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Campaign of the yearⅡ / 아이리버 아이가이 캠페인

아이가이 2004년의 사랑이야기

이정준 / 기획 2그룹 대리

찬바람이 불고, 경제가 어려워 지고, 여성들의 치마는 짧아진다. 그런데 30대 초반의 건강한 남자인 나의 시선은 길가는 여성들의 짧은 치마 밑으로 가기 전, 무의식 중에 사람들의 목을 먼저 살피게 되었다.

'어∼ 저 사람 N10을 걸고 있네, 저 사람은 iFP800‥‥'

이게 직업병? 아니면 광고주에 대한 애정? 아마도 이 두 가지 모두를 더하고, 거기에 덧붙여 광고주, 아이리버에 대한 부담감 표출의 물리적 역학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MP3 player 혁명의 주체인 아이리버. 그들의 첫 번째 대대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인 TV광고를 대행한다는 것은 광고회사로서, 그 일을 담당하는 스텝으로서 대단한 축복이면서도 또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아이리버의 기업 마인드중 하나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 뻬고는 전문가에게 맡겨라' 였으며, 따라서 광고에 관한 한 모든 전권이 전문 광고회사인 우리 금강기획에게 넘겨져 왔었고, 이에 광고주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는 엄청난 부담의 중압감이 관련 스텝들을 누르기 시작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MP3로 대변되는 디지털 세대의 트렌드 속에서 각 종 디지털 기기의 컨버전스(융합)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기 시장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시장의 No1.인 아이리버가 향후 그들의 사업전략에 충분히, 그리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 스텝들은 많은 고민과 깊은 고뇌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 추출한 커뮤니케이션 컨셉은 'Take out' 이였다. 올해 상반기 MP3 Player 제품 시장은 대중적으로 이해도가 높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범용적인 시장은 아니었다. 따라서, MP3 Player의 소비자 효용성 부분에 대한 소비자 교육이 필요했으며, 시장규모를 넓혀 줄 수 있는 컨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MP3 Player의 가장 큰 장점인 유비쿼터스(Ubiquitous) 부분을 소비자 효익으로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컨셉을 도출해 낸 것이다.

또한, 적절한 시점에 삼성 전자의 '옙', 거원의 '아이오디오', 쏘니 등에서도 같은 시기에 공중파와 케이블 TV를 등을 통하여 광고를 제작, MP3 Player에 대한 대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 주어, 단 시간 내에 MP3 Player 시장의 소비자 이해도와 관심이 커지면서 예상했던 효과보다 시장 No1. 아이리버의 'Taker out' 캠페인은 더욱 큰 성과를 얻게 되었다.

제작물을 개발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우리가 중요시했던 것은 'MP3 Player'라는 것이 첨단 기기이면서도 인간에게 친근한 기기이며 감성적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이리버가 가지고 있는 차별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도 아이리버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 감성적 코드를 강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사(全社) 제작부서 경쟁'이라는 파격적 방식을 통해 캐릭터를 이용한 '픽셀아트(Pixel Art)' 안이 선정되었다 .

기존의 여러 광고에서도 캐릭터를 활용한 예는 자주 볼 수 있으나 아이리버는 그 소재 및 동기에서 그것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가려고 했다. 보다 정교해지고 첨단화되는 광고 내 그래픽을 활용하는 전반적 시대적 상황에서, 아이리버는 오히려 픽셀아트라는 1980년대 초기 개인컴퓨터 시대의 그래픽 양식을 도입하고 복고적이며 인간적인 색채를 부각시켰다. 이는 아이리버의 창업 철학인'True digital is analogue' 라는 내용을 담고자 했던 금강기획 담당 스텝들의 의지였다.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광고에 주 테마로 활용함으로써 광고가 단순히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지지 않고 오히려 'i-Guy' 라는 캐릭터의 데뷔 수단으로 기획하여, 활용됐다.

픽셀아트의 표현 완성도 측면에서도 정교한 수준의 픽셀아트 보다는 초기 PC딘급기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그래픽 느낌이 나는, 보다 초보적인 느낌의 픽셀아트 캐릭터를 창조하려고 하였다. 컴퓨터로 창조되어진 캐릭터이지만 친근감이 들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캐릭터 개발의 기본 원칙을 삼고 진행하였다.

