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의 길이와 혼잡도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
홍재욱(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I. 서 론
만성적인 TV광고 시간의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는 여러가지 방안들을 고안하여 실시하고 있다. 그 하나가 기존에 30초 위주의 프로그램광고를 15초로 그 길이를 반으로 줄임으로써 광고게재 편수를 배로 늘린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사이에 30초짜리 3개가 들어가던 토막광고(spot)를 1994년 9월부터 20초 셋, 30초 하나로 광고 숫자를 하나 늘렸다. 이에 더해서 1994년 10월부터 전체 방송시간 중 8/100에 해당되던 광고시간을 10/100으로 증가시켰다. 1995년부터는 광고주에게 고정적으로 배정해오던 일부 토막광고와 프로그램광고시간까지도 모두 임시물로 전환시킴으로써 광고시간의 만성적인 공급부족 현상을 타개하고 광고주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로 보다 많은 광고주가 TV광고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광고시간 부족이 심각한 상태이다. 광고회사에 따라서는 신청량의 반정도 밖에 광고시간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시간과 광고방영 편수를 늘려도 광고시간에 대한 수요를 근본적으로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뿐더러, 광고시간과 편수의 증가에 따른 광고효과의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한 프로그램 전후에 너무 많은 광고가 방영되다보니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광고의 효과도 감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1시간짜리 프로그램 하나를 시청하면 그 중 6분이 광고인데 이는 15초광고 24개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방송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 앞뒤로 각각 12개의 광고가 붙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주말의 명화"같은 2시간짜리 프로그램의 경우 앞뒤로 각각 24개, 도합 48개의 광고가 프로그램과 함께 방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그램 앞뒤로 동수의 광고가 붙지 않는 수도 있다.) 이렇게 광고시간과 광고방영편수가 증가하다 보니 광고시간동안 채널을 바꾸는(zapping)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또 광고를 접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광고 때문에 광고상표나 광고메시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광고시간의 증가와 광고길이의 축소는 우리나라 TV방송의 현상만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30초미만의 광고가 차츰 늘어나고 있는데 1992년을 기준으로 15초짜리 광고가 모든 TV광고의 32%를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다(Arbitron Annual Report 1992). 이와함께 광고시간도 늘어났는데, 예를 들어 CBS방송의 경우 1984년에 주시청시간대(prime-time)에 비프로그램이 차지하던 시간이 10분 8초에서 1989년에는 11분 40초로 늘어났다. 낮 시간의 네트워크 TV의 경우는 광고시간이 시간당 16분 45초에 이르기 까지 하였다(Advertising Age 1990).
이처럼 미국에 있어서도 광고방영시간이 증가하고 15초 CM의 증가로 광고방송편수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30초 광고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15초광고 위주로 TV광고패턴이 바뀌고 있고 또한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방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 전후에 광고가 과다하게 집중방영되는 것이 광고효과 측면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여러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많은 다국적 광고주들은 대부분 30초 광고에 익숙해 있고 또 광고물도 30초 기준으로 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광고의 표준화 전략(standardization strategy)에 의거, 30초로 제작된 광고를 우리나라 시장을 위해 15초 광고로 축소편집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을 호소할 때가 많고 이는 결국 한국광고시장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텔리비젼 광고의 효과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대부분 메시지 source나 메시지 속성, 시청자 특성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메시지 환경(message environment)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간에 국내외적으로 TV광고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광고효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TV 환경에 대해 많은 주목들을 하고있다. TV광고 환경이라 함은 TV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가지 환경적인 특성들을 일컫는다. 예컨데 광고방영시간의 길이(length of commercial break), 광고방영시간의 빈도(frequency of commercial break), 프로그램내에서의 광고방영시간의 위치, 광고방영시간내에서 특정광고의 위치, 직접 TV를 같이보는 시청자의 수, 프로그램 이외에 방영되는 요소들(광고포함)의 수 및 그들간의 구성형태, 광고의 길이, 경쟁광고와의 인접성 등 많은 요소들이 여기에 포함된다(Webb 1979).
