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현상학 (phenomenology)적 접근법의 중요성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개인의 경험과 이해를 중시하는 현상학적인 접근이다. 특히 실존심리학은 현상학적인 접근 자체가 그 이론이라고 말할 정도로 관련성이 크다. 이 방법론은 경험이라는 말을 빌어 경험을 기술하거나 명백히 하는 것이다. 현상학적인 접근은 의식의 요소들을 찾고 규명하기 위해 실험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고전적 내성법 (introspection)과는 다르다. 현상학적인 접근법에서는 사건의 요소 (element)를 찾지 않으며 대신 즉각시에 나타나는 경험을 기술하고 이해하려한다. 그것은 설명되는 현상은 바로 이해되고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25) 현상학적인 보고는 피험 자 개인에 의해 주어지지만 이를 유효화하기 위해서는 내주관적 타당화 (intra-subjective validation)나 간주관적 타당화 (inter-subjective validation)의 방법 등을 사용해 그 결과들을 보다 일반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상학적인 접근에서는 과거 보다는 현재, 지금의 의식이 중요하며 인간의 自意識 (self-consciousness)과 자기 중심의 욕구 및 의미 발견에 역점을 둔다. 특히 현상적 자아개념의 발견을 위해 개인의 경험과 지각인식의 세계를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그러한 기술을 위해 전문용어나 고정된 언어 보다는 가능한 한 다양하고 의미에 맞는 말들을 사용한다. 그래야 보다 완전한 경험적 공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所與(giveness)라고 부른다.26) 개인심리의 현상학적인 세계를 밝혀낸다는 것은 결국 개인의 경험세계를 바탕으로 그의 지각 및 환경, 실존적 존재양식을 그의 고유의 느낌과 언어로써 찾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에 의해, 혹은 어떤 生得적인 본능에 의해 그러한 결과나 반응이 생겨났다거나 어떠한 요소가 가장 지배적인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현재의 존재나 사고 그 자체를 그대로 기술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Graig Thomson등은 실존/현상학적인 접근방법은 전통적인 데카르트적 사고에 바탕한 논리실증주의에 反하는 것으로 보고 논리실증주의적 사고가 기계적이고, 이원론적이고 객관성과 인과성을 중요시 여기는 반면 현상학적인 접근은 정황적이고, 총체적이고, 필연성과 직접성을 중요시 한다고 요약한다 (<표 2> 참조).27)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사회과학의 전통적인 논리실증적 방법론은 인간을 어떤 측정가능한 독립적 요소들의 합으로 보며 따라서 인간에 대한 연구는 공식 용어와 조작적 정의,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정을 통해 현상을 필요충분한 속성들로 축소화시켜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매우 이원론적인 사고를 하고있는데 예를 들면 인간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객관적인 반면 몸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주관적이며, 마음이란 외부세계를 조작하는 실체이고 세계 속의 대상은 인간의 경험과 무관하게 있는 현실인 만큼 이에 대한 진실한 기술은 수학적으로 정화하고 언어적으로 모호성이 없다는 입장이다.28)
반면 현상학적인 접근은 이와 같은 전제들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현상학적인 접근들은 분리와 인과관계, 정형화, 이원화 등의 접근 대신에 패턴 (pattern)과 形態/場 (figure/ground), 개인의 실존적인 경험과 서술을 중요시 한다. 패턴은 그 바탕이 되는 정황과 완전하게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사는 환경과 분리되게 개인을 연구하지 않고 세계 속의 인간 존재 (human-being-in-the-world)로 보기 때문에 인간의 경험은 어떤 유형적인 모습으로 파악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것이다.
형태와 장은 마치 어떤 그림이 주위의 배경과 혼돈되어 다르게 나타나 보이듯이 서로 실체와 배경이 되면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개인의 경험은 어떤 사건이 형태가 되었다가 배경이 되는 동적인 과정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또한 양자는 서로가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이며 그러나 양자가 결코 인과관계가 아닌 공동구성적 (co-constituting)이라는 것이다. 또한 생각과 느낌과 이미지와 기억은 지식 등과 같은 인간의 경험은 의도적 현상으로서 경험이 지향하고 있는 어떤 초점 (focus)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개인의 실존적인 경험과 직접적인 경험은 그의 실존의 인식의 형태를 본인의 직접기술을 통하여 통합적인 모습으로 그려낸다는 것이다.
