공식화된 적은 별로 없다.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편리한 이름으로 (존재형광고, 실존적 광고, 개성광고, 휴먼광고, 자기강조광고 등) 불리우고 있는 실정 이다. 광고실무자들이나 평론자들은 흔히 1970년대가 태도변형 광고의 시대였고 반면 1980년대는 행동의 광고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존재적 광고의 시대라고 말한다.5)
물론 이러한 담론적인 상황에서 거론되는 존재형 내지는 실존형 광고가 본 연구에서 언급하는 실존형 광고와 완전히 합치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대화수준에서는 무언가 특이한 경험세계를 나타내는 광고나 일상을 벗어난 광고, 혹은 포스트모던의 형태를 취한 광고, 혹은 환상적이거나 감정을 폭발시키는 듯한 형태의 광고를 모두 실존형광고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가 존재형광고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은 그러한 광고들이 본 연구에서 말하는 실존형광고와 근본적으로는 어떤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3가지 점에서 그러하다고 본다. 그러한 광고표현들은 첫째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우월성이나 혜택, 혹은 정보를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는 인간의 자기가치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며, 셋째는 광고전략의 근거자체가 전통적인 논리실증적 절차와 원칙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6)
그러나 연구의 목적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 본 연구에서 말하는 실존형광고의 정의와 영역을 확실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에서 말하는 실존형 광고는 앞에서 말한 3가지의 차이점 이외에도 다른 원칙적인 기준들이 부가된다. 본 연구에서의 실존형광고는 "개인의 자기존재를 부각시키는 광고형태로서 실존심리학과 인본주의 심리 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존재가치 (being-value)들을 주제로 한 광고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일반 담론적인 차원에서의 실존광고가 아닌 실존심리학이나 인본주의 심리학파 학자들이 규명해 놓은 인간의 존재확장 형태나 존재론적 가치의 형태를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는 광고들이다.
또한 중요한 기준점은 광고가 제품이나 상품과 바로 직결되는 존재의 활성화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 광고에서 A 세탁기를 사용한 주부가 이로 인해 편해진 자신의 구체적인 생활의 일부를 만끽하는 식의 광고를 실존형 광고로 규정할 수는 없다.7) 또한 단순한 감정의 발산이나 쾌적함, 활동성, 독특함, 혹은 단순한 휴매니즘의 추구를 표현하는 광고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좀 더 개인에 대한 의미가 심오하고 추구적일 뿐 아니라 성숙성을 나타내는 광고주제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인간의 성장과 건강함을 내포하고 있고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수용이 가능한 광고주제를 표현해야 한다.8) 이러한 실존형 광고의 주제들은 상품으로는 술이나 의상, 음료, 스포츠용품 등 개인의 기호가 많이 반영되는 광고에 많으며 매체로는 TV 나 포스터, 일부 잡지광고 등 영상, 혹은 이미지를 위주로 한 광고에 많이 발견된다.9) 또한 이러한 광고들은 저급상품보다는 고급상품에 더 많이 사용된다.
