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인간·모델·광고 1 / 스타는 많고, 모델은 없다!

조 혁 / ADvalue CR2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연예계에도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사생활 조사문제로 연예인 X파일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었다. 연예인들의 2조원대의 단체 소송과 광고 출연거부 등으로 2차전에 돌입하여 한동안은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실상 화제가 된 이 리스트는 광고계에 떠도는 이야기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실제로 수없이 많은 비화가 떠돌고 있지만 그것이 가십거리 이상의 무엇을 줄 수 있겠는가. 그것은 그들의 사생활일 뿐, 그것이 그의 연기력이나 스타성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공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때마다 '공인으로서'를 남발하는 연예인들의 입놀림에 정말 공인인 듯 인식되고 있지만 공인은 공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범국민적 대표성이 없는 반짝스타가 공인을 운운하는 것부터 다잡아야 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무려 7번이나 결혼했어도 미국뿐 아니라 아직 유교사상이 남아있던 우리나라에서까지 스타로 사랑받았던 것은 그의 화면에서의 청순미나 연기력 때문이었다.

연예인은 그의 사생활이 아니라 작품으로서 평가받아야 하고, 모델로서는 광고기여도로서 평가받아야 한다. 이번 연예인 X파일의 주안점도 차라리 연기력이나 캠페인 성공 기여도 중심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번 기회에 광고인의 한사람으로서 광고모델로서의 연예계 구조조정이 일어났으면 어떨까 싶다.

모델비를 구조조정하라

빅스타를 쓰면 성공한다는 공식은 이미 깨어진지 오래다 . 그런데도 일부 광고주와 광고회사가 빅모델을 마치 성공의 바이블처럼 여기고 있다.

아파트 광고가 빅모델의 몸값상승에 크게 기여했는 데, 실상 아파트와 모델을 정확히 연결하기 힘들 정도다. 실제로 이 글을 쓰기 위해 몇개의 건설 브랜드를 나열하고 광고모델을 물어봤을 때 광고인들조차도 갈팡질팡한다. 무차별한 빅모델 선호는 스타급 연예인들의 지갑만 두둑히 불려주었을 뿐인 것이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한석규보다 몸값이 싸다면 믿겠는가? 이것 역시 사실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국내 광고 출연료는 한석규의 3/4수준이다. 그리고 전지현의 경우 20억 중국인을 상대로 한 광고 출연료와 4천만을 상대로 한국내 광고 출연료가 같다. 다른 모든 경제계가 구조조정의 몸살을 않고 있듯이 이제는 연예인들의 턱없이 높은 모델료의 현실화가 필요한 때이다.

모델의 태도를 구조조정하라

연예인 X파일에 자주 등장했던 단어 중 하나가 스폰서다. 이 스폰서가 광고주인 경우 모델은 이미 모델이 아니다. 콘티를 자신의 이미지에 안맞는다며 뜯어 고치고 어떤 감독이 아니면 안찍겠다는 등 광고주 위의 광고주가 된다. 스폰서가 아니더라도 스타소리만 듣게 되면 안하무인으로 바뀌는 그 태도를 바꿔야 광고계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모 여자 스타가 한동안 자신이 모델로 하는 광고는 C감독이 반드시 찍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동안 이어지던 이 조건이 어느날 다른 감독으로 바뀌었다. 알아보니 사귀다 헤어졌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귀고 헤어지는 것은 사생활이니 문제될 것이 없지만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그 모델로서의 자세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스타는 요즈음 뚝 떨어진 모델 섭외로 TV광고에서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광고의 완성도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어떻게 하면 주어진 콘티를 잘 소화하겠는지를 공부해라. 드라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하루이틀 촬영으로 받아가면서 시간없다 빨리 찍어라하는 태도로는 모델로서의 프로가 될 수 없다. 만약 그 CM이 당신 회사의 광고이고 다른 모델이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피가 거꾸로 솟을 것이다.

광고인들의 나태함을 구조조정하라

이러한 모델료 거품현상에 광고인들의 나태함이 흥건하게 묻어있다. 빅모델전략, 빅모델전략 운운하며 마치 빅모델 찾기가 빅크리에이티브 찾기의 큰 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데, 빅모델이 어떻게 전략이 될 수 있는가. 모델은 전술의 일부분일 뿐이다. 전쟁을 치루는데 지휘관들이 모여 이번 전쟁의 전략은 '000장군'으로 합시다 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전술의 일부분을 전략이란 단어로 과대포장해 버렸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과정에서 아이디어보다 모델을 먼저 개발하고 그 모델의 연기력이나 외모에 맞춘 아이디어를 거꾸로 개발하는 우스꽝스러운 행태가 만연되어 있는 것이다. 마케팅전략에 맞는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고 그 콘티에 맞는 배역의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올바른 크리에이터의 길이 아니겠는가.

엘지텔레콤의 뮤직온 광고의 매장 씬에 빅모델이 나와서 '다주세요!' 했다면 그 훌륭한 완성도를 감상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다주세요!' 하는 빅모델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웠을테니까.삼성 래미안의 경우도 빅모델을 썼을 때보다 보통 어린이가 소파에서 뛰던 광고가 훨씬 큰 호감도를 얻었었다.

또 파란닷컴 광고에 지금의 김래원보다 전문모델이 나왔다면 훨씬 더 리얼리티가 살고 그만큼 임팩트도 더 강했을 것이다.

제2, 제3의 김혜자씨를 보고싶다!

그야말로 글로벌시대다. 10대 광고회사의 80%가 글로벌 광고회사가 되었고, 제작에 있어서도 감독이나 스태프뿐 아니라 촬영지까지 국내외의 벽이 허물어진지 오래다.

한류 열풍의 중심에 선 스타들의 자세만 언제까지 변하지 않는 촌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인가. 김혜자씨처럼 한 제품의 모델로 롱런한 그 아름다운 모습을 오늘의 젊은 스타들에게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