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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그리고 여행 |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탐방⑧ 크로아티아아드리아해의 미항 기행윤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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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년의 풍요와
번영을 누렸던 두브로브닉 항구. 의외로 작고
아담하다. |
올드 타운의 바로 앞쪽 거리는 노천카페가 종일 길게 늘어서는 이 도시의 만남의 장이다. 야자수 사이를 거닐며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과 노천카페의 흔들의자에 앉아서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서유럽의 모습 그대로다. 그런 모습들에서는 오랜 내전에 시달린 상처 같은 건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스플릿은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미스 유니버스나 국내의 미인 선발대회에서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여인 중에는 이곳 스플릿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거리를 걷다보면 슬라브 족 특유의 늘씬한 금발 미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플릿 항구는 아드리아 해변의 중심도시답게 늘 배들로 붐빈다. 그래서 선원들도 많은데, 해변이나 레스토랑에서 내게 말을 걸어오는 몇몇 사람들은 자기는 부산에 가본 적이 있다며 "부산도 무척 아름답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인다. 나는 처음에는 왜 이곳에 서울도 아니고 부산 가봤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배를 타는 선원들이었던 것이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대체로 순박 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세련된 매너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 사정은 여전히 씩 좋지는 않음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철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남부 지방으로 가려면 긴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한다.
주요 관광지에는 항상 버스를 내리기가 무섭게 손님을 끌기 위해 나온 민박이나 저가 호텔들의 주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스플릿에 처음 내렸을 때에도 수녀복 차림의 할머니가 다가와서는 아주 싸고 깨끗한 호텔이니 같이 가자고 하도 졸라대기에 별 생각없이 따라갔는데, 호델이라며 데리고 간 곳은 그야말로 건물의 외진 곳에 붙어있는, 달랑 작은 방 하나가 전부였다. 허름한 건물의 외진 방을 하나 빌려 두고는 그걸로 장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어이없어하며 도로 나오려고 하자 이번에는 제발 그냥 묵어달라며 애원을 한다. 그 말에 마음이 약해져서 그러마고 짐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좀처럼 잠을 이를 수가 없어서 새벽녘까지 옷을 입은 채로 뒤척대다가 날이 새기가 무섭게 도망치듯 빠져 나왔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좀 특별한 경우이고 그럼에도 결코 위험하거나 지저분하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나라들 중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항구의 한켠에는 수많은 요트들이 가득 들어서 있어서 이 곳이 또한 레저의 도시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한다. 스플릿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마운틴 바이크나 암벽타기 등을 위한 명소들이 많아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버스 터미널에서 교외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조금을 달리자 더욱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밝은 주황색 지붕과 바다, 그리고 새하얀 돌산과 새파란 하늘이 어우러져서 자아내는 운치는 그만이었다. 약 30여분을 달리다가 트로기르라는 작은 해변마을에서 내렸는데, 정말이지 시간이 허락된다면 언제까지고 머무르고 싶은 마을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지리적으로 이탈리아와 가까운 때문인지 전국 어디를 가나 피자집이 많은 게 특징이다. 가격도 무척 싸서 미디엄 한판과 콜라 한 병을 시켜도 우리 돈으로 삼천 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먹으며 바라보는 아름다운 해변 마을의 풍경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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