이 중 프로그램 이외에 방영되는 요소들의 수가 TV광고 환경의 혼잡정도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를 TV 혼잡도(TV clutter)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광고, 국명 고지, 프로그램 고지, 공공서비스 고지 등이 이에 속한다(American Association of Advertising Agencies 1972). 결국 TV 혼잡도는 얼마나 많은 비프로그램적 요소들이 TV방영시간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TV혼잡도의 구성 요소 중 특히 광고만을 그 연구대상으로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TV광고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위에서 언급한 바가 있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광고시간과 15초 광고의 대폭적인 증가로 인한 TV광고환경의 혼잡도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최근의 이러한 TV광고환경의 변화, 즉 악화된 광고혼잡도가 광고의 효과 측면, 그 중에서도 특히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적 효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광고의 길이가 축소되고 한번에 방영되는 광고의 편수가 증가함에 따라 시청자들의 상표회상, 광고 메시지내용 기억, 상표재인등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II. TV 혼잡도 연구 개관 및 가설
TV 혼잡도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그 예를 찾기가 어렵고 미국을 중심으로 몇 편의 연구가 진행되었을 뿐이다. 그 중 본격적인 실험연구로는 Webb and Ray(1979)와 Webb(1979)의 연구를 꼽을 수 있다. Webb and Ray는 TV혼잡도가 높아질 때 시청자들의 광고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조사한 결과, 비프로그램적 요소가 많아지면 질수록(고혼잡도) 광고효과는 주의(attention), 회상(recall) 그리고 인지반응(cognitive response)등의 측면에서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Webb(1979)는 좀 더 정교한 실험설계를 사용하여 광고의 위치(한꺼번에 방영되는 비프로그램요소들 중 광고가 첫번째나 마지막에 방영되는 외곽위치냐 첫번째와 마지막 사이에 방영되는 내부위치냐의 차이)와 혼잡도 수준(비프로그램적 요소들이 10개인 경우와 6개인 경우)에 따른 광고효과를 측정하였다. 그는 외곽위치와 낮은 혼잡도 수준의 광고가 내부위치와 높은 혼잡도 수준의 광고보다 상기도에서 약간 앞선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아서 Webb and Ray의 연구와 같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는 또한 실험용 광고들이 그 관여도의 정도에 따라 광고의 방영위치와 TV혼잡도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다를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 이러한 가정을 검증하기위해 관여도 수준을 고.저로 체계적으로 변화시켜본 결과 고관여도 광고는 혼잡도가 높은 경우에도 그 효과가 크게 감소하지 않지만 이 광고들의 방송순서가 내부위치일 경우에는 저관여도 광고보다 효과에서 낫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Webb의 연구와 방법론상으로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연구내용과 방법을 택한 Cobb(1985)는 Webb의 연구결과를 더욱 분명히 확인했다. 즉 한 광고시간대 내에서 외곽에 위치한 광고(60% 회상)가 내부에 위치한 광고(42% 회상)보다 회상율이 높았고, 고혼잡도(42% 회상)보다 저혼잡도(61% 회상)에서 광고에 대한 회상 효과가 높았다. 또한 고혼잡도에서도 고관여광고는 저관여광고만큼 회상율이 많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Mord and Gilson(1985)은 광고방영시간 1분 30초에서 3분 30초 사이에 15초짜리 광고와 30초짜리 광고를 다양하게 조합한 66개의 테스트광고 페키지를 5600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많은 의미있는 내용들을 발견하였는데 그 중 중요한 몇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광고의 모든 효과측면에서(이 연구의 경우는 상표회상, 설득, 전반적 광고호감도) 15초광고가 30초광고보다 약 20%정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30초광고에 비해서 15초광고는 흥미유발, 신뢰감, 따스함, 정보제공력, 짜증나게함, 혼란스러움 등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또한 15초 광고의 방영편수를 증가시키면 30초 광고의 효과가 더욱 상승한다는 사실과 혼잡도가 증가하면 광고의 효과가 감소한다는 결과도 보고하고 있다.
최근에 Johnson과 Cobb-Walgren(1994)은 나이와 광고혼잡도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서 이전의 연구들과는 달리 광고혼잡도 자체는 광고의 인지적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보의 인지적 처리가 아주 늦은 사람이나 아주 빠른 사람의 경우에는 높은 광고혼잡도가 광고효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한편 정보의 인지적 처리능력이 중간정도인 사람들은 광고혼잡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연구는 광고의 혼잡도와 광고의 방송위치가 그 효과에 미치는 영향, 또한 이와 관련하여 매개변인으로서의 관여수준의 역할등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단지 Mord and Gilson(1985)의 연구가 광고혼잡도와 광고길이의 효과를 동시에 규명하려고 한 점에서 본 연구의 영역과 중복된다고 볼 수 있으나 그들의 연구는 연구변인을 통제한 실험실 연구가 아니고 대규모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한 것을 보고한 일종의 기술식(descriptive) 연구보고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본 연구에서는 광고 혼잡도와 광고의 길이외의 모든 변인을 통제한 실험실 연구라는데 그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의 이 분야 연구와 소비자 심리학 분야의 이론들을 바탕으로 몇가지 가설의 설정이 가능한데 우선 광고효과의 인지적 측면에서 광고혼잡도가 증가하면, 다시말해 한번에 방영되는 광고의 수가 많아지면 그 광고에 대한 기억효과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이론적 배경의 하나로서 정보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이론을 들 수 있다. 정보과부하 이론은 주어진 시간안에 소비자들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 한계를 초과하여 정보가 제공되면 소비자들은 혼란을 일으키고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너무 많은 정보는 인지적 성과의 감소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Jacoby, Speller and Kohn 1974, Malhotra, Jain and Lagakos 1982).
이 이론은 인지심리학에서 고전적 위치를 점하고있는 Miller(1956)의 이론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의하면 인간은 특정시간에 단기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정보의 양을 신비의 수 7이라고(magic number 7)하면서 7을 기준으로 앞뒤로 2를 가감한 5에서 9까지가 적정 기억범위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 Simon(1974)은 이 수를 3에서 5까지라고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지만 어쨌든 인간의 단기기억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단기기억능력의 한계 때문에 정보가 추가적으로 주어지면 그 추가정보에 대한 초기정보처리(initial processing) (Ray 1974)가 장애를 받게되고 결국 후순위로 제공되는 정보들에 대한 기억은 감소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들을 종합해 보면 시청자에게 제시하는 광고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기억량이 그에 비례해서 늘어 난다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광고편당 인지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가설설정이 가능하다.
