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 뉴욕미술의 발견, 정윤아

마케팅은 모든 것을 삼킨다

배성우 / 기획4그룹 대리

 

사람들은 흔히 예술이라 함은 돈벌이와는 무관한, 세상을 그저 관조하고 가지지 않음의 미학으로 알며 아무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예술이나 미학은 일상의 생활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격조 있는 삶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하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 역시 이상향인 IDEA의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예술이라 했을 정도이니 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숭배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예술가란 직업은 그 실상이 어떻든 간에 보여지는 것에 있어서는 한없이 우아하고 한없이 멋들어지게 세상을 살 것 같은 사람들에게 붙을 수 있는 이름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예술가란 사람들이 마약을 하건 알코올 중독이 되건 모두 예술혼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되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 그런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미학 강의에 대한 책들이, 예술을 자기 성찰의 방식으로 삼는 책들이 넘쳐 나지만 무명의 정윤아라는 젊은 큐레이터가 쓴 ‘뉴욕 미술의 발견’ 이라는 책은 분명 미술을 예술적(?)으로 바라보는 진중권식의 미학 강의책도 아니요, 한젬마처럼 철학적(?)으로 미술을 바라보는 수필책과는 분명히 구분이 되는 관점에서의 미술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서양 미술학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무명의 큐레이터가 쓴 이 책 역시 미술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니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줄 만한 책이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미술을 마케팅적으로 바라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겉의 제목만 보면 마치 뉴욕을 중심으로 현대 미술에 대한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 같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미술 시장’에 대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뉴욕 현지에서 큐레이터 생활을 했다는 저자의 경력이 이 책의 내용을 알고 난 후에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책이 미술이 아니라 미술 시장에 대한 책이라는 것은 저자의 아래와 같은 글에서 잘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뉴욕 미술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아름다움 뒤에 감추어진 약육강식의 법칙과 주도권 쟁탈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뉴욕 미술계가, 자본이 예술을 잠식하는 가운데서도 언제나 언더그라운드를 지키고 키워낼 줄 아는 에너지가 충만한 곳이며, 변칙과 반칙도 서슴지 않는 비열함 뒤에는 미술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깃들여 있음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예술성 하나만으로 현대미술을 이해하려 했던 나의 순진한 전철을 되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젊은 저자의 말로는 너무나 단호할 정도로 현대의 미술 시장을 바라보는 자세가 분명하다.

이 책의 주무대인 뉴욕이란 도시는 참으로 묘하다. 너무나 많은 상반된 개념들이 서로 뒤섞여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뉴욕이라는 이름으로 융화되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를 따라 세계 경제의 심장을 움직이는가 하면 소호와 첼시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꿈이 자라나는 곳.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스카이라인의 마천루가 하늘을 수놓는가 하면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스튜디오가 한편으론 그 어떤 전망보다 멋있게 느껴지는 곳. 깔끔한 정장의 비즈니스맨들과 힙합 바지와 레게 퍼마의 예술가들이 함께 거리를 거니는 곳.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 그곳이 바로 뉴욕이다.

뉴욕이 많은 사람들의 동경이 되는 것은 바로 ‘다양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융합’이라는 무기 때문일 것이다. ‘멋’ 있다면, ‘맘에 드는 것’이라면 그래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곳이 바로 뉴욕이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앤디 워홀이나 바스키아 같은 현대 미술의 거장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런던에 가도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하고 있고, 파리에 가도 마찬가지이며 하물며 시드니에 가도 흑인과 동양인들이 백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앤디 워홀이나 바스키아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라고 질문한다면 뉴욕이라고 많은 이들이 답할 것이다. 뉴욕이 아니면 안되는 그 무언가, 그것은 바로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다.(물론 뉴요커들 사이에서도 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오히려 더 심할지도 모른다. 일례로 필자가 64번가의 비즈니스맨들이 잘 가는 바에 갔을 땐 웨이터가 주문조차 받으러 오지 않았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 모든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에는 뉴욕의 어두운 뒷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즉 돈이 되는 곳에 투자하고, 돈이 된다면, 대중에게 인기가 있다면 그 어떤 것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 뉴욕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기초이다. 이 말은 결국 어떻게 뉴욕에서 경제와 문화가 공존하고, 화려한 스카이라인의 빌딩과 허름한 스튜디오가 묘하게 공존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준다.

