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클리오광고제 참관기

작지만 크게 보자!!!
Open your eyes widely, even though it’s small

윤정현 / CR4그룹 대리

마이애미비치의 9박 10일

무려 9박 10일이라는 길다면 긴, 짧다면 한 없이 짧은 일정 속에 클리오 행사는 마이애미 에메럴드빛 푸른 해변에서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이번 클리오광고제 행사는 크게 전파부문과 인쇄부문으로 나뉘어서 진행됐는데 TV-CM 행사에 비해 인쇄부문은 약간은 조촐한 느낌이었다. 한 작품 한 작품 그 작업자의 고뇌와 열정에 비해서는 너무나 초라한 대접이 아닌가 싶었다. 반면에 영상부문은 나름대로의 격식은 갖춘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더 내 가슴을 쓰리게 했던 것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클리오광고제에도 국내 수상작품이 단 한 점도 없었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나라 다른 광고회사의 작품이라도 있나 다시 한번 눈을 부비며 두번 세번을 보아도 좀처럼 수상작은 찾을 수 없었다. 광고를 업으로 삼은 당사자로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또 다른 해프닝은 다름 아닌 언어의 벽이었다. 인쇄부문이야 시각적으로 감상이 충분하지만, 문제는 TV-CM이나 RADIO부문 수상작에 대한 이해였다. 한마디로 코미디 그 자체였다.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수많은 관객들이 박장대소를 하는데 우린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박장대소를 하는 사람들도 우리 광고를 보면 지금의 나와 같은 ‘언어의 벽’, ‘문화의 벽’을 느끼리라는 생각을 해봤다.

‘좀 열 받은’ 상황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미국사람이 계속해서 시상대에 올라가는 만행을 나에게 저질렀다. 트로피가 쌓여서 의자 밑까지 수북히 쌓아 놓는 광경을 나에게 처참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젠장… 하나만 주지” 한 두개쯤 빼앗아 버리고도 싶었다. 늘 그랬듯이 미국 중심의 행사라는 클리오광고제의 성격을 다시 한번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렇게 시상식을 마치고 우리들은 호텔 앞 카페에서 바닷바람에 씁쓸함을 날리며 맥주 한 병씩을 마셨다. 일주일 이상 헤어져 있는 가족, 동료, 친구의 얘기를 하면서 그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다른 팀들은 멕시코 칸쿤으로 우린 대한민국으로 향했다. 칸쿤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제주도 TtU행사 일정이 있는 관계로 작별을 고해야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창문으로 창공을 바라보면서 이 엄청난 대륙의 하늘을 날고 있는 나에게 반문을 했다. 작지만 크게 보자. 내일은 우리가, 아니 내가 승리할 것이다.

지면을 빌어 이번 클리오광고제에서 수상한 인상적인 몇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TV-CM쪽에서도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인쇄광고 몇 편만 뽑아 봤다.

Print 광고 1. Volkswagen

이번 제45회 클리오 인쇄광고부문에서는 내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폭스바겐 광고가 금상을 차지했다.

폭스바겐의 한결같고 끊임없는 캠페인은 좋은 광고 생산의 축이 되는 것 같다.

이제 비주얼 속으로 들어가 보자. 범죄집단 같은 무리들이 건너편의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런데 경찰들은 자신의 경찰차를 버리고 폭스바겐 뒤에 숨어있다. 폭스바겐이 얼마나 견고하고 튼튼하면 자신들의 경찰차를 버리고 폭스바겐 뒤에 숨어서 범죄자들과 대치하고 있을까? 문화가 아무리 다르다 해도 쉽게 이해되는 광고이다. 그 표현도 재미있지만 상황 또한 리얼한 광고임에 틀림없다.

이 광고를 보면 크리에이티브도 세상을 이어주는 하나의 충분한 언어가 아닌가 쉽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광고주의 성향이…, 제작비가…, 또는 팔기가 어려워서… 등등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얘기하면 우리의 ‘핑계’가 아닐까 싶다. 우리도 이제 그들에 무릎을 때릴 수 있는 그런 광고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숙제리라.

Print 광고 2. Der Kleine Nazareno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주위에는 불우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1992년 설립된 Nazareno라는 단체도 그들 중의 하나. 브라질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도와주면서 시작했다는 이 봉사단체는 현재는 독일과 브라질에 각각 본부를 두고 있다.

광고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림은 마약, 폭력, 범죄의 수렁에 빠진 아이들을 좀더 밝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천국의 문을 그리고 있다. 이 광고에 금상을 선사한 광고인의 휴머니티에 따뜻한 세상의 온기와 정을 한층 더 느낄 수가 있는 듯하다.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 이라고 그들의 광고가 발전한다면 우리의 광고는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들에게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또한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휴먼 인사이트가 우리에게 있음도 보여주어야 한다.

Print 광고 3. Bisley Office Equipment

우리는 흔히 “아무개는 참 정리정돈을 잘해” 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곤 한다. 과연 무슨 이유였을까? BISLEY CAMPAIGN 광고를 보면 “옳거니!” 하고 답이 나올 것이다.

광고3을 보자. 복잡한 바코드를 선 굵기 별로 정리를 해 놓았다. 그리고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법한 복잡한 악보를 선은 선대로 음표는 음표대로 분류를 해 놓고 아라비아 숫자도 선 정렬 옆에 값대로 도열시켜 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 또한 각 기능별로 분류를 해 놓았다. 이 광고를 보고 난 후 드는 생각은 물론 ‘BISLEY는 세상의 그 무엇도 깔끔하게 분류를 해버릴 것이다’ 라는 확신이다. 혹자는 낯익은 것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의 효과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BISLEY CAMPAIGN은 더욱 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큰 것 같다.

Print 광고 4. Harvey Nichols

일상 생활 속에서 늘 쏟아지는 세일광고, 소위 말하는 전단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몇 %를 세일하느냐, 기간은 언제까지인가 등의 정보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한 마디로 비주얼만 봐도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여러가지 단어들을 일축해 버린다. 팬티 한 장이 허공에 놓여 있고, 얼마나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양쪽으로 잡아 당겨져 있는 상황이 보여진다. 마치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연상되는 듯하다. 뭐가 싸다더라, 좋다더라 하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우리 아줌마들 그런 아줌마들을 생각했다면 우리도 한 번쯤을 만들었을 법한 광고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더 좋은 비주얼과 카피를 찾기 위하여 고뇌하고 있는 우리의 크리에이터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