5. 광고표현에의 응용
인본주의 심리학과 실존심리학의 제이론들은 행태주의 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 혹은 심리분석학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혀 다른 제작과 효과의 파라다임을 제시해 준다. 우선 광고의 설득방법이 정보의 제공이나 무의식적 소구, 혹은 강력한 자극 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자아실현이나 실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극에 의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의 제품과 관련된 희망이나 욕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개인의 존재를 고양하고 (enhancement) 실존적 가치를 뚜렷이 드러내거나 더 높이는 표현이어야 한다.
이 실존적 가치는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개인이 직접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암시 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달라지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제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다. 화장품광고에 있어 특정상품을 사용하는 (혹은 사용한 것으로 암시되는) 여자주인공은 화장품이 추구하는 미모와 관계없이 여형사나 보디가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단순히 개성 강한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품임을 암시하고 이미지화하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보다는 고차원적인 여성의 실존을 추구하는 광고표현을 쓴 것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반드시 화장품이라는 제품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광고표현의 발상 자체가 어떤 정보나 혜택, 본능적인 자극을 주는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연관해서 소비자가 하나의 인간으로서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가에서 나온다.
실존형 광고의 효과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흔히 말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력, 정보력, 확신력 등을 높이는 것이라기 보다는 광고로 인해 그 제품에 대해 어떤 자기충족이 일어났으며 소비자 자신과 관련해 어떤 특이한 자기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는가에 더 치중되게 된다. 물론 실존형 광고도 강력한 제품의 이미지나 연상이라는 반응메카니즘을 이용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광고효과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하나 구체 적으로 말하면 실존형 광고에서 말하는 광고의 효과는 "광고에 의해 생기게 된 상품과 관련한 자기발현적 자아인식 (self-perception)이 변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또한 "광고로 인해 상품의 이미지가 개성추구와 자아발현적인 것으로 변하는 정도"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본주의 심리학이나 실존심리학을 광고에 응용할 경우 이러한 새로운 광고효과를 자아낼 수 있는 광고표현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들 이론들은 광고의 주제나 표현의 방법, 혹은 이를 찾기 위한 접근방법 등에 있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일부 학자들의 이론들과 현상학적인 방법론은 심리학의 어떤 다른 분야 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1) 인본주의 심리학의 응용
인본주의 심리학 이론들 중에서는 자아실현 (self-actualization)의 동기에 관한 이론들이 실존광고의 창조적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Maslow와 Rogers의 자아실현이나 동기추구에 관한 이론들은 실존광고의 새로운 주제와 표현방법들을 잘 말해 준다. 먼저 Maslow는 인간동기의 계층 이론에서 B-value (being-value/ 존재가치)에 관한 이론을 주장했는데 이 존재가치 이론의 예들은 실존형 광고의 제작에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건강한 인간의 성취동기는 생리학적인 필요à
안전에 관한 필요à
소속 및 사랑에 관한 필요à
존경의 필요로 발전하고 그 이후는 자아실현의 필요가 나타나게 되며 그에 따라 B-value들을 끝없이 추구하게 된다 는 것이다. Maslow는 자아성취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B-value의 종류와 그 특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였다. 다음은 Maslow가 밝힌 중요한B-value의 종류와 이를 이용한 광고의 가능한 표현이다.
진(truth)-여기서의 진은 도덕/윤리적인 차원의 것이 아닌 인간의 자기충족 욕구의 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식과 진실에 대한 한없는 갈구가 그것이다. 실존형광고의 주제로는 별로 쓰이고 있지 않은 주제인데 인간의 끈질긴 집념이나 개성으로 승화시켜 나타낼 수 있는 주제이다. 술이나 담배와 같은 쾌락성 제품에는 어울리지 않으나 진지하거나 집착적인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제품의 광고표현주제로 쓸 수 있다.