실존형 광고가 어느 만큼의 광고효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결과나 자료는 거의 없다. 또한 어떤 유형의 제품과 상황에서 효과가 증대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존형 광고들이 최근 들어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은 광고대행사와 광고주로부터 새로운 시도로서 호응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실존형광고가 유행 하는 것은 한편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광고인들의 세대교체를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에서 실존형광고의 유행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 경제적 수준의 향상으로 소비자들이 보다 개인적이고 고급적인 자기성취동기를 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둘째, 다품종 소량생산의 산업체제로 개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더욱 많이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째, 상품간의 차이가 줄어 상품의 이미지 차별화에 의한 판매전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넷째, 기존 광고의 기법들이 유사해지면서 새로운 경향의 소구를 모색할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존형광고의 효과성 근거에 대해서는 일반 광고의 기법들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설명이 필요하리라 본다. 정보의 제공이나 합리적 행동의 유도, 성적 자극, 반복적인 동일자극의 전달, 설득적 노력 등 과는 달리 자신이 되고 싶은 최대한의 것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존재 추구적 동기의 자극이나 표출에 대한 설명이 시도되어야 한다. 이러 한 동기는 분명 인간의 본능 중의 하나이며 그러한 것에 소구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느낌과 이미지, 그리고 주의(attention)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차원의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히트광고 중에서 실존형 광고가 많이 포함되는 것은 이러한 주장의 타당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3.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의 이론적 토대
1) 새로운 심리학 파라다임으로서의 양 이론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은 심리학의 한 중요 조류로서 양자의 이론을 엄격하게 구별하기는 어렵다. 실제 심리학 이론서에는 양이론을 경우에 따라서는 인본주의 심리학, 혹은 실존심리학 등으로 같이 분류하기도 하고 통칭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두 이론은 다소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최정훈 교수는 인본주의적 심리학의 배경은 1) 인본주의적 전통 2) 실존주의적 전통 3) 현상학적 접근으로 나누었는데 인본주의적 전통의 심리학은 인간의 삶의 발달과 보존, 개인이 지닌 위엄과 가치, 그리고 가장 뚜렷한 인간의 특징인 합리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다. 또한 인본주의적 전통의 심리학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변화와 성장을 지지하고, 물질에 비해 인간의 욕구와 가치를 우선시하며, 개인의 열망과 성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후손들의 삶과 복지에 공헌하는 각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0)
반면 실존주의적 전통의 실존심리학은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가치와 진리, 의미를 빌려을 수 없으며 단지 내부에서 그것들을 창조해내야 하고, 그것은 지속적 경험의 존재와 자기존재의 산물이어야 하며 바로 이것을 인식하는 것이 진정 실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인본주의 심리학은 인간덕목과 각각의 개인들이 가진 특성들을 중요시 여기며 인간의 자아실현동기를 중심으로 이론을 전개시켜 나간 반면 실존심리학은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인간의 삶이나 소외나 무관심, 책임감, 죽음과 같은 인간의 실존의 문제와 딜레마를 이해 하려고 노력해 왔다.
인본주의 심리학은 Abraham Maslow와 Carl Rogers와 같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것으로 인간의 성숙과 발전을 강조하는 매우 인간교육적인 면을 보이는 반면 실존심리학은 Ludwig Binswanger, Medard Boss, R.D. Laing등에 의해 발전되었는데 개인의 실존적 현상 세계에 대한 파악을 강조해 매우 철학적인 경향이 짙다.
이렇게 두 이론적 파라다임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전제와 연구방법론, 그리고 기존 심리학 파라다임에 대한 반대성향을 가진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이 두 이론은 제3의 심리학 세력으로 불리듯이 기존의 행태주의적인 심리학 파라다임이나 심리분석적인 심리학 파라다임과는 전혀 다른 연구주제와 인간에 대한 전제를 가지 고 출발하였다. 기존의 심리분석학적 파라다임이 인간의 내부에 숨겨진 본능의 역동과 무의식의 의해 인간행위를 설명하고 행태주의적인 심리 파라다임이 자극과 반응의 모델 및 실험실증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려고 시도했으며 많은 인지심리학 파라다임의 이론 들이 Information-processing에 연구의 초점을 맞춘 반면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은 그러한 기계적이고 인과적인 인간심리 파라다임을 배격 했다.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에서는 독특성과 가치와 의미를 가진 개인, 통합되고 조직화된 개인, 변화하는 개인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의식적 경험과 인간행동의 자기규제적 속성을 중요시 여긴다.11) Gordon Allport는 심리학 이론이 인생을 가치있게 살려는 보통인간들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두 이론에서는 그러한 인간들이 자신의 실존의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그 지평을 넓혀나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테마가 된다.12)
