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어린이와 청소년 광고에 대한 심의
현재 일주일에 수백 건의 방송광고심의 물량이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상정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방송광고심의위원회에서 직접 다룰 수 없어서 사무국이 1차적인 검토를 진행한다. 그 결과 문제가 될 소지가 있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새로운 법적용이 필요한 경우 등 약 5%내외의 물량이 심의위원회에 상정이 된다. 따라서 실제 95% 이상의 광고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사무처 직원들의 전문성과 노하우 습득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많은 광고물량을 취급하고 민원인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어서 업무가 과중한 경우가 많으며,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심의업무의 전문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실무경험과 광고에 대해 열정을 지닌 실무진의 구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방송광고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는 실무진들에게 광고와 방송메카니즘에 대한 전문성 제고, 광고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에 대한 이해, 직업인의 윤리와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특히 기존 광고심의가 축적한 사례와 결정사항에 대해서 숙지함으로써 광고심의의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어린이 및 청소년의 연령기준은 신체적 발달이나 정신적 성숙도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현행 우리나라 방송광고심의규정에서는 만 13세 미만을 어린이로 그리고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본다. 그리고 방송심의규정 제24조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 대한 선언적 규정과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심의규정은 어린이들을 상업적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근본취지가 있다. 왜냐하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텔레비전을 많이 보기 때문에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고, 어른에 비해 광고의 내용에 대한 판별능력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광고에 의한 영향을 더욱 많이 받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제한된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도 모든 분야에 있어 성장과정에 있기 때문에 광고내용에 대한 판단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진실해야 할뿐만 아니라 과장된 몸짓이나 우스꽝스러운 언어의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특히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대의 경우에는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광고는 인성이 형성되어가고 있는 어린이의 생활과 언어습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상업적 메시지에 대한 면역성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방송심의규정 제57조에는 어린이대상방송의 제한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을 밝히고 있다. 즉 (1)어린이를 주시청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의 진행자나 인물주인공 또는 만화주인공을 이용한 방송광고는 당해 프로그램의 광고시간 또는 전후 토막광고시간에 방송하여 어린이에게 방송프로그램과 혼동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2)어린이를 주시청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의 광고시간 또는 전후 토막광고시간에는 어린이 의약품의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방송심의규정으로는 어린이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없으므로 좀더 강화된 규정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어린이들의 인지능력과 가치감각은 발전하는 단계에 있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어린이에 대한 부당한 이용과 속임수를 배제하도록 특별한 지침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방송을 모니터하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시민운동단체 또는 소비자보호단체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우편광고, 케이블TV 광고, 인터넷광고 등에 대해 전화, 우편 또는 컴퓨터통신 등을 이용하여 물품을 직접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광고에 출연하는 어린이는 예절바르고 행실이 좋은 어린이로 묘사되어야 하며, 어른에 대한 투정이나 반말투의 상업문 전달 또는 어른을 희화화함으로써 부모 또는 어른들의 위엄이나 권위를 거부하는 광고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방송광고심의가 민간기구에 위탁되면서 이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소비자들에게서 보다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은 2000년 9월 7일 프레스센터에서 ‘방송광고를 통해 본 소비자 문제’ 세미나를 개최하여 방송광고의 문제점과 그 개선책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단체가 청소년 3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광고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광고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광고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선택하거나 광고에서 선호하는 모델때문에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송보경, 2000). 한편 이 세미나에서는 현재 시민운동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광고 모니터링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광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실제 광고심의에서 많이 논의되는 부분 중에 광고노래 가창자가 어린이인지 아니면 어른이 어린이 목소리로 노래하는지 밝히기 어려운 때가 있다. 이에 따라 광고노래를 어린이가 부를 때는 어린이의 직접적인 광고행위로 보며, 광고노래가 어린이 목소리로 들리는 경우에는 광고노래 가창자의 연령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린이가 상품과 관련된 상업문을 직접 전달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어린이가 상품명, 기업명, 그리고 상품의 특성, 효능, 성분 등을 전달할 수 없으며, 상품과 관련된 부호나 기호를 광고에서 표현하는 것도 광고행위로 본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가 광고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제품에 대한 소개 또는 광고노래를 부르는 등 상업문 전달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 대해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민간단체인 Action for Children’s Television(ACT)에서는 “교묘한 광고기법이 종종 우리사회의 가장 어리고 무지한 구성원들을 감언으로 속이고 유린하는 데 사용되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든 제품광고에는 오도하거나 기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의 노력으로 1978년 연방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의 판매의도나 이해 및 평가가 어려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금지하였으며, 어린이들의 치위생에 위해가 되는 설탕첨가 음식물의 광고를 금지하거나 이들 광고에 영양 및 건강에 관련된 문구를 삽입하여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결정했다(Young, 1990). 그러나 이런 문구는 대부분의 취학 전 아동들은 글을 제대로 읽고 뜻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미국광고심의기구(National Advertising Review Board)는 1974년 어린이광고심의위원회(Children’s Advertising Review Unit)를 설치했으며, 어린이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광고를 진실되고 정확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린이광고자율규제지침을 제시하였다. 이 지침은 방송광고 뿐만 아니라 인쇄매체, 비디오, 전자미디어 등 각종 미디어에 나타난 12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모든 광고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한은경, 1999).
(1)광고주는 광고메시지가 대상으로 하는 시청자의 지식이나 소양의 수준, 성숙도를 항상 배려해야 한다. 연소자일수록 받아들이는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이 모자란다. 또 어린이들 자신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성격에 관해서도 이해력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광고주는 무력한 어린이들을 갖가지 해악으로부터 보호할 특별한 책임을 진다.
(2)광고주는 어린이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 소꿉놀이나 ‘--놀이’ 등의 놀이가 성장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어린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광고에 의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에 대해 과다한 기대를 유발해서는 안된다.
(3)광고가 어린이의 교육에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는 점, 어린이들의 건강이나 행복을 좌우하는 관행을 광고로부터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서 광고주는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한 방법, 유아에게도 알기 쉬운 말로 전해야 한다.
(4)광고주는 어린이들의 언동에 영향을 주는 광고의 잠재력을 살려 우정이나 친절, 성실, 정의, 관대, 존경 등 유익하고 바람직한 사회행동을 적극 환기시키도록 해야 한다.
(5)친사회적이고 바람직한 역할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소수민족이나 기타 계층의 사람들을 적극광고에 포함하도록 배려한다. 사회를 정형화하거나 차별을 주장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6)어린이의 인격형성이나 사회성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어린이를 지도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임에는 변함이 없다. 광고주는 이러한 부모/자식관계의 구축에 공헌해야 한다.
이러한 6개항의 기본지침과 함께 제품의 소개와 설명, 판매에 대해서, 정보의 알림과 면책표시에 관해, 비교광고에 관해, 프로그램이나 잡지의 캐릭터를 사용할 경우, 프리미엄/프로모션/현상에 관해, 어린이 클럽에 관해, 현상응모에 관해, 안전성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광고심의가 자율규제에 의해 이루어지더라도 어린이 광고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유의할 것은 광고심의규정의 ‘--하면 아니된다’처럼 소극적인 규제로 그치지 않고, 광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어린이의 친사회적 사회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점이다.
많은 광고인들은 어린이 및 청소년 광고에 대해 지나치게 까다롭게 심의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 및 청소년 광고에 대한 심의규정이 모호하며 포괄적이기 때문에 광고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린이를 광고목적에 직접 또는 주도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정만수, 1999a). 따라서 심의에 있어서 일관성을 유지할 것과 미국의 연방광고심의기구의 어린이광고기준처럼 기본원칙과 함께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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