가설 1a : 한번에 방영되는 광고의 편수가 많아지면 광고상표에 대한 회상이 감소할 것이다.
1b : 한번에 방영되는 광고의 편수가 많아지면 광고내용에 대한 기억은 감소할 것이다.
1c : 한번에 방영되는 광고의 편수가 많아지면 광고상표에 대한 재인은 감소할 것이다.
위의 세가지 가설은 모두 광고혼잡도의 인지적 효과에 관한 것으로서 첫번째는 상표회상(brand recall), 두번째는 광고내용기억(ad content recall), 그리고 세번째는 상표재인(brand recognition)에 대한 것이다.
상표회상과 광고내용기억은 측정의 내용만 다를 뿐 측정의 속성이나 방법이 동일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의 결과를 쉽게 가정할 수 있지만, 회상과 재인이 같은 기억 흔적을 측정하느냐는 인지심리학에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회상은 경험했거나 학습한 내용을 재생하는 것인 반면 재인은 이전에 경험한 자극들은 인지하는 것이다. Lucas(1960)는 회상과 재인이 같은 개념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회상은 급격히 하락하는데 반해 재인은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Krugman(1972, 1977)은 회상과 재인을 관여도와 연결시켜, 고관여 매체인 인쇄매체 광고는 그 내용이 언어적 형태로 기억되기 때문에 회상이 적절한 기억 측정 방법인 반면 저관여 매체인 TV의 경우는 광고내용이 이미지 형태로 기억되기 때문에 재인이 더 적절한 기억측정 방법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기억이란 다면적 구조이며 회상과 재인은 기억중 특정부분을 상호 배타적으로 측정하는가 하면 때로는 서로 중복되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으나(Bagozzi and Silk 1983), 일반적으로 말하면 재인이 회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오래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Haber 1970, Krugman 1979, Shepard and Chang 1967, Singh and Roihschild 1983). 본 연구에서는 광고의 수가 증가할 때 회상과 재인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만한 이유는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가설1의 소가설 세개는 합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광고의 길이가 15초냐 30초냐에 따른 효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우선 기존의 Mord and Gilson(1985)의 연구가 비록 실험실에서 여타변인을 엄격히 통제하지 않은 현장연구이지만 15초광고가 30초광고에 비해서 그 효과면에서 떨어질 뿐더러 광고에 대한 반응도 대부분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외에도 광고의 형식이나 주제가 비슷하고 단지 길이만 다른 광고의 경우 길이가 긴 광고는 더욱 많은 사용장면을 보여주고, 같은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더 오래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메시지에 대해 면밀히 생각할(elaboration) 시간을 많이준다(Wells, Leavitt, and McConville 1971, Wheatley 1968). 주어진 정보에 대해 면밀히 생각하고 되새길수록 기억이 증진된다는 주장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Bettman 1979).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연구가설이 가능하다.
가설 2a : 길이가 긴광고는 길이가 짧은 광고에 비해서 광고상표에 대한 회상이 높을 것이다.
2b : 길이가 긴광고는 길이가 짧은 광고에 비해서 광고내용에 대한 기억이 높을 것이다.
2c : 길이가 긴광고는 길이가 짧은 광고에 비해서 광고상표에 대한 재인이 높을 것이다.
가설2는 일견 연구가설로서 흥미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길이가 긴 광고가 길이가 짧은 광고에 비해 기억 효과가 우수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판단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길이가 긴 광고가 짧은 광고보다 반드시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이 일관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Wheatley(1986)는 15초와 30초가 아니라 30초와 60초광고를 비교연구한 결과 상표인식(brand identification)의 경우 30초광고를 본 사람은 78.48%가 광고상표를 인식한데 반해 60초광고를 본 사람은 79.59%가 광고상표를 인식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또한 각 광고의 세일즈 포인트에 대해서도 30초광고와 60초광고를 접한 피험자들이 평균 1.08개와 1.24개를 기억해서 60초광고가 30초광고보다 광고내용기억 효과에서 약간 앞선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상의 두 항목에 대한 30초와 60초 광고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기 때문에 30초와 60초광고간에는 인지적 효과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Rethans등(1986)도 광고메시지 회상에 있어서 60초광고와 90초광고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광고의 길이가 짧아진다고 해서 광고효과가 반드시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일관되게 도출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15초광고가 30초광고보다 인지적 효과 측면에서 열위일 것을 가정한 것은 일종의 역치(threshold)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즉 광고길이가 90초나 60초에서 30초로 감소될 때는 메시지전달을 위한 시간의 부족이 그리 심각하지 않으나 30초에서 15초로의 시간단축은 충분한 메시지전달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하에서 가설2를 설정했다.