이렇듯 ‘돈’이라는 기초 위에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것이 뉴욕이니, 뉴욕 나아가 현대 미술 시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마케팅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자세는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뉴욕의 현대 미술 시장을 이해하는 코드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갤러리, 경매장, 미술관 그리고 유명한 미술 작가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갤러리가 가장 중요하다. 갤러리를 소유하고 있는 아트 딜러들이 무명 작가들 중에서 유망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을 후원하여 유명한 작가로 등용시키는 이른바 기획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를 보면 아트 딜러는 작가의 천재성을 이해하고 현대 미술의 발전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미술 애호가처럼 보이며, 작가 역시 아트 딜러의 후원 속에 예술성만을 추구하는 숭고한 예술혼의 소유자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예계와 마찬가지로 아트 딜러들 역시 작가의 예술혼보다는 이 작가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를 작가 선택의 최우선으로 삼으며 작가들 역시 유명 작가가 된 다음에는 더 많은 돈을 받고 다른 아트 딜러들에게 옮기기를 밥 먹듯이 한다. 한마디로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의리 같은 것은 남아 있지 않다. 그저 비즈니스 대 비즈니스의 관계일 뿐이다.

이들의 관계가 왜 비즈니스의 관계로 밖에 될 수 없냐 하면 국내와 달리 뉴욕 갤러리의 딜러들은 단순히 대관을 해주는 역할이 아니라 홍보, 오프닝 리셉션 기획, 초대 우편물 발송 등 전시에 드는 모든 비용과 홍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일종의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딜러들 자신이 전시한 작가의 작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해야만 전시에 들어간 비용은 물론 작가를 후원한 비용까지 모두 뽑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작품을 높은 값에 팔기 위해 여러 가지 마케팅 방법이 동원되고 가끔은 가격을 높이기 위해 딜러 자신이 전시 작품을 모두 사들인 후 되파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 이렇게 본다면 현대의 미술 작품이라는 것은 숭고한 예술혼에 의해 탄생한 고상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한낱 팔아서 이익을 남기기 위한 상품에 지나지 않으며, 시장 원리, 즉 대중의 인기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매우 자본주의적인 상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현대의 미술 작품이 자본주의의 상품이라는 것은 경매장에서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경매장은 말 그대로 작가의 작품을 경매를 통하여 일반 대중에게 매매하는 곳이다. 그런데 현대 미술에 있어서 경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경매하여 파는 곳이 아니다. 경매장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곳이다. 경매에서 팔린 가격의 바로 그 평가의 기준이다.

경매장에서 작품이 팔린 가격은 평생을 두고 작가를 따라다닌다.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않던 작가의 작품도 경매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리는 순간 그 작가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반대로 높은 평가를 받던 작가의 작품도 경매에서의 가격이 형편없다면 그 순간부터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하물며 미술 평론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경매장의 경매 기록을 뒤지면서 작가를 평가하고 작품의 등급을 매기는 것을 배운다.