스토리 측면에서 볼 때에도 기존의 광고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와 관련된 스토리들을 부각시켜 온 것에 반해 아이리버 광고는 그 타깃 집단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들을 차별적 비주얼과 함께 보여 줌으로써 제품이나 브랜드 보다는 고객이 같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생활 속,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고객들의 인생 이야기의 한 단면을 그려보고자 했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였지만 픽셀아트라는 작고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여 이를 보는 고객들이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 주제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광고 목표의 하나였다. 이를 통해 아이리버가 진정으로 타깃 고객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생활 속에 언제나 함께 공존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아이리버 주 고객층이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세대들임을 감안하여 그들에게 가장 공감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슈'인 사랑을 주제로 하여 캐릭터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광고에 주 스토리로 사용함으로써 타깃 고객들이 광고를 시청하면서 아이리버 캐릭터인 'i-guy & i-girl' 를 그들과 동일시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아이리버에 대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캐릭터의 감정표현과 같은 경우에는, 현재의 일반적인 픽셀아트들은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아이리버 광고의 캐릭터들은 초기의 픽셀아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동작으로 혹은 몸짓으로 표현하려고 하였다.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동작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인지하였으나 이를 픽셀아트다운 소도구를 통해 극복하려 노력했다.

프리런칭 편을 제외하고 총 6개의 에피소드로 CM이 제작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전반적인 에피소드는 시기성을 중심으로 한 풋풋한 대학생들의 사랑을 그려냈는데, 2편, 3편에서는 I-guy가 도서관에서 i-girl을 발견하고 혼자 짝사랑하게 되어 프로포즈도 시도해 보고 실패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4편에서는 대학 축제 기간에 i-guy의 멋진 댄스동아리 발표회를 본 i-girl이 i-guy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반전을 주어, 5편에 드디어 둘은 첫 데이트를 하게 된다. 6편은 여름 바캉스의 시기성을 살려 화려하고 신나는 여름 휴가 모습을 즐기는 두 캐릭터를 보여 주었으며, 마지막 7편은 가을 MT에피소드에서 두 캐릭터가 키스를 하고 사랑의 완성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본 캠페인의 소재 교체는 3주∼4주마다 교체되어 방송되었다. 이 부분은 기존의 광고제작 방식으로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부분이라 자신할 수 있을 만큼 픽셀아트 활용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데 제작비와 기간이 기존 광고들의 1/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아이디어나 노력이 1/10이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관련 스텝들이 투여하는 노력은 편당 비교해 볼 때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힘들여 만든 제작물이 단순히 매체집행만으로 활용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이벤트 및 제품 빌트인(built-in)으로 활용되어졌던 것을 볼 때 국내 광고계에서도 이번 아이리버 런칭 광고와 같이 짧은 기간에 맞추어 시리즈로 집행되는 후속 광고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된다.

짧은 제작기간과 한정된 제작비는 아이리버가 광고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i-Guy'의 이야기들을 3주∼4주만에 한편씩 제작하여 소재를 교체할 수 있게 하였으나 이는 AE와 제작, 그리고 관련 스탭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아이리버가 열린 마인드의 광고주이기에 가능함을 생각하며, 이는 오히려 금강기획의 수준을 보다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현재 MP3 player 시장은 올해 초 픽셀을 런칭하던 시점과는 180도 판도가 바뀌었다. 세계 시장에서의 가창 큰 경쟁자 애플사의 ipod mini의 국내 런칭, 국내 브랜드 파워 1위의 큰 공룡 삼성전자 옙의 대대적인 광고 물량 공세 마케팅 등, 시장 No1. 아이리버의 위세를 위협하려는 강한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들이 만만치 않아졌다. 따라서 그 동안 지니고 있던 아이리버 담당 스탭으로서의 부담감의 무게는 더욱더 무거워 졌다. 하지만, 맨땅에서 지금의 멋진 성을 쌓아 올린 아이리버와 함께 금강기획의 아이리버 담당 스탭들도 본 성을 좀 더 강건하고 크게 만들기 위해서 더 깊이 노력하고 빠르게 진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