가설 1과 2는 TV광고 환경의 두가지 요인 즉, 광고 혼잡도와 광고길이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 다시말해 주변인 효과에 대한 가설이었으나 이들 가설 1과 2를 바탕으로 가설3, 즉 두 변인간의 상호 작용효과에 대한 가설설정이 가능하다. 위에서 광고의 혼잡도가 높아지면 광고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가정을 했고 길이가 짧은 광고가 길이가 긴 광고보다 광고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 바가 있다. 그렇다면 혼잡도가 높은 광고는 혼잡도가 낮은 광고에 비해서 광고의 길이가 긴 경우보다 광고의 길이가 짧은 경우에 그 효과가 더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그림 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광고혼잡도의 고저간에 생길 수 있는 광고효과의 차이는 광고의 길이가 길 때 보다는 광고의 길이가 짧을 때 더 크게 나타나는, 일종의 변인간 상승작용을 가정할 수 있다. 이것을 가설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설 3a : 고혼잡도 광고는 저혼잡도 광고에 비해서 광고길이가 길 때 보다는 짧을 때 상표에 대한 회상이 더 많이 감소할 것이다.
3b : 고혼잡도 광고는 저혼잡도 광고에 비해서 광고길이가 길 때 보다는 짧을 때 광고내용기억이 더 많이 감소할 것이다.
3c : 고혼잡도 광고는 저혼잡도 광고에 비해서 광고길이가 길 때 보다는 짧을 때 상표재인이 더 많이 감소할 것이다.
이상에서 광고의 길이와 혼잡도와 관련하여 광고의 인지적 효과만 중심으로 가설을 설정하였고 광고의 상위효과 즉 태도나 구매의사 측면의 효과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는 이미 이전의 여러 연구들에서 광고가 단 1회 노출로는 이들 상위 효과들이 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차례 밝혀졌기 때문이다(Webb and Ray 1979).
III. 연 구 방 법
연구방법으로는 실험을 이용하였으며 2(광고혼잡도 고.저) * 2(광고의 길이 장.단)의 요인 설계(factorial design)를 사용하였다. 실험은 프로그램과 광고로 구성된 테이프를 보고 난후에 분배된 설문지에 자기 기술식으로 응답을하는 방식을 택했다.
1) 독립변인
독립변인 중의 하나는 광고혼잡도였다. 이는 두 단계로 조작되었으며 고혼잡도는 8개의 광고가, 저혼잡도는 4개의 광고가 한꺼번에 방영되도록했다. 다른 하나의 독립변인은 광고의 길이로서 30초와 15초의 두가지로 조작했다. 따라서 총 4개의 집단(2 * 2)이 각각 30초 광고 4개, 30초 광고 8개, 15초광고 4개, 15초광고 8개를 접하도록 구성했다.
2) 광고물선정
실험용으로 선정된 광고는 네편이었는데 이들은 네 조건에 모두 포함되었다. 이들은 "호남정유 테크론 휘발유", "나이키", "동양패션몰", "엘지 심포니 홈 컴퓨터" 등 4편이었다. 고혼잡도 즉 8편이 방영된 두 조건에 포함된 비실험용 광고로도 네편이 선정되었는데 이들은 "영재교육", "쿠어스 엑스트라 골드 맥주", "엘지 아하프리 카셋트", "무쏘자동차" 등이었다. 이들 8편은 모두 현재 방영중이거나 최근까지 방영된 광고들이었으며 동양패션몰을 제외하고는 수도권지역에서 방영되고 있거나 방영되었던 광고들이다. 동양패션몰은 대전지역 백화점으로서 이 광고는 수도권 지역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이들 8편의 광고는 각각 30초편과 15초편으로 제작이 되었는데 30초편과 15초편은 길이만 다를 뿐 스타일이나 광고 내용, 소구방법 등 모든 면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제작은 같이해서 편집만 달리했기 때문에 15초광고는 30초광고의 축소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8편의 광고는 방영기간, 주별 방영횟수, 광고 친숙도(ad familiarity), 상표에 대한 사전지식(prior knowledge)등 여러 측면에서 각기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어떤 연구는 이런 변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조사지역내에서 방영되지 않는 광고들을 사용하여 실험을 했으나(Johnson and Cobb-Walgren 1994) 또 다른 연구는 조사지역내에서 방영된 광고들을 실험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Mord and Gilson 1985). 본 연구에서 사용된 광고들은 상표 및 광고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광고 친숙도, 상표 친숙도 등이 각기 달랐지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 한 바와 같이 사실 각 그룹의 모든 피험자들은 (길이만 30초와 15초로 달랐을 뿐) 같은 실험용광고(네그룹 전부)와 비실험용 광고(두 그룹만)를 봤기 때문에 이런 외생변수들의 영향은 상쇄시킬 수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3) 실험용 프로그램 및 광고의 구성
피험자들에게 보여준 테이프는 세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제일 앞부분에는 MBC 방송의 "역사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따온 "카주라 호"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평일 낮시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 실험의 피험자인 대학생들이 대부분 볼 기회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다음은 광고가 삽입되었는데 실험용 광고 4편중 테크론 휘발유가 첫번째, 나이키가 두번째, 동양패션몰이 끝에서 두번째, LG 심포니 홈 컴퓨터가 마지막이었고 이 순서는 4가지 실험조건에서 똑 같았다. 광고를 8개 접한 두 그룹을 위해서는 세번째 부터 여섯번째 광고까지 차례로 영재교육, 쿠어스 엑스트라 골드, 아하프리 카셋트, 무쏘 광고가 이 순서대로 삽입되었다. 이렇게 하여 광고 네개를 본 집단이나 여덟개를 본 집단이나 각 실험용 광고를 본 순서는 같도록 했다. (네 집단 공히 실험용 광고는 첫번째, 두번째, 끝에서 두번째, 끝에서 첫번째의 순으로 시청을 했다.) 물론 광고 네개를 본 두 집단과 여덟개를 본 두 집단 중 각각 한 집단은 30초짜리 광고만, 나머지 한 집단은 15초짜리 광고만 보도록 했다.
