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구자휘/CR3팀 부장
몸에 좋다는 영양소가 듬뿍 들어서인가? 마실 때의 그 질리지 않게 기분 좋은 느낌 때문인가? 커피, 콜라 등의 자극성 있는 음료는 싫고, 뭐 딱히 맘에 드는 것도 없고 그저 부담없이 만만한 게 야채다라는 생각 때문인가?
이런 저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야채라는 단어가 주는 건강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야채주스 광고는 건강을 요란하게 떠들어댄다. 그러나 메시지가 일방적인데다가 너무 막연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그냥 단순히 몸에 좋은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어디가 어떻게 왜 좋은지가 ‘정확하게’ 소비자의 몸에 와닿지가 않는 것이다.
1998년, 1999년에 펼쳐진 가고메 야채주스의 체내환경 캠페인은 남들이 놓치고 있는 이 ‘정확’이라는 것에 광고캠페인의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야채주스의 효과를 이해시켰고 성공을 거두었다.
이 캠페인 시리즈에 있어 제일 중요한 과제는 녹황색 야채와 야채주스가 갖는 효용성을 광고를 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알기 쉽게 전달하는가에 있었다. 야채가 몸에 좋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다 알려져 있다. 문제는 비타민, 카로틴, 미네랄, 식물섬유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각각의 성분이 체내에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가가 포인트였다
여기서 나온 키워드가 바로 ‘체내환경’이다.
이것은 인간의 몸 안에 있는 혈액의 순환과 영양흡수의 과정 등을 하나의 환경이라고 가정하고, 그 환경을 제대로 된 건강한 상태로 보전하는 것이 하루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즉, 녹황색 야채를 주원료로 한 야채주스를 습관적으로 마시게 되면 스트레스 등으로 쌓인 몸 안의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체내환경을 조절하는 힘이 생긴다고 하는 설득논리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주변환경도 가고메에게 유리했다. 일본 후생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하루 100~150g 정도의 녹황색 야채 섭취를 권장하고 있었는데, 일본인의 평균 섭취량은 하루에 80g정도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바쁜 식사시간, 편식 등으로 인해 이런 권장 야채섭취량은 더욱 지키기가 어려웠다. 또한 소비자들도 왜 녹황색 야채가 필요한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야채주스는 일본인들에게 바쁜 출근시간에 식사대용으로 마시거나, 피로할 때 피로회복 음료로서 인식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하루 야채 섭취량 부족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가고메 주스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체내환경 캠페인으로 야채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이 현대인의 건강에 얼만큼 도움이 되는가를 이해시켰고, 동시에 매일 마시는 건강음료로서의 가고메 주스를 새롭게 제안한 것이다.
(광고1)은 ‘지금, 걱정이 되는 환경문제는 몸안에 있다’를 헤드카피로 하고, ‘하루 한 병의 가고메가 당신의 체내환경을 조절해줍니다’를 리드카피로 하여 카피를 구성했다. ‘몸안의 환경보전’이라는 새로운 야채주스의 존재의의를 나타냄으로써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다.
뒤이어 나온 시리즈는 일반성인들의 관심을 유도한 성인병과 체내환경·몸의 저항력과 체내환경, 온가족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아이의 대변과 체내환경’, 직장인을 겨냥한 ‘여름의 스트레스와 체내환경’ 등 알기 쉬운 테마를 설정, 소비자들의 마음과 몸 속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 들었다.(광고2·광고3·광고4·광고5 참조)
1998년 광고캠페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비주얼이다. 다이나이(체내)군이라는 중의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몸 안의 폐, 위장, 내장 등을 마치 의학관련서적이나 생물도감에서 보는 인체 내부처럼 그렸다. 어떻게 보면 생경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눈에 ‘몸 안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광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비주얼 임팩트 효과도 톡톡히 얻고 있다.
체내(體內)라는 단어에 군(君)이라는 호칭을 붙여 비주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일본식 카피아이디어도 남다른 재미를 준다.
1999년의 캠페인 테마는 <체내환경 정상화>이다. 1998년의 <체내환경 보전> 테마에 이어 1999년도 광고물 역시 테마의 일관성 유지는 물론 독특한 비주얼로 광고 임팩트를 계속 살려나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단색컬러를 사용하여 광고주목률을 크게 높이고 있으며, 녹황색 야채색깔을 부각시켜 건강이미지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또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이 자신의 몸을 보드판으로 가리고 그 위에 광고카피 내용이 쓰여져 있는데, 이는 가고메주스가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체내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단순히 임팩트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비주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다 떨지 않고 차분한 톤으로, 절제된 컬러사용으로 광고의 설득력과 신뢰감을 높이고 있는 가고메 <체내환경 정상화> 캠페인.
이 광고시리즈는 매회 시각을 바꿔가면서 야채주스가 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카피로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광고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광고6) ‘건강이 붐을 일으키다니. 이상하다’에서는 생활습관이 체내 환경을 만든다는 요지의 카피로 소비자를 설득시키면서 가고메주스로 체내환경 정상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모니터요원을 모집하고 있다. 시리즈의 첫 포문을 열면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나온(광고7) ‘당신의 체내, 진단해드립니다’에서는 체내환경 체크사항을 하나하나 열거 광고를 보는 소비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체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고8) ‘체내환경 정상화 사례’에서는 야채주스로 알레르기현상을 극복한 듯한 어린아이를 등장시켜 부모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체내환경 정상화를 생각해보자라는 카피로 부모에게 어필, 체내환경을 온가족의 문제로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광고9)는 여름방학때 야채를 마시는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자는 내용으로 시즌을 겨냥해서 내놓았다.
(광고10) ‘가고메도 놀라고 있습니다’는 야채주스를 1개월간 계속 마신 후에 몸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모니터요원들의 회답결과가 68.5%라는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는 것에 대해 가고메도 놀랐다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야채주스의 효과를 정확하게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확실히 도장을 찍는 광고라 하겠다.
인간의 몸을 하나의 환경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광고의 재미를 보여준 가고메주스. 테마의 일관성, 치밀한 비주얼 전략으로 광고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고메주스. 그러나 풀어가야할 과제는 있다.
주스의 즐거움과 주스의 약효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켜나가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야채주스라고는 하나 마시는 즐거움을 놓칠 수는 없다.
너무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광고를 풀어간다면 자칫 <食>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藥>의 이미지가 더 강해질 우려도 있다. 강제적으로 또는 의무적으로 마셔야 한다면 먹는 재미가 없다.
가고메 주스를 과학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먹는 재미가 다음시리즈에서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