2) 인본주의 심리학의 이론적 요체
인본주의 심리학의 여러 이론들 중에서 핵심을 이를 뿐만 아니라 본 연구의 주제와 관련해서도 가장 중요한 이론은 Maslow와 Rogers의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이론은 인간의 자아실현 (self-actualization)에 대해 각기 다른 개념과 방법으로써 설명하고 있다. 먼저 Maslow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의 성장동기를 가지며 이러한 동기에 대한 끝없는 충족 및 성취를 이루어 나간다고 보았다. 또한 인간은 하나의 동기를 성취하면 바로 그 위의 성취동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며 그러나 하위동기의 충족 없이는 다음 상위 성취동기는 이루지 못한다는 주장을 폈다.13)
이 존재가치는 일종의 형이상학적 가치 (meta-value)로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성숙한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의 존재적 세계를 말한다. 또한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많은 절정경험 (peak experience)를 맛보게 되는데 여기서 존재가치 (Being-value, 줄여서 B-value)들이 집중적으로 추구된다.14) 뒤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할 이 절정경험은 인간이 보다 높고 초월적인 본성 (higher and transcendentnature)을 지니고 있으며 이 본성이야 말로 인간의 존재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된다. 따라서 인본주의 심리학에서 인간은 자기선택에 따라 자기가 될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될려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성취동기의 내용과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심리학의 최우선과제라는 입장을 지닌다.
Maslow는 B-value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였는데 그는 자기실현을 크게 이룬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로부터 미의 추구, 통일감, 독특함, 완성감, 초월감, 쾌활성 등의 많은 존재가치들을 발견해냈다. 그는 이러한 존재가치들의 prototype들을 자아실현을 극대화한 역사적인 인물들로부터 많이 발견하고 정의했지만 이러한 존재가치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며 많은 새로운 존재가치가 더 발견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aslow와 함께 대표적인 인본주의 심리학자로 꼽히는 Rogers는 Maslow와 비슷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실생활적인 차원에서 자아실현의 의미를 규명했다. 그는 성취자와 비슷한,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특성을 갖춘 완전기능인 (fully-functioning person)의 개념을 주창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 완전기능인은 경험에 보다 많이 개방되고 실존적인 방법으로 살아가며 자기객체에 대한 신뢰를 가지는 특성을 지녔다는 것이다.15) Rogers는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세계를 중요시 했으며 그것을 심리적 기본실체로 생각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중심에 놓이며 끊임없이 바뀌는 경험의 세계 안에서 존재한다"는 말로 대표되는 Rogers의 견해는 개인 고유의 현상적인 세계를 밝혀내어 그 사람 고유의 문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16) 또한 그는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완전기능인의 중요요소로 보았으며 개인들의 성격을 이러한 창조적이고 포괄적인 유형 (typology)으로 설명하고자 했다.17)
이러한 인본주의 심리학의 이론들은 우선은 개인의 주관성을 중요시하며 인간존재에 대한 분석의 의미를 강조한다.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성취동기를 실현시킬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러나 그 동기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각기 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무한히 다양하게 나타난다. 더구나 그 동기를 성취하는 방법면에 있어서도 자아실현적인 창조성 (self-actualizing creativeness)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더욱 개인의 다양성은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인본주의 심리학은 인간이 비록 타고난 性的 본능이 있다 할지라도 결코 거기에 좌우되지 않으며 또한 외부의 자극이 있고 또한 인지작용이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함양하고 동기를 실현시키는데 쓰이며 결코 그러한 것에 의해 개인의 행동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인본주의 심리학의 관점에 따르면 인간주변의 사물의 의미도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그러한 사물이란 나를 결정지우는 의미가 아닌 나의 성취를 도와주고 내가 중심이 되는 나의 존재의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물이 주는 자 극, 정보활용, 수용, 선호 등의 의미에서 벗어나 나의 존재완성에 그러한 사물들이 어떠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가, 혹은 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가 중요하게 된다.