광고에 대한 배치가 끝난 뒤에는 다시 케이블 TV의 MTV에서 그대 내품에라고 하는 약 5분짜리 음악프로그램을 배치했다. 이렇게 해서 테이프 총 시청시간은 15분에서 20분사이가 되도록 했다.
4) 피험자
피험자로는 인천대학교 경상대학 학생 129명이 참여하였다. 이 중 설문지에 응답을 다하지 않은 두명을 제외하고 실제 분석에 사용된 인원은 127명이었다. 이 중 남자가 89명(70%) 여자가 38명(30%)이었다. 각 cell당 인원은 29명에서 37명까지로 동일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실험에 참석하면 가산점을 준다는 교수들의 권유로 실험에 참석했다.
5) 종속변인
종속변인으로서는 세가지가 측정되었는데 모두 광고의 인지적 효과에 관한 것들이다. 첫번째가 비보조 상표명 회상(unaided brand recall)인데 광고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테이프를 보고 난후에 광고에서 본 상표를 기억나는대로 기술하도록 해서 측정했다. 이 때 어떠한 단서도 주어지지 않았고 광고제시 순서에 관계없이 떠오르는 대로 기술케 했다.
후에 상표회상 여부를 판별할 때는 약간 내용이 틀리더라도 상표를 기억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정답으로 인정해 주었다. 예를 들어 "호남정유 테크론 휘발유"를 "테크론"만 썼다든지 "영재교육"을 "영교"라고 했다든지 "LG 심포니홈 컴퓨터"를 "LG 심포니"라고 썼으면 정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답, 예를들어 "테크론"을 "테크폰"이라고 했다든지 하는 것 등은 오답으로 처리했다.
두번째 종속변인은 광고내용에 대한 기억으로서 이것은 각 광고에 포함된 그림이나 글씨, 말, 모델, 음악 등 어떤 것이든 기억나는 내용들을 적도록 해서 측정했다. 후에 광고내용 기억정도 판단은 각 광고의 내용 일부를 기억한 정보의 갯수를 기준으로 했다. 상표회상과 광고내용 기억에는 시간제한을 두지않고 기억나는 것을 충분히 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허용했다.
상표회상과 광고내용기억 다음에 상표재인 테스트를 실시했다. 상표재인 테스트는 기존의 8개 광고상표외에 "리복 운동화", "LG 드봉비누", "Esprit 패션", "크레도스 자동차", "하이트 맥주", "영창 피아노"등 여섯개의 상표가 추가로 섞여있는 리스트에서 방금 봤다고 생각되는 광고상표가 있으면 0표 하도록 해서 측정했다.
6) 실험절차
실험은 인천대학교 시청각 교실에서 10회에 걸쳐서 실시했다. 미리 실험 시간을 정해서 학생들에게 가능한 시간을 선택케 한다음 10~20명 단위로 실시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 회별로 학과별, 학년별로 학생들이 섞이도록 했다.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시청각실에 들어오면 그룹에 따라 5~6쪽으로 된 설문지를 배포하고 내용은 보지 못하게 했다. 실험에 임하는 주의사항이나 응답요령은 질문지 맨 앞장에 첨부한 "실험 참석자 안내문"을 직접 읽어서 전달했다. 전체 실험조건에 동일한 지침을 주기 위해 실험안내는 즉석에서 임의로 하지않고 진행자가 안내문을 직접 읽어주는 것으로 했다. 실험진행도 연구자가 직접 맡아서 모든 실험조건이 같도록 노력했다.
안내문을 읽고 난 후에 피험자들에게 테이프를 보여 주었다. TV화면이 아닌 대형 스크린을 통해 테이프를 보도록 함으로써 현장감을 살리도록 했다. 테이프 시청이 끝난후에 두개의 프로그램에 대해 7점의 Likert 척도로 호오도를 평가케 했는데 이는 광고에 대해서만 조사를 한다는 감을 주지않기 위해서 였다. 그 다음 광고상표 회상, 광고내용 기억, 상표재인 등을 측정하고 추가적으로 전체 광고에 대한 전반적 평가, 각 광고제품에 대한 친숙도, 각 광고에 대한 기존의 접촉정도, 각 광고제품에 대한 평가 등을 차례로 측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실험에 대한 디브리핑을 하고 실험을 끝냈는데 뒤에 실험에 참여할 피험자들을 위해 실험내용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IV. 연구결과
가설 1, 2, 3은 각각 광고 혼잡도의 주효과, 광고 길이의 주효과, 그리고 이 두변인의 상호작용효과에 관해서였다.