선(goodness)-인격적인 선을 말하는 것으로 성격과 행동적인 면에서 남의 칭찬과 존경을 받는 것을 말한다. 제품의 종류에 관계없이 보여 줄 수 있는 주제이다. 광고에서는 단순히 좋은 인품을 갖춘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의 추구와 현실초월(transcendence)의 방법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직업인이나 생활인의 삶의 형태를 통해 선의 동기를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선물이나 여러사람을 위해 쓰여질 수 있는 제품의 광고주제로 적합할 것이다.
미(beauty)-아름다워질려는 욕구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자기충족의 특이한 동기이다. 미란 자기자신에 대한 인식은 물론 남의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는 것이다. 최고의 경지에 오르듯 한 없이 추구하는 미적욕구는 현대광고에서 가장 잘 이용되는 광고주제이다. 천편일률적인 미보다는 인간마다의 개성을 강조하는 미가 주효할 것이다.
통합성 (unity/wholeness)-세상을 정형화되거나 대립 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통합되고 단순하게 바라 볼려는 노력이다. 만물을 넓게 보고 종합적인 원리를 찾을려는 노력이다. 특히 이분법적인 사고로부터의 탈피가 중요하며 현실 초월과 미래투시의 컨셉이 주효할 것이다. 광고에서는 고급 기호품의 제품에 어울리는 주제이며 휴매니티 광고(차별철폐, 남녀평등, 인류사랑 등을 강조하는 광고)의 주제로도 적합하다.
생동성 (aliveness)-항상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추구하며 타의나 외부적인 힘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생동감이 넘치는 삶은 기계적인 행동을 거부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항상 추구하며 움직이는 동기를 말한다. 광고를 통해 현대인의 무기력하고 자유를 잃은 타성적 일상에서 탈피하여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현대광고에서 많이 사용되는 광고주제 중의 하나이다. 코카콜라나 펩시콜라의 광고주제로 등장하는 신나는 세상의 표현은 생동성이란 존재가치의 이용으로도 볼 수 있다.
독특성(uniqueness)-일단 개인의 기본욕구충족이 이루어 지면 인간은 남과 달라지고 싶어한다. 독특함의 동기는 나만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성취를 추구하는 인간은 자신의 독특함을 남이 흉내내는 순간 또 다른 독특함을 가질려 한다. 광고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개성과 차별화의 전략을 보다 적극화 하여 나만의 세계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주재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상품의 개성을 보다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다. 여성과 청소년들을 위한 제품의 광고주제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독특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광고를 통해 보다 정당화해주는 시도도 해볼만 하다.
완성 (completion/finality)-한 가지 일이나 목표를 완성 하려는 동기 이다.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대상은 자신의 일일 수도 있고 취미나 진리에 대한 추구일 수도 있다. 물론 일의 완성 여부는 자신 만이 결정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고민과 갈등의 자기 극복이 주제가 된다. 최근 실존형 광고에 자주 나타나고 있는 주제인데 장인정신이나 프로정신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광고에서 이 분야에서 보다 다양한 주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완성을 위한 절차, 완성의 모습, 새로운 완성의 추구 등 여러 각도에서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단순성 (simplicity)-복잡하지 않은 간결한 행동이나 삶의 행태를 뜻한다. 일상의 복잡함을 최대한 단순화 시키고 단순적 질서를 찾을려는 동기이다. 이 단순화의 동기는 인간의 능력이 될 수도 있고 삶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 능력의 경우는 복잡한 여건과 상황을 간단령료화 시킬 수 있는 의지 혹은 지혜를 말하는 것이고 삶의 방향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도리어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장점과 혜택을 강조하는 것이다. 광고표현에 있어서는 초월성이나 독특성의 주제와 유사하기 쉬운데 고전이거나 단순한 멋을 자랑하는 상품의 경우 '단순한 삶의 추구'라는 광고테마가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수월함(effortlessness)-힘들이지 않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상태를 갖출려는 동기이다. 일에 막힘이 없고 쉽고 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서툴거나, 피로하거나 짜증을 느끼는 상태에서 탈피하려는 동기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진문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반드시 지니고 있는 동기이다. 광고에서는 현대사회의 성공한 직업인들이나 전문가들의 수월스런 삶의 모습을 통해 이 동기를 주제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수월함에다가 단순성을 합해서 실존적인 삶의 한 형태로서 표현한 수도 있을 것이다.
