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광고표현에 있어 일본영향에 관한 사적 연구
이영희(이화여자대학교 정보디자인과 교수)
I. 서 론
흔히 한국의 근대사는 침략에 대한 대응과 근대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수반해야 했던 수난의 시대로 일컬어진다.1)
일본의 예속에서 벗어난 후 민족기업의 광고가 탄생하던 50년대를 지나 60년대,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미국광고형식을 접하면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어 왔다.
연구자는 그 동안 우리나라 광고가 수십년 동안 발전해오면서 어떤 표현특징이 있으리라는 데에 관심을 가져왔다. 본 연구에서는 그 탐색작업의 한 방법으로 문화유입이 되었던 일본표현과의 비교를 통하여 우리 것의 개념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디자인학연구, 광고표현연구에는 직관적, 감각적 특성으로 인하여 계량화 과학화하기 어려움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화려한 외양에 비해 그 기반연구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본 연구는 일본의 한국침략에 따른 정신적 피해가 우리의 구체적 조형의식 속에 어떻게 자리잡고있는가 하는 것을 통하여 한국광고표현의 현주소를 파악해 보는 것이 목적이다.
외세의 영향이 광고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고찰하기 전에 양국의 조형성연구의 선행이 순서일 것이다. 따라서 우선 양국의 조형성을 개괄하고 일본의 조형성이 우리나라 광고에 나타난 사례를 살피고자 한다.
II. 한국과 일본의 조형의식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형의식의 의한 표현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은 고유섭, 진홍섭, 전규태, 최순우의 "韓國의 美" 의식구조 전반을 다룬 이규태, 일본과 한국의 문화비교를 다룬 이어령, 김용운, 사회심리적 조사를 한 김재은, 그리고 지정학적입장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조형의식을 연구한 김영기에 의하여 다루어 왔다. 본 연구에 앞서 연구자는 광고카피를 분석한 "조형성에 있어 한국의 부드러움과 일본의 예리함에 관한 연구"를 1995년 한국 디자인학회지에 발표한바 있다. 다음의 양국의 조형성에 관하여는 상기논문을 보완 요약하였다.
1) 한국의 조형의식
·붓의 문화-文의 문화 -부드러움
한국의 붓의 문화와 일본의 칼의 문화의 기본 틀은 김용운의 견해 "한국인과 일본인" 기초로 한다. 우리는 반도라는 조건에서 대륙적 성향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또한 해양적 경향을 띄고 있다. 성품들은 온순하며 일찍이 文의 문화라 할 배경을 가지면서 지정학적특성으로 인한 주변국들과의 마찰에 의해 고난의 경험들을 어느 민족보다도 많이 해왔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내심, 불명료성, 강인함, 연약함, 우유부단(함석헌의 三寒四溫설), 관대함(春園 이광수), 좋은 관계유지(김재은) 등 상반되면서도 복합적인 성향의 민족특성을 소유하게 되었다.
상기한 선행연구에서 우리의 문화특질개념 중의 하나를 "부드러움"이라고 보았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思惟하는 것이며 구체적 언어로 교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언어에서 부드러움이라는 표현을 무척 다양하고 넓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가 부드럽게 나간다, 그 사람 인상 참 부드럽다,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다, 그 사람 표정은 항상 부드럽다, 담배맛, 술맛이 부드럽다, 말씨를 좀 부드럽게 쓰라, 그리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자! 이제 슬슬 몸을 풀어볼까"라고 말한다.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야 무슨 일을 했다고 이어령은 말한다.
2) 일본의 조형의식
·칼의 문화-武의 문화 -예리함
초기 일본의 엘리트는 무사이자 동시에 통치자였다. 중국의 문치주의의 영향이 7세기이후 4세기이상 일본의 무인통치의 전통을 억제하려했으나 12세기에는 무인귀족이 사무라이라는 형태로 재등장하게 된다. 사무라이정신은 일본전국시대 이후 무사계급을 정신적으로 지탱해온 힘이었다. 또한 일본에 근대적 정권을 세우고 근대화의 작업을 수행하였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군인들이었다. 막부타도와 유신의 주역들은 하나같이 긴칼 짧은 칼을 찬 무사였다.2)
산이 많은데다 산세가 유연하지 못한 일본의 지형은 일본의 향토를 수많은 지역으로 세분하였으며 일본문화의 흐름은 이 고르지 못한 지형 위에서 펼쳐졌다. 무사적 기질과 지정학적환경이 온건하지 않는 도전적 조형의식의 근간이 되었으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일본어에 칼과 관련된 것은 많다. 기리아게르(切リ 上げる) 기리가에(切リ換え) 기리가에시(切リ返えし) 기리노(切リ能)라 한다. 무엇이든 끝낼 때는 칼로 자르듯 함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인은 흔히 "몸에 녹이 슨다"는 표현을 한다. 인간의 몸을 칼에 비유한 말이다. 앗싸리(あっさリ) 하다는 말도 일본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시원스럽다, 산뜻하다라는 뜻이나 깨끗이 맺고 끊음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어에 있어 칼과 관계된 단어는 무수히 많다.
