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동차 광고 크리에이티브

글:문호상/CR2팀 차장

자동차는 참 묘한 매력, 아니 매력을 넘어 마력을 가진 것 같다. 한낱 기계 부품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자동차는 우리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다. 또한 누구나 가슴 속에 멋진 자동차 한대를 숨겨 놓을 만큼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광고는 어떨까?

자동차 광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광고들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선지자들이 만든 광고들이다. David Ogilvy가 만든 롤스로이스 광고. 신형 롤스로이스가 멋드러지게 달리고 있는 극히 평범한 비주얼에 조금은 많게 느껴지는 바디카피로 구성된 광고이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롤스 로이스 안에서 당신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시계초침소리 뿐입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유명하다. 또 하나는 Bill Bernbach의 폭스바겐 광고이다.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폭스바겐 그리고 ‘Lemon’이라는 헤드라인만 외롭게 버티고 있는 광고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보아도 뭔가 확실히 다른 광고들이다.

사람들은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참 쉽게도 말을 한다. 그저 멋진 배경에서 폼 나게 서있는 자동차만 있으면 자동차 광고가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그 옆에는 멋진 선남 선녀가 서있든지 가족들이 웃고 있든지 그저 그렇게 보여주면 모두 끝나는 것처럼 말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동차 광고를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떻게, 무슨 메시지를 통해 타깃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확충해 나가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는 피하고자 한다. 다만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크리에이티브 어프로치를 통해 각기 다양한 크리에이티브의 옷을 입히고 한편의 멋진 자동차 광고를 완성해 나가는 이웃 나라들의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한 수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외람되게 곁눈질해 보고자 한다.

자동차 광고는 누구의 말처럼 멋있게 잘빠진 제품만 보여주고도 충분히 광고가 될 수 있는 광고이다. 구구절절이 다른 말을 하지 않고도 잘 생긴 얼굴 하나만 보여주면 충분히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 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그 수많은 자동차들 중에서 다른 자동차와 구별되는 제품의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자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잘 생긴 얼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가격도 만만치 않은 고가의 기계부품 덩어리를 광고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소개하는 광고들은 각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컨셉을 근간으로 차별화 된 크리에이티브 어프로치를 통해 소비자들의 가슴속에 파고 들어갔던 광고였다. 특히 강력한 비주얼 임팩트를 근간으로 한 비주얼 메시지가 광고를 지배하는 요즘 광고의 패턴들을 보여주는 광고들이다. 그럼 지금부터 조금은 다른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Colorful한 미니스커트의 옷자락

요즘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고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유가파동과 더불어 탄생한 자동차를 만나보고자 한다. 중동지역의 분쟁으로 인한 유류파동으로 1959년 브리티시 모터스에 의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약 550여만대가 생산된 차

- 생산량의 절반 정도는 일본으로 팔려나가는 조금은 이상한 차
- 60년대에 유행한 ‘미니 스커트’라는 이름의 원조가 되기도 했던 차
- 시트로앵 2CV, 폭스바겐 비틀과 함께 장수차 트리오로 꼽히는 차
- 로버(ROVER) 미니(MINI)
- 자동차의 메커니즘과 장비가 비현실적인 ‘한물 간 지난 시대의 산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젊은이, 주부, 중년여성들의 독특한 사랑을 받으며 ‘살아 있는 클래식의 심벌’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대와 유행을 초월한 독특하면서도 개성있는 디자인과 컨셉 덕분이다. 그런 로버 미니의 광고를 보자 .

