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정치광고의 유형과 효과에 관한 연구
김무곤(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전임강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日, 동경대학교 사회심리학 석·박사(정치 커뮤니케이션 전공), 日 게이오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
텔레비전 정치광고가 자유 보통선거를 실시하는 세계 여러나라들에서 점차 그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 후보자 및 유권자들도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종래의 선거문화를 개선하고, 보다 합리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써 텔레비전매체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에 걸쳐서 정치광고에 대한 실용적 요구와 함께 학문적 관심도 고양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정치광고 관련 연구는 주로 실무적 관점에서 바라본 선거지침서나 해외 동향의 소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왔으며, 정치광고가 유권자의 태도 변화 및 투표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와 과정에 대한 체계적, 실증적 연구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제 본격적인 미디어 정치 시대를 맞아, 정치광고가 과연 기존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 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광고에 대한 기초 자료와 데이터의 축적은 물론,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분석틀을 개발해나가는 작업과 함께 기존 연구성과의 보다 세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유형과 효과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검토, 고찰함으로써 유권자의 태도 및 행동에 텔레비전 정치광고가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와 한계에 대해 이해하고, 향후의 연구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1. 서론
정치광고가 정당 및 후보자의 선거운동 전략에 있어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가고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정치광고의 활용은 미국과 서유럽국가 및 일본과 같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 있어서는 이미 선거과정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 하고 있으며(김정기, 1992, 선우동훈, 1992; 김창현; 1992, 이진아, 1997), 자유 보통선거를 실시하는 세계 여러나라들에서 점차 그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적 정치체제의 선거과정에서 후보들과 그들에 대한 정보는 유권자들이 투표행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며 결정적이다. 유권자의 후보자에 대한 정보 취득은 다양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매스미디어이며, 매스미디어 중에서도 텔레비전의 영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은 첫째, 거의 모든 가정에서 소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매체이고, 유권자의 접촉시간이 가장 긴 매체이며, 둘째, 그 전달의 신속성 및 동시성이 다른 매체와는 현저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으며 , 셋째, 현대와 같이 후보자와 유권자의 직접 접촉이 어려운 대중정치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치적 능력 및 활동에 대해서 텔레비전에 비치는 것을 근거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Radunski, 1980). 또 선거시에 유권자에게 후보자와 논쟁점을 가장 선명하게 이해하게 해주는 것도 텔레비전이기 때문이다(Cundy, 1986). 현대 정치에서 텔레비전의 강력한 영향력을 가리켜 텔레폴리틱스(tele-politics)라 부르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텔레비전 매체의 정치적 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정당 및 후보자 뿐 아니라 유권자 측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선, 정치 정보의 생산자인 정당 및 후보자들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비효율적인 종래의 정치적 동원방식을 개선하는 대안으로써 텔레비전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권혁남, 이준일, 1997; 김무곤, 1997). 즉, 텔레비전이 가진 높은 효율의 기술적 매개가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는 기대감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치 정보의 소비자(유권자) 측에서도 텔레비전을 통한 후보자와의 보다 직접적인 접촉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통로만으로는 후보자 선택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취득할 수 없다는 수용자 측의 정보 욕구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종래의 왜곡된 선거문화를 개선하고 보다 합리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써 텔레비전 정치광고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탁진영(1996)은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의 정치상황에 걸맞는 정치광고의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관열(1997)은 "우리 나라의 고질적 선거문화는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선거방법을 활용하여 개선되어야 하며, 정치광고는 중요한 대안 중 하나(p.78)"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정치광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으나, 이에 관한 체계적 연구는 시작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정치광고 관련 