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문제의 제기
기업PR에 있어 이미지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현대PR의 다양한 활동목표들은 대부분 기업이미지의 고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블리시티, 이벤트, 광고, 위기관리 등의 중요한 PR수단들이 결국은 장단기적으로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고 긍정적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축약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인수 합병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의 특정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호감, 구매의도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지수로 사용되고 기업의 전반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및 기업의 상대적 경쟁우위점을 찾는데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부경희,199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란 말의 개념은 매우 모호하다. 혹자는 이미지를 대상에 대한 선호 혹은 비선호의 개념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혹자는 특성이나 상대적인 차별성의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혹은 이미지라는 말은 대상에 대한 인지, 선호, 연상, 의도, 인식 등 태도연구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망라함으로써 이미지 연구는 대상에 대한 태도연구와 별로 차이가 없기도 하다. 예를 들어 Kotler(1980)는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어떤 구매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념, 아이디어, 인상(impression)등의 집합으로 구성되며 소비자 자신이 지각하고 중요하게 고려하는 현저한 관점에 대한 평가라고 하였고, 김동기(1980)는 이미지란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가지는 시각적 기억, 호의감, 인상, 평가 및 태도 등의 총칭으로 특정한 사물이나 인물에 대해 특정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 인상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미지의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imagery’가 있는데 이에 대해 Lucas와 Steuart(1963)는 “모든 경험을 분류하고 기억하는 수단으로서 대상, 사건, 질, 관계, 신체적 경험의 정신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 Gartner (1993)는 이미지를 태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고 그 구성은 어떤 압도적인 인상이나 고정관념을 함축한다고 봄으로써 대상에 대한 경험 없이도 형성되는 이미지의 비경험성을 강조하였다. 즉, 어떤 기업과의 직, 간접적인 경험이나 접촉이 없이도 기업이미지는 나름대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미지는 측정되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변화하는 개념일 뿐 아니라 연구하는 학문영역 마다 바라보는 기업조직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Shenkar &Yuchtman-Year,1997).
이미지에 관한 연구는 이미지 형성의 과정에 있어서도 체계적인 이론이 없다. 대부분 기억의 구조나 인식, 습관화된 반응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으나 이러한 과정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은 많지 않다. 또한 각기 다른 통로를 통해 형성되는 이미지의 특성에 대한 연구도 별로 없다. 이러한 이미지 개념의 모호함과 구체적인 특성, 형성과정의 불투명성은 PR의 이론연구에 있어서나 활동에 있어서도 혼동을 야기시킨다. PR활동의 많은 부분이 이미지의 제고라는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목표일뿐이지 구체적인 면에서 어떤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목표로 하는지 혹은 그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개념화시키는가에 대한 이론도 분명치 않다.
Grunig(1993)는 특히 기업이미지에 대한 사고와 토론과 계획이 형상적인 것에만 고려를 하고 그러한 형상 뒤에 존재하는 실체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는 문제점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기업이미지의 인식분야는 퍼블리시티 활동에 국한되어 기업과 사회전반을 잇는 사회역동적인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개념의 모호성과 이론부재를 비교적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도식이론(schema theory)이라고 본다. 도식이론은 심리학에서 개발되어 그 개념의 보편성 때문에 다른 사회과학분야로 확장되었다. 도식이론의 기본원리는 인간은 정보를 통합하여 다소 간에 조리 있고 조직적인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구조를 도식(schema)이라고 부르는데 일단 도식이 형성되면 정보나 시각적 자극은 이전에 봉착한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전에 제시되었던 정보를 재인지 하는 것은 사람이 정보를 조직할 때 활용하는 도식의 영향을 받는다. 즉 도식이란 정보가 통합되는 정황적 틀(contextual framework)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Hochberg가 말하는 도식지도(schematic map)의 개념에서도 잘 드러난다. 도식지도는 많은 개별적인 인식적 요소들(시각적이거나 청각적 자극, 혹은 정보를 모두 포함)을 보다 큰 단위(unit)나 조각(chunk)으로 재구성해서 각 요소들이 서로 반복적이거나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묶이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기대의 구조(structure of expectancies)와도 같은 것이다(Haber &Hershenson,1980).
이 도식의 개념은 기업이미지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해 준다. 기업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며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인지적인 차원에서 어떤 특성과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앞서의 설명에서처럼 기업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기업이미지를 ‘종합적인 인지의 지도’라고 한다면 도식의 이론은 최소한 인지심리학적인 차원에서는 기업이미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도식이론도 이론적인 체계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학자들마다 다른 개념과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다. 그리고 도식과 유사한 개념들이 사회과학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식의 핵심개념과 용어, 인지구조의 설명들은 거의 비슷하며 그 특성에 관한 설명들도 상당히 통일되어 있다. 즉, 사람들이 한 대상이나 개념에 대해 가지는 전체인지의 형성과정과 기능, 특성들이 도식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에 대해 전반적인 인정을 받고있다.
본 연구에서는 심리학 분야에서 도식이론의 권위자로 알려진 David Rumelhart(1984)의 설명에 따라 도식이론을 정리하고 그의 이론들을 기업이미지의 형성과 특성에 관해 적용시키고자 시도했다. 그는 도식이론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는데 특히 Rumelhart(1984)의 논문 “Schemata and the Cognitive System”은 도식이론에 관해 가장 명확하고도 종합적인 설명을 하고 있어 본 연구는 그 논문에 나타난 도식의 개념들을 직접 기업이미지에 적용하고자 했다. 특히 도식의 개념이 부분적으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Rumelhart의 도식에 관한 해석적인 설명들을 그대로 번역, 정리하고 주요 설명항목마다 이를 기업의 이미지에 관한 이해에 적용해 보았다. 또한 이러한 도식이론에 따른 기업이미지의 전략과 운용방안에 대해서도 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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