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광고속의 캐릭터 ③ 아이리버 'i - Guy' & 'i - Girl'

자, 이제 네 스스로 움직여라 i - Guy!

유상윤 / 애드밸류 국내기획팀 차장

 

한국, 아니 세계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mp3 player 혁명의 주체인 아이리버의 첫 번째 TV광고를 대행한다는 것은 광고회사로서는 축복이면서도 엄청난 부담일 것이다. 그것도 그 흔한 TV광고 한번 없이 쟁쟁한 대기업을 누르고 순식간에 시장을 평정해 버린 아이리버이기에 그 부담은 생각한 것 이상일 수도 있다.

더욱이 아이리버의 기업 마인드 중 하나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 빼고는 전문가에게 맡겨라'이고 따라서 광고에 관한 한 모든 전권이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게 넘겨져 왔기에 광고를 잘 만들어서 광고주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는 중압감이 관련 스탭들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기획과 수정을 통해 도출된 결론은 아이리버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직접적 제품광고보다는 '아이리버'라는 브랜드의 파워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디카와 mp3로 대변되는 디지털 세대의 트렌드 속에서 각종 디지털 기기의 컨버전스(융합)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시장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아이리버가 향후 그들의 사업전략에 충분히, 그리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는 감성 제품이다

여러가지 방안 중에서 우리가 중요시했던 것 중 하나는 'mp3 player'라는 것이 첨단 기기이면서도 인간에게 친근한 기기이며 감성적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이리버가 가지고 있는 차별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도 아이리버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 감성적 코드를 강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사(全社) 제작부서 경쟁'이라는 파격적 방식을 통해 선정된 '픽셀아트(Pixel Art)'안이 선정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제작이 시작되었다.

캐릭터 선정을 위해 제작업체와 캐릭터 개발을 위한 컨셉을 충분히 토론한 후 여러가지 시안을 받아 그 중에서 가장 친근감 있고 향후 변형이 용이한 안으로 선정하여 광고주 컨펌을 받아 드디어 제작을 진행하게 되었다.

기존의 여러 광고에서도 캐릭터를 활용한 예는 자주 볼 수 있으나 아이리버는 그 소재 및 동기에서 그것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보다 정교해지고 첨단화되는 광고 내 그래픽 활용에서도 아이리버는 오히려 픽셀아트라는 80년대 초기 개인컴퓨터 시대의 그래픽 양식을 도입하여 복고적이며 인간적인 색채를 부각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광고에 주 테마로 활용함으로써 광고가 단순히 제품이나 브랜드를 띄우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지지 않고 오히려 'i-Guy'라는 캐릭터의 데뷔 수단으로 활용되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픽셀아트의 표현 완성도 측면에서도 정교한 수준의 픽셀아트 보다는 초기 PC보급기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그래픽 느낌이 나는, 보다 초보적인 느낌의 픽셀아트 캐릭터를 창조하려고 하였다. 컴퓨터로 창조되어진 캐릭터이지만 친근감이 들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캐릭터 개발의 기본 원칙을 삼고 진행하였다.

스토리 텔링 측면에서 볼 때에도 기존의 광고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와 관련된 스토리들을 부각시켜 온 것에 반해 아이리버 광고는 그 타깃 집단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들을 차별적 비주얼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제품이나 브랜드보다는 고객이 같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생활 속,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고객들의 인생 이야기의 한 단면을 그려보고자 했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지만 픽셀아트라는 작고 라이트한 소재를 사용하여 이를 보는 고객들이 부담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 주제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광고 목표의 하나이다. 이를 통해 아이리버가 진정으로 타깃 고객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생활 속에 언제나 함께 공존하고자 하는 아이리버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아이리버 주 고객층이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세대들임을 감안하여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인 사랑을 주제로 하여 캐릭터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광고에 주 스토리로 사용함으로써 타깃 고객층들이 광고를 시청하면서 아이리버 캐릭터인 'i-Guy'를 그들과 동일시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아이리버에 대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감정표현과 같은 경우에는, 현재의 일반적인 픽셀아트들은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아이리버 광고의 캐릭터들은 초기의 픽셀아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동작으로 혹은 몸짓으로 표현하려고 하였다.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동작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픽셀아트 다운 소도구를 통해 극복하려 했다.

런칭편 1차-도서관편의 경우에도 'i-Guy'의 사랑(♥로 표현됨)을 'i-Girl'이 매몰차게 거부하는 장면에서 거절당한 남자의 실망과 좌절의 느낌을 단지 몸짓으로만 표현해야 했기에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으며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비로소 'i-Guy'의 느낌을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점 하나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픽셀아트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고 매력이기 때문에 픽셀 하나하나 위치와 색깔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여 선정하였다.

힘내라! i-Guy

런칭편 2차-프로포즈편의 경우는 'i-Guy'가 꽃다발을 들고 'i-Girl'에게 프로포즈하는 내용으로 꽃다발을 전달하려는 순간의 그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음악과 화면을 정확하게 맞추어 주인공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느낌을 극대화해서 표현하였다. 주인공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사소한 배경들은 모두 단순화시켜 시선 분산을 방지하였으며 컬러나 기타 동작들도 단순화하여 처리하였다.

런칭편 3차, 4차편 또한 1, 2편과 마찬가지로 픽셀아트의 느낌을 최대로 살리되 댄스와 같은 역동적인 모션을 추가할 예정이며 미묘한 감정의 변화 같은 작은 부분도 섬세하게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작은 동작들을 추가하고 있다. 또한 타깃 고객층들이 광고의 반복노출이 가져올 수 있는 진부함이나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소재 교체 주기도 3주로 하여 픽셀아트가 가지고 있는 컴팩트함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였다. 기존의 광고들이 한편 제작한 후 그것을 3개월 이상 집행하여 반복에 의한 인지효과를 노리고 있었다면 아이리버의 광고는 언제나 새롭고 기다려지는 광고를 표방하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기존의 광고제작 방식으로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부분이라 자신할 수 있을 만큼 픽셀아트 활용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데 제작비와 기간이 기존 광고들의 1/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아이디어나 노력이 1/10 이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관련 스탭들이 투여하는 노력은 편당 비교해 볼 때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힘들여 만든 제작물이 단순히 매체집행만으로 활용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이벤트 및 제품 빌트인(built-in)으로 활용되어지는 것을 볼 때 국내 광고계에서도 이번 아이리버 런칭광고와 같이 짧은 기간에 맞추어 시리즈로 집행되는 후속 광고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짧은 제작기간과 한정된 제작비는 아이리버가 광고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i-Guy'의 이야기들을 3주만에 한편씩 제작하여 소재를 교체할 수 있게 하였으나 이는 AE와 제작, 그리고 관련 스탭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아이리버가 마인드가 열린 광고주이기에 가능함을 생각하면 오히려 금강기획의 수준을 보다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처음 하는 시도라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계속적인 수정과 연구를 통해 보다 완벽한 작품이 나오게 되기를 기대하며 수많은 캐릭터들이 실물과 다름없는 표현으로 세상에 난무하는 속에서 우리의 'i-Guy'가 광고 속에서 'i-Girl'의 사랑을 쟁취하고 더 나아가 제 스스로 힘을 얻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