이같이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서도 고대사회를 이루는데 있어 한국은 상호 공생적이었고 일본은 완전히 정복적 이었음이 나타나고 있다.
조형적 특성에 관하여서 거슬러 올라가 조몬문화라 일컫는 기원전 7, 8년부터 야요이시대가 시작되는 B.C. 3세기경까지의 새끼줄무늬토기의 조몬토기나 토우 등의 "陰의 조형세계" 즉 담쟁이덩굴이 휘감고 들거머리나 뱀들이 우글거리는 습하고 음침한 숲이 온종일 수렵과 채집에 몰두했던 자연환경이었다는 것은 일본문화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으로 최근 들어 대두된 것인데3) 이 조몬문화가 일본적 조형성의 한 면을 이해하는 유효한 한 방향으로 생각된다. 국제일본문화센터 교수인 쓰지노부오는 조몬문화에서 일본의 "꾸밈"문화의 근거를 찾고 있다. 꾸밈에 대한 열정이 원시인들에게는 공통적인데 조몬인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장식에 몰두했던 6C 중엽 인도, 중국과 같은 대륙으로부터 금은 보석, 부처, 가구 등의 유입으로 꾸미는 문화가 고착되었다고 본다.
지리적 고립은 미시적, 부분집착 등의 성격을 형성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축소지향은 눈과 귀와 머리보다는 손으로 보고 듣는 추상적 사고력이 없는 민족성과 연관된다.
양국의 문화특성 중 몇 가지를 지정학적, 문화, 예술, 의식주 및 사회전반에 걸쳐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가나가와 파도
전형적인 일본회화이며 浮世繪의 대표격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파도>는 그 파도표현에 있어 그야말로 날카롭고 위협적인 일본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쓰지노부오는 日本美術 見方에서 "거창한 물결이 작은 배를 향하여 할퀼 듯이 덤벼든다"고 묘사하고 있다. <가나가와 파도>에 대하여는 많은 비평의 글이 있는데 <藝術의 意味>에서 허버트리드는 "그 용솟음치는 움직임 속에 들어가 높아지는 파도와 그 중력 속에 긴장감을 느끼고……"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 김윤겸의 坡上神仙는 파도를 타고있는 신선을 그리고 있는데 파도의 표현은 마치 부드러운 실크처럼 묘사되어 있다. 파도와 신선은 하나가 되어 안정감을 주고 있다.
위의 연구를 토대로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여 일본광고표현의 조형적 특성을 정리하였다.
III. 연구내용과 방법
일본의 영향은 제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 제품계획 (product planning) …… 제품, 제품명 ,포장디자인
광고계획(advertising stratege) …… 전략
표현전략 (creative stratege ) …… 모델, 광고표현의 톤앤매너, 고기법, 카피 등.
경제발전 과정에 있어 우리나라의 수많은 제품 중 제약, 조미료, 전자제품, 세제, 식품 등이 일본의 기술을 모방 내지 도입하여 생산판매한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正露丸, 조아 등과 같이 일본의 제품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거나 미원, 꼬깔콘 등 전면 또는 거의 그대로 제품포장디자인을 하고 있는 예는 무수히 많다. 전략에서의 예도 수없이 많은데 프레미엄전략을 위시하여 조미료 등 수많은 제품에서의 사은품제공전략, 추석이나 세모의 특수 세트판매, 단풍세일과 같은 우리 민속명절과 관계없는 세일판매 등이 그것이다.
본 연구는 표현전략에 한하였는데 첫째, 일본의 광고자료를 통하여 상기한 조형성이 나타나있는가를 살피고자 한다.
둘째, 한국의 광고에 상기한 조형성이 시대별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고찰하였다. 인쇄광고, 전파광고 공히 비주얼, 카피, 오디오 등 조형요소를 모두 분석요소로 하였다.
1) 연구범위와 자료수집
일본광고 …… 1920년부터 1995년
1920년 - 1960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959, 1960, 1965, 1970, 1975 主婦의 生活 잡지-인쇄광고 1966, 1972, 1975, 1977, 1979, 1982, 1984년 일본광고연감 또는 카피연감, CREATION에 실린 2천여 개의 인쇄 및 전파광고(still). 1920년-1960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는 일본광고들이 종종 실렸는데 한국신문에 실린 일본광고는 직접적 텍스트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1985년, 1986, 1994년, 1995년-TV광고(OTTO자료) - 737개.