▶ 그림1 로버 미니의 타일광고 처음 광고를 펼치자마자 바둑판 모양의 깔끔한 비주얼이 눈길을 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심히 바닥의 타일을 깔고 있는 사람의 다리가 보이고 자동차 바로 밑에는 그 사람의 이름이 나온다. 미니만의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디자인, 검정색 바디컬러가 바둑판 모양의 타일과 어우러짐이 아주 자연스럽고 감각적으로 비주얼 처리되어있다. 다른 말은 필요없다. 그저 미니 일뿐이다.
▶ 그림2 로버 미니의 유니언 잭 광고 다음 광고를 보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자랑하는 대영제국의 강한 색감의 국기 - 유니언 잭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위에 역시 붉은색 바디컬러의 미니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있다.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자동차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주 절묘하게 보일 정도로 잘 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역시 그 사람의 직업과 이름만 아주 작게 보인다.
▶ 그림3 로버 미니의 트랙광고 다음 광고도 마찬가지다. 한판의 멋진 게임의 끝을 알리는 우렁찬 박수소리가 들린다. 그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거친 숨소리, 굵은 땀방울이 느껴지는 육상 트랙 위에 방금 경기를 마친듯 한 사람이 누워있고 육상트랙과 동일색상의 미니가 깔끔하게 보인다.
▶ 그림4 로버 미니의 피아노 광고 마지막으로 대형 피아노 건반 위에 하얀 색 미니 -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의 이름과 손이 시각적 비례로 소화되어 있다. 이미 40여년이나 된 장수 모델 미니(MINI) - 어떻게 보면 식상해 보일만한 디자인과 이미지를 모던하면서도 감각적인 비주얼 등을 통해 새롭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리고 헤드라인을 대신하는 각기 다른 사람의 직업과 이름을 통해 일부 매니아들만을 위한 자동차라는 이미지와 경차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구나 언제나 탈 수 있는 미니의 범용성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다양한 컬러의 조합과 자동차의 감각적인 처리가 부러운 광고이다.

볼보 -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차

14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차 안의 사람이 무사할 뿐만 아니라, 여섯 달 동안 소금기 가득한 바다에 담가 두어도 녹슬지 않을 정도로 강한 차 - 그 옛날 바다를 주름잡던 바이킹 족의 후예가 만든 차답게 강한 모습에 우아함과 고급스러움도 겸비한 차 - 그 이름부터 단단한 차 볼보. 볼보가 이렇게 튼튼한 차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거친 산, 추운 날씨, 얼어붙은 도로와 같은 열악한 스웨덴의 자연 환경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브 자동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연 환경이 오히려 볼보 자동차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볼보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늘 튼튼하고 안전한 자동차라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볼보’하면 소비자의 가슴 속에서 ‘튼튼한 차 안전한 차’라는 그림이 무엇보다도 먼저 그려지는 자동차이다. 그런 볼보의 광고를 보자 .

위의 광고들을 새로운 모델의 탄생을 알리는 프리 런칭 캠페인 광고이다. 그 모델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지금까지의 볼보와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만 초점을 맞추는 다른 프리런칭 광고와는 다르게 강력한 비주얼과 재치있는 헤드라인을 통해 튼튼하고 안전한, 그 이상의 무엇이라는 메시지의 호기심까지 끌고 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플하면서도 상징적이고도 강한 비주얼, 그러면서도 교묘하게 볼보의 튼튼하고 안전한 이미지를 끌고 들어가는 헤드라인이 돋보인다. 많은 욕심 부리지 않고 가장 빠르면서도 쉬운 목표반응을 유도하는 크리에이티브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튼튼한 철제 금고가 주는 이미지, 거북이의 튼튼한 등이 전해주는 이미지, 물건을 가득 담은듯한 박스의 이미지, 무엇인가 향해 진군하는 탱크의 이미지, 이런 이미지에 각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이 말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이 지금까지 볼보에서 느꼈던 모든 생각이라면 지금부터는 좀 더 다른 볼보의 모습을 만날 것이다’

기본적으로 튼튼하고 안전한 이미지는 기본으로 가져가되 업그레이드되고 새롭게 달라진 볼보의 새 자동차가 나온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렵게 광고를 접하지 않는다. 어려운 철학서적을 읽는 것도 아니고 독서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접하게 되는 그 짧은 한 순간을 놓치지 말고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침투시키고 원하는 반응을 유도하고 욕구를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동그라미 네 개면 충분하다

1980년대 지프나 군용차에서만 사용하던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세계 최초로 일반 승용차에 사용한 아우디 - 네 개의 동그라미가 사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엠블렘으로 유명하다 - 그 엠블렘의 유래와 의미는 193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유럽 진출로 인해 독일 자동차 회사 반더러, 호르히, 데카베가 아우디와 합쳐 미국회사와 경쟁하게 되면서 아우디를 포함한 이들 네 회사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우디는 그러한 독특하면서 시각적으로 강한 맛을 내는 엠블렘의 모습을 기본 비주얼 아이덴티화해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 그림9 아우디<Four Link Suspension>

자동차의 핸들을 아우디 엠블렘화해 만든 이 광고는 자동차의 4륜 현가장치의 우수성을 말하고 있다.

