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2.도식(schema)의 개념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도식(schema)의 개념과 유사한 개념들이 많다. frame, scripts, beta structure, map knowledge 등 다양하다. 이러한 개념들은 여러 학자들이 각기 다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것들이나 사실상 서로 연관성이 있어 하나의 개념을 공부하면 다른 개념들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도식이란 용어는 1932년 Bartlett가 처음 사용한 이래 인지심리학의 주요연구분야가 되었다. 비록 그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배척받은 적도 있었으나 1975년 이후 인간의 인지를 연구하는 학문 전체에 크게 확산되었다. 도식은 모든 정보처리의 기본이 되는 기본 요소이다. 도식은 ①지각자료의 해석 ②기억으로부터의 정보 검색 ③행동의 구성 ④목표와 하부목표의 결정 ⑤시스템 속에서 처리의 과정 유도 ⑥인지재원(resource)의 할당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도식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식과 함께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인식에도 기초가 된다. 특히 사회적인 상황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에 있어 학습에 의해 얻어지는 도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와 같은 도식의 개념은 PR학자들이 기업의 이미지에 대해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다. 하나의 인지된 기업에 대한 이미지란 것이 어떤 정보처리와 인식의 결과라고 한다면 한 기업에 대한 공중들의 뭉뚱그려진 인식은 도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도식의 이론들은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공중들이 기업에 대한 지각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며 나아가 기대와 목표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면서 행동의 구성에까지 어떤 영향을 발휘하는지 답해줄 수 있다고 본다.
도식의 다양한 개념에 대해 David Rumel-hart(1984)는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연극 같은 도식, 이론 같은 도식, 과정 같은 도식, 문장분석체 같은 도식 등 4가지로 도식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그 각각의 설명이며 그러한 설명에 따르면 기업의 인식에 대해 어떤 이해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1)연극(play)같은 도식
연극의 각본(script)과도 같은 것이다. 연극은 인물(character)들에 의해 연출이 되는데 이 인물들은 여러 다른 배우들에 의해 연기가 된다. 그러나 어떠한 배우가 연기를 하더라도 각본의 핵심은 바뀌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도식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도식의 작동(instantiation)과 관련이 있는 여러 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는 행위(buy)를 생각해 보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물건, 돈, 거래 등의 변인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변인들은 다양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변인들의 구성은 변함이 없다. 즉, 우리가 보는 상황이나 사건이 물건을 산다라는 기본 원형(prototype)에 가까울수록 보다 확실히 ‘buy’의 도식으로 이를 인식한다.
이를 삼성이라는 기업에 응용해 보면 삼성의 도식은 삼성이라는 회사의 행위라는 연극이 될 것이고 변인은 총수, 삼성직원, 삼성의 역사, 주소비자, 삼성의 중요 제품 등의 될 것이다. 그러한 변인들 간에 이루어지는 관계들이 삼성의 원형에 가까울수록 삼성의 도식으로 이를 더욱 확실히 인식하게 된다.
각본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연극에서 인물들의 성격을 구체화하듯이 마찬가지로 도식의 구체화의 일부로서 도식의 변인들에 대한 지식을 연관시킨다. 즉 물건을 사는 측과 파는 측은 보통 사람들이며 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돈이 된다. 돈의 가치는 물건의 가치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한 변인의 가치에 대한 지식과의 연계가 ‘변인제약(variable constraints)’이 된다. 이러한 변인제약은 2가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변인제약은 상황의 다양한 측면들을 도식의 변인들과 동일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돈을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며 구매자를 어떤 사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둘째, 변인제약은 기초가치(default value)로서의 역할을 함으로써 도움을 준다. 따라서 ‘buy’의 연상에서 비록 돈이란 것을 보지 않지만 돈이 역할 했음을 추론하고 그 돈이란 것이 아마도 물건이 가치에 상응하는 정도의 것이라는 것을 추론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도식은 어떠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보이지 않는 측면에 대해 추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삼성의 도식에 있어 사람들은 언론기사를 통해 삼성과 관련이 있는 사건을 접하게 되면 삼성의 도식에 따라 그 사건을 추론, 해석한다. 삼성그룹이 만약 자동차회사를 설립한다고 하면 삼성의 도식변인들에 의해 그 사건을 해석하고 특히 변인제약이나 기초가치에 의해 이를 인식한다. 예를 들어 삼성은 이미 삼성의 방법으로 자동차산업의 미래가능성을 계산했을 것이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다운 방법으로 정치적인 계산까지 고려했으며 삼성의 전형적인 인력들이 거기에 투입될 것임을 추론한다. 즉, 공중들은 개별적인 사건으로 이를 보지 않고 삼성의 도식에 의해 이를 본다.
