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론적 배경
특정 브랜드의 미래의 마케팅 성과는 브랜드인지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Keller 1993). Burke and Schoeffler(1980)는 고객들의 높은 브랜드인지도가 높은 시장점유율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PIMS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장점유율과 인지도가 강한 정적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인지도 데이터를 잠재적 시장점유율 추정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학자들도 비보조상기와 시장점유율이 강한 상관관계에 있고 따라서 시장점유율추정을 위해 인지도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Gruber 1969; Haley and Case 1979; Nedungadi 1990). 나아가 회사인지도와 시장점유율간에도 상관관계가 높고 광고가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효과 중에서 70%이상이 회사인지도, 특히 비보조상기도에 연유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Miller and Berry 1998).
브랜드 인지는 특히 새로운 구매결정을 하게되는 무경험 소비자들에게 유력한 선택기준이 된다. 어떤 제품을 써본 경험이 없는 소비자들은 그 제품에 대해 확실한 브랜드 평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Hoyer and Brown(1990)은 한 제품 내에서 어떤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구매자는 일련의 제품시험구매에서 보다 적은 수의 브랜드를 시험해본다고 했다. 이는 소비자가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을 시험구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브랜드인지가 없는 구매자들은 알고있는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더욱 많은 수의 브랜드를 시험해보고 그 결과 최종선택단계에서는 품질 좋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유경험소비자, 즉 구매자들이 선택과정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거나 여러 개의 브랜드를 사용해본 후에는 인지도를 제품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정도가 훨씬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랜드인지가 소비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론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첫째, 브랜드 인지도는 긍정적이고 강한, 그리고 독특한 브랜드연상을 형성해서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구매하도록 한다는 주장이다(Keller 1993). 예를 들어 브랜드 인지가 제품속성, 광고캠페인, 혹은 과거의 제품경험 등과 관련된 연상을 인출할 수 있다면 이는 구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랜드인지는 특정 브랜드와 관련된 연상효과가 없을 때도 제품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는데, 이들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단지 친숙하거나 널리 인정되고 있는 브랜드를 채택하는 의사결정규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Jacoby et al. 1977; Roselius 1971). 이는 친숙한 자극이 긍정적인 감정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Titchener 1912).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Zajonc(1980)와 그 동료들은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를 주장했는데, 이는 비록 자극에 대한 인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친숙하지 않은 자극보다는 친숙한 자극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처음 접하는 자극은 대단히 자극적이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지만 그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친숙해진 사람은 그 자극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접근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Berlyne 1970). 구매의사결정상황에서는 소비자가 이전에 특정 브랜드에 노출되어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브랜드 선택이 이전의 노출에 암묵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Chung and Szymanski 1997).
두 번째로, 브랜드인지는 브랜드태도와는 독립적으로, 단순히 브랜드 기억이나 고려상품조(consideration set)의 내용을 변화시킴으로써 브랜드선택 확률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Nedungadi 1990; Kardes et al. 1993). 소비자가 제품구매를 고려할 때 먼저 생각하는 것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데, 기억에 기초한 대부분의 선택모형들은 구매자가 일련의 대안브랜드들을 상기하여 상기상품조(retrieval set)가 구성되고 그 중에서 구매를 고려하는 고려상품조가 형성되면 그 내에서 하나의 대안이 최종적으로 선택된다고 한다(Hutchinson 1994). 브랜드인지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정 브랜드를 환기시킴으로써 그 브랜드가 그들의 의식에 머물게 하여 고려상품조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이고(Baker, Hutchinson, Moore and Nedungadi 1986) 그 결과 후의 구매시점에는 그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Bogart 1986; Miller and Georgiou 1996).