연구는 1980년대까지는 박기순(1984), 정윤무(1987)의 연구와 몇 편의 학위논문을 제외하고는 주로 실무적 관점에서 바라본 선거지침서나 해외 동향의 소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으나, 최근 몇 년간에 걸쳐서 실용적 필요성과 함께 학문적 관심이 고양됨에 따라 정치광고에 관한 학술적인 검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쟁점, 이미지, 상징, 비방의 네 가지 메시지를 분석단위로 해서 1952년에서 1988년까지 미국 대통령선거에 사용된 텔레비전 정치광고를 분석한 이관열(1991)의 연구를 시작으로, 미국 선거의 변화와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특성 변화를 검토한 김창현(1992), 미국의 공격적 정치광고의 배경과 이론에 대해 검토한 김광수(1992), Tak, Kaid와 Lee(1997)의 연구 등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체계적인 정치광고 연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때부터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서막이 열렸다. 그러나 14대 대통령 선거의 텔레비전 정치광고는 우리나라 선거사상 처음으로 허용되었다는 역사적 의미에서 높이 평가될 뿐, 유권자에 대한 노출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었으므로, 효과의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광고가 유권자의 태도 변화 및 투표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제 본격적인 텔레비전 정치 시대를 맞아, 정치광고가 과연 기존의 선거문화와 동원방식을 개선할 만한 제도이며, 기존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 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치광고에 대한 기초 자료와 데이터의 축적과 함께,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는 분석틀을 개발해 나가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치광고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정치광고의 윤리적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실정이며, 정치광고의 효과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선발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기존 연구 성과의 보다 세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나라는 정치광고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 실증적 연구, 즉 후보자 평가 및 투표행위에 미치는 효과나 선거과정에서 정치광고의 영향력 등에 대한 논의도 미국 등 서구의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유형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검토함으로써 텔레비전 정치 광고가 유권자의 태도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와 한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하, 제2절에서는 정치광고의 개념과 기능을 검토하고, 제3절에서는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유형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를 검토하고,정치광고의 효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정치광고의 기본적 유형을 설정한다. 제4절에서는 제3절에서 분류한 유형을 중심으로 정치광고의 효과에 대한 주요한 연구결과를 검토함으로써 유권자의 태도 및 행동에 대한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효과에 대해 고찰한다.
2. 정치광고의 개념과 기능
정치광고는 "후보자나 정당이 수용자의 태도나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Kaid, 1981)"로 정의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점은 정치광고의 메시지가 다른 정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달리 '돈을 지불함으로써' 후보자나 정당이 메시지의 형식이나 내용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선거보도, 정치토론 등 다른 정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정치광고는 명확히 구별 된다. 예를 들어 뉴스의 내용은 후보자가 편집할 수 없으나, 정치광고에서는 후보자 자신이 소구하고 싶은 이미지나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때문에 정치광고는 후보자의 특징 뿐 아니라 해당 시대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으며, 광고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이 다른 종류의 광고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텔레비전 정치광고가 후보나 유권자에게 다른 매체를 통한 광고보다 더욱 큰 관심과 주목을 끄는 것은 텔레비전이 시각 및 청각적 전달을 동시에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텔레비전 광고는 다른 어떤 매체를 통한 광고보다도 소비자에게 상품을 친밀하고 생동감 있게 소개할 수 있으며, 설득력이 강하고, 또한 효과도 직접적이기 때문이다(Littlefield & Kirkpatrick, 1970).
정치광고의 기능은 여러 가지 있지만, 우선 유권자의 측에서 보면 크게 나누어 ① 쟁점 정의의 기능, ② 정보 제공의 기능, ③ 정치사회화의 기능 등이 있다. 정치광고는 유권자들에게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토론에 필요한 쟁점을 제공할 뿐 아니라, 쟁점을 정의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반복을 통해 그러한 쟁점들에 대해 누적적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유권자가 선거에 관한 정보를 보다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게 하고, 유권자의 선거에 관한 관심을 유발하여 후보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추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 뿐 아니라 국민의 투표율 향상에도 기여하는 등 정치 참여도를 높일 뿐 아니라 정치사회화에도 기여한다 (Denton & Woodward, 1990; Hofstetter & Buss, 1980; Kaid, 1981; Patterson & McClure, 1976).