▶ 그림10 아우디<Powered by porche>

계기판을 가지고는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아우디의 첨단 메커니즘을 말하고 있다.

▶ 그림11 아우디<5th Generneration ABS>

교통표지판의 속도제한 표시를 재치있는 크리에이티브로 발전시킨 광고에서는 아우디만의 5세대 ABS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 그림12 아우디<Four Wheel Drive>

타이어를 가지고는 아우디가 세계 최초로 시도한 네바퀴 굴림방식의 아우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된 단순한 부품과 심볼을 통해 차곡차곡 아우디만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벤츠나 BMW에 맞먹는 고급차 이미지의 아우디는 처음에는 덩치만 큰 대중차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년 전,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인 피에히의 노력과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캠페인화시켜 온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기술의 아우디’를 가능하게 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일관되면서도 꾸준한 메시지의 전개 그리고 쉽고 강력한 비주얼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의 가슴과 머리 속을 파고 들어가는 크리에이티브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BMW - 그 당당함과 여유

BMW의 역사는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바이에른 모터 제작 회사로 출발한 BMW는 항공기 엔진과 오토바이를 만들다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한 아주 작은 회사였다.

아우토반에서 벤츠보다 작은 엔진으로 벤츠를 앞질러 보겠다는 야무진 욕심으로 출발한BMW - 그래서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것은 벤츠의 8기통엔진보다 작은 6기통 엔진이었다.

그러면서도 날렵하고 경쾌한 스타일링과 뛰어나고 안전한 메커니즘으로 비즈니스맨, 변호사, 건축가, 디자이너 등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차 - 독일을 대표하는 차 - 세계인이 갖고 싶어하는 멋진 차 - 그런 BMW다. 벤츠가 안전성과 고급세단의 이미지를 으뜸으로 삼고 있다면, BMW는 무엇보다도 기분 좋은 승차감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BMW는 마치 스포츠카처럼 경쾌하게 달리면서도 전혀 드라이빙의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 자동차이다. 그래서 인지 그들의 광고는 언제나 경쾌하며 아름답다. 그들의 광고 속으로 들어가보자.

화면에는 오로지 드럼의 신나는 음악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드럼을 치는 채와 드럼의 철판만 보이고 차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BMW로고만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단 한 줄기의 철학적이면서도 공감을 부르는 카피가 흐른다. “여행은 목적지보다 여행 그 자체가 중요하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광고이다.

BMW와 함께 라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보다 현재 달리고 있는 이 차 속의 즐거운 느낌이 훨씬 좋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느낌으로 다시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드럼의 철판은 단순한 철판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계곡과 산을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산 사이로 울려 퍼지는 시원스러운 BMW의 엔진소리, 그것은 하나의 신나는 드럼의 리듬일 것이고 그것은 분명 기분좋은 주행일 것이다. BMW의 로고 밑에는 ‘만약 당신이 드라이빙을 좋아한다면 The Ultimate Driving Machine과 함께라면’ 라는 메시지가 흐른다.

두번째 광고를 보자.

멋드러지게 펼쳐진 관악기가 보인다. 시원하게 뚫린 멋진 하이웨이로도 보이고 구비구비 아름다운 시골길을 연상케도 하는 비주얼이다. 상단에는 ‘조금 빗겨 나가 달려보면 훨씬 더 좋습니다’라는 헤드라인이 있다.

BMW와 함께라면 쭉 뻗은 하이웨이보다는 구비구비 펼쳐진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것을 통해 성능의 우수성을, 드라이빙의 탁월함을 말하고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큰 강을 가로 지르고 있는 현수교 모양의 다리처럼 보인다. 아니면 바다를 가로 지르는 금문교 같은 느낌이 전해오고 ‘곧, 당신은 새로운 느낌으로 도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함께한다. 시원한 바다 바람이 창가를 간지럽히며 바이올린의 선율처럼 절로 콧노래가 울려퍼지는 멋진 드라이빙이 시작될 것 같다. 물론 BMW와 함께라면.

