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그리고 여행
|
|
|
호주 대륙의 북동부 해변은 사시사철 작열하는 태양과 짙푸른 하늘,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탄성밖에 나오지 않는 대 산호초 군락인 그레이트 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가 펼쳐져 있어서 ‘대자연’이란 바로 이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밀림과 바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들녘들은 모든 게 그저 큼직하고 널찍하다. 서울 같은 도시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왠지 막막한 기분마저 든다. 시간과 공간 개념이 갑자기 확 풀어져서 아득해지는 느낌…. 이 지역은 퀸즐랜드주(洲)에 속한 곳인데 퀸즐랜드주만 해도 우리 한반도 넓이의 7배나 된다고 하니 호주 대륙의 규모에 아연 놀라게 된다. |
호주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퀸즐랜드도 처음에는 죄수들의 유형지였던 곳이다. 주도인 브리즈번을 중심으로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들은 이역만리 고향을 떠난 슬픔을 견디며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산으로 들어가서 광물을 캐고 사탕수수 등의 농사를 지으며 아름답지만 허허로운 이 땅에 문명을 꽃피운 것이다. 브리즈번 국제공항에 내리면서 문득 그런 생각에 왠지 조금은 숙연해진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하려는 세계인들로 넘쳐 나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다.
브리즈번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여를 날아가면 눈 아래로 짙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초록빛 섬들의 군락이 펼쳐진다. 바로 휫선데이 제도이다. 휫선데이 제도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있는 모두 700여 개의 섬들 중 74개의 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각종 휴양 시설과 리조트가 밀집해 있다. 호주대륙의 최고급 리조트 시설을 자랑하는 헤이만 섬과 해밀턴 섬도 바로 이곳 휫선데이 제도에 있다. 해밀턴 공항에 내리자 예약해 둔 호텔에서 나온 스텝이 카-트에 태우고 호텔까지 안내한다. 해밀턴 섬에는 택시란 게 없고, 이동 수단은 일명 버기(Buggy)로 불리는 이 카-트 뿐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이곳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해밀턴 섬은 원래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 아니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화이트 헤븐 비치 등 아름다운 대자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휴양지로 가꾸어진 곳이다. 1984년 12월에 안셋 항공사에 의해 시작된 휴양지화는 지금은 병원과 학교, 공항까지 갖춘 어엿한 하나의 섬마을을 만들어 냈다. 섬의 중심부에는 해변을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 수영장 등이 모여 있어서 늘 이곳을 찾은 휴양객들이 모여들고, 곳곳에는 깔끔한 현대식 리조트와 방갈로 렌털하우스 등이 시원스런 바다를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무엇하나 분주하거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여느 휴양지에서 볼 수 있는 번화함이나 시끄러운 모습 대신 느긋한 기분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버린다. 사실 해밀턴 섬은 부근의 다른 휫선데이 섬들에 비해 고급 리조트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일본이나 싱가포르, 그리고 유럽의 중상류층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더욱 그런 분위기가 강하다. |
|
|
|
|
||
|
2.
끝없이 이어지는 산호초 바다의 장관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
해밀턴 섬을 찾은 이상 일단은 수상 비행기를 타고 말로만 들었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위를 날아다녀 보고 싶었다. 수상 비행기 선착장에서 안전요원의 간단한 안전 지침을 듣고 7인승 경비행기에 올라 탔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던 비행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 위를 질주하는가 싶더니 이내 하늘로 솟아오른다. 해밀턴 섬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바다 위에 거침없이 쏟아지는 햇빛이 화려한 반사를 일으키며 상쾌함을 더한다. 마침 운 좋게도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마음껏 들이킬 수 있는 조종석 옆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터여서 그 기쁨은 더했다. 몇 번이고 탄성을 지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을 때 이제 곧 우리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위를 지나가게 될 거라는 조종사의 안내 방송이 헤드폰을 통해서 들려왔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상상 이상의 압권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동이 일었다. 짙푸른 초록빛을 띤 산호초들이 기묘한 무늬를 이루며 끝없이 펼쳐진다. 그저 아름답다라는 외에 더 무슨 할말이 없었다. 그 사이를 간간이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유람선이 지나가고 파도가 부서진다. 아예 머리를 창 밖으로 내밀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데 이번에는 예전에 몇 번 사진으로 본 적이 있던 하트 모양의 산호초가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기가 막히도록 완벽한 하트 모양을 하고 있었다.
|
|
4.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관광객들에게 신비로운 대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5. 거친 환경을 이겨내고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주변 섬의 원주민들 6. 바다 탐사 준비를 하는 잠수부 |
그렇게 날아다니기를 한 시간여. 이번에는 눈 앞 멀리 섬 하나가 보이는가 싶더니 조금씩 다가가자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모래사장이 도무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게 펼쳐진다. 바로 화이트 헤븐 비치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듯 바닷물의 궤적을 따라서 흐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은 신비롭기만 하다. 비행기가 해변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앉고 한 시간 정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해변에 내려섰을 때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또한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던 색다른 것이었다. 유난히 흰 빛깔도 그렇거니와 여느 해수욕장의 모래와 달리 마치 밀가루처럼 가늘고 고왔다. 어떤 사람들은 해변을 거닐며 바다낚시를 즐기기도 했고, 일본인 신혼 여행객들은 도란도란 속삭이며 모래사장을 거닐고 있었다.
호텔에 돌아와서도 내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화이트 헤븐 비치의 환상이 어른거린다. 호텔 앞 야자수가 우거진 해변에서 해산물 요리와 더불어 맥주를 마시며 나는 내내 이번 여행이 단연 생애 최고의 여행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