3) 실존심리학의 이론적 요체
실존심리학은 인본주의심리학으로 분류될 정도로 인본주의심리학과 유사하다. 그러나 실존심리학은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은 심리학 일반을 지칭하는 반면 인본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자아실현동기를 중심으로 이론을 전개시켰다는 점에서 따로 구분된다. 실존심리학은 Dilthey, Sartre, Heidegger, Merleau-Ponty 등이 주창한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은 바 큰데 이러한 실존주의 철학을 심리학 분야로 응용 한 것은 Binswanger, Boss, Laing 등이다.
실존심리학도 인본주의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으로 부터 유래된 인과율 (causality)의 개념을 심리학에 그대로 도입하는데 반대한다. 마찬가지로 실증주의, 결정론, 유물론 역시 거부한다.18) 동기와 경험의 이해는 행동의 실존적 분석의 가장 중요한 작용원리이다. 상이하고 많은 세계내 존재양식 (mode of being-in-the-world)이 있으며 개개의 양식은 현존재가 그 자신을 이해 하고 표현하는 방식 이다.19) 실존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고유한 재능을 발전의 계속되는 과정으로 파악하며 자기완성을 향한 과정으로 이해한다. 인간을 자기 과거와의 투쟁보다는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더욱 인도되는 존재로 파악한다.20)
실존심리학은 그 범위의 광역성과 개념의 포괄성 때문에 일반적인 설명이 어려우나 가장 중요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실존하고 있는 생물적이거나 물리적인 환경 (Umwelt),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의미까지 포함시킨 인간적 환경 (Mitwelt), 개인의 신체까지 포함한 자기자신 (Eigenwelt)의 셋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러한 세계 속에서 인간은 항상 그가 만나는 살아있는 존재나 사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또 이것들을 드러내는 무수한 가능성으로서 존재한다.21) 인간은 피투성 (throwness)의 조건들, 다시 말해 인간이 그의 터전인 이 세계 안에서 자신을 어떻게 발견하는가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 참된 인간은 자기 실존의 터전을 인식함으로써 설계된다. Binswanger는 인간은 세계 내 존재 (being-in-the-world)로서 자신의 세계설계 (world-design)에 따라 특수한 상황에서의 행동과 성격특질 및 증상의 발전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22)
실존심리학은 다른 심리학과는 달리 자신의 고유한 방법, 즉, 현상학과 고유의 개념들--세계 내 존재, 존재의 양식, 자유, 책임, 성장 (becoming), 초월 (transcendence), 공간성 (spatiality), 시간성 (temporarily)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모두 Heldegger의 존재론에서 나온 것이다.23) 또한 실존심리학은 주체 (정신)와 객체 (신체, 환경, 물질)의 이원론에 반대한다. 세계 내 개인의 통일성(unity)을 중시해서 이 통일성을 해치는 어떠한 견해도 인간실존을 왜곡하고 분열하는 것으로 보며 인간을 세계 내 실존이라는 전체적 조망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란 개념이 크게 중시되는데 자유는 인간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존재의 어떤 것, 그 자체라고 본다. 24)
실존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달개념은 성장 (becoming)이다. 실존은 결코 정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 있고, 자신을 초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삶의 목표는 완전히 인간적으로 되어가는, 다시 말해서 현존재의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현존재는 인간이 갖는 하나의 속성이나 특성도 아니고 일부도 아니며 인간실존의 전체이다. 인간은 다만 자신의 세계설계 (world-design) 에 따라 특수한 상황에서의 행동결정과 성격 및 특질의 방향을 결정할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실존심리학이 너무 개인의 사적인 세계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다수의 일반적인 심리현상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항상 동일한 세계에서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에 대한 상호공존성은 동일한 현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의미를 갖게해 준다. 인간존재는 병리적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사적이지 않다. 인간존재는 항상 상호성을 지닌 세계의 공유이다. 여러 대중적 현상에 대해서도 실존심리학의 응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개인경험의 상호성과 공유성 때문이다. 즉, 개인의 경험의 세계는 공감성을 가지고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