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 조조의 面經

지금 다시 조조를 말한다
조조의 面經, 司馬烈人

배성우 / 기획4그룹 대리

 

사람에게 있어 얼굴이란 것은 단순히 잘 생기고 못 생겼다 라는 미적인 문제를 넘어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성품은 어떠한지, 무슨 일을 할 것 같은지, 생활 환경은 어떠한지 나아가 지나온 삶의 족적은 어떠한지 등 그 사람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그래서 자고로 예로부터 '사람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고, 또한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생에 대하여 알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지금 감정이 어떠한가를 드러내주는 거울과 같다. 화난 상태에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기 마련이며, 자기의 의도대로 일이 흘러갈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가게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나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다 된 일을 망치거나, 망신을 당하는 일도 흔하다.

이렇듯 사람에게 있어 얼굴을 관리하는 것은 인생을 관리하는 것이며, 얼굴에 드러나는 자신의 감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리더십을 세우고, 세상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의 얼굴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요, 체면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곧 삶의 지혜이다.

이러한 원리를 잘 깨달아서 인지 중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얼굴 혹은 체면이란 것을 매우 중요시했다. 여기서의 얼굴이나 체면은 단순히 그 사람의 생김새나 허례허식적인 체면을 애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이나 리더십, 처세술, 존재 가치 등을 의미하는 매우 포괄적인 용어이다.

바로 이 얼굴에 관한 철학, 즉 삶의 철학, 리더십, 처세술 등을 담고 있는 최고의 저작이 바로 면경(面經)이다. 시에 관한 최고의 저작이 시경이요, 산과 바다에 관한 최고의 지리서가 바로 산해경인처럼 말이다.

중국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잘 관리하여, 즉 리더십과 처세에 능하여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 중에 으뜸이 바로 삼국지의 간웅 '조조'이다. 알다시피 조조는 1800여 년 전 중국 삼국시대를 주름 잡던 영웅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초로 한 수 많은 소설 작품 속에서는 조조의 위나라보다 유비의 촉한을 한나라의 정통을 이은 것으로 파악하여 조조를 계략에 능하고 야비하여 결국은 한나라를 망쳐놓은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으나, 실상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에서는 조조의 위나라가 한나라의 정통을 이었고 다음 왕조인 하마씨의 진나라가 중국을 다시 통일하게 하는 기초를 쌓은 나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조조에 대해서도 소설의 묘사와는 달리 동탁, 원소, 원술 등의 군웅들을 물리쳐 전란을 수습했으며 안으로는 한 황실을 받들고 밖으로는 민중의 삶을 안정시킨 정치가로 기록하고 있으니, 실상 우리가 조조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악하다 라는 의식이나, 유비에 비하여 덜한 것처럼 느껴지는 조조의 영웅성 등은 일견 성공한 자보다 실패한 자를 높이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 특유의 장치에서 유래한 것일 따름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 조조에 대한 재평가가 중국 본토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모택동은 조조를 평가하기를 '중국의 북방을 통일하고 동한의 잘못된 정치를 개혁했다. 그로 말미암아 사회가 안정되고 회복되고 발전하기 시작했다.'라고 했으며, '조조를 중심으로 다시 쓰는 삼국지'라는 부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창천항로'라는 만화까지 등장하여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형편이니 조조에 대한 재 평가는 가히 시대의 흐름인 듯 하다.

조조가 현대에 들어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이유에는 그가 가진 삶의 철학과 삶의 방식에 대하여 많은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조조를 논하기를 흔히 조조에게는 성실함과 속임수가 함께 있고, 지략과 모략이 뒤섞여 있으며, 정의로움과 간사한 면이 뒤엉켜 있다 라고 한다. 이 말은 과연 무엇인가? 예전의 평가대로 지조없는 간사한 기회주의적 영웅, 조조의 모습을 말함인가? 위의 평가에 대하여 조조는 이렇게 말을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생살이에 지혜가 없다면 결국에는 난감한 낯빛이 되리라"

조조가 한 마음에 일견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가치를 가지고 산 것은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그 만의 삶의 지혜요, 어지러운 세상을 바르게 하려는 그 만의 의무를 자각했다는 것이며, 세상이 그에게 준 의무감을 마음 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조조는 그의 얼굴 철학의 첫 번째로 큰 포부를 가지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왠만한 일에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았으며, 어려움이 몰릴수록 오히려 당당한 얼굴로 일을 해결해 나갔고 작은 이익에 얽매이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할 줄을 알았다.