연극의 집행에 해당하는 도식의 작동(instantiation of schema)또한 중요한 개념이다. 연극이 특정한 배우에 의해 특정 장소와 시간에 집행되듯이 도식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가치들의 구성(configuration)과 연계가 지워질 때 작동한다. 어떠한 상황이나 대상을 개념적인 것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다양한 도식변인과 상황의 다양한 측면들을 연계시킴으로 해서 일어나는 ‘적절한 도식의 작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인결합(variables binding)에 의해 일어나는 도식을 ‘작동적 도식’이라고 부른다.
삼성그룹의 예로 보면 삼성그룹의 총수, 제품, 직원, 역사, 소비자와 같은 변인들의 구체적인 가치(성격, 학력, 제품수준, 역사적 특성 등)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결합되어 일어나 구성이 지워졌을 때 삼성도식의 작동이 일어난다. 삼성그룹이 최근 빅딜에서 자동차산업을 포기한다는 발표한 사건에 대해 공중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도식의 변인들과 가치에 의해 삼성도식의 집행을 시도한다. 공중들의 삼성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변한다면 이러한 삼성도식의 집행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직원들의 특성이나 총수의 특성, 역사의 특성이라는 가치적 구성이 그 사건의 특정 시간과 장소라는 사실과 어울러져 삼성다운 행동의 하나로 이를 해석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2)이론 (theory)같은 도식
도식의 핵심적인 기능은 사건이나 상황, 대상에 대한 해석(interpretation)의 구성에 있다. 즉, 이는 이해의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도식은 사람들이 직면하는 사건, 상황, 현실, 대상의 본질에 대한 일종의 비공식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이론을 형성하고 그 이론을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적용하였을 때 그 도식적 이론이 현재 직면상황의 측면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주는가를 결정한다. 특정이론이 관찰의 결과를 잘 설명하는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론의 범위(parameter)를 결정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도식의 구성(configuration)이 지각하는 자료들을 잘 설명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도식변수들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도식이 상황의 어떤 면들을 잘 설명하지 못하면 그 도식을 그대로 유지하든지(비록 흠이 있더라도)아니면 버리고 다른 가능성을 추구하든지 한다. 따라서 이해의 기본적인 절차는 가설검증이나 적합성 여부의 판단, 범위 판단 등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우리가 직면하는 상황의 여러 가지 측면들을 잘 설명하는 가설(즉, 도식)의 구성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그 상황을 이해했다고 말한다. 그러한 구성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정도가 심할수록 상황은 혼돈스럽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도식이 이론과 유사하다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론이 성공적이면 그것은 관찰하는 사건에 대한 예측의 원천(source)이 된다. 모든 실험을 할 수도 없고 필요한 관찰을 다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추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 어떤 도식구성(configuration of schemata)을 받아들이면 개인이 볼 수 없는 상황까지도 그것에 의해 보게된다. 일례로 우리는 자동차를 보게되면 그 자동차가 엔진, 헤드라이트 등 자동차의 모든 표준적인 특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자동차라는 작은 이론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며 우리가 직접 지각하는 것을 훨씬 넘어서는 해석을 하게된다.
이러한 이론적 도식을 기업에 대한 이미지에 적용하게 되면 삼성이라는 기업대상에 대해 공중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이론을 삼성과 관련된 사건에 적용하여 해석하게 되고 추론하게 된다. 즉 삼성의 도식은 한 작은 이론이 되어 그 이론이 어느 정도 맞으면 여러 사건에 대해서도 선입관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삼성의 도식구성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 상황에서 벌어지는 삼성관련 사건들을 하나의 가설에 의거해서 검증한다.