고려상품조의 구성 즉, 어떤 브랜드가 고려상품조에 포함되는가 하는 문제는 당시의 브랜드 현저성(brand salience)이 좌우한다(Nedungadi 1990). 브랜드 현저성이라고 하는 것은 한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두드러지거나 활성화되는 수준으로서 브랜드가 뇌리에 떠오르는 정도를 말한다(Alba and Chattopadhyay 1986). 마케팅 조사에서는 브랜드 현저성을 최초상기도로 측정하는데 이는 어떤 도움없이 특정 브랜드가 의식화되는 최초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Miller and Berry 1998). 최초상기 브랜드는 여러 형태로 소비자들의 눈에 많이 띄는 현저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가 인기있는(popular) 브랜드로 생각하고 그 브랜드를 주로 구입·사용하게 된다(Sutherland 1997; Sutherland & Galloway 1981). 브랜드 현저성은 다양한 마케팅 변인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데, 예를 들어 광고(Moran 1990), 점포내의 POP, 브랜드의 구매와 사용경험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Hutchinson 1983).
브랜드 현저성 효과와 관련하여 Hasher and Zacks(1984)는 '자동 빈도 계산 기제(automatic frequency counting mechanism)' 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각종 현상에 대한 상대적 노출빈도를 기록하는 기제를 뜻한다. 이는 제품의 품질을 추론하는 근거로 사용하기도 하는데(Baker et al. 1986 참조), 예를 들어 자동빈도계산기제가 브랜드 a보다 b에 대해 훨씬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접했다고 기록하면 브랜드 b는 잘 알려진 제품이고 따라서 인기있고 더 나은 제품으로 추론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인지도에 대한 이론에서도 특히 브랜드 최초상기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것이 여러 마케팅 변인들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가에 대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Axelrod(1968; 1986)는 브랜드의 최초상기도가 브랜드선택행동을 예측하는 유용한 척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초상기도 척도와 총합척도(Constant Sum Scale)1)가 브랜드 재구매와 브랜드전환을 측정하는 도구로서 다른 척도, 예를 들면, 광고상기나 광고인지보다도 민감도(sensitivity), 신뢰도(reliability), 그리고 타당도(validity)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Wilson(1981)과 Burke and Schoeffler(1980)의 연구 등 몇몇 연구들은 상기도로 측정한 브랜드의 위치가 소비자의식의 상층에 위치할수록 (먼저 상기 될수록) 그 브랜드의 구매의도와 상대적인 구매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최초상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Wilson(1981)은 구매의 90%이상이 소비자들이 비보조로 상기한 3위 이내의 브랜드 중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브랜드 상기순위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Woodside and Wilson(1985)도 위의 연구들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들에 의하면 비보조상기로 측정한 특정 브랜드가 소비자들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위치(brand mind position)는 그 브랜드의 구매의도와 정(正)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브랜드가 최초로 상기된 브랜드일 때는 동일 브랜드가 2위 혹은 3위로 상기되었을 때보다 그 브랜드에 대한 구매의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어떤 브랜드가 최초로 상기된 브랜드일 때는 2위 혹은 3위로 상기되었을 때보다 그 브랜드를 훨씬 많이 구매한다는 것이 7개의 연구대상브랜드 중 5개 브랜드에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를 최초로 상기한 소비자들 중 지난 일주일간 소프트 드링크를 구입할 때 코카콜라를 구입한 사람은 55%인데 반해 두 번째로 이 브랜드를 상기한 사람은 23%만이 구입을 했고, 세 번째로 상기한 사람 중에는 한 사람도 이 브랜드를 구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브랜드상기순위가 브랜드선택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Woodside and Trappey(1992)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제품구매의 결정적 속성정보(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가장 신뢰하는' 혹은 '가장 스타일이 뛰어난' 등과 같은 속성)가 제시되면 그와 관련성이 높은 소수의 브랜드를 자동적으로 장기기억으로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이 때 최초로 상기하는 브랜드는 그들이 주로 선택하는 브랜드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에서 브랜드인지에 대한 이론들을 소개하고, 특히 브랜드최초상기도의 의미와 그것이 구매를 포함한 각종 마케팅 성과변인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개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대부분 인위적인 실험환경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브랜드최초상기와 실제 구매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한 연구는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양자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밝혀보고 나아가 어떠한 변수들이 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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