조조가 장각 등의 황건적 무리나 동탁, 원소, 원술 및 여타 다른 영웅들과 달리 동한 말의 어지러운 세상을 바르게 하려 하는 웅대한 포부를 품었다는 것은 동탁의 잔당들을 위해 떠돌아 다니던 헌제를 허창에 모시어 곁에 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헌제는 비록 황제이기는 하나 여러 군웅들은 허수아비 황제 헌제의 존재를 귀찮게 여기어 아무도 모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술 같은 야비한 무리는 헌제가 동탁의 잔당들에게 쫓기는 틈을 타 옥새를 손에 넣고 황제로 등극하여 자신이 중국의 황제임을 선포하기도 했다. 원소 역시 자신의 영지인 기주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헌제가 있었으니 황제의 존재 자체를 귀찮게 여겨 조조가 헌제를 데리고 가는 것을 바라 보기만 했다.

그러나 조조는 신하들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헌제를 허창에 데리고 와 황제로 모시고 충성을 맹세하며 황제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처리했다. 많은 이들은 이 부분에 대하여 조조가 오히려 황제를 기망하여 호가호위(狐假虎威)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 시대에 황제라는 존재는 이미 어떠한 힘도 가질 수 없는 유명 무실한 존재로서 어떤 군웅들의 관심도 받지를 못했다. 오히려 황제를 모시는 것은 적들의 공격 목표만 되는 번잡한 일일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조조는 황제를 모시고 오랑캐를 쳐부순다는 '존왕양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충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황실에 충성했으며 또한 한황실을 받드는 자만이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미랠르 도모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조조는 헌제를 옆에 두고도 결코 황제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으며 그저 대승상, 위왕이라는 자리에 만족했던 것이다.

조조가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큰 나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세상을 바르게 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조는 동탁이 그를 등용하려 했을 때 도적과 함께 할 수 없다 하여 자리를 박차고 나왔으며, 동탁의 병력에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을 때도 홀로 가산을 털어 5,000명의 적은 병력을 가지고 동탁을 없애야 한다고 군웅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그가 실로 영웅의 풍모가 있다는 것은 이처럼 그저 작은 자리, 작은 목숨에 연연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의 소신과 체면을 버리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만약 그가 동탁이 내어준 자리나 그의 목숨을 아까워했다면 미래의 큰일을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조조는 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더욱 떳떳한 얼굴이 필요하다 라는 이치를 스스로 깨달아 평생을 실천했다 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의 소신과 체면을 버리는 일이 흔하디 흔하다. 소신과 맞지 않음에도 자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자신의 소신을 손 바닥 뒤집듯 하고, 자그마한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눈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체면을 버린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자신의 미래까지 담보해 주는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구차하게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는 훨씬 현명한 것임을 역사는 여러 차례 증명하고 있다.

조조에 대한 최고의 평가는 동한말의 유명한 평판가인 허소가 조조를 두고 했다는 말이다. '치세에는 현신이요, 난세에는 간웅이다' 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말을 듣고 보통 사람 같았으면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간사한 영웅이라니. 자신이 조그마한 재주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간사하다는 말을 그리 기꺼이 여기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조조는 이 말을 듣고 불쾌해 하기는커녕 시대를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간신이라는 말을 듣겠다 했다 하니 이름과 허상에 연연하기 보다는 실제를 구하려 했던 조조의 생각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큰 목표를 위하여 실상을 사랑하고 허례와 형식을 싫어해서 인지 조조는 백성을 굶기지 않는 것을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라 여겼으며, 누구와도 토론하고 누구의 의견도 잘 경청했으며 자신이 앞서 실천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다.

