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도식의 통제구조(control structure)
도식에 근거한 인식과 이해의 발달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어떻게 적합한 도식의 구성을 발견하는가 하는 문제와 그 적합성 여부가 어떻게 평가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통제구조(control structure)의 문제이다. 모든 도식이 한번에 평가되는 것은 아니고 좋은 도식을 활성화(activation)시키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2가지의 도식활성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활성화(top-down activation)와 아래로부터 위로의 활성화(bottom-up activation)이다. 이 두 가지는 Bobrow와 Norman(1975)의 개념이 주도하는 과정(conceptually-driven processing)과 자료가 주도하는 과정(data-driven processing)이다.
개념이 주도하는 과정은 기대가 주도하는 과정(expectation-driven processing)이다. 도식이 활성화되면서 하부도식을 활성화시킬 때 투입된 일부자료들을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기대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얼굴의 도식은 투입된 자료들을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활성화되며 그 적합성 판정을 할 수 있다. 즉, 얼굴의 도식의 유망성은 입, 코, 눈 등 하부도식으로 전이된다. 이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도식활성화이다.
두 번째, 아래로부터 위로의 활성화, 즉 자료가 주도하는 과정은 이와 반대로 작용한다. 먼저 활성화된 하부도식이 전체도식을 활성화시킨다. 만약 얼굴의 도식이 그 사람의 도식을 활성화시켰다면 사람의 도식은 자료가 주도한 도식이 되며 아래로부터 위로의 활성화가 된다. 개념이 주도하는 과정은 전체로부터 부분으로 가는 활성화이며 자료가 주도하는 과정은 전체로부터 부분으로 가는 활성화이다.
지각 시스템에 어떤 사건이 포착되면 이 사건은 자동적으로 하부도식을 활성화시키며 이 하부도식은 상위의 도식(higher-level schema)을 활성화시키며 다시 이 상위의 도식은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 활성화되지 않은 하부도식들을 활성화시키는 ‘개념주도의 과정’을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다 적합성이 뛰어난 상위도식이 발견되면 더 많은 구성체를 가지는 그 위의 상위도식이 또 활성화된다. 보다 높은 차원의 도식일수록 보다 추상적인 도식이 된다. 하나의 도식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지각자료들을 찾기 시작하면 그것은 도식에 반하는 증거를 찾는 것이며 그러한 증거들이 많아지면 그 도식의 과정은 의심을 받게되고 보다 가능성 있는 도식으로 활성화 과정은 옮아가게 된다.
이러한 도식의 통제구조의 이론을 기업의 이미지도식에 응용해 보면 공중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달라진 인식의 변화가 사건지각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삼성그릅의 예를 들어보면 공중들은 자신들의 여러 경험에 의해 보다 높은 차원의 삼성도식을 만들어 간다고 볼 수 있다. 제품의 구매경험, 삼성관련 사람들과의 만남, 삼성과 관련한 보도 등은 모두 자료가 주도하는 도식과정이 활성화되는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그때마다 상위도식을 만들 수 있는 활성화의 과정을 시작하고 그 상위도식의 적합성을 근거로 보다 높은 상위의 삼성도식을 새로이 만들어 갔다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역사가 수십년이 넘는 만큼 활성화 과정 속에서 공중들의 삼성도식은 상당히 상위로 가있다고 볼 수 있으며 추상화의 정도도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새로운 사건, 새로운 산업영역의 개발, 제품의 출시가 있을 때마다 그러한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활성화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당시 공중들이 가지고 있던 상위의 도식에 의한 ‘개념이 주도하는 활성화 과정’이 이루어지고 도식의 적합성여부가 판정 받았을 것이다. 이는 삼성다운 행동의 도식이 작용하는 것으로 기대가 바탕이 되는 ‘위로부터 아래로의’도식활성화, 즉 개념이 주도하는 활성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일단 삼성의 도식구성이 공고히 되어있고 그 도식이 유용한 것으로 자리잡은 공중들에게는 더 상위로의 활성화보다 아래로의 활성화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삼성의 소비자들과 공중들에게 삼성그룹에 대한 이미지를 측정한다면 우선 어느 정도의 상위도식이 형성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도식의 상위성이 클수록 보다 추상적이고 보다 넓은 구성체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많은 현상들에 대해 개념과 기대가 주도하는 활성화의 정도가 클 것이다. 반대로 도식의 상위성이 약하다면 추상성과 개념 및 기대적 활성화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도식 적합성 판단의 과정에서 교정된 상위 도식의 형성이 더욱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식의 통제구조이론에 근거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교정한다면 먼저 도식의 상위성 정도를 측정하고 그러한 상위도식의 형성을 가져온 중요 하부도식들의 형성과정을 분석해내고 만약 그러한 중요 하부도식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그 도식들의 적합성 판단에서 도식의 유용성이 떨어지도록 해서 교정이나 대체도식의 검색이 시작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반대로 하부도식들이 긍정적인 것이 많다면 그러한 도식의 적합성판정을 계속 도와주는 정보와 사건을 지각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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