만약 삼성그룹이 여성인력고용이라는 사회적인 이상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을 실행한다면 공중들은 이를 자신이 가지고있는 도식적 이론에 따라 역시 삼성적인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해석한다. 반대로 그러한 가설검증에 실패한다면 다른 도식을 가지게 되거나 도식을 수정하게 될 것이다. 공중들은 또한 삼성이라는 이론적 도식에 따라 삼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현상들을 모두 관찰하지 않고도 삼성그룹은 내부에 이러저러한 것들을 당연히 가지고 있고도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삼성에 대한 신념(belief)들이 본인이 직접 경험한 지각에 의해 생겨났는지 아니면 추론에 의해 생겨났는지 잘 알지 못한다. 만약 공중들이 가지고 있는 도식을 정확하게 알아서 도식적 가설검정을 계속 실패하게 만들 수 있는 일들을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도식의 형성이 가능할 것이다.
3)과정(procedure)같은 도식
앞서의 두 가지 견해가 수동적이라면 과정으로서의 도식은 매우 적극적이다.이 견해에 따르면 도식은 잘 정의된 구성적 구조(constituent structure)이다.
컴퓨터의 프로그램과 같이 도식은 스스로의 질을 자신이 받는 자료에 맞추어 평가할 수 있는 기구이다. 이 경우 도식은 관찰의 양식(pattern)을 설명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과정(procedure)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과정이 인간의 정보처리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는가가 이 견해의 관건이다.
이 과정은 하부적 과정의 연결망(네트워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은 하부과정의 양식(pattern of sub-procedure)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각 양식에서 여러 하부과정(sub-procedure)을 만들어 작동된다. 각 하부과정은 자기가 맡고 있는 적합여부의 평가작업을 수행해 나간다. 이 하부과정은 일종의 하부도식으로서 표현되는 개념적 구성체(conceptual constituents)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얼굴이라는 도식은 눈, 코, 귀, 입 등의 하부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하부도식들은 다시 구성체들의 구성(혹은 배치, configuration)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예를 들어 눈은 눈망울, 눈썹, 눈꺼풀 등으로 재구성되어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것들이 하나의 과정과도 같이 차례차례 작동하면서 전체 도식을 만들어낸다.
만약 눈과 입에 대한 좋은 하부도식이 만들어지면 (즉, 적합성이 좋은 하부도식을 만들면)얼굴도식은 이러한 정보들을 이용하여 전체적인 도식을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각 하부과정의 구성이 얼굴이라는 전체도식을 만드는데 적합성이 있나를 판단한다. 하부과정이 어디까지 내려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황마다 다르나 가장 하부의 과정에 대해 Norman과 Rumelhart(1975)는 이를 ‘primitives’라고 지칭했다. 하나의 도식이 있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내려가는 하부도식들로 구성된 세트(set)가 필요하다.
이 과정의 개념은 기업의 도식적 이미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 견해에 따르면 한 기업의 도식은 여러 하부도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하부도식들은 하부과정이 되어 전체적인 도식을 만들어낸다. 삼성그룹은 이미지의 구성체들이 하부도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회장, 각 방계회사들, 제품, 직원들 등이 하부도식으로 존재한다. 이 하부과정들이 각각 따로 존재하면서 전체의 도식을 만들어낸다. 혹은 재벌, 소비자회사, 최대의 기업군, 삼성의 역사, 일류기업에 다니는 사원들의 특성과 같은 하부도식으로 설명해도 좋을 것이다.
공중들은 이 하부과정들에 대한 도식의 적합성을 평가한 다음 이러한 것들을 합하고 재구성하여 전체적인 삼성의 도식을 만들어 내며 그 전체적인 구성의 적합성도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계열회사의 기업광고를 보면 그 계열회사의 하부도식에 맞추어 적합성을 평가하고 그 하부도식의 유용성을 인정하게 되면 다른 회사, 다른 제품 등에 대해서도 같은 과정을 겪게될 것이다. 전체적인 삼성도식은 이러한 하부도식들의 재구성-즉 어느 부분을 크게, 혹은 작게 보는가, 어느 하부도식(총수의 하부도식)과 다른 하부도식들(계열회사나 직원들의 도식)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 등이 재구성의 형태가 될 것이다-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며 그러한 구성의 적합성도 판단될 것이다.
기업의 이미지조사에서는 이러한 하부도식들이 작동하는 과정적 모습과 그러한 모습들의 재구성에 대한 분석이 중요할 것이다. 하나의 중요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는 그 사건에 대한 공중들의 인식만을 따로 떼어 조사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건이 각 하부도식과 절차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고 변화의 모습을 알아내어 전체 기업도식의 변화를 차례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