유쾌성(Playfulness)-항상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마음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우울 함을 극복하고 만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질려는 동기를 말한다. 고민을 하지만 목표에 대한 성취와 인간적인 입장에서의 고민이지 우울증적이고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광고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밝고, 상쾌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상례이며 특히 상품의 기능에 의해 그러한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품의 기능과 관계 없이 '성취하는 인간이 가지는 특성'으로서 이 동기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생동감 넘치는 인간과 생활이란 제품사용의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있다.
자기자신감(self-sufficiency)-자신감을 가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남에게의 의존을 탈피하고 자신하나로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동기이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가에 상관 하지 않으며 자기의 삶에 대해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신감을 말한다. 광고에서는 흔히 성공한 사람의 자신감을 주제로 하는데 주부나 직장인 등 일반인을 소재로 한 self-sufficiency의 현시도 가능하다. 자기의 살아가는 방향에 대한 믿음과 자기 일의 소중함, 자신에 대한 통제력, 남에 대한 도움의 여유 등을 소재로 이 동기를 광고에 나타낼 수 있을 것 이다.
의미성(meaningfulness)-인생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동기이다. 기계적이고 피동적 인간을 거부하며 산다는 것, 일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등 자신의 주위의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인정하려는 동기이다. 자기성취를 이루지 못한 사람은 결코 의미부여의 동기를 갖지 못한다. 그럴 여유와 실존적 삶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고를 통해 인간 삶의 주변에 있는 많은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 직업, 일, 친구, 고향, 사랑, 조국 등은 그러한 광고를 통한 의미부여를 쉽게 할 수 있는 주제들로서 획일적인 의미가 아닌 개인의 독특하고 실존적인 의미의 강조가 중요할 것이다.
기타-여기에 열거한 것들 이외에도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이 밝힌 존재가치 (B-value)는 상당히 많은데 풍요성 (richness), 정의 (Justice), 질서(order), 초월 (transendence) 등 다양하다. 물론 이러한 존재가치들은 개인의 자아실현의 동기라는 이론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진 것들이며 광고와 같은 대중적인 설득을 위해 사용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새로운 광고컨셉이나 표현방법의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설명한 존재가치와 함께 실존형 광고의 아이디어를 제시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개념은 절정경험 (peak experience)이다. 절정경험은 존재가치로 나타나는 성취동기들이 집중적으로 추구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절정경험과 유사한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학자들 마다 기술이 다소 다른데 Maslow는 이러한 절정경험을 느낀 사람은 세 상이 다르게 느껴지며 더 많은 절정경험을 느낀다고 주장한다.29) Maslow가 설명하는 중요 절정경험의 상태는 1) 보다 통합되고 (integrated, whole, unified) 2) 세계와 일체감을 느끼며 3) 자신의 힘의 절정상태에 있음을 느끼고 4) 보다 독창적, 활력적, 자기통제적이며 5) 외부로 부터의 장애나 의심이 없고 자발적이며 6) 보다 유연하고 특이 하며 7)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8) 되고자하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으며 9) 충동적이지 않고 10) 시적 (poetic)이고 광서적 (rhapsodic)이며 11) 최후적이고 (final) 12) 유머와 함께 어린애와 같은 천진함을 나타내며 13) 행운과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다.30)
이 절정경험들은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환상적인 경험이며 반대로 물질적이고 인생에 대해 기계적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가지기 힘든 경험이라고 한다. 이는 매우 경이롭고 쾌활하며 자기충족적인 경험이다. 이러한 절정경험들은 어떤 출세적인 만족감과는 다르며 또한 종교적인 경이감과도 다른 것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절정경험은 매우 특이한 것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나 공통적인것 은 생활 속에서 간헐적으로 느끼는 정신적 쾌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이거나 육체적인 쾌락과도 구분되는 것이다.