한편 후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치광고는 ① 지명도 향상 기능, ② 이미지 창출 기능, ③ 지지 강화 기능, ④ 체계적 선거전략수립 등의 기능을 한다. 즉, 정치광고는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명도를 향상시켜 주며(Nimmo, 1976; Denton & Woodward, 1990). 독자적인 이미지 창출을 통해서 유권자의 정당선호도에 기초한 선택적 노출을 극복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지지자들과 정당 조직원들의 사기를 고무시키고 단결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선거운동에 더 열심히 참가하게 하며(Kaid, 1981), 또 여론조사와 결합되어 잠재적 유권자 집단을 찾아 내고, 이들 특정집단을 목표로 한 메시지와 매체 전략을 통해 효과적으로 선거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거전략의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Johnson-Cartee & Copeland, 1991; Trent & Freidenberg, 1991; 탁진영, 1996).
다만, 정치광고는 다음과 같은 역기능이 발생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첫째, '선거산업'의 폐해가 드러나고있는 미국의 예에서도 보듯이, 또 다른 방식의 고비용 정치구조를 생성할 수 있다. 둘째, 그 메시지가 정책, 이념보다는 이미지나 정서가 강조되는 경향이 강하므로 시민의 양식이나 이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수용자의 편견, 고정관념과 같은 선유경향에 호소함으로써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저해할 수 있다. 셋째, 유권자와 후보자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미디어 정치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질 경우, 이것이 정당정치의 발전을 막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하용출, 1997; 김무곤, 1997).
3.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유형
1) 정치광고 유형의 두 개의 차원
텔레비전 정치광고는 표현의 스타일, 기법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우선 Devlin(1986)은 정치광고의 유형을 ① 원시적 광고, ② 호소형 광고, ③ 부정적 광고(공격적 광고), ④ 시각소구형 광고, ⑤ 아이디어 광고(영상과 그래픽 등으로 기억에 남기 쉽게 만든 광고), ⑥ 시민과의 대화(cinema verite ad), ⑦ 다큐멘터리 광고, ⑧ 시민의 추천 광고, ⑨ 유명인으로 부터의 추천 광고(testimonial ad), ⑩ 독립 광고(후보자나 정당이 아닌 다른 기관이 독자적으로 제공하는 광고)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Diamond와 Bates(1992)는 정치광고를 후보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유형에 따라 아이덴티티광고(identity spot), 주장광고(argument spot), 공격광고(attack spot), 비전제시광고(visionary spot)로 분류한다.
또 Kern(1989)은 후보자의 정치적 입장을 광고 메시지에 포함시켰는지 여부에 따라 플랫폼광고(platform ad)와 슬로건광고(slogan ad)로 나누고 있다. Trent와 Freidenberg(1991)는 후보자의 장점을 강조하는 긍정적 광고(positive ad)와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강조하는 부정적 광고(negative ad), 그리고 상대후보 측의 공격에 대한 반응광고(response ad)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또한 부정적 광고(negative ad)를 더욱 세분해서 분류하고 있는 연구자도 있다. Gronbeck (1985)는 부정적 광고를 암시광고, 비교광고, 공격광고의 세 유형으로 나누고 있으며, Jamieson(1986)은 부정적 광고를 메시지 표현 전략의 차이에 따라 개념광고(concept ad), 개인증언광고(personal witness ad), 중립적 보도자광고(neutral reporter ad)로 나누었다. 또 Kern(1989)은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의 강도(强度)에 따라 '강력한 부정광고'와 '부드러운 부정광고'로 분류하였다. Johnson-Cartee와 Copeland (1991)도 부정적 광고의 유형을 상대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직접공격형', 자신과 상대 후보를 비교 하면서 공격하는 '비교공격형', 상대방을 암묵적으로 공격하는 '암시공격형'의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분류들은 대부분이 광고의 표현방법이나 기법의 다양성을 망라해서 나열하는 1차원적인 분류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하나의 광고가 여러 카테고리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광고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측면들 중에 하나의 측면만 강조되고 다른 측면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포괄적이지 않다.