총 2700여개
한국광고 …… 1920년부터 1995년
1920, 1925,1940, 1945, 1950, 1955, 1956, 1960, 1962, 1965, 1970, 1971, 1975, 1980, 1982, 1984, 1986, 1988, 1990, 1992, 1993, 1994, 1995년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그리고 1970년, 1975년, 1980년, 1985년, 1990년, 1995년까지는 역사가 가장 길고 특정기업소속이 아닌 여성지 여원잡지광고(219개)를 인접한 자료끼리 서로 달이 겹치지 않도록 하여 무작위로 1392점을 수집하였다.
그리고 발간시부터 광고정보, 한국광고와 제일기획, 엘지에드, 코래드, 동방기획, 오리콤, 대방기획, 삼희기획 사보의 그 달의 우수 제작물 화보 중 각사 무작위로 합계 1120개…… TV광고(still)를 그 대상으로 하여 총 2921개 자료를 택하였다. TV광고는 연구자가 소장하고 있는 다수의 VTR테입을 참고하였다.
2) 분석에 따른 논의점과 한계점
-일본적 특성에 관한 문제:자료를 분석함에 있어 한나라의 문화특성이 자생적 특성과 더불어 외국문화의 유입에서 후천적으로 생성된 특성이 있는바 본 자료에서 얻은 특성은 일본이 모방한 서구감각과 관련될 수 있는 점이다.
<모방>과 <영향>의 구분문제: 본 연구는 일본광고의 모방사례에 관한 연구가 아니라 광고제작현장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조형요소들 중에 일본이 원천인 조형요소를 찾아내고자 함에 있다. 그러나 분석하면서 그 한계에 애매성이 있었던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사적고찰에 따른 통계상의 문제:연구범위의 초기라 할 수 있는 1920년부터 1950년, 60년대까지는 절대광고수가 적은 반면 영향요소가 많이 발견되었으나 그후 70년대, 80년대, 90년대로 오면서 광고수가 급격히 많아지고 그 영향도 일부 특성을 제외하고는 미미하게 수집되어 분석충분한 자료를 택하기 위하여 규칙적인 년도 분류가 불가능하였다.
3) 분석방법
여러 사람에 의한 다단계분석의 보편타당성에 관하여 광고전공 대학원생인 연구보조로 하여금 분석을 의뢰하였던 바 감각에 관한 개인차와 자료의 방대성으로 분석의 객관성,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연구자의 직관에 의하여 대표작들을 분석 기술하였다. 연구자가 1차로 분석하고 2차조사로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일본과 한국의 추출된 자료가 의도하는바 특성이 나타났는가를 검증하기 위하여 무작위로 인쇄, 전파광고(비디오 테입) 각각 10점씩 선정하여 제시한 후, 10명의 응답자에게 반응을 범주화를 하지 않고 자유로운 언어 보고법에 의해 내용분석 하였다.
응답자특성
남 … 50대 1 명(대학원졸), 30대 1명(대학원졸), 20대 3명(대학생),
여 … 40대 1명(주부), 20대 3명(대학생), 10대 1명(고교생)
IV. 분석결과
일본자료 검증시 수집된 표현은 다음과 같다.
- 과감하다. 파격적이다. 부드럽지 않다. 단조롭다. 강렬하다. 단순하다. 현대적이다. 놀라는 것 같다. 멋지다. 힘이 있다. 간결하다. 무섭다. 어색하다. 이상하다. 일본적이다. 예리하다. 기분 나쁘다.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극명하다. 성적이다. 변태적이다. 퇴폐적이다. 일본 종이접기 같다. 부자연스럽다. 절단되어 보인다. 안 맞는다. 병든 것 같다. 고양이같다. 깔끔하다 우울하다. 차갑다. 환상적이다. 떠들썩한 분위기이다. 깨끗하다. 인위적이다. 통제되어있다. 어둡다. 무겁다. 적극적으로 상품을 권장한다. 재미있다. 코믹하다. 화면전환이 빨라서 신난다. 만화 같다. 발랄하다. 접근하기 어렵다. 싫다. 산뜻하다.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의미심장하다. 상징적이다. 충동을 자극한다. 정신이 없다. 자극한다. 시각적 효과가 크다.-
일본적조형성이 두드러진 우리나라 제작물에 의한 검증시 수집된 표현은 다음과 같다.
- 완성도가 떨어진다. 따로 논다. 잘 안 맞는다. 유치하다. 징그럽다. 일본 것 같다. 억지스럽다. 중압감을 준다. 거북스럽다. 웃긴다. 이런 광고 그만했으면 좋겠다. 질렸다. 전달이 안된다. 잔인한 것 같다. 색다르다. 재미있다. 신기하다. 우리나라 광고 같지 않다. 영아니다. 감각적이다. 너무 대비가 강하다. 기분나쁘다. 조잡하다. 멋있다. 촌스럽다. 획일적이다.-
이상의 언어들은 다음의 6가지 특성에 대체로 적응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 특성과 강하게 표현되고 있는 광고의 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적조형성은 다음의 6개의 특성으로 한정하였다.