이쯤 되다 보면 당연히 경매장에도 소위 마케팅(?)의 힘이 미치기 시작한다. 바로 딜러들이 자신이 키우는 작가의 작품이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높은 가격을 불러 낙찰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다 팔아 차액을 챙긴다. 하다 못해 유명 딜러와 경매장 사이의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경매장은 자신들과 협력을 맺은 딜러들의 작품을 일부러 감정액을 높게 매긴다. 그리고 이 감정액을 최초 경매가로 하여 경매를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낮은 가격에 작품이 팔릴 일은 애초부터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스타 작가들 역시 바로 갤러리의 아트 딜러와 경매장의 치열한 마케팅에 의한 결과물이다. 딜러들은 자신이 대변하는 작가의 작품을 팔 뿐 아니라 그들의 이미지도 함께 파는 것이다. 똑같은 재능이 있더라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매력적인 외모와 연예인적인 기질이 있는 작가가 더 많은 작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있는 딜러들은 많은 돈을 들여 자신 소속의 작가에 대해 마케팅을 하고 유명한 스타로 만들려 하는 것이다. 작가의 재능과 절묘한 마케팅 기술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이미지, 그것이 바로 유명 스타 작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장-미셸 바스키아가 있다. 바스키아는 뉴욕의 길거리를 캔버스 삼아 그린 강렬한 이미지의 그래피티들로 스타 자리에 올랐다가 마약 중독으로 28살에 요절한 작가이다. 영화로도 그의 생이 그려질 정도이니 그가 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력을 심히 크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바스키아가 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유명 딜러인 노세이의 힘이 컸다. 그는 바스키아를 위해 생활비 보조는 물론 작업실까지 마련해 주었고, 유명 인사들을 초청하여 전시회 오프닝을 열어주었으며,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그의 사진과 함께 기획 기사가 실리게끔 해주었다. 또한 갖가지 기행과 퇴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여 바스키아가 현대 미술의 천재인 것처럼 각인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은 리처드 기어나 폴 사이먼 같은 유명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가이며 유화 한 점에 2만5천 달러에 이르는 고가에 경매된다는 사실이었다. 바스키아가 유명 작가가 된 데에는 이처럼 철저한 마케팅과 홍보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제프 쿤스나 매슈 바니 등 현대의 다른 유명 작가들 역시 바스키아와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쳐 스타 자리에 올랐다. 하물며 제프 쿤스는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하여 포르노 스타인 치치올리나와 결혼한 후 자신들의 누드를 소재로 전시회를 하기도 하는 듯 철저히 대중을 향한 마케팅으로 스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제는 숭고한 초월적인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미술에까지 마케팅과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반 대중의 눈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 작품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마케팅과 이미지 메이킹에 실패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현대 자본주의의 생리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뉴욕 미술의 발견’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미술책을 읽는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편의 마케팅 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로 남들이 평가해 놓은 글로 나 역시 한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현대 사회는 마케팅과 이를 통한 이미지가 모든 것을 삼키는 시대인 듯하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생리를 모르게 좋은 작품만, 좋은 상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끝날 듯이 생각하는 것은 이 책 저자의 지적처럼 정말 ‘순진한’ 생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냉혹한 논리이자 상업화의 문제점이라고 많은 사람이 지적할 지도 모른다. 예술에까지 상업 자본에 물들어 있다고 개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시장을 움직이기 위한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또한 알게 해 줄 것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하여, 고상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예술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실보다는 이상의 세계를 염두에 두고 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을 예술을 미술 작품을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인생까지도 마케팅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시대인 듯 하다.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말이다. 수십 권의 마케팅 책보다 더욱 마케팅적인 ‘미술책’ 한 권을 읽고 내린 필자 나름의 결론이다. 바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광고는 쓰레기와 같다’는 말처럼 모든 것이 마케팅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신간안내

광고가 들려주는 문화이야기
<광고 마케팅> 전세화 지음 · 도서출판 애경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한번쯤 ‘나도 한 권쯤은 쓰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책이 있다. 그래서 많은 선배들이 그런 책들을 내놓았고 ‘언제가 한번은…’을 꿈꾸면서 가볍게 혹은 즐겁게 읽는 책들이 있다. 응, 그런데 ‘광고 리뷰’ 라는 카테고리가 서가 목록에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광고가 들려주는 문화이야기>는 좀 다르다. 광고 리뷰나 제작 실무에 도움이 되기 위해 쓰는 전문 서적을 표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늘날의 대중들이 광고를 보는 안목을 기르고 더 나아가 광고가 제작된 사회와 문화를 읽는 통찰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일종의 ‘문화비평서’를 추구한다.