	▶ 그림16 BMW - 언제나 뛰어난 기계가 당신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정교하게 잘 빠진 피아노의 다리가 보이고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이 흐른다. ‘언제나 뛰어난 기계가 당신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완벽한 드라이빙 머신과 함께라면, BMW와 함께라면 주행이 훨씬 더 멋지게 펼쳐질 수 있다는 말이다.
	▶ 그림17BMW -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일지라도 필요없다 이제는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듯하지만 질서 정연하게 보이는 섹스폰 - 그것은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의 피스톤 모양을 연상케해 준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일지라도 필요없다’는 헤드라인이 보인다. 진정 드라이버와 사람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는 말이다. BMW의 첨단 테크놀로지는 사람을 위한 기술임을 강조하는 광고이다.
	▶ 그림18 BMW - 조금의 차이는 결코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노래 소리가 울려퍼질 듯한 클래식 기타의 여섯 줄의 가는 줄이 보이고 그 줄을 따라 ‘조금의 차이는 결코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라는 말이 음표처럼 흐른다. BMW라는 이름을 만드는 2만여 개 이상의 모든 부품들이 진정한 BMW를 만들고 있고, 멋진 드라이빙을 연출하게 해주는 요소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악기들을 통해 첨단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한 BMW의 엔진소리와 드라이빙은 한편의 멋드러진 교향곡을 만드는 소리와 같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BMW다운 자신감과 여유가 보이는 광고들이다.

히틀러의 손길에서 독일의 신화로

이미 세계인의 국민차가 된 자동차,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차, 60여년이 지난 지금 서울의 강남 거리에서 마음껏 새로운 자태를 뽐내는 차 광고의 전설이 되어버린 Lemon의 차 폭스바겐 비틀 - 1972년에는 드디어 미국이 자랑하던 포드 T형의 세계기록을 깨뜨리며 한 모델로 1,900만대 이상 팔린 자동차 - 그 탄생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돌프 히틀러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보게 박사, 이런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네 ! 독일 민족을 위해 소형 국민차가 필요하네. 유지비도 부담없어야 되고 실내가 좁아서는 안되네” 세계를 떨게 했던 공포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이 한마디에 꿈의 스포츠카 포르쉐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 등 수많은 명차를 설계했던 포르쉐 박사의 손에 의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열리던 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차 폭스바겐 비틀 - 딱정벌레를 닮은 조그만 차를 처음 본 국민들은 모두 만족해 했으며 KDF라는 히틀러가 붙인 이름 대신 국민들은 이 차를 폭스바겐 비틀이라고 불렀다. 폭스바겐은 ‘국민의 차’라는 뜻이고, 비틀은 ‘딱정벌레’라는 뜻이다.

최초의 딱정벌레 차는 히틀러가 말했던 1천마르크보다 100마르크가 더 싼 900마르크였다. 100km를 달리는 데 기름은 겨우 7리터 밖에 들지 않았으며, 다섯 사람이 탈 수 있는 조그만 세단이었다. 1976년, 폭스바겐 비틀은 드디어 딱정벌레의 모양을 벗고 폭스바겐 골프와 폭스바겐 폴로라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최근에는 뉴 비틀이 다시 세상에 선보이며 그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광고를 보자.

▶ 그림19 폭스바겐 뉴 비틀 - 아마 당신이 80년대에 당신의 영혼을 팔아버렸다면 이제 새롭게 그 영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 태어난 전설을 이야기하는 광고이다. 처음 이 광고를 대했을 때 ‘Think small’의 향기가 흘러나왔다. 몇 십년이 흘러 다시 이 세상에 나온 광고의 느낌이었다. 물론 자동차도 예전의 비틀의 모습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탄생한 뉴 비틀이다 보니 아마 그런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여백미 넘치는 레이아웃과 자동차의 처리가 깔끔한 수준을 넘어 세련되었다는 느낌부터 흐른다. 그리고 알맞게 처리된 헤드라인은 그것을 읽는 소비자로 하여금 멍한 충격을 주고도 남는다.

‘아마 당신이 80년대에 당신의 영혼을 팔아버렸다면 이제 새롭게 그 영혼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언제나 가슴 속에서만 함께했던 비틀 이제 현실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절묘하게 전하고 있다.

