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광고실증제의 성격
표시광고법상 광고실증제가 사전실증제냐 사후실증제냐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 사전실증제라는 견해는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 및 제3항의 ‘30일 ’의 제출기간을 그 근거로 드는 것 같다. 즉 실증에 많은 시일이 필요한 경우 30일 이내에 제출할 수 없으므로 30일 이내에 제출하기 위하여는 사전에 실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사후실증제라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당광고 여부가 문제될 때 사업자 등에게 자신의 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이 진실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의 전환규정이다. 따라서 동 규정은 사업자 등에 대하여 사전실증의무를 부과하는 실체적 규정이 아니라 절차규정이다. 사전실증의무를 부과하는 실체적 규정이라면 의무위반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따라야 하는데 사업자가 사전실증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 규정을 근거로 사전실증제라고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광고에 해당할 우려가 있어 실증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관련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 광고주는 사전에 실증을 하고 그 근거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그 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요청을 받은 후 30일 이내에 광고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하여 사후에 실증을 하고 그 근거자료를 제출하여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셋째, 제5조 제3항 단서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제출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전실증제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인데 그 기한을 연장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출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함은 사후실증제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실증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거나 또는 국내에 실증기관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동 기관에 의한 실증이 적절하지 아니하여 외국에서 실증을 하여야 할 경우 등을 말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천재지변 및 기타 사업자 등의 책임없는 사유로 30일의 실증자료 제출기한을 지킬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끝나는 날까지 기간의 진행이 정지되므로(행정절차법 제16조 제1항)천재지변은 정당한 사유에서 제외된다.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당한 사유로서 인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제출기한의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기간의 진행이 정지되므로 사유발생시부터 사유종료시 까지의 기간이 30일의 제출기한에 산입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시광고법 제5조 제3항의 30일의 제출기한이 우리나라의 광고실증제가 사전실증제라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넷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미실증(未實證)광고 및 광고주의 미실증(未實證)광고행위 자체는 규제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미국 광고실증제하에서는 합리적 근거를 가지지 않고 광고에서 적극적인 주장을 하는 광고와 그러한 광고주의 행위 자체를 각각 FTC법 제5조의 불공정한 관행과 행위로 간주한다. 그 결과 사후에 진실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광고주가 광고에 앞서서 실증하지 않은 광고가 미실증(未實證)광고로서 규제대상이 되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미국의 광고실증제는 사전실증제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표시광고법은 미실증(未實證)광고 즉 사업자 등이 사전에 실증자료를 가지지 않고 광고를 하고 사후에 이를 실증하는 경우에도 당해 광고는 규제대상이 되지 아니하며, 단지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의 부당광고만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부당광고의 판단에 있어서도 미국과 달리 광고주의 행위 자체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광고가 진실하다면 광고주의 태도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다섯째, 사업자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납부명령을 하기 전에 사업자 등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 공정거래법 제52조). 따라서 사업자 등은 부당광고 심의 절차에서 얼마든지 광고의 내용이 진실함을 입증할 수 있다. 사업자 등이 제출한 실증자료가 광고내용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경우 당해 광고가 당연히 부당광고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당해 광고가 부당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자 등이 정당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실증자료 제출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행정상의 질서벌로서 천만원 이하의 과태료8)가 부과될 뿐(표시광고법 제20조 제1항 제2호)이다. 이 경우 과태료부과의 대상이 되는 사업자 등의 행위는 부당광고행위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제출 요청에 따르지 아니한 행위, 즉 행정법상의 의무위반행위이므로 당해 광고를 부당광고로서 규제하기 위하여는 부당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하여야 한다. 결국 사업자 등은 부당광고심의절차에서 얼마든지 사후실증을 함으로써 광고의 내용이 진실임을 입증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표시광고법 제5조 제1항은 사업자 등에 대하여 사전실증의무를 부과하는 실체적 규정이 아니라는 점, 사업자 등이 사후실증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 표시광고법 제5조 제3항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출기한의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 미국과 달리 표시광고법상 미실증(未實證)광고는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점, 사업자 등은 부당광고 심의절차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광고실증제는 사후실증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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