정치광고의 효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분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치광고의 유형을 소구하는 메시지의 내용의 차이에 따라 '이미지광고-쟁점광고'의 차원, 표현방법과 전략의 차이에 따라 '긍정적 광고-부정적 광고'의 두 가지 차원으로 크게 나누는 것이 객관성과 포괄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이러한 분류를 적용한다면 대부분의 정치광고가 긍정적 이미지광고, 부정적 이미지 광고, 긍정적 쟁점광고, 부정적 쟁점광고의 네 가지 유형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2) 긍정적 광고와 부정적 광고의 차원
광고 표현의 유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치광고를 분류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중요한 차원은 부정과 긍정의 차원이다. 긍정적 광고란 후보자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광고이다. 그 내용은 실적을 부각시킨다든지 인간미나 지도력을 강조하는 것으로써, 주로 후보자 자신이 직접 호소하거나 시민이나 유명인의 입을 빌리는 형식이 많다.
긍정적 광고의 기능은 첫째, 후보자의 배경, 전력, 업적, 선거 쟁점에 대한 입장, 장점, 가족과 친우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해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이다. 둘째, 선거 쟁점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다. 셋째, 지지자 및 소속 당원들이 후보자에 대해 지니고 있는 긍정적 감정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넷째로 후보의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재정립하는 것이다(김창현, 1992).
한편 부정적 광고는 상대 후보자나 정당을 공격하는 광고이다. 부정적 광고는 상대 후보를 불리한 입장에 빠뜨리거나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도록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긍정적 광고에서처럼 후보자의 장점을 강조 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어내어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유권자들 사이에 퍼뜨리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부정적 광고는 메시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비방, 중상 등의 문제로 인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반면, 그 효과가 주목되어 1980년대에 이용이 정착되었다(김창 현, 1992; 김광수, 1992).
부정적 광고는 텔레비전이 정치광고에 사용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용되어왔는데,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유권자에게 단순한 중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보급되지는 않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 그 이용이 착실하게 증가되어왔다. 1960년 이래 미국 대통령 선거 정치광고의 내용 분석을 계속하고 있는 Kaid와 Johnston(1991)의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 광고가 갑자기 늘어난 1964년을 제외하면 1960∼1970년대의 정치광고 중에 부정적 광고가 점하는 비율은 20%대에 지나지 않았으나, 1980∼1988년의 선거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거의 1/3을 넘는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표 1> 참조).
또 <표 1>에 포함되지 않은 1992년 선거에서는 클린턴 후보의 광고물 30개 중에서 19개(63%), 부시 후보의 광고 23개 중에서 13개(57%)가 공격적 광고였다(Devlin, 1993). 이어 1996년 선거에서도 클린턴 대통령과 돌 후보는 캠페인 비용 중에서 텔레비전 광고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였으며, 역사상 가장 많은 부정적 광고를 사용하였다. 공격적 광고는 이제 미국의 정치광고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Johnson-Cartee와 Copeland(1991)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유권자들은 부정적 광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연구의 대상이 된 전체 응답자 중 75%가 부정적 광고에 대해 비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많은(75%) 응답자가 부정적 광고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결국 부정적 광고는 유권자들의 비판을 받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3) 쟁점광고와 이미지광고의 차원
투표행동의 규정요인으로써 후보자의 정책 쟁점에 대한 입장이 중요한가, 아니면 후보자의 퍼스낼리티(이미지)가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투표 행위 연구 및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있어서 오래 기간에 걸쳐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정치광고 연구 분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즉, 정치적 정보의 중요한 원천의 하나인 정치광고에 있어서 이 두 가지 요소가 어느 정도, 어떤 형식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들 중 어떤 요소가 유권자의 투표 행위를 보다 더 강하게 규정하는가 라는 것이다.
쟁점광고는 광고 속에서 어떤 특정한 정책을 들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형식의 광고이다. 한편, 이미지광고는 후보자의 개인적 특성, 예를 들어 리더쉽, 정직성, 능력을 주장하는 광고이다.