이러한 절정경험의 상태들은 잘 표현할 수만 있다면 실존형 광고주제의 표현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광고의 카피와 영상 매체의 표현에 있어 좋은 지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등장인물의 표정, 대사, 나레이팅, 분위기, 스토리 전개에 있어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광서적이고 시적이며 어린애와 같은 천진성이 절정경험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은 실존적 광고표현에 있어 시도를 고무시킬 것으로 보인다.
Roger의 완전기능적인 인간(full-functioning person)에 대한 개념과 설명은 Maslow의 존재가치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실존형 광고의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Rogers는 완전기능인의 특성은 모든 경험에 대한 개방과 독립성, 창조성이라고 주장했다. 그 중에서도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완전기능인의 가장 중요한 필수요건으로 강조했다. 이러한 완전기능인의 개념 중에서 광고의 주제로 가장 적합한 개념도 경험에 대한 개방성으로 본다. 경험에의 개방은 적절한 사람의 행동과 기능을 위해 중요한 효과를 가지는데 타인에게는 단조롭고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많은 경험을 감동적으로 만드는 사건들에 대한 경이와 감수성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상품과 간접적으로 관계되는 많은 경험들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광고의 주제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화장품광고에 나오듯이 여성이 형사나 보디가드로 등장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며 그러한 경험에 대해 일반 여성소비자들이 개방적인 마음이 들도록 광고의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다. 혹은 남성이 여성적인 일을 하거나 그 세계로 빠져드는 것도 광고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일수도 있다. 광고메시지에서는 새로운 경험세계를 감동적이고 개방적이고, 공감적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그러한 경험세계는 도전적일 수도 있고 감흥적일 수도 있다. 또한 휴매니즘을 포함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새로운 경험에 대해 받아들이고, 공감하고, 혹은 심취함으로 해서 자신존재의 가치를 고양시키는 인간의 모습을 이미지화해야한다는 것이다.
2) 실존심리학과 현상학의 광고이용
실존심리학은 인본주의 심리학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광고의 주제나 표현에 이용할만한 자아실현 동기나 절정경험 같은 구체적 개념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이 소비자 개인에게 줄 수 있는 존재론적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상학적인 접근으로 그러한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품의 존재론적 의미라는 것이 그 기능과 이용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상품의 이미지나 외형적 특성과 소비자 개인의 독특한 존재적 생활방식과의 어울림에 더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즉, 소비자가 어떻게 상품의 사용을 개성화시키며 어떻게 그러한 상품을 사용하는 자신에 대한 존재론적 모습을 발견하는가를 광고에 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세계 속의 존재 (being-in-the-world)라는 관점에서 모든 가능성 까지 내포해야 한다. 어떠한 방식, 혹은 형태로도 나와 제품 간의 관계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맥심커피를 마시는 개인은 어떤 존재로 자기자신을 생각하며 맥심커피를 생활의 일부로 하는 한 개인의 세계 속의 존재모습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맥심커피와 나의 존재의 만남의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제대로 밝혀내면 유용한 광고의 표현이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존심리학은 현상학적 심리학이라고 불리우리만큼 현상학적인 접근법을 중요시 한다. 기 존의 설문이나 내성법 (Introspective), 그룹인터뷰 등으로는 실존심리학에서 필요한 개인의 독특한 존재인식의 세계를 그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정형화되거나 인과론적인 연구방법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소비자 한 사람이 맥심커피를 마실 때 그러한 자신 스스로의 인식의 모습을 대화나 상담을 통해 본인 스스로의 기술을 통해 현상학적으로 그려내야 하며 그 상품이나 제품과 관련한 모든 자신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실존심리학자들이 환자를 상담하는 방법과 흡사하다.31)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실존적 자아와 현상적 자아개념의 이용이다.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은 실존심리학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현상적 환경과 현상적 자아 속에서 자아개념이 생기는 것이라면 인간은 모두 이에 근거해서 사문에 대한 인식을 하고 평가를 하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제품이나 상품과 같이하는 나, 혹은 그것을 좋아하고 사용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 가 문제가 될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는 나는 패배를 모르는 용감한 사람일 수도 있고 현실적 초월을 이루려는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다. 혹은 광서적인 초인일수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그 자신의 언어와 표현으로 나타나야 한다. 현상학적 분석에 의한 소비자 개인의 특이하고 분명한 경험기술의 예를 들어본다.