1) 일본광고의 조형적 특질
(1) 카피의 축약
문안을 잘라 생략하여 간결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4자성어(四字成語)는 원래 중국에서 전래된 한자 표기법이나 이같은 표기법이 일본인 정서에 잘맞으리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많은 예가 시대에 따라 나타나고있다. 1940년대부터 보이고있는 제약광고에 나오는 적응증 즉 消化第一 (威和위장약 1920년), 堅固低廉,補腎補陽(七神丸), 産前産後, 피로회복, 그리고 營養增進 體力强化에 포리타민(1940년), 아스파라 L은(1966년) 疲勞回復, 心臟疾患, 肝臟疾患, 산토리의 日本秋色(1974년), 깃고망 夫婦同卓(1975년) 그후 1996년 자료에서 變身願望, 嚴選素材 등 무수한 예가 발견되고 있다. 麒鱗送子(1985년 기린맥주 ACC상 수상) 또한 오늘날까지 인쇄광고 뿐만 아니라 주로 TV광고의 마지막에 나오는 新發賣, 新登場(1996년), 新食感(1996년 크리퍼과자)(1979, 광고1)과 같은 3자성어도 특성으로 볼 수 있다.
(2) 작위적 질서
조작적 집단주의, 작위적 질서에 의한 경직성 등이 이 특징의 성격이라 보았다. 4백년 역사를 지닌 일본 깃고망간장의 수십 년간 광고의 표현전략을 살펴보면 일본의 문화적 특성이 잘 나타남을 볼 수. 일본 식생활에서의 필수품인 깃고망간장의 광고는 이미 1950년대부터 시작하여 1970년대에 그 표현이 절정을 이루면서 오늘날까지 일관되고 있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다다시오하시(大橋正)란 일러스트레이터에 의해 1950 년대부터 현재까지 마스코트 깃꼬짱에서 부터 시작하여 모든 신문이나 잡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지고 있다.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대개 요리재료인 야채, 생선 등인데 그 표현재료가 다양하기도하거니와 그 표현이 우리와 비교해 독특하다. 우리의 그것은 대체적으로 볼품 있게 디스프레이를 하거나 여러 재료를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려 레이아웃하기 일수인데 여기서는 보통 무우 한 개, 피만 두 개, 연근 한 개 등과 같이 단출하게 처리하고있다. 그 배치에 있어서는 똑같이 마주보고 있게 한다던가 수평이나 수직으로나 완전히 정리된 화면구성을 하고있다. "1972년 엄마가지 딸가지"라는 헤드라인으로 가지 둘을 중앙에 그려넣고 있는 신문광고(광고2), 그리고 온갖 야채나 조그만 멸치 같은 생선의 표현은 일견 깔끔하니 다듬어 가지런히 레이아웃한 것이 산뜻해 보이나 흐트러짐이 없이 경직되어 있다.
최근 칸느수상작인 닛싱의 컵누들광고는 일본적 작위성이 여실히 드러남을 볼 수 있다. 쌍둥이 같은 두사람에서부터 많게는 십여 명이 집단으로 정렬하여 같은 행동을 하는 조작적 집단주의 표현이 많이 발견된다. TV에서는 때로는 같은 옷차림으로 일사불란한 동작과 CM송을 합창한다.
까스FF난방기 (1986년) … 버스에 여성들이 나란히 앉아서 똑같이 행동한다.
마르고메식품(1986년) … 머리를 똑같이 깎고 같은 T샤츠를 입은 어린이들이 나란히 앉아 제품을 머리위로 나르고있다.
하트맨(1986년) … 7명의 남자들이 동물마스크와 검고 흰 복장을 같이하고 눈 위에서 구르며 송을 합창하고 있다.
celeb (1994년) … 화장품은 헤어밴드를 똑같이 한 비슷한 얼굴의 여성들이 나와 제품사용을 실연해 보인다.
001(1996년) … 외국인도 포함하여 흰양복을 입은 6 명의 남자들이 춤추면서 요금이 싸다는 내용의 송을 부르고있다.
(3) 수직적 구도, 예리함.
일본에서 발행되는 CREATION 1989.NO.1 에서 일본 그라픽분야의 대부라 말할 수 있는 가메꾸라유사구(龜倉雄策)는 그라픽분야에서 일본을 이끄는 세갈래를 우측은 다다노리요오꼬(橫尾忠側) 좌측을 고헤이 스기라(杉浦康平) 그리고 중앙을 다나카이꼬( 田中一光) 라고 말하고 있다. 현역에서 가장 일본적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2세대의 디자이너인 다나카이꼬는 1981년 UCLA Asian Performing Arts연구소에서 개최된 일본무용을 위한 포스터(광고3)에서 기모노의 전형적 일본여성의 얼굴을 크게 전면에 표현하고 있는데 날카로운 면분할, 색채나 명도의 극대비,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삼각형의 얼굴형태는 가장 자극적으로 강조되고있다.
