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제작기 | LG텔레콤이 아니면 볼 수 없다

김용희 대리·신재훈 / 기획3팀

 

음악서비스 유료화‥‥음악 서비스의 춘추 전국시대

2005년 온라인음악시장의 최대 화두는 '유료화'다. 대표적인 스트리밍 사이트 벅스뮤직과 무료 MP3 다운로드의 대명사 '소리바다'가 먼저 유료화를 선언함에 따라 올해 유료화가 어느 정도 정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MP3플레이어가 젊은이들의 소위 'must have' 아이템이 된지 오래고 새로 출시되는 휴대폰 단말기의 대부분이 MP3플레이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시장은 온갖 음악 서비스 브랜드의 격전장이 되어가고 있다. 뮤직온, 멜론, MaxMP3, 뮤직샘, 펀케익 등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동통신의 입장에서 디지텔 음원 서비스는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LG텔레콤과 SK텔레콤이 음악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그 경쟁구도는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새로운 부가 서비스가 포화상태의 이동통신시장을 이끌어 왔다고 봤을 때, 2004년 LG텔레콤의 뱅크온 서비스가 LG텔레콤 가입자 600만 돌파에 큰 기여를 했듯이 2005년에는 뮤직온 서비스가 LG텔레콤의 주력 상품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뮤직온의 차별화를 위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경쟁의 장(場)에서 특정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기억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저마다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동원하고 물량을 늘리고 기상천외한 이벤트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 브랜드만의 고유한 컬러를 만든다는 것은 항상 그래 왔듯이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지금 LG텔레콤 뮤직온의 상황이 그렇다 결국 다른 음악 서비스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만이 뮤직온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LG텔레콤에서는 작년부터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뮤직온에서는 휘성, 이수영, 조PD, 코요테, 토니안, 거미 등 국내 정상급 인기가수들과 독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특별하게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LG텔레콤의 상황에서 'Exclusiveness'를 강조하는 것만큼 강력한 방법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우리는 얻었다.

비슷한 음악 서비스는 많지만 이렇게 많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LG텔레콤이 아니면 안된다의 완벽한 배타성 만큼 뮤직온을 차별화시키는데 강력한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CM의 핵심 카피인 'LG델레콤이 아니시면 보여드릴 수 없어요'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피를 내지 않고 1파운드의 살을 도려내라

스타 팬사인회, 미니콘서트, 독점 음원, 스타 경품 이벤트 등등‥‥ 스타와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들을 포장함에 있어서 우리의 애를 태운 것은 스타를 직접 쓸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이었다. 우리에게는 성명권은 있지만 초상권은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보여주지 않고 본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만든 런칭CM을 패러디할까? "이수영 미공개 음반이랑 휘성 콘서트랑 토니안도 주세요‥‥" '아니야, 아니야‥‥' 스스로 고개를 저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리는 피를 내지 않고 살 1파운드를 도려내는 방법을 찾을수 있었다.

우리가 기획한 안의 아이디어는 뭔가 대단한 파티가 열릴 것만 같은 레드카펫이 깔린 'venue'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헐리웃의 코닥극장, 혹은 브로드웨이의 프리미어 시사회장, 깐느의 그 유명한 레드카펫‥‥. 이러한 유명한 행사장 앞에는 항상 요란스러운 극성 팬들과 연신 터져대는 카메라 플레쉬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리고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리무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우리의 광고안도 그런 느낌의 행사장 앞이다. 행사장 앞에는 스타들의 피켓을 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팬들이 쭈욱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스타의 등장을 알리는 검은색 리무진이 등장하고 팬들의 환호성과 스타를 향한 움직임이 절정에 달한다. 그때 스타의 얼굴은 철저히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리무진에서 내리는 스타의 반짝거리는 구두, 검은 안경을 쓴 경호원의 손, 팬들의 몸짓에 의해 그 모습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스타는 손을 뻗고 오빠를 연호하는 팬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비춰지는 동안 유유히 행사장 안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그 행사장 안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때 팬들의 손 끝에 스치는 한 줄의 카피 'LG텔레콤이 아니면 보여드릴 수 없어요'. 그렇다. 이 파티는 Members Only 파티이고, Invitation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파티인 것이다. 정확한 배타성의 강조를 통해서 이 탐나는 혜택이 LG텔레콤 가입자만의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 이 CM의 목적인 것이다.

어디선가 파티가 열린다

우리의 고민은 기획안이 확정되고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과연 우리 머리 속에 그린 그 행사장을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정말 헐리웃으로 날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해외촬영을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여유가 없었다.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했으나 우리의 길은 한가지였다. 세트 제작이었다. 그리고 세트를 세우기로 한 이상 정말 완벽하게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마치 뉴욕의 고급클럽 느낌의 건물 벽면과 뮤직온 로고로 디자인된 네온사인이 설치되었으며, 현장감을 주기 위한 아스팔트까지 건물 앞에 깔아졌다. 또한 아스팔트위에 살수차를 동원하여 물을 뿌려 뮤직온 네온사인이 반사되는 감각적인 컷을 위한 디테일까지, 우리의 작업은 방대하면서도 치밀했다. 레드카펫과 절제된 외국 보디가드들의 몸짓은 공간의 Fancy함을 한껏 살렸으며 정밀하게 디자인된 조명은 저녁공기의 깊이감까지 더해 주었다. 게다가 그 커다란 리무진까지 세트장 안에서 움직이며 진행한 촬영은 해외 로케 못지 않은 스케일이었다.

뒤통수만 봐도 안다‥‥어머 울 오빠 아니었어?

완성도 높은 세트 이외에도 이번 CM에 숨은 공로자들이 많다. 바로 의상팀과 헤어팀이 그분들이다. 우리의 주인공인 휘성과 토니안은 그 스타들을 직접 쓰는 대신 그들을 연상시키는 의상 및 비주얼 코드와 그들의 히트곡으로 대체 될 수밖에 없었다.

휘성의 경우 히트곡 '불치병'과 그만의 트레이드마크인 약간 비뚤어 쓴 중절모와 Fur 코트가 사용되었고 토니안의 경우는 히트곡 '사랑은 가질 수 없을 때 더 아름답다'와 긴 목도리와 세미정장이 비주얼 코드로 사용되었다.

특히 비교적 비주얼 코드가 약한 토니안의 이미지를 살려주기 위한 헤어팀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토니안의 노래가 흐를 때 토니안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컷인 뒷모습을 살리기 위해 토니안 특유의 '뒤통수'를 만들어준 헤어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이다. 그리고 스타들 특유의 느낌을 내기 위해 수백번 리무진에서 타고 내렸던 모델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꼭 스타가 되길 바랍니다)

중독성 있는 TV-CM

이번 CM에는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다. 아마도 우리의 CM을 TV에서 본 사람이라면 CM엔딩컷에서 음악의 리듬을 타며 춤을 추던 묘한 눈빛의 여자 모델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번 CM에서 그녀는 LG텔레콤 고객으로서 초대 받지 못한 수많은 팬들을 뒤로하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역을 맡았는데 그녀가 그렇게 묘한 매력을 보여줄지는 우리도 예상치 못했다. 그것이 유의미한 수확인지 무의미한 수확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우리 CM을 기억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음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CM의 제작기가 그렇겠지만 이번 CM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다. 이번 광고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LG텔레콤만의 뮤직온 스타파티에 초대 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디 이번 CM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자꾸만 보고 싶은, 중독성 있는 TV-CM이 되 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