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론
중간광고 시행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었다. 지난 5월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서울에서 개최된 제46차 세계광고주대회 참가자 환영 만찬에서 “첨단지식산업인 광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앞으로 사회적인 합의 도출을 통해 광고 사전심의제를 폐지하고 TV중간광고를 허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은 기업이나 사회전반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며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기업활동의 주요 수단인 광고활동이 자유롭게 영위되도록 나가겠다”고 밝혔다(광고심의,1999).
이로써 지난 2월 방송위원회가 결정한 ‘KBS 2TV의 광고폐지와 시청료 인상’안을 2001년으로 유보하는 동시에 ‘중간광고도 일단 금지’한다는 방안과 대치되는 중간광고에 관련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원회의 중간광고 유보 결정은 방송사의 경영난 및 광고계의 입장보다는 시청자주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표면적으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방송의 공익성, 공영성이 강조된 탓으로 보이지만 중간광고 타당성 자체에 대한 검증보다는 관련문제들 즉 방송광고공사의 전환에 관한 문제, TV시청료 문제, 공 민영 방송의 위상문제, 신문 등 광고수주 경쟁관계 매체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상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상 본격적인 중간광고 시행에 관한 논쟁의 발단은 1997년 11월 오인환 당시 공보처 장관이 97한국광고대회 축사를 통해 방송광고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차원에서 1998년부터 중간광고를 단계적으로 허용해 나가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 시작되었다. 이에 신문사들은 일제히 오인환 공보처 장관의 중간광고 허용검토에 대해 시청자의 시청권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비난을 퍼부었다. 즉 프로그램 중간을 토막내가며 짜증을 더하는 중간광고를 매체 정책 책임자가 앞장서서 펴겠다는 것은 ‘전파주권’이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지 조차 모르는 구시대 발상이라는 것이다(윤정호,1997).
그러나 광고계 및 방송계는 광고물량 집중으로 인한 시청자 광고기피현상과 그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방지하는 해결책인 중간광고의 도입은 방송광고환경의 발전적 개선과 국가경제의 회생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하면서 1998년 1월 12일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한국광고주협회, 한국광고업협회, 한국방송협회가 주축이 되어 중간광고허용에 대한 건의문을 제출하였다(광고계동향,1998).
이에 문화관광부도 국회 문화관광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중간광고의 허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프로그램부터 제한적, 단계적으로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바 있었다(광고정보,1998).
광고주에게 중간광고는 해묵은 요구사항이다.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되는 만큼 광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시청자의 선택적 노출에 따른 리모콘에 의한 재핑(zapping)때문에 블록광고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TV광고의 청중상실률이 59%정도까지 이른다고 한다(Whalen,1984).즉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 10명의 청중 가운데서 4명 정도만이 광고시간대의 제품광고를 실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려워진 경제상황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광고주, 방송사 및 광고업계는 중간광고의 실시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케이블TV는 허용되는데, 왜 유독 공중파방송에 제한하는지 그것은 불합리하다는 얘기를 거론하지 않더라고 민영방송마저 제한하고 있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송영미,1999). 특히 얼마 전까지 방송광고 판매율이 절반정도까지 하락하는 등 광고계가 침체국면인 상황에서 광고산업의 활성화라는 차원에서도 중간광고 허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1998년 3월 31일 방송광고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5초에서 60초까지 단계별 요금체계를 새로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제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초수의 광고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신제품의 경우 긴 초수의 광고가 필요하지만, 성숙기 제품이나 1위 브랜드의 경우, 짧은 고지만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레고, 국제전화 001, 하이트 맥주 등은 5초라는 짧은 시간을 적절히 사용해 메시지 전달을 효과적으로 해냈으며,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기아자동차의 슈마 등은 60초짜리 광고를 집행해 인지효과, 크리에이티브 임팩트, 시청자 구전효과 등 60초 광고의 이점을 충분히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홍지일,1999).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초수의 광고를 프로그램 앞뒤에만 넣는 현재의 광고형태는 다양한 길이의 광고가 지닐 수 있는 광고효과의 차별성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블록식 광고형태를 유지할 경우 긴 광고시간대 속의 짧은 고지광고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광고 길이의 효율적인 운용으로 인한 광고효과 증대를 위해서도 중간광고 도입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중간광고는 결코 낯선 광고방식이 아니다. 과거 TV수상기 보급률이 20%를 갓 넘은 1970년대 초반까지 중간광고와 프로그램 도중 자막광고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74년 3월 9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대통령령 제7085호)으로 중간광고가 폐지되었고, 현재까지 중간광고가 해금되지 못한 채로 있다(리대룡,1997).관련법규인 방송법 시행령 제31조 2항은 ‘방송순서를 중단하는 중간광고는 이를 할 수 없다. 다만, 운동실황 중계방송에 있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 중간광고는 스포츠중계나 대형이벤트, 케이블TV 등의 프로그램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케이블TV에서는 45∼90분물은 1회에 한해 30초짜리 광고를 3편까지, 90분 이상은 2회에 걸쳐 중간광고를 방송하고 있다. 또한 공중파TV의 경우 영화 프로그램을 2회로 나누어서 방송함으로써 간접적 중간광고의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IMF한파라는 장기적 불황 속에 가장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중간광고에 대한 찬반양론, 편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공중파 방송중간광고의 실태, 외국의 중간광고 운용사례, 그리고 중간광고 운용에 관한 수용자의 의식, 도입시 중간광고의 효율적인 운용 방안 등을 중간광고 도입의 당위성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중간광고를 도입하고 운용함으로써 시청자의 권리를 진작하고 또한 광고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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