역시 일본색이 짙은 나가이가스마사(永井一正)가 추천한 중진 마고도사이또작품은 대단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을 부분적으로 잘라낸다거나 하는 것은 종종 사용하고 있는 기법이나 눈부분을 예리하게 도려낸 그 정서를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가이가스마사가 사이또의 작품에 대해 평하고 있는 것을 직역하자면 "일본적 감성을 응축해 여백으로 긴박한 공간을 변화시키면서 현대를 예리하게 잘라낸 인상"이라 하고 있다.
1958년 깃고망광고에 정어리 같은 생선 두마리를 수직으로 배치하여 목판화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강대비의 찌르는 듯한 주둥이 표현 등이 예리함을 나타내고있다. 1968년 신문광고(광고4)에 등푸른생선인 가다랭이를 그리고 있는데 그 표현이 수직적으로 고추 세워졌을 뿐 아니라 톱니 같은 비늘 등 그 표현이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다. 칼피스워터광고에서도 사진의 트리밍도 얼굴부분을 과감히 반으로 자른다던지 사진면의 형태도 삼각형이나 예각적형태로 자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4) 음산, 음울, 격렬함, 괴기하며 기묘한 분위기
모델의 표정이나 연출의 음산함 그리고 전체적으로 위협적인 분위기의 제작물은 특히 포스터 資生堂향수포스터(1979년, 광고5), 런던 레코드포스터(1983년) 등 그라픽작품에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두운 색채의 스산하며 기묘함이 도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985년 全日本필름 CM대상을 받은 미쓰비시 자동차 미라쥬(MILAGE)광고에 "자신의 본래모습을 회복하여 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자유롭게 살자"는 의미로 목도리도마뱀을 쓰고 있다. 뒤뚱거리며 황토길을 뛰어나오는 도마뱀의 모습은 혐오감과 함께 공격적이다.
(5) 극단적변화
극적이며 다이나믹한 제스츄어, 극단적으로 변화무쌍한 카메라 앵글과 TV광고에서 보여지는 모델의 급동작, 그리고 인쇄광고에서의 극대비의 톤, 급 gradation 등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형태, 명도, 색상에서 극대비가 나타나고 있는데 伊勢丹(1972년)은 명도와 크기에서 도요다자동차 (1983년)는 전체적으로 강한 극대비를 보이고 있다. 대체로 에어브러쉬에 의한 극대비 사용이 많은데 에어브러쉬는 1960년대 중반부터 山口하루미 피터佐藤, 秋山育 등에 의해 사용되었는데 특히 山口하루미에 의해 광고 일러스트레이션(광고6)에 많이 사용되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으로 추측된다. 에어부러쉬는 깔끔하게 형태가 처리되는 것과 그라데이션(보가시)효과가 특징이다. 예리한 칼로 型紙의 패턴을 오려내 그것을 대고 붓으로 착색시키는 일본의 전통染法인 型染法과 유사하여 일본적 정서와 맞지 않았나 추측한다.
(6) 미시적
미세한 부분의 극사실적묘사는 우리의 <체념>과 상반되는<집착>의 문화를 나타낸다고 이어령은 말하고있다. 미세한 것에 대한 애정표현은 상기 깃고망광고에 여실히 표현되고있다. 배추의 세포결(광고7), 벼의 낱알, 당근이나 푸성귀 잎의 묘사는 돋보기를 보면서 그린 것이다. 永井一正의 포스터(1979년),그리고 산토리신문광고(1984년)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KENZO의 보석(1982년)등에서도 미시적표현이 잘 나타나고 있다.
2) 일본영향에 관한 시대적 고찰
·1920년대-40년대
일본에게 강점당한 후 눈에 띄게 일본의 경제점령을 실감하게 된 것은 1920년 창간된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일본제품광고가 급증한 것이다.
1920년 당시 광고품목은 삿보로맥주, 구두 박가분, 별표고무신 전구, 령신황, 森永 미루꾸캬라멜, 가루우유, 피부미백제, 껌(WRIGLEY'S 츄잉껌), 적옥( 赤玉 )포도주, 대학목약(大學目藥 ), 화왕비누(花王), 아지노모도 등인데 상표명에 ポリタミソ(포리타민, 광고8), クラブ(구라부치약), 味の素(아지노모도), 40년대 (칼피스) 등과 같이 일본문자를 그대로 사용한 예와 "삿뽀로 삐루", "미루꾸캬라멜"라는 표기도 보인다.
