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카운트 플래닝의 기본적인 개념은 영국에서 탄생되어 정립되었다. 어카운트 플래닝은 영국 광고회사들이 1980년대 불경기를 거치면서 많은 군소 광고대행사들이 경영부진으로 폐쇄 아니면 합병하는 가운데 작은 규모의 조직으로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영업전반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이러한 어카운트 플래닝이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로 확산된 보다 큰 이유는 크게 소비자의 변화,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 광고주 요구의 변화, 그리고 조사부서 내의 불만과 같은 조직간의 갈등으로 축약할 수 있다(Fornitni, 1998; APG, 1996). 즉, 어카운트 플래닝은 1980년 이후 소비자욕구가 변화되고 다양화됨에 따라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읽고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소비자 동기를 찾아내고 또한 갈수록 증가하는 시장정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광고주의 요구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어카운트 플래닝은 마케팅 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통합형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으로 변화되면서 이러한 통합형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에 대한 다양한 광고주의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채택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 외에 어카운트 플래닝은 광고대행사내의 직능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즉, 영국에서 어카운트 플래닝이 등장할 무렵에 크리에이터들과 조사부서간에 조사자료의 활용을 둘러싼 마찰이 있었다. 예를 들어 크리에이터들은 광고카피 테스트 위주의 업무에 대하여 불만을 제기하였으며 조사자료가 크리에이티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사용되지 않고 있는데 불만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의 불만은 어카운트 플래닝의 도입의 촉매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조사부서 내에서도 조사팀원들이 광고개발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어카운트 플래닝의 필요성을 점점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Fornitni, 1998).
그러나 이러한 직능간의 갈등은 미국에서 어카운트 플래닝의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Rob White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은 플래너와 AE간의 기획업무를 둘러싼 마찰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였다(Fornitni, 1998). 즉, 플래너와 AE간에 발생하는 갈등은 어카운트 플래너 제도의 도입 초기에 대행사들간에 많은 혼란을 야기하였으며 Rob White는 이러한 플래너와 AE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어카운트 플래닝을 조직 내에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하여 경영자가 각 직능간의 책임 및 권한의 소재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Fornitni, 1998).
이러한 플래너와 AE간의 기획 업무를 둘러싼 갈등은 AE중심의 플래닝 기능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광고대행사들이 어카운트 플래닝을 도입할 때 극복해야할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광고대행사들은 초기에 이러한 직능간에 발생하는 마찰 혹은 혼란을 완화하기 위하여 어카운트 플래닝 및 어카운트 플래너(AP)라는 별도의 조직과 직책을 두지 않고 기존의 조사팀 혹은 마케팅팀을 전환하여 리서처와 마케터가 어카운트 플래너(AP)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어카운트 플래닝의 기능과 역할에 관하여 고바야시는 외국문헌들과 미국, 영국, 그리고 일본에서 행해진 설문조사를 참고로 정리하였다(小林保彦, 1998). 고바야시(1998)는 그의 저서 "광고 비즈니스의 구조와 전개- 어카운트 플래닝 혁신"에서 어카운트 플래닝의 흐름은 어느 쪽에 비중을 주느냐에 따라 BMP(Boase Massimi Pollitt)유형의 리서치 지향형과 JWT(J. Walter Thompson)유형의 크리에이티브 지향형으로 크게 나누고 이를 도입하는 국가와 광고대행사 특성에 따라 실행 정도 및 방법은 조금씩 다르게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小林保彦, 1998).
고바야시는 또한 1998년에 광고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하여 어카운트 플래닝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어카운트 플래닝이 필요한 이유를 분석하였다. 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광고 실무자들은 어카운트 플래닝의 기능을 첫째, 소비자를 모니터하기 위한 기능, 둘째, 크리에이티브 개발을 위한 기능, 셋째, 광고주와 연락을 위한 영업기능,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고개발의 전과정에 참여기능으로 설명하고 있다(小林保彦, 1998). 고바야시(1988)는 광고대행사내에서 어카운트 플래닝이 필요한 이유로서 첫째,"더욱 정확하게 소비자를 모니터할 목적으로", 둘째, "리서치 부분에 더 충실하기 위하여", 셋째, "더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기 위하여", 넷째, "종래의 영업을 개선하여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내 전체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조직 개편을 위하여" 라는 네 가지로 요약하였다(小林保彦, 1998). 고바야시의 어카운트 플래닝 기능에 관한 개념정립 및 해석은 어카운트 플래닝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광고대행사들에게 중요한 이론적 바탕이 되고 있다.
어카운트 플래닝의 개념을 미국에서 보다 알기 쉽게 정리한 사람은 미국의 Jon Steel(1998)을 들 수 있다. Jon Steel(1998)은 그의 저서 True, Lies & Advertising에서 소비자 통찰(consumer insight)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Steel, 1998). 그는 가장 효과적인 광고를 개발하기 위하여 커뮤니케이션 개발과정에 소비자가 참여하여야 하며, 이러한 참여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Jon Steel은 또한 캘리포니아 우유가공협회의 "Got Milk"캠페인을 비롯한 많은 성공사례를 예를 들면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소비자와 자주 대화를 하여야 하며, 소비자들이 무엇을 생각하도록 하게 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마음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몇몇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카운트 플래닝은 광고회사의 체질과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도입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小林保彦, 1998). 아래의 어카운트 플래닝의 명칭에 관한 조사는 이러한 결과를 잘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표 1>에서 보듯이 어카운트 플래닝의 기능은 각 대행사의 특성에 따라 미국, 영국, 일본간에 조금씩 다르게 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는 플래닝 기능에 대한 명칭이 어카운트 플래닝의 발상지답게 "어카운트 플래닝"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마케팅 및 리서치 기능에서 전환되어 마케팅 리서치 및 플래닝 혹은 전략 플래닝(strategic planning)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일본의 광고대행사들도 미국과 비슷하게 플래닝 기능을 마케팅 리서치 및 플래닝이라고 부르고 있다.
요약하면 어카운트 플래닝은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현대적 광고환경에 적합한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 채택되었으며 도입과정은 각 대행사의 체질과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모 광고대행사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하여 실시 중에 있으나 대부분의 광고대행사에서는 이 제도를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광고대행사들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대형 광고회사 중심의 인수와 합병,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다국적 광고대행사의 국내시장 진출, 그리고 복수 미디어 랩의 등장 등은 우리 나라의 광고대행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신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많은 광고 경영인들은 우리 나라의 대행사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어카운트 플래닝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어카운트 플래닝의 필요성과 도입상의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우리 나라 광고대행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