1) 광고 혼잡도와 광고효과
광고 혼잡도가 광고에 미치는 영향을 세가지로 검증을 했는데 그 첫번째가 비보조 상표회상에 의해서였다. 각 cell의 피험자들이 접한 4개의 실험용 광고에 대한 상표명 평균기억갯수가 <표 1>에 나타나있다.
<표 1>에 의하면 4편의 광고를 접촉했을 때는 피험자들이 평균 2.44개의 광고상표를 기억했지만 광고수가 배로 증가하여 여덟개를 접촉한 경우에는 4편의 실험용 광고중 상표기억 갯수가 평균 2.03개로 감소하였다. ANOVA 결과 이 차이는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나 (F=7.94, df=1, p <.006) 가설 1a는 지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설 1b는 1a와 같으나 종속변인을 광고내용기억 정도로 사용한 것이 다르다. <표 2>에서 보는 바와같이 광고내용기억 갯수는 4편 방영시(실험용 광고 4편중 평균 내용기억갯수 6.18)와 8편 방영시(실험용 광고 4편중 평균 광고내용기억갯수 3.85) 사이에 더욱 현격한 격차(평균 2.33개)가 생겨서 이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F = 23.47, df = 1, P <.001).
가설 1c는 같은 내용을 광고상표재인을 통해서 검증하는 것이었다.
<표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4편 방영시 광고상표 평균 재인수는 3.61개인데 반해 8편 방영시는 실험용 광고 4편에 대한 평균 재인수가 3.32개로서 ANOVA결과 역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가설1의 세개의 소가설은 모두 지지되었으며 따라서 광고 혼잡도에 따라 광고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광고 혼잡도가 4개에서 8개로 배로 증가하면 광고의 길이에 관계없이 광고의 인지적 효과가 감소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2) 광고 길이와 광고효과
가설2는 광고의 길이가 짧아지면 광고효과가 광고상표 회상(2a), 광고내용기억(2b), 광고상표 재인(2c)등의 측면에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이다. 우선 가설 2a를 <표 1>에서 살펴보면 실험용 광고가 30초일 때 실험용 광고 4개중 상표평균기억 갯수가 2.47개에 달한 반면 15초광고의 경우에는 평균 1.97개를 기억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F = 11.08, df = 1, P <.001).
광고길이에 따른 광고효과를 광고내용 평균 기억갯수로 검증하기 위해서(가설2b) <표2>를 이용했다. 30초광고의 경우 광고내용 평균 기억갯수가 5.44개, 15초의 경우에는 4.46개로 역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F = 5.59, df = 1, P<.02).
같은 내용을 광고상표재인을 통해서 검증해 보고자 했던 가설 2c는 <표3>을 통해서 분석할 수 있다. 30초광고의 경우 4개의 실험용 광고중 평균 3.56개를, 15초 광고의 경우 평균 3.34개를 재인한 것으로 나타나서 그 차이가 유의미한 수준에 근접은 하고 있으나 차이를 확신 할 수는 없었다(F = 3.63, df = 1, P =.059). 이로써 가설 2a, 2b는 지지된 반면 가설 2c는 P<.05 수준에 미흡하여 지지되지 않았다.
광고혼잡도와 광고길이의 상호작용 효과
가설3은 혼잡도가 낮은 광고와 혼잡도가 높은 광고사이의 광고효과의 차이는 광고의 길이가 긴 경우 보다 광고의 길이가 짧은 경우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을 예측한 것이다. 우선 가설 3a를 검증하기 위해서 <표1>에 제시된 자료를 <그림2>에 옮겨 보았다.
광고의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광고 방영편수가 8개인 경우에 4개인 경우보다 실험용 광고 네편에 대한 광고상표 평균 기억갯수가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을 육안으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여 상호작용 효과가 있는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F = 3.93 df = 1, P <.05) 가설 3a는 지지되었다.
가설 3b를 검증하기 위해 역시 <표2>를 <그림3>으로 도식화해 보았는데 <그림2>와 그 패턴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30초광고일 때는 광고 방영 갯수가 4개에서 8개로 늘어남에 따라 실험용광고 네편에 대한 광고내용 평균 기억갯수가 1.98개 줄어드는데 반해 15초광고의 경우는 2.91개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시각적으로는 그 차이가 감지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F = .85, df = 1, P>.1). 따라서 가설 3b는 지지되지 않았다.
가설 3c를 검증하기 위해 <표3>을 다시 도식화한 것이 <그림4>이다.