또한 和光세껜, 目藥( 눈약 ), 齒磨(치약)과 같은 일본식 제품명은 1970년 킹텍스 구렛빠 700-한국모방(970년 3.여원 )까지 이어진다. 깃고망케렉터인 깃꼬짱의 케렉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예라던가 기모노를 입은 일본여자 그림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구라부비누(1925년, 조선일보, 광고9), 일본목판기법의 농부그림을 그대로 쓰고있는 森永(모리나가 미루꾸, 1925. 조선), 일본군인이 한국어린이에게 눈약을 넣어주는 그림(1940년, 조선일보)이 있는 로도안약광고가 있는데 "兵士들은 國家를 保護하고 로-도眼藥은 눈을 保護한다"라는 문안이 시대상을 말하고 있다. 昭和15년 8월1일자로 되어있는 조선일보에 日本號國防이라는 문안과 함께 학생복 입은 소년이 나르는 비행기를 선망의 눈초리로 올려다보는 광고도 눈에 뜨인다.
年末正初, 贈答宴會나 返金自由, 交換自由과 같은 4자성어가 보이고 있다. 1920년, 30년대와는 달리 1940년대는 광고면이 큰 광고가 많이 등장한다. 위장약 와까모도, 아이후, 빈대구충제, 홀몬제, 피부병치료제, 성병치료제, 에비오제 등 일본의 제약업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 와까모도광고가 전면광고로 그 게재빈도도 많다. 1940년 5. 24일, 8월 6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에비오제광고는 독특하게 자유서체의 헤드라인과 새롭고 짜임 있는 문 자체가 등장한다. 이 시기의 광고는 이전광고와는 디자인상 현격한 변화를 보이는데 제품이 대부분 일본제품으로 일본인이 직접 제작했거나 그들의 제작개입이 깊음을 추측할 수 있다.
·1950년대-1960년대
해방과 한국전쟁이후 사회혼란 속에서 광고량이 현격히 줄다가 1950년대 중반부터 광고량이 증가하는데 여원잡지의 경우 56년 1월에는 광고가 學園社, 오레나민연고, 三一제약, 럭키치약, 美永라사 등 모두 5개, 4월에는 7개, 60년에는 15개, 65년에는 25개로 늘어나고 있다.
60년대 이후부터는 일본문자나 그들의 특정 케렉터를 그대로 도용하는 경우는 사라지고 일본의 그것을 답습한 흔적이 보인다. 60년대 중반에 등장하는 광고의 일러스트레이션에 점묘법(1965. 10 럭키치약), 또한 남녀모델이 일본인이라고 추측(1965. 10 비네몬 )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광고 등으로 알 수 있다.
어느 나라의 경우나 마찬가지이지만 우리광고의 초창기도 문안위주였다. 문안의 축약은 20년대부터도 찾아볼 수 있었으나 50년에는 品質優良, 價格低廉, 56년4월 여원에는 "整髮淸腦에 白精養毛劑"라는 헤드라인이 보이고 또한 미원의 선물세트광고에 실리고 있다. 營養本位(인삼캬라멜, 1950년, 조선일보), 新特製品(원자탄빈대약 1950년, 조선일보), 販賣開始(별표게랑 1950년, 조선일보) 등이 보이는데 축약언어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약광고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제약광고의 제품명위에서 疲勞回復, 體力增强"에 단발구론산(1962년)와 같이 의례 4자성어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의약품의 광고표현에 중간 톤을 위한 모래망(바몬드, 영진약품 1965년, 조선일보), 방사망(덱사코티실등 1965년 ,조선일보)을 비롯, 비베라, 다리콘, 박카스 등에서 다양한 망에 의한 제판기법의 시도가 두드러진다.
60년대에 들어 일본으로부터의 제판기술과 원색분해기술도입은 표현상의 제한을 해소시켜 주었고 부수적으로 상업사진연구소나 식자기의 등장으로 그래픽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였다.4) 이로 인하여 오늘날까지 인쇄현장에서 일부 일본어사용이 지속되고있다.
·1970 년대
1960년대까지는 제품도 제약위주로 단조롭고 표현도 일본모방성이 강한 시기였다. 1970년대는 일본영향에서 벗어난 시기이자 미국광고영향이 침투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아직도 제약광고가 역시 많아 "病中病後, 營養失調"에 모리민(1971년, 한국화이자), 영진약품 슬신시럽은 우리글임에도 "아기건강 엄마자랑"이라는 헤드라인(1971년), 일동제약의 아로나민(1975년)은 "黑字健康"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축적피로, 식욕부진"에 아로나민效果로 표현하고 있다. "건강항로"라는 자막과 "건강100세를 추구하는" 등의 슬로건도 보인다.
75년 중반 에어브러쉬기법(엠프리스구두 1975. 7 여원)이 출현한다. 이 이후 선과 같은 그라픽처리에 그라데이션이 많이 눈에 뜨인다.
인쇄나 제판기술의 도입에 따라 이 당시 많이 출현한 화장품 광고모델에 공주 같은 비현실적 성격부여로서 얼굴에 티하나없는 인형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화장품광고는 우리나라 광고표현에서 인쇄효과 발달에 큰 역할을 하였다.