	▶ 그림20 폭스바겐<폴로의 프리런칭> 폭스바겐의 다른 모델 폴로의 광고이다. 회사명도 없다. 로고도 없다. 아무런 헤드라인도 다른 카피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람하나가 아이를 목마 태우고 서있다. 그리고 알파벳 P자와 타이어 두개만 덜렁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타이어는 영어 알파벳 O를 보여주고 있고 사람은 L자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Polo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자동차 타이어와 사람이 관계 있는 것이라는 암시만 줄뿐 다른 말은 없다. 많은 궁금증만 주고 끝나는 티저 광고인 것이다. 이 광고에 이어 바로 이어지는 광고를 보자.
	▶ 그림21 폭스바겐<폴로의 론칭> 똑같은 레이아웃과 컬러에 자연스럽게 자동차가 등장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새로운 폴로 작지만 야무진 차라는 헤드라인이 함께한다. 물론 폭스바겐 로고와 함께 - 힘들이지 않고 강하게 폴로를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참 절묘한 연출이다.
	▶ 그림22 폭스바겐<골프> 폭스바겐 골프의 광고를 보자. 골프의 안전성을 컨셉으로 전달하는 광고이다. 항아리 두개가 무섭게 돌진하고 충돌하기 일보 직전이다. 그러나 한쪽의 항아리는 도자기 항아리이고 다른 한쪽은 철제 항아리이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 바로 그 철제 항아리 밑에 폭스바겐 로고가 철제로 서있다. 그리고 아무 헤드라인이나 카피도 없다. 아주 쉽다. 아주 빠르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무엇을 남기려 하는지 강하게 전하는 광고이다.
	▶ 그림23 폭스바겐<골프> 다음 광고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계기판이 메인 비주얼로 처리 되어있다. 그러나 일반 계기판과 달리 숫자는 없고 etcetera의 약자인 etc가 써 있다. 이미 999999km를 달리고 난 후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비주얼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폴크스바겐 골프라면 특별한 문제없이 오래 탈 수 있고, 달릴 수 있음을 아주 쉽게 보여주는 광고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빠르다. 다른 구구절절한 카피나 메시지 없이도 충분히 골프의 강점을 아주 빠르게 보여주는 광고이다.

▶ 그림24, 25, 26 폭스바겐<Original Spare Parts>

이번 광고도 조금은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자동차 광고이다. 다른 광고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는 보이지 않고 펭귄, 캥거루, 개미핥기 같은 동물들만 등장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동물들마다 각기 이상한 도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펭귄을 보자.

남극의 눈과 얼음 속에서도 유유자적하며 사는 펭귄의 발에 어울리지 않게 설피를 신겨 놓았다. 그리고 카피는 폭스바겐의 독창적인 스페어 부품들이라는 메시지만 있다. 개미핥기도 마찬가지이다.

어울리지 않게 진공청소기의 빨대를 입에 물고 있다. 캥거루 또한 새끼를 싸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아기를 둘러메는 포대가 아닌가? 카피는 똑같이 폭스바겐의 독창적인 스페어 부품들이라고 전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완벽한 기능을 하고 있는 폭스바겐이지만 독창적인 스페어 부품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고라고 볼 수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기술이며 비주얼 처리,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소스의 추출방법 등이 탁월한 광고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심플한 크리에이티브 전개를 통해 빠르고 쉽게 소비자를 자극하는 광고라고 볼 수 있다.

강력하고 독창적인 비주얼로 우선 눈길을 사로잡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눈길이 오래 머물지 않아도 충분히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어떤 느낌을 전하려 하는지 빠르고 쉽게 알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전개 방법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머나먼 그러나 매력적인 광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광고 만큼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펼쳐 보인다고 광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우리가 만든 광고를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TV 앞에 앉거나 신문, 잡지를 펼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광고를 열심히 보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고 우리 광고 메시지를 일일이 기억할 만큼 기억력도 좋지 않다. 그래서 먼저 그들의 눈과 귀를 뺏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조금은 남들과 다르게 보여지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완벽하게 전달하는 광고 - 한번만 보아도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만드는 광고 - 순식간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빼앗아 가버리는 매력적인 광고 -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들과 확실히 차별되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축적해가고 있는 광고 -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크리에이티브의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