여기서도 역시 앞의 두 경우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30초광고일 때는 광고방영갯수가 4개에서 8개로 늘어남에 따라 실험용 광고 네편에 대한 상표재인 평균갯수가 0.23개 줄어든 반면 15초 광고의 경우는 0.39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서 비록 그 차이는 미미하지만 앞의 두 경우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는 있다. 상호작용 효과에 대한 ANOVA결과 가설 3c는 지지되지 못했다 (F =.41, df = 1, P>.5).
이상의 가설 검증을 종합하면 가설 1의 3개는 모두 지지되어서 광고혼잡도가 증가하면 광고효과가 감소한다는 것이 광고상표 회상, 광고내용 기억, 광고상표 재인 등 세측면에서 모두 확인되었다. 가설 2는 3개중 a와 b는 지지 되었으나 c는 지지되지 못했다. 이는 30초 광고가 15초 광고보다 광고상표 회상이나 광고내용 기억 측면에서는 그 효과가 우수하나, 광고상표 재인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는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긴 했으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가설 3중 a는 지지 되었다. 즉 광고상표 회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광고 혼잡도와 광고 길이가 광고효과에 상호작용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광고내용 기억갯수나 광고상표 재인을 기준으로 할 때는 경향은 예상대로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보이지 않아서 가설 3b와 c는 지지되지 못했다.
V. 논 의
형태 심리학자들(Gestalt Psychologists)에 의하면 학습은 학습대상이 제시되는 환경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Luh 1922, Rapaport 1961). 이러한 주장에 비추어 보면 TV광고의 효과가 TV혼잡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고 본 연구는 이러한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 예상대로 광고 혼잡도가 증가하면 광고의 인지효과가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또한 광고혼잡도를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길이의 축소도 광고효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나아가 광고혼잡도와 광고길이의 상호작용 효과, 즉 광고 혼잡도가 높아지면 광고의 길이가 긴 광고나 짧은 광고 공히 효과가 감소하지만 길이가 긴 광고에 비해서 짧은 광고의 효과가 더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확인 되었다.
물론 종속변인의 기준을 무엇으로 했느냐에 따라 세개의 가설 중 일부(2c, 3b, 3c)결과는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비록 지지되지 못한 가설이라고 하더라도 결과가 전부 예상된 방향으로 도출되었다. 뿐만아니라 관련된 다른 가설들이 지지된 것으로 봐서 전체적으로 연구결과는 가설과 일치된다고 단정을 해도 좋을 듯 하다. 사실 이번 실험의 그룹당 표본이 채 30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두 그룹이나 되었는데 표본수가 적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연구의 결과는 가설과 대부분 합치된다고 볼 수 있다. 표본수가 많아서 effect size가 컸다면(Sawyer and Ball 1981) 가설 모두가 예외없이 지지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그동안 진행된 몇 편의 연구에 의하면 (Webb and Ray 1979, Webb 1979, Cobb 1985, Mord and Gilson 1985)광고의 혼잡도가 증가하면 광고 효과가 감소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발견되었다. 본 연구에서도 광고의 효과를 측정한 인지척도 세 측면 모두에서 광고혼잡도가 광고효과를 저하시킨다는 결과를 얻어서 기존 연구와 그 내용이 일치할 뿐더러 광고 혼잡도가 광고효과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광고의 길이가 광고 효과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도 본 연구는 Mord and Gilson(1985)의 연구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앞의 연구개관에서 언급한대로 그들은 15초광고가 광고의 인지적 효과와 광고호감도 등에서 30초광고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본 연구가 그들의 주장을 추인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본 연구는 비록 광고상표 재인 측면에서는 가설이 지지되지 않았지만 (가설에서 예상한대로 결과가 나타났지만 통계적인 검증결과, 유의미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P=0.59였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광고의 길이가 30초에서 15초로 줄어듦으로해서 광고의 인지적 효과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광고의 길이가 짧아지면 무조건 광고의 인지적 효과가 저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전술한대로 Wheatley(1986)와 Rethans등(1986)의 연구에서는 60초 혹은 90초광고와 30초광고간에 효과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서 본 연구와 상반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광고길이가 짧아지면 광고효과가 감소한다는 이론을 확인했다기 보다는 상기(上記)한 역치효과(threshold effect), 즉 광고길이가 줄어들어도 효과감소가 급격히 나타나지 않다가 일정수준을 넘으면 효과가 급락하는 현상을 발견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광고 혼잡도와 광고의 길이간의 상호작용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전무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본 연구의 결과는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광고 혼잡도가 증가하면 광고효과가 감소한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으나 특히 광고의 길이가 긴 경우보다 짧은 경우에 광고효과의 감소가 가중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와 관련된 세개의 소가설 중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것은 상표기억 갯수를 종속변인으로 사용한 하나의 경우에 불과했지만 가설에서 설정한 경향은 다른 두 종속변인(광고내용 기억갯수와 상표재인)의 경우에도 같이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광고 혼잡도가 30초 보다는 특히 15초광고 위주로 증가될 때 광고효과 측면에서 더 심각한 훼손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장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료분석을 실시해 보았다. 앞의 결과부문에서는 15초광고든 30초광고든 모든 분석을 실험용광고 네편에 국한시켰으나 본 추가분석에서는 4편의 광고를 본 집단은 네편에 대한 반응을, 8편의 광고를 본 집단은 8편 모두에 대한 반응을 중심으로 자료를 재분석 했다(표4 참조). 각 종속변인별, 광고접촉편수별로 30초 광고에 대한 반응과 15초 광고에 대한 반응간의 차이를 테스트해 본 결과 모든 측정항목에 걸쳐 4편을 접한 두 그룹(30초와 15초)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8개를 접한 두 집단간에는 모든 측정항목에 걸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로써 광고 혼잡도가 낮을 때는 광고의 길이가 30초에서 15초로 짧아지더라도 광고효과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데 반해 광고 혼잡도가 높을 때는 광고의 길이가 짧아지면 광고의 효과가 훨씬 많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더욱 명백하게 확인되었다.