"건강가족, 삐콤가족"의 삐콤광고(유한양행 1975년, 한국일보)에 온가족이 똑같은 운동복을 입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그림이 나오는데 최초의 작위적 예로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1980년대 올림픽을 전후로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한 한국광고에 대한 탐색기를 합쳐 광고가 성장한 시기이다. 80년대 초에도 아모레 부로아화장품광고에서 인형같이 다듬고 살아있는 인물같지 않은 처리를 볼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광고품목이 다양해지는데 제품카테고리에 관계없이 여러 제품에서 이질적 작위성이 농후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八道비빔면(1984년, 광고10)은 줄무늬의 샤츠를 똑같이 입은 두코미디언이 양손으로 비비는 동작을 하면서 제품을 알리고 있다.
해태 오징어칩(1988년)은 같은 옷을 입은 네명의 남자가 제품을 들고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1984년 신일 네모난밥통은 네명의 면사포를 쓴 신부가 밥통을 들고 나란히 서있다(광고11).
85년 한국방송광고대상을 받은 드봉 리후레쉬광고는 모자를 쓰고 흰옷을 똑같이 입은 여성들이 오리들을 앞세우고 걸어나오고 있다. 소프트휠터를 사용하여 일견 부드러운 영상미의 감성적 분위기로 호감을 주는 듯 하다. 대우 쿨스윙에어콘광고(1986년)는 물개가 모자를 쓰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OB라이트(1986년)에서 수많은 제품이 전체적으로 사선의 같은 방향으로 날라가고 있는 표현을 하고 있다. 1986년 일본 Reciente화장품에서 립스틱이 똑같이 표현되고 있다. 라피네 마니또화장품광고(1989년)의 모델연출이 작위성이 보이며 1989년 백설표 조미료2.5는 배추 여러통을 모델이 들고 있는 표현처리에 작위성이 보이고 있다.
"대우가 있습니다"의 대우의 기업광고(1988년)는 흰바탕에 전체적으로 칼로 오린 듯한 지구와 인간의 형태를 검은 색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형태와 명도의 대비가 강하다.
화승 르까프신년광고(1988년)에는 육상선수의 근육 하나하나가 세세히 묘사되고 있다. 미원의 잡지광고는 사탕수수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비주얼로 처리하고 있는데 물방울 하나하나와 섬유질묘사를 극사실로 하고 있다. 한국 리복워터슈즈신문광고(1989년, 광고12)에 파도를 마치 호쿠사이가 그린 가나가와의 파도처럼 물방울 하나하나를 극사실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해태산업의 스파쿨러도 물의 미시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1995
1990년대 경제혁신무드와 더불어 강도 높은 축약표현이 눈에 뜨이고있다. 축약표기는 1990년대가 되면서 "예감실감"(1990년 하나로샴푸), "主客滿足"(1991년 골드롱), "鶴首苦待"(1991년 안국화재), "원음밀착"(1992년 삼성 MY-CD ), "지상비행"(1992년 대우 에스페로), "숙취제거"(비지네스, 알지오) 등의 여러 카테고리 제품 등에서 보여지다가 1995년이후부터는 무한질주, 無限自由(태광 핸드프리전화기), 세계품질, 세계경영, 세계기술, 가격파괴, 비교사절, 强者出現, 증거확보(폴라로이드), 고객만족, 기술질주(한국타이어), 화학강국(LG), 名品精神(님프만), 神話創造(쏘나타), 입체냉각(공기방울세탁기 ) 등 주로 노출빈도가 높은 기업광고, 전자제품, 자동차들에서 두드러져 실제 사례건수보다 훨씬 많은 사례로 지각되고있다.
"麻"(1989년 반도패션 인쇄광고), "香"(1990년 드봉 클레망스, 광고13), "情"(1994년오리온), "梅"(1994년 해태 매실사이다)이니 하는 외자언어, "… 탄생!", "… 賞 受賞!", "…主義", 행동파(1986년삼성마이마이카세트)와 같은 … 派.… 族(1995. 청하의 캔族 ) 등 표현도 발견된다. 90년 9월 여원잡지에 新3단계화장, 新토탈패션주의( Miss Mr.), 新 난방주의(태양보일러 ), 피부신세대선언(아트피아), 쾌적공간, 無결점, 靜美强(대우세탁기 예예), 無色 無香 無알콜, 純晶(태평양화장품) 등 표현이 보이고 있다.
작위적경향의 표현으로는 해태홈런볼(1990년)로 야구장에서 의인화된 과자들이 입을 맞추어 응원하는 모습의 비주얼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제품처리에서 일본영향이 확연한 예로 포카리스웨트(1991년 여름편)과 삼성의 한국형제품들의 인쇄광고(1993년, 광고14)는 "사랑을 함께 밀어요", "함께 사랑을 지어요", "사랑을 함께 다려요" 등의 헤드라인으로 마루위를 하트모양으로 닦거나 흰밥위에 파란 완두콩으로 하트를 만들어 나가거나 와이샤쓰를 하트모양으로 다리는 등의 표현을 하고 있다.
