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3. 표시광고법상 광고실증제의 내용
1) 입증책임의 전환
(1)제5조 제1항의 연혁 및 입법취지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에서는 “사업자 등은 자기가 행한 표시 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이를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업자 등에게 전환하였다.
표시광고법이 제정되기 전 부당광고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6호에 의하여 불공정거래행위의 일종으로서 금지되고 있었다. 동조 제3항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사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지침을 제정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규정에 근거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 고시한 ‘표시 광고에 관한 공정거래지침’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1998-9호)에서는 법운용방침으로서 “문제되는 표시광고내용에 대한 사실여부 또는 진위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당해 사업자가 진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동지침 Ⅲ .2.나). 그러나 이 규정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위임입법권의 한계를 일탈한 규정으로서 법적인 효력에 의문이 가는 규정이었다. 따라서 종래 위 지침상의 규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부당광고에 대한 입증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한국개발연구원, 1997, p.290).4) 따라서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은 입증책임의 전환에 관한 위 지침상의 내용을 법적 효력을 가지도록 명문으로 규정한 것이다.
부당광고 여부가 문제될 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다투어지는 것은 광고내용의 진위여부이다. 그 다음에 기만성이 있는지, 비교광고로서 부당성이 있는지, 비방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광고내용의 진위여부를 판단함에는 많은 시간, 노력 및 비용이 소요되고, 특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광고의 경우 당해 광고의 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제5조 제1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러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하여 부당광고 판단의 기초자료인 광고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하여 그 입증책임을 사업자 등에게 전환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연방거래위원회는 광고실증제의 시행전까지 특정광고를 금지하기 위하여 당해 광고가 허위이거나 기만적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했다. FTC는 특정광고가 허위이거나 기만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광고실증제를 시행하면서 FTC는 특정광고가 허위나 기만적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않고 단지 광고주가 제출한 실증자료로써 광고주가 광고상의 주장에 관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를 평가하여 광고주가 부적절한 실증자료에 의거하여 특정한 주장을 하였다는 사실만 입증함으로써 당해 광고를 미실증(未實證)광고로서 규제할 수 있게 되었다(內田耕作,1982,pp.91-92). 미실증(未實證)광고 및 미실증(未實證)광고를 하는 광고주의 행위 자체를 각각 FTC법 제5조 (a)항 (1)호에서 금지하는 불공정한 관행 또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內田耕作 ,1982,p155). 요컨대 미실증(未實證)광고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게됨으로써 FTC의 입증책임이 많이 완화되었다. 다만 FTC는 당해 광고가 미실증(未實證)광고, 허위광고 또는 기만적인 광고라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內田耕作 ,1982,p.92,p.155,pp.160-161).
(2) 사업자 등의 입증책임의 범위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은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업자 등에게 광고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전환한 규정이다. 그러면 사업자 등은 어느 범위까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가?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에서는 “사업자 등은 자기가 행한 표시 광고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이를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업자 등에게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만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광고는 그 기능면에서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정보전달적 광고와 설득적 광고가 그것이다. 또한 광고는 그 내용면에서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특정사실을 주장하는 광고와 사상이나 의견, 관념 등을 제시하는 광고가 그것이다.
정보전달적 기능을 수행하는 광고는 내용면에서 특정사실을 주장하는 광고로서, 소비자들에게 경쟁 상품이나 용역을 구별하고 일정한 상품이나 용역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 즉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 성능, 효능, 효과, 품질 및 판매장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광고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또한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다만 특정사실을 주장하는 이러한 정보전달적 광고 중에서 허위의 정보나 과장된 정보 등을 제공하는 부당한 광고는 표시광고법의 규제대상이 된다(김배원,1995,pp.272-273).
설득적 기능을 수행하는 광고는 내용면에서 의견이나 사상, 관념 등을 제시하는 광고이다. 설득적 광고는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어떤 관념이나 연상작용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상품이나 용역이 더욱 매력적이 되도록 추구한다. 가령 여성실업가는 어떤 차를 사거나 특정 디자이너의 옷을 구입할 때 자신은 성공했다고 여길 수 있고, 어떤 부모는 TV에서 본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사줄 때 더 나은 부모라고 느낄 수 있다. 설득적 광고는 이러한 관념들을 조장하는 것이다. 잠재적인 소비자들은 이러한 관념을 자유로이 평가하여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으며, 그 판단에 따라 상품구입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의견이나 관념의 제시에 지나지 않는 이러한 설득적 광고는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그 진실성을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김배원,1995,pp.273-274). 다만 의견을 사실의 형식으로 제시하는 경우에는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內田耕作 ,1982,p.46).
또한 모든 국민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향유한다.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에는 허위의 관념이나 사상, 의견이라는 것은 없다. 어떤 의견이나 사상이 아무리 해로운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 교정을 위하여 어떠한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김배원, 1995, p.275).
