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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의 건강 | CT와 MRI“머리가 아파서 왔습니다”선우성 /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55세의 공무원. 46세의 가정 주부.
MRI(자기공명사진), MRA(자기공명 혈관조영술), CT, 컴퓨터촬영 등등 최근에 대학병원을 찾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자주 검사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촬영들이다. 환자들이 말하는 컴퓨터 촬영이라 함은 MRI나 CT, 둘 중의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고, 환자들이 그 의미를 잘은 모르지만, 중풍의 발견에 탁월하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MRA라는 것은 원래 MRI의 촬영을 하면서 혈관조영제를 주사하여 혈관을 같이 관찰하는 방법을 말한다. 씨티(C.T.)촬영이란 Computerized Tomography라는 말의 약자로 정확히 번역하면 ‘전산화단층촬영’이 된다. 이것은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을 마치 칼로 잘라 놓은 듯한 단면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방사선 장치 중 가장 최초로 발견된 장치로서 현대의학에서는 각종 암이나 뇌출혈 등의 진단에 빠져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한 검사방법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기계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공학자의 신분이지만 의학적으로 공헌한 바가 탁월하다고 인정되어 노벨의학상을 받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보다는 최근에 발명된 MRI(자기공명사진)는 우리 몸을 옆으로 길게 자른 단면을 볼 수도 있고 몇몇 부분에서 씨티촬영보다 진단적 가치가 더 높다고 인정되며 방사선을 쪼인다는 단점이 없기 때문에, 의료보험의 혜택도 없고 씨티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더 널리 쓰이며 각종 진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앞서의 환자 말대로 컴퓨터를 이용한 촬영이고, 이런 컴퓨터를 이용한 촬영방법은 의학적으로 상당히 유용하며, 어떤 경우 필수불가결한 진단도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들이 앞서 예를 들은 환자들처럼 일반인들에게 너무 과대포장되어 마치 어떤 병의 진단에나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도 가장 정확한 진단방법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은 큰 문제이다. 심지어는 컴퓨터촬영 한 번이면 숨어 있는 질병을 모두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있다. 앞서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두통 환자. 컴퓨터촬영이 가장 먼저 의학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곳이 머리부위이며 실제로 단단한 머리뼈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으므로 많은 의사들이 머리 속의 질병에 대한 진단에서 컴퓨터촬영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머리에 대한 컴퓨터촬영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은 머리 속에 어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났을 때 뿐이다. 즉, 머리 속에 혹이 있다거나, 뇌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장애가 있을 때 등에만 이상소견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겪는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 등에서는 소위 ‘꽝’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며 따라서 뇌에 대한 컴퓨터촬영은 앞서 밝힌 것 같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의심될 때만 찍어야 한다. 특히 수년씩 앓아 온 만성 두통, 신경 쓰면 아팠다 한가하면 좀 괜찮아졌다 하는 간헐적인 두통에서는 뇌 컴퓨터촬영이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보고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우리 옆집 아저씨는 머리 아픈 채로 몇 달 약 먹다가 컴퓨터촬영을 해보니 뇌에 혹이 있다더라.’ 이런 말에 흔히들 혹하기 쉽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다른 증상이 있거나 만성두통으로 보기에는 이상한 병력들이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단의 효과를 드라마틱하게 하기 위해서 아무 이상도 없었는데 컴퓨터촬영에서 진단이 나왔다고 구전될 뿐이다. 의사가 컴퓨터촬영을 권유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반적인 두통과는 차이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머리가 오래도록 지긋지긋하게 아프고, 아플 때 매우 심하게 아프다고 해서 컴퓨터촬영을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의사를 찾아가서 본인의 두통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그 의사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두 번째의 소화불량 환자. 이 경우는 더욱 넌센스다. 우리나라에는 위암이 무척 많으므로 위암의 조기발견을 위해서 40세 이상의 남녀가 1~2년에 한 번씩 위암검사를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위암의 진단에 필요한 검사는 위장조영술이나 내시경 검사지 컴퓨터촬영이 절대 아니다. 위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컴퓨터촬영을 통하여 주위 조직의 전이 여부를 보는 것이 상례이지만 위암 또는 위궤양, 십이지장염 등 이런 소화기질환의 진단 자체에는 위장조영술이나 내시경검사가 훨씬 정확하다. 앞에서 예를 든 환자처럼 이미 정확한 검사를 받아 놓고 더 부정확한 검사를 비싼 돈을 내면서 받고 싶다는 것에 어떻게 동의할 수가 있겠는가? 세 번째, 폐암환자의 친구도 마찬가지다. 흡연가 중에서 기침이 없고 흉통이 전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사람들 모두가 컴퓨터촬영을 한다면 개인병원마다 기계가 있어도 모자랄 판이다. 폐암으로 진단받은 친구도 처음부터 컴퓨터촬영을 했을 리 만무하다. 그렇게 하는 의사는 없기 때문이다. 일반 폐 사진에서 이상소견이 나왔던지 다른 소견에서 폐암이 의심되었기 때문에 촬영을 했을 것이고 그래서 확진이 된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절차는 생략되고 ‘기침하는 사람 컴퓨터촬영을 했더니 폐암이더라.’ 하는 유언비어가 퍼지게 된다. 다른 검사도 마찬가지지만 컴퓨터촬영 역시 의사가 권하는 경우에만 찍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의사가 극구 만류하는 경우에는 안 찍는 것이 좋다. 왜 돈 낭비, 시간 낭비, 의료자원 낭비까지 하면서 좋지도 않은 방사선을 몸에 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환자를 본다는 것, 특히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획일적인 경과를 거치는 것이 아니므로, 본인이 섣불리 진단 내리는 오류를 범하면 안되며 그것은 컴퓨터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사진 좀 찍어 보러 왔는데요.” 이런 말보다는 “머리가 아파서 왔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환자가 훨씬 현명한 환자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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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의 중소기업체 사장.
갖가지 병의 진단방법은
다 제각각이다. 고혈압은 혈압을 재야 진단할 수 있고,
편도선염은 입 속을 들여다 보아야 진단할 수 있으며 심장판막질환은
청진기로 들어본 후에 심장초음파를 통하여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컴퓨터촬영은 무용지물이다. 또,
증상이 똑같더라도 사람마다 받아야 할 검사가 다르고 최종진단도
다르다. 그것들을 공부하기 위해 의사들은 의과대학을 6년씩이나 다니고 인턴에 레지던트에 4, 5년씩들을 더 공부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각종 전문잡지를 구독하며 최신지식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런 의사의 말보다는
옆집 환자의 경험담이나 여성잡지의 체험수기나 비전문가의
상업적인 선전에 넘어가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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