동아오츠카의 화이브미니는 일본 오츠카의 크리에이티브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아 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역시 1993년 화이브미니는 여러개의 손이 달린 고대건강미인을 묘사하고 있는데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나라 삼성전자 삼성모델(1991년)은 생선을 비주얼로 하고 있는데 이 광고는 주둥이를 하늘로 꼬리를 밑으로 배치한 수직구도의 깃꼬망광고를 연상하게 한다.
슈발리에구두(1992년, 광고15) 광고의 비주얼은 검은바탕에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는 여성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묘사되어있는데 특히 역광처리의 손톱긴 손표현이 음산함을 준다.
헤드라인은 "유혹의 시작입니다"이다. 신세계가 CI를 새로이 도입한 후 고지광고를 내고 있는데 CI를 일본의 컨설팅회사에서 제작해 온 연유인지 우리정서와 이질감이 강하게 나타나고있다. 인물이 발돋음을 하고 서있는데 의상처리가 오려낸듯하고 인물표현도 자연스럽지 않다. 럭키셋소(1994년)포스터는 어두운 바탕에 실루엣처리의 여성이 두손을 들고 제품을 들고 있도록 표현하고 있는데 음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젠 향으로 샤워하자"라는 문안의 면 형태도 예리하게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일모직 겔럭시광고(1990년)도 도마뱀을 CG로 표현하고있다. "피부의 위기는 끝났다."라는 헤드라인의 한국화장품 잡지광고(1995)는 모델의 연출이나 헤드라인의 간결함 등에서 일본의 시세이도화장품 광고를 보는 듯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삼성카메라 탱큐(Thank-Q 1992년)에 자동감기, 되감기 등 기능자막이 나오면서 남자의 여러 포즈가 등장하는데 일본광고를 보는 듯한 극단적 포즈가 표현되어있다(한국광고 1986). 1990년 7월 삼성 전기광고는 畵龍點晴이라는 문자와 함께 용의 모양을 극대비로 묘사하고있다.
태평양 미로메이크업(1990년)는 "이것은 색채충격이다. 올봄 오렌지빛으로 시작된 하이테크메이크업 아모레 미로"라는 멘트와 함께 모델의 동작과 화면변화가 급격히 표현되고 있다(사보 동방 90. 2). 태평양 베스카인 UV 화이트닝(1993년)도 카메라워크의 급변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은 대부분 음울하고 어두우며 괴기함마저 주고 있다.
옥시크린 파워크린잡지광고(1995)에는 수세미 방망이 그리고 대야에 담긴 빨래감이 극사실로 묘사되어 있다.
다음 도표는 시대별로 8개의 항목에 따른 분포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요약은 다음과 같다.
V. 결 론
<축약언어>는 1920년부터 계속 있어오다가 1940년부터 1945년 그리고 50년까지 한창 증가한다. 그 후 조금씩 줄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부터 현격히 줄고 그 이후 90년대는 아주 미미하게 보이고 있다.
<도용>은 일본의 자료를 그대로 옮겨 사용하고 있는 경우인데 1925년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있다. 이 당시는 광고의 초창기로 한일합방 이후 가까운 일본의 것을 그대로 옮겨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70년대 이후에는 모방에 관한 사례는 있으나 도용의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일본문자사용>도 역시 25년부터 45년까지 광고의 반이상이 일본어로 브랜드네임을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서>의 표기는 한자사용이 많았던 20년대부터 많아지고 있는데 1945년까지 상당히 많은 수를 점하고있다. 1925년에는 거의가 모두 종서광고로 나타나고 있다. 1965년에 종서표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당시는 제약광고가 많은 시기로서 종서사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극대비 미시적, 작위적/경직, 괴기 등의 표현은 광고표현의 미숙할 광고초기에는 거의 보여지지 않고 1970년대에 들어 서서히 보여지기 시작하는데 90년대 오늘날까지 극히 적은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광고에서 예상과는 달리 아주 미미하게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단순건수의 통계로서 광고빈도에 따른 접촉빈도통계가 아닌 때문으로 파악된다.
한자문화권에서 축약문자나 종서사용을 일본영향으로 보아야할 것인가의 논의에 앞서 일본 것을 교과서로 한 지울 수 없는 우리 광고표현 역사를 되돌아 보아야할 것이다. 일본문화에 대한 영향은 36년 동안의 지배역사에서 남은 자취와 최근 수년 전부터 일기시작한 젊은 계층들의 타문화선호에 따른 수용이라는 양면에서 이해해야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70년대 이후의 제 항목들에 나타난 바는 일본의 영향과 아울러 우리사회에 존재해있는 다른 외래영향과 혼재된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하여 70년대 전까지는 직접적 영향이 보이는 반면, 그 이후는 표현에서 미미하게 그 영향이 나타남을 알 수 있는바 결국 초기에는 표현의 미숙함으로 타문화수용, 혼합이 강함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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