여러 연구자들의 내용분석에 의하면, 종래부터 정치광고에 쟁점적 내용을 포함하는 광고가 많이 제작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정치광고의 주된 목적은 선거 쟁점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알리려는 것으로 믿어졌다.
Patterson과 McClure(1976)가 1976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용된 닉슨과 맥거번의 정치광고를 분석한 결과, 42%가 쟁점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광고물이었으며, 28%는 어느 정도 쟁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광고물이었다. 또, 같은 연구에서 쟁점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광고 시간과 뉴스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보도 시간을 비교해 본 결과, 선거쟁점에 관해 정치광고가 뉴스보다 더 중요한 정보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Joslyn(1986)은 대통령 선거와 상원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506개 정치광고물의 내용분석을 통해, 정치광고를 메시지 내용에 따라 '장래의 정책에 관한 주장', '회고적으로 정책의 만족을 소구', '호의적인 지도자 이미지', '의식으로서의 선거'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쟁점 광고에 가장 근접한 내용인 '장래의 정책에 관한 주장'을 담은 광고는 약 15%에 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회고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60%의 광고가 언급하고 있었다. 반면에 이미지 광고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호의적인 지도자 이미지'는 57%에 달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 정치광고의 내용은 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1984년 대통령 선거시 방영되었던 정치광고물을 분석한 Boiney와 Palets(1991)는 이미지 중심의 소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후보자의 특징에 대해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언급하고 있는 광고가 전체의 89%였으며, 두 가지 이상 언급하고 있는 광고도 거의 반 이상에 달했다. 반면에 정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고 있는 광고는 전체의 76%에 달했지만, 정책에 관한 후보자의 입장에 대한 언급은 66%, 두 가지 이상의 정책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는 광고는 10%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쟁점만을 소구한 광고와 이미지만을 소구한 광고의 수를 비교해 보면, 순수한 이미지광고는 전체의 18%에 달하였으나, 순수한 쟁점광고는 5%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투표행동의 규정요인으로 여겨져 오던 '정당일체감' 이라는 요인이 약화되고, 그 대신 후보자의 개인적 특성이 중시되게 된 점을 반영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광고는 쟁점 중심의 광고로부터 이미지 중심의 광고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4.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효과
1) 정치광고의 일반적 효과에 대한 논의
텔레비전 정치광고를 유권자들과 접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하나로 가장 먼저 활용한 것은 미국의 정치가들이었다. 아이젠하워가 1952년에 처음 사용한 이래로 텔레비전 정치광고는 대단한 속도로 증가했고, 현재는 미국의 주요 선출직을 위한 모든 경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 캠페인 비용 중에서 매체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대 미국의 선거에서 텔레비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1980년에 카터와 레이건은 각각 정치광고에 그들의 총예산 2천940만달러의 2/3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는데, 그 중 약 1천300만달러가 텔레비전에 사용되었고(Devlin, 1981), 1982년의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그들의 선거 캠페인 총예산의 약 25%를 텔레비전 광고와 그에 관련된 지출에 사용하였다(Cundy, 1986).
또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진영은 3천 850만달러, 클린턴 진영은 3천500만달러, 페로 진영은 4천만달러의 정치광고비를 지출하였으며, 이 비용은 각각의 후보자의 선거운동 경비 총액의 60%에 해당한다(Devlin, 1993).
텔레비전 정치광고 중에서도 30초에서 60초의 짧은 토막광고의 사용이 미국의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지배적인 형태가 되었다. 텔레비전 광고는 1980년대 초반에 이미 모든 유료 정치광고의 75∼90%를 차지하게 되었다(Sabato, 1981). 미국의 텔레비전 시청자들은 정치광고에 거의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위스컨신주와 콜로라도주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Atkin, Bowen, Nayman과 Sheinkopf(1973)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약 75%가 주지사 선거기간 중에 텔레비전 광고를 본 것을 기억해낼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Surlin과 Gordon(1976)도 비슷한 결과를 보고 하고 있다. 그들은 93%의 애틀랜타 주민과 91%의 필라델피아 주민이 1972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닉슨 또는 맥거번 후보의 광고를 적어도 하나는 보았다고 응답한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정치광고를 본 응답자 중 99%의 애틀랜타 주민과 98%의 필라델피아 주민이 텔레비전 광고를 보았다고 밝혔다. 신문, 라디오 등 다른 매체를 통한 정치광고는 그 광고비 지출과 접촉의 양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공직 선거에 나오는 주요 후보자들이 텔레비전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또 그 광고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시청된다는 것은 아주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광고비 지출과 압도적인 노출이 명백한 효과를 낳고 있는가?