광고가 허위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광고에서 주장한 사실이 허위인지 아닌지의 문제이다. 광고에서 주장한 것이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그것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內田耕作 ,1982,p.45). 결국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에서 ‘사실과 관련한 사항’은 부당광고의 규제에 있어서 의견이나 사상, 관념 등은 규제의 대상 또는 입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다만 ‘사실과 관련한 사항’만이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입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3)입증책임 전환의 효과
표시광고법에서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허위 과장의 광고, 기만적인 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광고 및 비방적인 광고를 부당한 광고로서 금지하고 있다(제3조 제1항).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하 ‘사업자 등’이라 한다)가 부당한 광고를 하는 경우 당해 사업자 등에게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법위반사실의 공표, 정정광고,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제7조 제1항).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명하기 위하여 종래에는 당해 광고가 부당광고임을 입증하여야 하였다(Ⅲ.1.1)참조).그런데 “사업자 등은 자기가 행한 표시 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는 이를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과 관련하여, 사업자 등이 자신의 광고내용이 진실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당해 광고를 부당광고로서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① 부당광고로서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 검토
표시광고법은 미실증(未實證)광고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으므로 사업자 등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당해 광고를 부당광고로 처리할 수 있기 위하여는, 사업자 등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당해 광고가 당연히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의 부당광고에 해당하거나 아니면 사업자 등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당해 광고를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의 부당한 광고로 본다는 명문의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표시광고법상 사업자 등이 실증을 하지 못한 경우 당해 광고를 부당한 광고로 본다거나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또한 사업자 등이 실증을 하지 못하는 경우 당해 광고가 당연히 부당광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②참조). 그 반대로 사업자 등이 자신의 광고내용이 진실임을 입증하더라도 당해 광고가 당연히 부당광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광고내용의 진실성이 입증되더라도 표현방법상에 소비자 기만성이 인정되거나(Pridgen,1988,pp.10-25)5).비교광고의 경우 비교방법상에 부당성이 인정되거나 경쟁사업자 또는 경쟁사업자의 상품 등에 대한 비방성이 인정되는 경우 당해 광고는 기만적인 광고, 부당한 비교광고 또는 비방적인 광고 등의 부당광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허위광고로서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 검토
사업자 등이 광고의 내용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이를 실증하지 못하는 경우 당해 광고의 내용은 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 당해 광고를 허위광고로서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는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허위광고에 대한 의의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이하 ‘공정거래저해성’이라 한다)”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공정거래저해성을 부당광고의 성립요건으로 볼 경우 사업자 등이 실증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허위광고가 되는 것은 아니며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어야만 허위광고가 되고,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의 1호 내지 4호의 허위 과장광고, 기만적인 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광고, 비방적인 광고 등이 당연히 공정거래저해성을 가지는 것으로 본다면 사업자 등이 실증하지 못하는 광고는 당연히 허위광고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광고는 부당한 광고가 되지만(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3조 제1항), 여기서 요구되는 사실과 다른 정도, 즉 ‘허위성’은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즉 허위로 주장하는 광고는 소비자의 합리적 상품선택을 저해할 우려가 없으며 따라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FTC는 실질적 요소(material fact;material respect)즉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에만 규제하고 있다(FTC법 제15조 (a)(1)항 참조;Pridgen,1988,pp.10-13;Ford &Calfee,1986,p.89). 그러므로 제품에 관한 소비자의 선택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거나 소비자에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허위인 광고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Ford &Calfee,1986,p.89;Aaker & Myers,1982,p.524).
어떤 광고가 허위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사실에 반하는지 여부, 즉 객관적 사실이 그 판단기준이 된다. 그런데 객관적인 사실에 반한다면 가령 그것이 약간 다르더라도 허위광고라고 판정하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6)
누구든지 알 수 있는 명백한 과장광고의 경우,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없으며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도 없다. 이러한 광고는 규제의 실익이 없다.
그러므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허위광고 및 명백한 과장광고는 규제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Ford &Calfee,1986,p.89;內田耕作 ,1982,p.165). 따라서 공정거래저해성을 부당광고의 성립요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사업자 등이 광고의 내용이 진실임을 실증하지 못하더라도 당해 광고가 곧바로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의 허위광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광고의 우려가 있는 광고, 즉 공정거래저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광고에 대하여만 실증자료를 요청할 것이므로 사업자가 광고내용의 진실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당해 광고는 일반적으로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그 입증이 용이할 것이다.
③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광고에 대한 입증책임의 완화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에서는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입증책임을 사업자 등에게 전환하였으므로 사업자 등이 적극적으로 광고내용이 진실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사업자 등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이 경우 공정거래 위원회는 당해 광고에 대하여 부당광고의 성립요건인 공정거래저해성만을 입증하면 제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광고 중 허위광고로서 규제할 수 있게 된다. 사업자 등이 광고의 내용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이를 실증하지 못하는 경우, 당해 광고의 내용은 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광고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실증자료 제출요청권 및 자료제출요청권 행사의 요건
표시광고법 제5조 제2항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광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당해 사업자에게 관련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위원회에 대하여 자료제출요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든 광고에 대하여 사업자 등에게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당광고의 우려가 있는 광고 즉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 광고, 기만적인 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광고, 비방적인 광고에 대하여만 실증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표시광고법 제5조 제2항 및 제3조 제1항). 그리고 사업자 등에게 실증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만 이를 요청하여야 한다(표시광고법제5조 제1항 및 제2항).
3) 사업자 등의 실증자료 제출의무 및 실증의 범위
표시광고법 제5조 제2항에 근거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증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 사업자 등은 그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실증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업자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기한의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표시광고법 제5조 제3항). 사업자가 자료제출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또는 허위로 제출한 경우, 당해 사업자 등에 대하여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법인 또는 사업자단체의 임원 또는 종업원 기타 이해관계인에 대하여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표시광고법 제20조 제1항 제2호, 제5호).
사업자가 실증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당해 자료에서 실증하여야 하는 범위는 사실과 관련한 사항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항에 대하여만 실증하면 된다(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 내지 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