이 연구의 의의는 한 마디로 TV광고가 방영되는 환경이 광고메시지나 시청자특성에 못지않게 TV광고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TV광고시간은 아직 불충분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간 지역 민방이 속속 개국되었고 향후에도 추가적인 개국이 예정되어 있는데다 이미 방영을 시작한 CATV가 본격화되면 TV광고시간은 sellers market에서 buyers market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렇게 되면 광고주들은 광고시간대와 프로그램 선택에 더욱 여유를 가지게 되고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비록 인기시간대 인기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광고의 혼잡도가 크면 광고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는 반면 비인기 프로그램이라도 광고 혼잡도가 낮으면 의외로 좋은 광고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매체를 계획하고 구매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시급이나 프로그램의 인기도 뿐만 아니라 함께 방영되는 광고의 수, 즉 광고 혼잡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 연구는 방송광고관련 정책결정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광고시간 부족에 따른 업계의 불만만 의식해서 광고의 길이를 축소하고 광고 혼잡도를 가중시키면 광고 표현상의 제약 뿐만 아니라 광고효과의 상당한 감소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광고주의 효과적인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며 상업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광고에서 할말을 충분히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
물론 광고시간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광고의 길이를 축소하는 것을 탓할 수 만은 없다. 또한 광고의 길이가 축소되면 광고비 또한 비례해서(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락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짧은 광고가 긴 광고보다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Mord and Gilson 1985). 나아가 제품의 특성이나 광고메시지상 15초의 짧은 광고시간이 적합한 광고주에게는 30초 길이의 광고는 낭비일 수도 있다(김상훈 1991). 또한 시청자들의 채널바꿈이 심각한 상태에서 소수의 긴 광고보다는 다수의 짧은 광고가 소비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많이 갖는다고도 할 수 있다(Kaatz 1986).
15초 광고의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단점 또한 결코 이 보다 가벼울 수가 없다. 광고길이가 짧아지면 혼잡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르는 부정적 측면은 이미 심도있게 논의한 바와 같다. 그에 더해서 광고전반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높아지고 채널바꿈이 증가한다.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지는 모르지만 광고길이가 짧아져서 광고비가 싸지면 더욱 많은 광고주가 모여들고 결과적으로 단위당 광고비는 더 많이 오를수 있다는 우려도 가능하다(Kaatz 1986).
그러나 광고시간의 기본이 15초로 되면서 광고계에 미치는 가장 염려스러운 바는 creative한 광고메시지 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30초 길이의 광고시간이 어느정도 공급된다면 30초와 15초 광고시간을 적절히 확보해서 30초광고에는 광고메시지를 의도대로 충실히 담고 15초광고는 30초광고의 상기(reminder)용으로 활용한다면 유용한 매체전략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ay and Webb 1986).
다른 연구와 마찬가지로 본 연구도 몇가지 제한점을 적시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강제노출이다. 일상적인 TV시청 때와는 달리 주목을 한 상태에서 실험용 프로그램과 광고를 접했기 때문에 평상 시청상태에서보다 광고에 대한 인지적 성과가 다소 높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각 피험자 그룹당 표본수가 다소 적었다는 것이다. 표본수가 컸으면 가설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피험자가 전부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일반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다소 다른 결과가 도출됐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마지막 제한점이자 장래의 연구에서 꼭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광고의 혼잡도를 4편과 8편으로만, 또 광고의 길이를 30초와 15초로만 조작했다는 것이다. 혼잡도와 광고의 길이를 달리 조작하면 (예를들어 혼잡도를 3편, 6편, 9편으로, 광고의 길이를 30초, 20초, 15초로) 다른 결과를 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예로 광고의 혼잡도 증가와 광고길이의 축소가 반드시 직선형(linear)이 아니라 곡선형의(curvilinear) 하향효과를 도출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외에도 이번 연구에서는 의도적으로 제외되긴 했지만 장래 이 분야에서 이루어져야할 관련연구들은 많다. 그 중 몇가지만 지적해 보더라도, 제품의 특성이나 관여도와 광고혼잡도, 짧은 광고와 긴 광고가 혼합되어 제시될 때 나타나는 효과, 프로그램 성격이 광고에 미치는 영향, 광고 방영시간 내에서의 특정광고의 위치 등 더 효과적인 방송광고 집행을 위해 밝혀야 할 과제는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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