Lazarsfeld, Berelson과 Gaudet(1944)의 초기 연구는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전반적이라기 보 다는 오히려 보강효과에 한정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 이후의 연구에 의해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단순한 보강을 넘어서는 효과를 가진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그 중에서도 매스미디어의 의제 설정기능(McCombs & Shaw, 1972)에 대한 견해는 상당한 지지를 얻어왔으며, 특히 Iyengar, Peters와 Kinder(1982)는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와 네트워크 저녁뉴스의 의제 설정기능이 관련성이 있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텔레비전 정치광고 그 자체의 효과에 대한 초기 연구 중의 다수는 광고비 지출과 투표행위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하고 있다. Wanat(1974)은 정치광고비 지출과 미국 하원의원 선거의 투표율 사이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찾아냈으며(Cundy, 1986에서 재인용), Joslyn(1981)은 다변량분석을 통해 투표행동의 지속과 변화에 대한 규정요인으로써 정당의 미디어 광고비 지출이 정당일체감과 임기 다음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용자 조사를 통한 연구도 위와 같은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Mulder(1979)는 1975년 시카고 시장 선거시의 패널 조사를 통해, 정치광고에 대한 접촉과 투표의도 및 기타 선거 쟁점들 사이에서 약하지만 지속적인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Hofstetter, Zukin과 Buss(1978)도 전국조사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정치광고에 대한 노출과 캠페인의 쟁점들, 그리고 응답자가 가진 정보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그러나 정치광고가 후보자의 이미지를 형성, 지속, 또는 개선시키는 데 작용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Patterson과 McClure(1976)의 주장은 아주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Cundy(1986, 1990)도 정치광고의 이미지 효과에 대해 전면적인 동의를 보내지는 않는다.
정치광고의 효과는 주로 수용자의 인지, 감정, 행동의 세 가지 측면에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각 측면의 효과를 인지효과, 감정효과, 행동 효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지효과는 후보자나 쟁점에 대한 유권자의 지식과 지각을 변화시키는 효과이고, 감정효과는 주로 유권자가 후보자나 쟁점을 평가하는데 작용하는 효과이며 행동효과는 수용자의 투표나 캠페인 참여 등의 행동에 직접 작용하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의 연구를 중심으로,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효과를 이 세 가지 측면에 작용하는 효과로 나누어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다
2) 정치광고의 인지적 효과
인지효과는 수용자의 지식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와 수용자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정치광고가 수용자의 정치적 지식의 획득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의 정치광고를 조사한 Patterson과 McClure (1976)에 따르면, 정치광고에 자주 노출된 사람일수록 후보자의 쟁점에 대한 입장(닉슨 후보의 중국에 대한 입장이나 맥거번 후보의 군축에 대한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반면에 텔레비전 뉴스에 대한 접촉과 수용자들의 쟁점에 대한 지식의 차이는 상호 관련이 없었다. 이들은 정치광고에 이러한 기억효과가 있는 이유를 정치광고 메시지의 특성인 단순성과 반 복성 때문일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또한 Atkin과 Heald(1976)의 연구도 정치광고에 대한 접촉과 정치적 지식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들은 미시간주의 한 선거구에서 임의로 추출된 유권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텔레비전 정치광고에 대한 노출의 양이 선거 캠페인에 대한 지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Hofstetter, Zukin과 Buss(1978)는 전국 조사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정치광고에 대한 노출, 텔레비전 지역뉴스, 그리고 캠페인의 쟁점들과 응답자가 가진 정보의 정도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효과는 특히 정치적인 관심이 낮은 사람과 정치적 관여도가 낮은 사람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광고 유형의 차이에 따라 수용자의 기억에 미치는 효과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Newhagen과 Reeves(1991)가 1988년 선거 때의 정치광고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연구는 부정적 광고가 긍정적 광고에 비해 보다 잘 기억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 광고는 메시지에 포함되어 있는 시각적 요소와 음성적 요소 두 가지 모두의 면에서 기억의 재생을 촉진할 뿐 아니라 기억의 정확성을 고양시킨다. Lang(1991)의 실험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얻고 있다.