조조는 사람을 씀에도 작은 것에 얽매이기 보다는 큰 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조조가 말하는 큰 것이란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조조의 얼굴 철학 두  번째는 인재를 얻어 쓰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조조의 부하 중 하나가 조조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은 전투에서 패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조조는 결코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저 번거로운 일이 생겼을 뿐이라고 탓했을 뿐이다. 조조의 너그러운 용서를 받은 이 부하는 후에 조조를 위해 목숨을 버리니 조조는 부하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신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부하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공한 예는 조조뿐만 아니다. 전국시대 오나라의 오자서는 죽어가는 병사의 고름을 자기 입으로 직접 뽑아내어 목숨을 살려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노파가 울며 말하길 '저 아이의 아버지와 형이 모두 장군이 직접 고름을 뽑아준 것에 감명받아 목숨을 걸고 싸우다 죽었는데, 이제 하나 남은 저 아이까지 장군에게 은혜를 입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또 칭기스칸은 정복 전쟁 중 전장에서 자신이 쓰고 다니던 투구에 한잔의 술을 따라 부하들과 함께 들며 노고를 치하한 연후에 전투에 나섰다 하니 그 어떤 부하가 상사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목숨을 아까워 했겠는가.

조조는 싸움이란 것이 결코 혼자하는 것이 아니며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임을 진작부터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하여 무엇보다 인화를 강조했으며, 인재의 쓰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조가 원술을 칠 때 하기라는 현신을 얻으며 말했다.

"나라를 다스림에 현명한 인재를 잃으면 망한다고 하더니, 그대같은 인재가 원술에게 임용되지 않았으니 반란이 일어나는 것 또한 마땅할 것이외다"

조조가 백성의 쌀을 하늘로 여겨 백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 것이나 황제에 오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결국 그것을 사양한 것이나 자신이 거친 전쟁터에서 병사들과 함께 뒹굴며 실패가 있어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다시 마음을 고쳐 먹은 것 등은 모두 조조가 조그마한 땅덩이를 얻는 것보다 조그마한 자리를 얻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천하를 경영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둘러보아도 궁극적으로 얻어야 할 것은 사람의 마음이란 교훈은 세상 곳곳에 있다. 하지만 이를 정말로 실천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항상 자신의 욕심을 누를 때 생긴다. 자신보다 남들을 생각하고, 자신의 욕심보다 남들의 이목을 생각할 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자기가 높은 사람이라고 자신의 마음대로 한다면 자신의 욕심을 채울 지언정 인재를 얻어 천하를 경영하는 것은 요원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일을 할 때에도 일 자체가 잘못될 수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은 일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사람까지 잃어 버리는 실수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조가 싸움에서 지고 온 부하를 용서해 준 것이나, 제갈량이 맹획이 놓아주면 배신하고 배신을 해도 끝내 마음의 문을 열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것은 일은 비록 도모하지 못했으나 사람을 읽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라는 성인들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조조의 면경'에는 수 많은 일화와 교훈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려 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 그것은 큰 의지를 가지고 눈 앞의 이익보다 내일을 생각하며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역사란 것은 그저 기록으로서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란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역사에서 무엇을 교훈으로 삼을 것인가를 생각할 때 비로서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현전하는 교훈으로 우리 앞에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역사의 인물이 조조를 꺼내어 재평가하고 논하는 것은 조조가 가진 그의 철학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조조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웅대한 의지를 품었으며, 그것이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사명임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는 소아적인 이익을 취하기 보다는 멀리, 길게 볼 줄을 알았다. 또한 먼 미래를 위하여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비가 현실보다는 이상과 덕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인물이라면 조조는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했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조조가 한나라를 대신해 위나라를 세우고 삼국 통일의 기초를 닦은 요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그저 큰 의지를 세우고 그 의지를 실천하기 위하여 나를 눅이고 사람의 마음을 살 줄 알았을 뿐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자신의 의지를 지키고 인재를 중요시 여기며 자신을 낮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성공의 척도인지 조조는 그의 얼굴 철학을 통하여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 자신의 얼굴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가 돌아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