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논의 및 결론
위에서 제시된 연구결과는 광고직업윤리에 대해서 광고와 마케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인식수준이 업계전문인들의 인식수준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경쟁사의 직원채용문제와 관련해서 두 집단간의 인식차이가 다르게 나타났는데 특히 학생들보다 전문인들의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현업의 경험을 가진 실무자들이 스카우트된 직원에 대해서 기존의 조직응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거나 과연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갖고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 기업의 관리자들이 경쟁사직원의 채용에 대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라는 기존연구의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Lee and Yoshihara, 1997 참조).
또한 이러한 결과는 현업의 전문인에 비해 학생들이 직장을 쉽게 옮기는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경제가 IMF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후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이 늘어나며서 기업간의 인력 스카우트경쟁이 심해지고 직장과 직업의 개념을 분리시키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세대간의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문시되는 금전거래에 대해서 상황에 따라 학생과 전문인의 인식이 다르게 나타났다. 즉 광고주로부터 소개료를 받는 것과 같은 금전거래에 대해서 학생과 전문인 집단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한 것은 일종의 계약관계에서의 업무로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비해, 친구가 소개료를 받는 것에 대해 학생들보다 전문인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한 것은 개인적 관계에서 돈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광고업계에 대한 인식과 개인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두 집단간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시나리오에 제시된 문제들이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특히 경쟁사 인력채용이나 의문시되는 금전거래가 업계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식을 학생들이 전문인들보다 더 많이 갖고 있었다. 한편 개인적인 행동차원에서 학생들은 전문인들보다 금전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더 많이 보였고, 전문인들은 광고대행과 경쟁사정보 관련문제에 대해서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의문시되는 금전거래에 대해서 두집단에서 모두 과반수이상이 비윤리적이라는 평가를 하였지만, 그러한 금전거래가 업계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식을 학생들이 전문인들보다 더 많이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러한 금전거래행위를 하겠다는 반응을 더 많이 보임으로써(58.7% vs. 46.0%), 윤리적 사안과 관련해서 학생들의 업계에 대한 인식과 개인적 행동간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에 비해 전문인들의 경우에 경쟁사정보에 대한 탐색행위나 경쟁사의 직원채용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윤리적인 판단과 업계에 대한 평가, 그리고 개인적 차원의 행동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현업에 있는 응답자들이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업무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또 다른 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윤리에 관한 실증적 연구들은 점차적으로 현업에서 윤리의 개념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미국기업에서 관리자들은 상황윤리를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Fritzsche, 1991, 1988; Jones, 1991; Pratt and James, 1994).
또한 한국과 일본의 비지니스 전문인의 윤리성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는(Lee and Yoshihara, 1997) 한국의 많은 비즈니스 전문인들이 상대적인 윤리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하면 자신들도 하고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조직에 경제적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의 경우 자신이 생각하는 의무론적 윤리관(What I think)과 타인에 대한 윤리적 인식(What others thinks)간에 차이가 많이 나타났는데,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경쟁사의 직원을 고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한 반면 응답자의 82%이상이 다른 사람들은 고용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즉 전문인들이 자신들의 윤리적 의식수준을 보다 높게 인식하고 있는 데 비해 다른 사람들의 윤리의식은 낮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행동간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같은 시각에서 본 연구의 결과도 광고업계의 전문인들이 업무윤리에 대해서 상대주의적인 인식을 많이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한편 윤리적 인식에 대한 기존연구들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 중의 하나가 응답자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가에 관한 것으로 이 문제에 대한 연구결과들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몇몇 연구들과 마찬가지로(예를 들면, Betz, O'Connell and Shepard, 1989; Chonko and Hunt, 1985: Stutts, Keefe, and McBride, 1990), 우리 나라 학생들의 경우에도 응답자의 성별에 따라 윤리의식이 다르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의 윤리의식이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경쟁사정보의 탐색행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직장에서 여성차별문제, 소비자기만행위 등에 대해서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의 비판적인 평가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업계에 대해서도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실시된 일부의 기존연구들과는 달리 전문인과 학생들의 윤리적 인식이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실무자들은 업무를 위해 경쟁사 직원을 데려오는 문제를 당연한 것으로서 인식하고 있는데 비해, 이러한 일이 현업에서 보통 흔히 있는 일인데도 학생들은 이에 대해 의문시하는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 학생들이 현업에 노출된 후에 인식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전문인집단과 학생집단간의 이러한 차이점들은 앞으로 학생들의 실무경험이 인식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후속연구를 통해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추후연구를 통해 시계열적인 관점에서 5년이나 10년후의 시차를 두고 실무자의 윤리의식을 본 연구결과와 비교함으로써 윤리적 행동에서의 변화를 밝혀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윤리적 인식이나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 가치관이다. 예를 들어 윤리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광고표현들에 대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응답자의 이상주의(idealism)와 상대주의(relativism)의 가치관의 높고 낮음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박현수, 2000 참조).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두 집단내에서 개인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문화적 차이(예를 들면,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 남성성과 여성성)가 갖는 중재역할을 밝혀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직업윤리에 대해서 우리 나라 광고전문인들과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인식차이의 한 단면을 보여준 기초적 자료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광고직업윤리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후속작업을 위한 연구노력이 필요하며 앞으로 광고업계에 진출할 미래세대의 직업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광고교육의 실천방안에 대해서 학계와 업계 공동차원의 연구가 적극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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