또한 쟁점광고와 이미지광고의 유형 차이가 수용자의 기억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도 보고되고 있다. Geiger와 Reeves(1991)는 이 두 유형의 효과의 차이를 실험연구를 통해 비교 검토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용자가 광고 메시지에 포함 되어 있는 영상 요소의 기억을 재생하는 속도는 이미지광고의 경우가 빠르고, 그 내용에 대한 기억도 쟁점광고에 비해 정확하였다. 그러나 이미지 광고 중에서도 카메라의 움직임이 빠르고 동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음성 요소의 기억을 재생하는 시간은 늦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억의 정확성이라는 면에서는 '정적인 영상의 이미지광고'와 '동적인 영상의 쟁점광고' 의 효과가 가장 높았다.
3) 정치광고의 감정적 효과
다음은 후보자 평가에 대한 효과를 중심으로 정치광고의 감정효과를 살펴보겠다. 우선 정치광고에 대한 접촉이 유권자의 후보자에 대한 감정을 변화 또는 개선시키는 효과가 없거나, 만약 있더라도 그 효과는 다른 요인의 효과에 비해 미미하다는 견해가 있다.
Patterson과 McClure(1976)에 의하면, 정치 광고는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키지 못하므로 "대통령 선거 정책에서 이미지 창출을 위한 광고는 쓸 데 없는 노력이다. 모든 주의 깊은 이미지 계획(지시 내리기, 카메라 작업, 계산된 답변 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p.111)." 그들의 주장은 유권자가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마음을 정하기까지, 수많은 정치광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닉슨과 맥거번 후보의 이미지가 크게 변화가 없었다는 1972년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분석에 기인하고 있다. Atkin과 Heald(1976)의 연구에서도 정치광고의 접촉과 후보자 평가 사이에는 미약한 관련성밖에 인정되지 않았다.
Cundy(1986)도 텔레비전 정치광고가 후보자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유권자들은 선거기간 전에 이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다른 매체에 나타난 후보자의 모습을 통해서 후보자 이미지를 고정시키며, 선거기간 중의 정치광고는 보강효과 만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 후의 Cundy(1990)에 의한 실험연구에서는 정치광고 접촉이 후보자 평가에 일정한 정도의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 영향력의 크기는 뉴스의 그것보다 작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정치광고와 후보자 이미지 형성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또 다른 연구들은 Patterson을 필두로 하는 이러한 비관적인 견해와는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Keating과 Latane(1976)은 심리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매체, 음성매체, 문자매체를 통한 정치적 메시지의 설득적인 영향력을 비교하는 실험을 실시 하였다. 그 결과,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차이는 메시지가 담고 있는 논점에 대한 수용자의 의견의 변화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였으나, 그 대신에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에는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이 연구는 후보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텔레비전의 영상을 통한 설득이 문서나 오디오 매체를 통한 설득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Meadow와 Sigelman(1982)은 의회의 실제 후보자들에 관해 독자적으로 제작한 텔레비전 광고를 사용해서 심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고 유형에 따른 효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을 실시 하였다. 이 실험의 결과는 텔레비전 광고가 후보자에 대해 '따뜻함', '자비' 등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수용자의 속성의 차이에 따라 후보자 평가 효과가 달리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먼저 Kaid(1981)는 정치광고의 메시지는 정치 참여도가 낮은 수용자에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앞서 언급한 Atkin과 Heald(1976)의 연구에서도 정치적인 정보가 적은 유권자들에게 있어서는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시청빈도와 후보자 선호 척도 사이의 관련성이 발견되고 있다. 또 부정적 광고에 접촉한 수용자를 조사한 Garramone (1984)의 연구는 부정적 광고의 목표가 된 후보의 평가를 저하시키는 수용자는 주로 ① 투표 의도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람 중에서 선거 관여도가 높은 사람, ② 교육 정도와 선거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높은 사람임을 보여주고 있다.