우리나라와 유럽, 그리고 북미의 광고작품들을 텍스트로 놓고 그 광고가 반영하는 사회, 문화적 배경을 유추해 보았으며 동시에 대중문화로서의 광고가 사회적으로 어떤 트랜드를 형성하는지 어떤 감성의 구조를 낳게 되었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이를 위해 산업의 구조, 철학, 지역문화 코드, 영화 , 미술 등을 폭넓게 검토했다. 선택된 주제는 감성 우위, 서스펜스, 비주얼의 암호화, 글로컬리즘(glocalism), 쾌락주의,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신세대 가치관, 자본주의에서의 인간성 상실 등 동시대 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철학자, 경영을 말하다
<경제경영> 안드레아스 드로스데크 지음 · 인성기 옮김 · 을유문화사

“우리의 사고(思考)가 우리의 운명(運命)을 결정한다.” 쇼펜하우어의 이 말은 개인의 일상사뿐만 아니라 학교, 기업, 국가 등 크고 작은 집단의 경우에도 필연적으로 적용된다. 바로 사고의 힘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듯이 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철학자, 경영을 말하다>는 이 사고의 밑바탕을 이루는 필로소피, 즉 지혜(Sophia)를 사랑하는(pillo) 학문인 철학(Philosophy)을 응용하여 “지혜로운 경영이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공자, 니체 그리고 자크 데리다까지 세기의 지성(知性)이 전하는 20가지 비즈니스 법칙을 총망라한 21세기 경영 필독서이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명언도 재미있다. 여전히 생명력이 있는 한 마디로 철학자들의 사상은 보다 가깝게 마음에 와 닿는다. 파티션 한 켠이나 모니터 어딘가에 클립해 둘 철학자의 명언을 여기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데이비드 오길비 광고 불변의 법칙
<광고 마케팅> 데이비드 오길비 지음 · 최경남 옮김 · 기획 출판 거름

데이비드오길비. 90년대 중반쯤 어느 선배가 다이아몬드애드 원고에 “데이비드 오길비 가라사대…” 라는 문구를 써놓은 걸 봤다. ‘가라사대’ 라니… . 귀퉁이를 빨갛게 칠한 성경책에서나 볼 수 있던 문구다. 오길비의 신봉자를 자처하던 광고계 선배의 글이었으니 그에게 오길비가 갖고 있는 정통성과 절대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런 데이비드 오길비의 책 <광고 불변의 법칙>이 다시 번역됐다. 금강기획 공채로 입사해 AE 등 광고바닥에서 현장경험을 쌓은 최경남씨에 의해서다.

주지하다시피 이 책은 데이비드 오길비가 20년 동안 경험한 광고의 법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리고 한발 나아가 실무에서 어떻게 광고를 집행하는지 찬찬히 설명하는 지침서다. “재미없는 제품이란 없다. 재미없는 카피라이터가 있을 뿐이다” 라는 강조하는 그는 “광고의 가장 큰 목적과 역할을 광고인의 재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흥미를 느껴 그 제품을 사게 하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

‘좋은 광고란 상품이 잘 팔리도록 하는 광고’ 라고 말하는 그의 책 <광고 불변의 법칙(원제 Ogilvy on Advertising)>에서 그의 성공전략을 다시 만나보자.

감성경영 감성리더십
<경제 경영> 신정길 문승권 문형남 편저 · 넥스비즈

20세기 후반 기업 환경은 이성과 계량화에 기초한 성과제와 기술적 역량 등을 강조함에 따라 개인 대 개인, 혹은 내부 조직 간의 격렬한 경쟁을 유발시켰다. 이런 경영혁신의 폐해들이 크게 나타나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호이익을 추구하고 인간의 따스한 가슴을 자극하는 감성엔진과 감성역량을 배양할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발전에 있어 ‘감성’은 이제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과제에 의한 무한경쟁 속에서 기업과 개인의 처방전으로 ‘감성’을 제시한다. 감성경영의 의의에서 출발하여 기업 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 분야별(역량 계발, 리더십, 마케팅, 기업가치 등)로 감성을 성과를 접목시키는 비법과 사례를 통해 기업과 개인이 적용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법도 제시한다. 이 책은 기업의 발전에는 ‘감성경영’을, 개인의 자기 발전에는 ‘감성리더십’을 채택함으로써 ‘차가운 이성’에 점령당했던 기업과 개인이 ‘따스한 가슴’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