"늦은밤 회사에서 돌아온 나는 혼자 다시 서재에 앉는다. 새벽 1시 다 술이 약간 덜 깨었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게도 느껴진다 식구들은 이미 자고 있다. 창문을 여니 초가을의 상큼한 바람이 들어온다. 아파트 동네라 웬지 낮의 혼잡스럼이 바람에 묻어있기도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어제 읽던 「국제화전략과 기업 운명」을 다시 편다.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무도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는 쾌감이 있다. 부엌에 나가 가스렌지에 물을 끓인다. 초이스커피를 탄다. 프림은 잔뜩 넣었으나 설탕은 한 스푼이다. 몇 잔이라도 마 음대로 마실 예정이다. 내일은 일요일이 아닌가 이 커피는 진하게 타야 제 맛이 난다. 책장을 넘긴다 생각 보다 내용이 어렵지만 재미가 있다. 이 커피의 맛은 부드러운데 향은 가을 낙엽의 냄새가 풍긴다 담배는 삼가야겠다. 월요일 회의에는 나의 주장을 보다 솔직히 이야기 해야겠다"
이 기술은 초이스커피를 애용하는 한 30대 회사원의 경험적 감상을 실존심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상당법에 의해 정리한 것이다. 그가 밤늦게 혼자 마시는 맥심커피의 분위기를 대화를 통해 정리하고 가상적인 기술을 첨가해 보고한 글이다. 여기서는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하는가라는 질문도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기분과 생각의 경험을 그 자신의 용어로 자유롭게 그리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분석자는 그의 단순한 기분 보다는 그가 초이스커피와 함께 할 때 느끼는 외부세계와의 연계상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모습, 자아실현의 성취동기 및 갈구,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 인식, 실존에 대한 가능성과 책임성 등을 찾아낸다.
이러한 현상학적인 보고는 한 개인의 초이스커피에 대한 특유한 지각과 경험의 세계를 밝히고 있는데 면밀히 분석하면 커피광고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발굴케하기에 충분하다. 이 보고에는 특이성, 활동성, 완벽성 등의 존재가치가 자기존재의 인식의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공감적인 면도 강하다. 환경과 대인관계와 자기존재의 고유한 인식이 한데 어울려 야심있는 한 직장인의 실존세계가 초이스커피의 분위기와 함께 잘 나타나 있다. 물론 이러한 광고주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감여부와 메시지 이해정도에 관해서는 실증적 조사의 과정이 필요 하겠으나 가장 중요한 광고의 소재 및 표현, 컨셉트의 제공이란 면에서 가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본다.