부정과 긍정 차원의 광고표현 유형의 차이도 후보자 평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1990)에 의하면, 부정적 광고는 후보자간의 이미지의 차이를 보다 뚜렷하게 할 뿐 아니라 호의도에 차이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쟁점광고와 이미지광고의 차이도 후보자 평가에 영향을 준다. Geiger와 Reeves(1991)는 쟁점 광고 쪽이 이미지광고에 비해 수용자의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보다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 하고 있다.
4) 정치광고의 행동적 효과
마지막으로 정치광고가 수용자의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 다만 최근의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나 사회심리학 연구의 진전에 따라서, 광고가 직접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식이나 후보자평가에 영향을 미치고,그것들이 행동에 영향 을 미친다고 생각되고 있다(Inaba, 1994).
그러나 부정적 광고가 투표행동이나 선거 캠페인에의 참가를 억제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부정적 광고가 유권자의 기권 행동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실증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Garramone(1990)의 연구는 부정적 광고가 투표참가행동을 방해하는 효과를 찾아낼 수 없었다.
이에 반해 Ansolabehere와 Iyengar(1991)는 199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의 텔레비전 광고 연구를 통해서, 유권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보여 주는 공격적 광고가 유권자를 선거 캠페인으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투표 참가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Ansolabehere & Iyengar, 1991).
5. 결론과 과제
지금까지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유형을 표현방법과 전략의 차이에 따라 '긍정적 광고-부정적 광고', 메시지 내용의 차이에 따라 '이미지광고- 쟁점광고'라는 두 개의 차원으로 나누고, 그 효과에 대해 인지효과, 감정효과, 행동효과의 세 가지 수준에서 검토해 보고, 정치광고는 인지 수준에서 높은 효과가 보인다는 점, 또 부정적 광고가 긍정적 광고에 비해 후보자 평가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견해 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텔레비전 정치광고의 영향력에 대한 증거는 아직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 이 분야의 연구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연구결과들은 시사적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이들 연구는 아직도 대부분 조야한 집합자료나 상반된 추론, 또는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 표본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치광고의 효과를 보다 명확하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캠페인 기간과 같은 시간대에 내용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광고의 노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거나 실험 방법을 사용할 경우에도 실제의 시청상황과 가능한 한 근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광고의 효과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정치광고만으로 선거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정치광고는 후보자의 선거 캠페인과정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을 뿐이다. Faber(1992)가 언급하였듯이, 선거의 전체 과정속에서 정치광고가 어떤 단계에서 어떠한 효과가 있는가, 또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전체 과정 중에서 정치광고가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인가를 보다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앞으로의 정치광고 연구의 중요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미치는 정치 광고의 효과는 신문보도 및 텔레비전 뉴스의 선거 보도 등 다른 유형의 매스미디어에 대한 접촉효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인 등 다른 변수들과의 비교를 통해 검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광고의 효과의 편재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독립변인을 투입한 다변량분석을 통한 검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주로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한 것이라는 제한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또 우리나라에 적합한 분석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 성과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텔레비전 정치광고 연구는 유권자들이 광고 메시지에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실제 상황의 실험 또는 조사연구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학계에서도 아직 정치광고의 메시지 효과에 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실증적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광고 연구의 초석을 쌓는 작업일 뿐 아니라, 새로운 정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정치광고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 답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