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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제작기

피부를 위해 여자는 잊어라!
남자가 사는 화장품, DHC for Men

손 욱 / 기획3그룹 대리

여자친구나 부인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을 기웃거린 경험은 많아도 정작 본인이 쓸 화장품을 사려고 백화점에 가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필자도 손짓 발짓 써가면서 면세점 점원을 겨우 이해시켜 부인에게 선물로 줄 화장품을 산 기억이 있다. 흔히들 화이트닝이라고 부르는 미백화장품을 유럽 어느 공항면세점에서 사려는데 점원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쉬운 'Whitening'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슨 면세점 직원이 이런 기초적인 영어 단어도 모르나 싶어 한심한 생각도 들었지만, 화장품을 꼭 사야겠다는 일념에 한참을 얘기하다 문득 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Brightening'. 그랬다. 그 친구들은 미백을 'Brightening'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결국 원하던 제품을 사긴 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화장품이었다면 이런 노력을 했을까? 아마도 대충 물어보다가 그냥 관두었을 것이다. 내 화장품 사는데 뭐 그리 고생할 필요 있냐고. 그만큼 우리 남성들은 남성화장품에 대한 관여도가 무척 낮았다. 스킨 & 로션, 이 두 가지가 우리 아버지세대부터 남성들이 지금까지 자기 피부를 위해 투자하는 전부였다.

작은 시장, 그러나 큰 잠재력

그렇다. 세상의 50%는 남자. 그러나 화장품 시장의 불과 5%만을 남성화장품이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03년 전체 화장품 시장규모는 약 5조 6천억 원(소비자가격 기준)에 달하지만 남성화장품 시장은 3천억 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3천억 시장이 작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체 시장규모에 비해서는 너무나 왜소해 보인다. 다른 소비재 시장에서도 보통 남성용보다는 여성용 시장의 규모가 크다. 하지만 화장품만큼 그 격차가 큰 카테고리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이 작은(?) 시장이 최근 들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컴과 안정환으로 대표되는 메트로섹슈얼(꽃미남)이 새로운 남성상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고, 사회 전반에 걸친 웰빙 열풍에 따라 남성들도 이제 자기관리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화장품 시장도 1998년 1,800억 원대에서 매년 300억 원씩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작년에는 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화장품시장이 작년에 마이너스 4~5%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한다면 무서운 성장속도라 할 수 있다.

규모의 성장에 따라 남성화장품 시장 내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태평양 미래파, 오디세이의 투탑(Two Top)체제에 소망화장품 꽃을 든 남자, 에소르, LG보닌 모노다임 등 2위권 브랜드들이 리뉴얼 등을 통해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헤라 포멘, 아이오페 옴므, 오휘 등 여성화장품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남성용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아라미스, 비오템과 같은 외국산 고급 브랜드들의 공세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선보이고 있는 이러한 제품들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다양화'이다. 기존 남성화장품은 스킨(혹은 에프터쉐이브로션)과 로션, 단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면, 이제는 미백, 주름방지, 메이크업 등의 기능을 가진 에센스, 세럼, 크림, 플루이드, 폼워시, 아이크림, 팩, 마스크 등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되고 있다.

화장품업계의 이단아 DHC, 그리고 DHC for Men

이런 시장기회를 파악한 DHC도 자사의 남성화장품 라인 DHC for Men을 한국에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2년 12월 한국시장에 진출한 DHC는 일본계 화장품회사로 1년 만에 3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화장품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통상적으로 화장품업계에서는 300억 원을 손익분기점에서 보고 있는데, 2003년 시판 브랜드 중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브랜드는 12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DHC는 불과 출시 1년 만에 업계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DHC의 성공배경에는 공격적인 마케팅, 뛰어난 품질, 일본화장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뛰어난 품질의 화장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독특한 유통방식이 한국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판, 직판, 시판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인터넷, 홈쇼핑으로 대표되는 신유통채널은 2003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100% 이상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향후 인터넷판매에 강점을 가진 DHC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커보인다.

이런 성공을 배경으로 출시된 DHC for Men은 올리브 엑기스, 차조기 엑기스, 카밀레 엑기스, 은행나무 엑기스, 알로에 엑기스 등 풍부한 식물 엑기스가 각질층에 수분을 공급해 피부를 매끄럽게 가꿔주고 모공을 수축시켜 상쾌하게 관리해주는 남성전용 라인이다. 특히 타사 제품에 비해 알코올함량이 적고 인공적인 향료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피부자극이 적다. 무엇보다도 애프터 쉐이브 로션, 스크럽, 페이스 크림, 스킨 케어 로션, 올리브 버진 오일 등 총 9종으로 구성돼 남성브랜드 중 가장 세분화된 라인업을 자랑한다.

새로운 영역 남자가 사는 화장품

다시 정리해보면 DHC for Men은 일본화장품, DHC라는 모브랜드, 인터넷 및 전화판매, 합리적인 가격, 식물성분 함유, 저자극, 다양한 라인업 등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무엇이 DHC for Men 만의 USP가 될 수 있을까?

Al Lies와 Jack Traut의 명저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는 '선도자의 법칙'을 가장 먼저 내세우며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번째 나오는 '영역의 법칙' 또한 소비자들에게 맨 처음으로 기억될 새로운 영역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DHC for Men의 그 어떤 속성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을까?

금강기획 스텝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찾아낸 새로운 영역은 바로 DHC for Men의 유통방식, 즉 인터넷판매다. 남성들이 화장품을 본인이 직접 구매하기를 꺼리는 것은 상당부분 화장품의 주된 유통채널, 즉 백화점과 화장품 전문점이 대다수 남성에게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괴리감에서 온다. 본인 역시 백화점에서 체류 가능한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화장품 전문점은 들어갈 생각조차 안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쇼핑 자체를 즐기곤 한다. AP그룹의 양수경 차장님이 정리해 주셨듯이 남성의 쇼핑은 Saving Time, 여성의 쇼핑은 Killing Time이다. 남성은 최대한 시간을 아껴서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계획구매의 행태를 보인다면 여성은 쇼핑 자체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충동구매의 행태를 많이 보여준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DHC for Men의 인터넷판매는 바로 남성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유통형태다.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고, 힘들게 백화점이나 화장품 매장 돌아다닐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연간 2조원 대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남성 고객은 '큰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파크의 조사내용을 보면 인터파크 VIP 고객 중 72%가 남성이고 로열 고객의 58%가 남성이다. 구매단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남성 구매객단가 15만 천원인 데 반에 여성 구매객단가 8만 5천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컨셉을 그대로 광고에 쓸 수는 없었다. 얼마나 멋없고 힘없고 재미없는 컨셉인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인식상의 영역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언어로 바꾸어줘야 했다. 인터넷으로 파는 화장품, 누가 사는가? 그렇다. "남자가 산다!" 드디어 DHC for Men 런칭 CM이 탄생하게 되었다.

여자는 잊어라! 남자가 산다!

'남자는 왜 여자가 바뀔 때마다 바뀌는가'라는 첫 나레이션이 나오면서 여성들이 지진희의 얼굴을 만진다. 메인 모델로 캐스팅된 지진희는 최근 MBC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여성들 사이에 인지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광고에 많이 노출되지 않아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부분도 높은 점수를 사 모델로 선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