6. 토론 및 제시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의를 유도하는 광고나 마케팅에서 절대적인 원칙이란 없는 만큼 모든 가능한 접근방법이나 이론의 적용이 가능하고 또한 필요하다. 광고학이나 마케팅학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새로운 대 소비자접근의 파라다임이나 이론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제3의 심리학 세력이라고 불리 우는 인본주의 심리학이나 실존심리학의 적용노력은 다른 심리학 파라다임에 비해 매우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러 마케팅연구나 소비자심리연구에서 이러한 시도들이 부분적으로 있어 왔으나 양적으로 부족할 뿐더러 특히 광고의 표현에의 적용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이나 실존심리학은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기본적인 이론과 방법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광고표현에 이용하기는 어렵다. 광고란 기본적으로 설득을 목적으로하는 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모든 자극이나 개념은 광고하는 상품과 연관을 지어야만 하며 결국 상품의 이미지 와 연상의 메카니즘을 통해야만 할 것이며 따라서 어떤 전략적인 목표를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자아실현이나 존재의 의미를 강조할 수 있는 실존가치라 할 지라도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든가 상품과의 연상이 어려운 경우는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장기적인 이미지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영방법에 있어서는 자구과 반응으로 대표되는 고전적 조건화의 원칙들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상품과 잘 매치되고 차별적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주제와 표현이 필요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전조사와 실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존형 광고의 운용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1) 상품의 직접적인 사용을 통한 목적의 달성이나 생활의 변화가 아닌 상품 사용자의 전반적인 품격이나 개성을 강조하는 광고라야 한다. 2) 등장인물의 성격이 중요하며 이는 소비자의 실존적 내면세계와 동일시를 일으킬 수 있는 연기와 카피를 필요로 한다. 3) 하나의 광고 보다는 여러 개의 실존형 광고를 수렴적 효과가 일어나도록 운영한다. 4) 이미지 차별화를 위해 가능하면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은 존재/실존가치 및 절정경험의 표현들을 사용한다. 5) 사전조사를 통하여 소비자의 자아인식 고양 등 효과성이 검증된 실존주제를 사용한다. 6) 일단 실존형 광고의 전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미지광고를 중시해야 하며 정보제공이나 설득적인 효과를 노리는 접근방법은 피해야한다. 7) 포스트모던 광고나 오락적 광고와 구별해야 하며 실존심리학의 원칙과 이론을 따라야 한다. 8) 실존광고는 신문과 같은 정보전달형 광고매체 보다는 TV와 같은 영상매체가 더 적합하다 9) 기호제품의 이미지 고양에 보다 적합하다.
광고의 표현기법은 날로 다양해져 가고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소비자의 생활환경과 경쟁, 새로운 매체의 출현등에 그 원인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광고의 현상이나 설득효과를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심리학 이론의 동원이 필요한데 전통적으로는 행태주의 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그것은 광고를 기본적으로 자극과 정보전달에 의한 반응조작이라는 구조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광고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인간의지의 발현을 주제로 한 이른바 존재추구적 광고의 학문적 설명을 위해서는 새로운 심리학적 파라다임으로의 사고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제품이나 상품의 특성, 효용 등에 관한 일체의 정보제공이 없음은 물론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이미지의 설정도 없이 자아추구의 강렬한 像 만을 나타내는 많은 광고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소비자들에 대한 새로운 어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 시키고 있다. 이러한 실존형 광고들이 유행한다면 학계에서는 우선 그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서 그러한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인 제작 지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바로 인본주의 심리학파 실존심리학, 그리고 현상학적 접근에서 그 해답을 구하고자 했다.
물론 이러한 인본주의 심리학이나 실존심리학이 쉽게 광고의 조사나 제작 실무에 응용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효과의 측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원래 인본주의심리학이나 실존심리학의 근본취지나 가정이 광고와 같이 인간의 태도변화 즉, 설득적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는 적합하지는 않다. 특히 광고가 기본적으로 자극에 의한 반응의 효과를 따지는 것인 만큼 실증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 많은 이 심리학 파라다임의 한계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두 심리학 이론에서 밝히는 인간존재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과 구체적 동기의 응용이다. 광고란 인간의 모든 욕구와 현실이 가장 뜨겁게 교차하는 상업메시지라고 볼 때 바로 이러한 개인존재와 동기를 있는 그대로 밝혀낼 수 있다는 면에서 유용성을 재공하고 있다.
과연 성취동기와 실존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광고가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제품의 구매라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효과측정기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동기성취의 주제를 상품과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가의 어려운 문제도 숙제로 남아있다. 단순한 이미지 광고와 차별되는 존재광고의 정확한 정의도 필요하다. 이러한 광고를 단순한 유행 이상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합한 이론적 설명이 필요하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이론적 설명의 시도와 가능성을 부각시키고자 했으나 그 이상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