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논의
본 연구는 이용자와 사이트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 배너광고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구상되었다. 특히, 타 매체와는 달리 이용자의 능동적 매체이용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에서의 광고노출이 사이트에 대한 몰입과 태도에 따라 어떠한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았다. 이로서 종래의 연구경향인, 배너광고의 특성의 단일변인이나 이용자 개인의 단일특성이 배너광고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미시적인 관점을 벗어나, 조금 더 실생활에서의 복잡한 배너광고효과를 추론하는데 효과적인 정보를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몰입에 의해 광고노출의 차이가 나타났다. 즉 실험조건에 의한 몰입이건, 개인적 흥미에 따른 몰입이건, 몰입은 광고노출을 방해한다. 이는 광고에 대한 정보처리에서 비히클에 대한 몰입이 클 때, 광고에 대한 정보처리를 방해한다는 기존의 연구결과((Norris 등, 1992; Soldow 등, 1981; Lord 등, 1993)를 지지한다.
특히 TV와는 달리, 한 화면상에 광고와 컨텐츠가 동시에 제시되는 인터넷 배너광고에 있어서 개인의 몰입수준의 차이는 광고효과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용자들에게는 '컨텐츠'와 '배너광고'가 정보처리에 있어서 높은 '경쟁' 관계에 있다. 또한 인터넷은 전통적 매체, 특히 TV와 같이 수동적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 컨텐츠를 탐색해나가는 매체이므로 배너광고에 할당될 수 있는 이용자의 정보처리 용량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몰입에 관한 연구결과는 배너광고효과에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동일 사이트라 할지라도, 컨텐츠에 따라 배너광고의 노출에는 차이가 나타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검색 사이트에서 어떠한 정보를 탐색하는 이용자는 검색 결과에 대해 높은 몰입을 가질 것이며, 따라서 사이트에서 검색 결과가 제시되는 페이지의 광고에 대해서는 정보처리가 상당히 낮아서 광고노출이 낮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신문지면에 따라, 혹은 TV의 방송시간대에 따라 광고효과와 광고비가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일 사이트라 할지라도 어떠한 범주의 하위메뉴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광고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두 번째 문제인 태도에 있어서는 가설이 기각되었다. 오히려 태도가 좋은 사이트에 게재된 배너광고가 태도가 나쁜 사이트에 게재된 배너광고에 비해 노출이 떨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사이트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광고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서 광고에 대한 정보처리의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기각되었으며,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가능한 설명은, 단 1회, 10분간의 실험시간이 연구자들이 가정한 '평가의 전이'가 나타나기에 불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이트에 대한 태도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과정 속에 형성되는데, 본 실험에서는 단기간의 태도형성만을 처치하였고, 이러한 제한으로 가설이 지지되지 못하였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평가의 전이'가 나타났는지의 여부는 실험 후, 피험자들에게 실험도구에 사용되었던 배너광고를 보여주고, 이에 대한 광고태도를 물어보는 절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확인절차를 고려하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평가전이의 효과에 대해서는 추후의 연구를 통해 확인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결과는 주의 깊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본 실험상황에서는 모든 피험자에게 사이트를 10분씩 살펴보도록 하였다. 그러나 실제의 인터넷 이용 상황에서는 태도가 나쁜 사이트의 경우 이용시간이나, 재방문 여부, 이용 빈도에서 좋은 태도의 사이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광고의 노출이 나타날 수 있는 기본 조건인 비히클 노출 자체가 매우 낮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밝혀진 또 다른 시사점은 인터넷 이용시 비히클 노출과 광고 노출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며, 특히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그 차이는 달라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본 연구의 결과를 보면, 각 실험 조건당 7개의 광고를 제시하였고, 동일한 배너광고를 7번 비히클 노출시켰으나, 이용자들의 광고 재인 갯수는 평균 0.88개로, 재인율은 12.6%로 나타난다. 이 수치는 잡지광고의 재인율 55.8%(조정식, 김선자, 1998), 신문광고의 재인율 31.1%와 비교하면, 무척 낮은 수치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겠지만, 타 매체보다 비히클 노출과 광고노출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광고효과지표로서, 비히클 노출이 아닌 광고 노출이 중요하다는 것과는 별도로, 광고 노출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전통적인 매체와는 달리 인터넷의 경우, 이용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인터넷의 광고에서 광고노출에 관련된 효과지표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매체 특성을 고려해서 광고효과 측정은 '노출 측정'과 '상호작용성 측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Novak and Hoffman, 1996)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국갤럽과 사이버에이전트코리아가, 인터넷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광고주 167개사(매체사 203개사)를 대상으로 인터넷 광고효과를 조사한 결과 합리적인 광고단가를 책정하기 위한 기준으로는 클릭(53.3%)을 임프레션(28.1%)의 두 배 가까이 지적하였다는 결과(인터넷 마케팅 통계센터, 2001)는, 현재 노출중심적인 인터넷 광고효과모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전환율(Conversion Rate)과 같이 인터넷의 상호작용성을 고려한 광고지표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비히클 노출과 광고 노출의 차이와 관련하여, 일부 사이트에서 시도되고 있는 안티 번아웃(Anti Burnout) 광고시스템의 효과를 고려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서너번 배너광고를 '접하고도' 클릭하지 않는 네티즌에게 동일한 배너광고가 계속 노출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전자신문, 2000)으로 평가하여, 사이트 이용자 일인당 배너광고의 제시횟수를 3∼5회로 제한해 인터넷 광고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배너광고를 3번 이상 보면, 클릭 가능성이 거의 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와도 통한다(Chatterjee 등, 1998). 특히, 이러한 점에서 Chatterjee 등(1998)은 배너광고 3회 노출을 '배너광고 한계점(Banner burnout)'이라고 부른다. 안티 번아웃 기술은, 개별 네티즌의 접속기록파일(쿠키)을 추적하는 서버를 운영해야 하는데, 운영기법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인터넷에서 비히클 노출과 광고의 노출은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실험상황에서 7회 반복 노출한 배너광고에 대한 노출이 약 13%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터넷 이용자가, 광고가 게재되어 있는 비히클에 3회 이상 노출되었다고 해도, 배너광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욱이, 본 실험상황의 고몰입 조건에서는 7개의 광고 중 불과 0.34개(4.8%)만을 재인하였음을 감안한다면, 3회의 비히클 노출에서 광고효과가 감소된다는 안티 번아웃 기법의 효과는 검증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을 갖는다.
첫 번째는, 사이트 태도의 실험조건과 관련된 것이다. 비록 태도가 짧은 순간에 형성될 수는 있으나, 본 연구에서 조작된 사이트 태도는 실험상황에 적용이 가능한 변인만을 고려하여,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사이트 태도의 측면만을 다루고 있다. 즉, 이용자와 사이트의 '상호작용성'과 같은 인터넷 고유의 특성을 포함시키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제한점은, 광고의 노출을 재인으로 측정한 것과 관련된다. 몇몇 연구에서 재인으로 광고의 노출을 측정했다할지라도, '안구운동 측정기'와 같은 기계적 방법이 아닌 재인으로 광고의 노출을 측정한 것은, 재인이 광고 노출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므로 일부 부정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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