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결론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여성잡지에 실린 205편의 신체관련 제품광고를 대상으로 신체에 관한 언어요소와 시각요소에 대한 내용분석을 실시하여 신체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전달하는 신체가치관의 내용은 무엇인가를 밝혀보고자 하였다.
신체관련 광고에 등장한 신체에 대한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전체 잡지광고에서 신체관련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5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보디메이킹과 다이어트제품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비율로 생각된다. 이런 결과는 현대 사회에서 신체의 위치가 어디에 와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고물의 시각적 구성요소인 제품, 모델, 카피에서 모델의 신체가 광고지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분석하였다. 신체가 전체 광고지면의 50%이상을 차지하는 비율이 36.6%, 그리고 25-50%를 차지하는 비율은 40.5%로 신체가 제품이나 카피를 압도할 만큼 강조되고 있다. 특히, 신체의 점유율은 화장품 광고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은 신체부분 중에서도 자기(self)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특히 여성들에게는 얼굴의 아름다움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화장품은 기타 신체관련 제품보다 신체의 일부분을 위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신체점유율이 높다. 광고 속의 얼굴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ideal image)처럼 인식되어야 한다. 즉, 광고를 보는 소비자로 하여금 광고에 제시된 신체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화장품 광고에는 한국인 신체 등장비율이 70.6%로 외국인 신체(29.4%)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신체 중에서 얼굴은 몸매와는 달리 동일시의 대상이 한국인임을 보여준다. 한편, 광고지면에서 신체의 점유율이 높으리라고 생각한 보디메이킹과 다이어트 광고에서 상대적으로 신체 점유율이 낮게 나타났는데, 이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사용을 설득하기 위해 정보를 전달하는데 치중하고 있으며 따라서 신체모습보다는 카피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광고에 제시된 신체 부위에서는 얼굴을 강조한 화장품 외에는 전신이 제시된 광고가 많았다. 특히, 보디메이킹, 다이어트, 그리고 속옷 광고 거의 대부분이 전신을 제시하고 있어서 신체의 관심부위와 강조점이 얼굴 뿐 아니라 전신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신체는 대부분이 20대의 신체(70%)를 통해 제시되고 있는데 제품 사용 연령층에 관계없이 20대의 신체조건이 이상적인 기준임을 주입하고 있다.
신체관련 제품광고의 카피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전체 분석광고에서 직접적인 제품 효과를 제시한 광고는 72%이며 제품 사용을 통한 심리적 효과를 제시한 광고는 59%로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광고가 제품의 구체적인 효과와 기능을 설명하고 제시하는 것은 광고 본래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을 추상적인 가치와 연계한 광고가 약 60%에 이른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즉, 신체의 관심과 투자가 비단 외형적인 신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나아가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 시대의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체적인 제품효익에서는 ‘날씬하고 섹시한 몸매’, ‘탄력있는 피부’, 그리고 ‘하얀 피부’가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직접적인 효익은 ‘보호하세요’라든지 ‘지켜주세요’와 같은 메시지와 함께 이제 신체는 가꾸는 단계를 지나 보호하고 끊임없이 감시해야(disciplinary gaze)하는 대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이상적인 신체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투자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신체가치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아름다움’과 ‘건강’은 본 분석의 결과 여전히 중요한 신체가치임을 알 수 있다. 아름다움의 경우, 식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보면 아름다움은 막연히 지향하는 이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만들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런 경향은 보디메이킹과 다이어트, 그리고 기능성 화장품에서 강하다. 아름다움의 세부 조건으로 강조되는 것은 ‘세련됨’과 ‘섹시함’이다. 세련됨/섹시함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옷부터 식품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제품군에서 강조되고 있다. 과거에 아름다움에 치중되었던 신체가치가 이제는 세련됨과 섹시함을 추가함으로써 신체에 관한 심미주의의 실천가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신체관련 제품광고에서는 이러한 신체가치뿐만 아니라 보다 추상적인 가치도 높은 비율로 제시되어 있었다. 광고에 언급된 총 197개의 가치 중에서 30%정도가 신체를 가꿈으로써 얻게 되는 심리적 만족감 혹은 추상적인 상태를 제시하고 있으며 전 제품군에서 골고루 표현되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자신감/앞서감’이며 다음으로 ‘행복/자기애’, 그리고 ‘변신 ’의 순이다.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행복/자기애와 변신은 자기도취적인 반면, 자신감/앞서감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성취지향적인 욕구의 발산을 내포하고 있다. 능력이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현 사회에서 개인의 성취는 지적능력이 아니라 이상적인 신체의 완성을 통해 가능함을 암시하며 자기 도취적인 신체에의 집착을 유도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나 매력과 같은 심미적인 것의 기준은 문화적 맥락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다. 여성들은 문화적으로 규정된 아름다움의 기준을 내면화하고 그것을 자신을 평가하는데 이용한다(Richins,1991). 더욱이 특정한 모습의 신체 특징을 매력적인 것, 아름다운 것으로 규정하는데,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제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늘씬한 키와 마른 몸을 갖는 것이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이 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신체와 정신의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억압하는 것 모두 인간의 본성에 위배된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몸의 건강한 위상 정립은 이성과 감성, 그리고 그것이 경험되는 주체로서의 몸이 균형있게 하나로 통합되는 데에 전제 조건이 있다(성영신,1997). 따라서, 신체의 외형적 조건이나 모습에만 중요성을 의미부여하여 문화가 만들어놓은 이상적인 신체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개인의 모든 에너지와 노력을 투여한다고 해도 그 기준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으며 따라서 만족을 이룰 수 없는 자기소모적인 집착이 될 것이다.
본 연구를 토대로 향후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분석대상 광고를 신체와 관련된 제품으로 한정하였는데, 전체 제품으로 확장하여 신체가치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신체에 관한 관심이 모든 제품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연구가 될 것이다. 둘째, 잡지광고뿐만 아니라 TV 광고의 신체관련 제품광고에 대한 분석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 사회의 가치의 반영과 파급 효과는 TV가 더 클 것이며 표현방법에서도 더욱 다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내용분석과 함께 해석학적인 방법을 통한 연구가 행해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카피가 없이 비주얼만 제시되는 포스터모던한 광고가 급증하였다. 비록 구체적인 카피가 없이 비주얼만 제시된다 하더라도 광고독자는 이것으로부터 의미를 추출하고 정보처리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광고의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체광고에 나타난 가치의 분석과 함께 이러한 가치가 실제적으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신체에 관한 다양한 가치를 과연 얼마나 받아들이며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실제 제품선택이나 소비행동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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