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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의 건강만성 피로선우성 /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봄이 되면서 여기저기에서 나른하게 낮잠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피로를 호소하며 외래를 찾는 환자도 다른 계절보다 부쩍 늘어난다. 이러한 피로감이 봄철에 국한되어 나타난다면 이것을 우리는 춘곤증(春困症)이라고 부른다. 춘곤증은 질병이 아니라, 일종의 생리적인 피로감으로 차갑고 건조하던 겨울 날씨에 길게 적응했던 우리의 신체가 따뜻해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6개월 이상을 지속적으로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면 이를 춘곤증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항상 피곤합니다." 진료실에서 "어떻게 오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또, 다른 증상으로 의사를 찾는 환자들도 일단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들 만성적인 피로감을 호소한다. 대부분 간기능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하거나 종합검진을 원한다. 이런 경우, 아직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 소견은 십중팔구 정상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검사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검사를 해 보면 역시 대부분 다 정상소견! 혹은 경미한 이상소견을 보이기는 하지만 환자들이 호소하는 피곤함과는 아무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는 결과들이 대부분이다. 너무 피곤해서 종합검진을 하였더니 모두 정상이거나 내시경 소견 상 위염, 혹은 소변에서 현미경적인 혈뇨가 나타났다던가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드물게 만성피로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다가 빈혈, 당뇨병, 만성간염,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이런 경우는 해당 질환이 갖는 다른 증상을 동시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능한 의사들은 검사 전에 대부분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피로한 사람 중에는 간기능의 이상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종종 피곤한 증상을 느끼지만, 거꾸로 피곤한 사람 중에는 간기능이 안 좋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뇌종양 환자 100명 중에는 두통이 있는 사람이 90명이 넘지만, 거꾸로 두통 환자 100명 중에는 확률적으로 뇌종양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한 명이 채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환자 본인은 지금 이렇게 피곤한데 검사결과는 다 좋다고 하니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환자들에서 만성피로의 대부분의 원인은 피곤하게끔 짜여져 있는 근무 행태, 건전하지 않은 생활습관, 우울하거나 불안한 심리 상태와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이다. 따라서 항상 피로한 사람은 검사를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을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새벽에 물건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4시에는
일어나요. 잠은 11시쯤 자고요." 이런 대화들은 만성피로의 원인을 그대로 밝혀주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하루 일과 자체가 피곤하게 계속되는 경우, 누적되는 흡연, 음주의 악영향, 지속적인 스트레스. 이런 이유로 인하여 몸이 극도로 지쳐있는 것이다. 물론, '담배는 옛날부터 피웠고 술도 벌써 20년째 마시는데 왜 지금 와서 피곤해지는가?' '다른 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까지 근근히 적응해 오던 몸이 이제는 그것을 증상으로 나타낼 만큼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나쁜 습관들이 건강에 미쳐 왔던 악영향들이 모두 누적되어 이제는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이를 생각하여야 한다. 남자들은 보통 30대 초반까지, 여자들은 출산하기 전까지는 최상의 건강을 누리기 때문에 잦은 음주, 흡연, 불규칙한 수면 등 나쁜 습관들이 있어도 좀처럼 별 피곤함 없이 지내올 수 있으나 그 이후에는 그렇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술 마신 다음 날 점점 깨기가 어렵고 휴일엔 아무리 늦잠을 자도 피곤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육체적인 업무의 강도가 낮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걱정거리가 있고, 늘 긴장하고 있으면 심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 또, 평소에 항상 의욕이 없고 대인 관계를 기피하며 늘 우울한 생각에 젖게 되는 우울증의 경우에도 만성피로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정신·심리적인 원인이 만성피로라는 육체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된다. 이런 심리적인 상태가 육체적인 과로나 전술한 나쁜 습관들과 함께 어우러지면 일상적인 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심한 피로감까지 느끼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피로의 양상이 잠을 많이 자도 지속되며, 아침에 더 피곤하고 수면장애나 불안 등의 심리적 상태가 같이 있으면 이러한 정신·심리적 원인의 피로를 우선적으로 의심해보아야 한다. 만성피로의 치료 방법은 그 원인에 따라 다르다. 물론 빈혈, 당뇨,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의 신체적인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울증의 경우도 항우울제를 복용하여 우울한 기분이 완화되면 피로감도 급감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인 경우의 치료는 실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자신의 습관 중에 해당 사항을 바꾸는 것이다. 금연을 실행하고(도저히 불가능하면 줄이기라도 한다.) 일주일에 회식은 1회 정도로 제한하고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미래의 건강을 준비하기 위해 어렵더라도 정기적으로 약간씩의 운동을 하도록 한다. 아파트를 한바퀴 뛰는 것도 좋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윗몸일으키기를 해도 좋다. 시간 없어서 못한다고만 하지 말고 현실에서 가능한 운동을 골라서 시행해 본다. 초반에는 피로감이 잠깐 더 할 수는 있지만, 운동이 일단 습관화되면 피로감은 감소하기 시작한다. 직장에서 받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 이미 정해진 근무 시간 등 본인이 바꿀 수 없는 사정이야 어쩔 수 없지만 본인이 노력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만큼은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성적으로 피곤한 사람들은 피곤하다, 피곤하다 걱정만 하지 말고, 몸은 피곤한데 검사는 정상이라고 이상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바꾸어 보는 것이 꼭 필요한 피로퇴치법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Q. 피로감을 느끼면서 신체적인 질환을 의심하여야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힘든 일을 하고 난 후의 피로가 아니라 평소에 무난하게 처리하던 일상생활을 할 때도 극심한 피로가 느껴질 때, 체중의 감소를 동반하는 피로, 계단을 올라갈 때나 빠른 걸음을 걸을 때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 밤에 식은땀이 나서 내의가 젖을 정도가 되는 경우, 다리가 많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는 피로에서는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Q. 피로회복에는 드링크제나 영양제가 좋을 듯 한데... 일반적인 드링크제에는 몇 가지 비타민에 아미노산, 카페인, 당분 등이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성분들로는 피로가 해소될 수 없다. 다만, 산뜻한 단 맛이나 카페인의 일시적인 각성효과가 기분전환이 되는 느낌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영양제도 마찬가지이다. 영양제는 영양이 부족한 사람에서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영양이 남아돌면서 흡연, 음주, 스트레스, 운동 부족으로 피곤한 사람에게는 과체중의 원인이 되거나 남는 영양소는 소변, 대변으로 배출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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