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의 건강 | 매스컴과 건강

선우 성 /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의 흡연율은 아직도 60∼70% 정도로 세계적으로 손꼽히게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의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흡연율은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이가 많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 그때서야 서서히 끊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젊어서 증상이 없고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을 때 에 담배를 끊는 똑똑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전국에서 전체 흡연자 중 10%가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금연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담배의 마약 같은 속성 때문에 1년이 지나면서 거의 이전의 흡연율을 회복하고 말았지만 10%정도가 갑자기 금연했다는 것은 보건학적으로 큰 변화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일시적이나마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커다란 이득을 가져왔던 그 사건은 한 유명 코미디언이 폐암에 걸리면서 매스컴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금연을 권고하는 희생정신에 의해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후 그가 실제로 사망하면서 금연의 홍보효과는 최고조에 달했었다.

매스컴은 국민 건강에도 큰 영향

이렇게 현대사회에서 국민 건강의 홍보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매스컴이라는데 큰 이견들이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에도 과거처럼 국가의 보건 정책, 국가 보건기관의 적극성, 국민 개개인의 경제 및 의료 수준, 의료인들의 지식이나 자세, 의료서비스의 형태등등 여러 가지가 국민의 건강 정보 흡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는 있고 이런 요소들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을 포함한 매스컴이 가지고 있는 폭발력은 의료, 보건 분야에서도 역시 최고가 되어 버렸다. 특히 요즈음 경제가 발전하며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인터넷이나 신문, 방송매체에서 건강에 관한 정보가 차지하는 부분이 경쟁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각 방송사마다 건강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편성하고 의료와 건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와 유선방송도 생겼다. 이런 변화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국민들에게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어려운 의학지식을 쉬운 의학상식으로 변화시켜 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의 수준을 높여주는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국민건강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런 정보들이 오히려 어떤 국민들에게는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매스컴의 여과 없는 건강 정보 제공과 편파 보도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되거나 의사와의 관계에서 신뢰감을 상실하고, 의사를 찾는 과정에서도 '일류병'을 앓게 되어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는 주위에서 드물게 보는 일이 아니다.

매스컴이 다루는 건강정보의 문제점

이런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매스컴에서 다루는 건강정보들의 몇 가지 문제점과 이에 따른 대처방안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째, 우선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매스컴의 독종'에 대한 선망이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의학 분야에서도 매스컴은 특종을 추구한다. 그래서 늘 새로운 진단방법, 획기적인 치료법, 숨어 있던 명의 등을 꿈꾸면서 자극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의학에 있어서는 그런 일확천금의 기대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몇 번만 복용함으로써 건강유지를 간단히 해결해 주는 약도 없고, 아무리 새로운 진단방법이나 위대한 치료방법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일반인들에게 안전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시험단계를 거쳐서 많은 동료의사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한다. 즉, 국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의술은 이미 획기적이지 않은 보편타당한 진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스컴에서 특종으로 다루는 기사들은 아직은 연구단계이거나 한두 명 의사들의 주장일 확률이 많으므로 국민들은 이런 정보에 현혹되면 안되는 것이다. 옛날에 엉터리 약장수들이 팔던 만병통치약이 말도 안 되듯이, 일반적으로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들, 예를 들면 당뇨, 고혈압을 고친다,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숨은 암을 모두 다 발견한다, 부작용이 하나도 없다, 이런 이야기들은 일단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로, 인터넷의 경우가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매스컴의 정보를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진료 받고 있는 동네의사보다 방송에 나온 의사가 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 또한 매스컴을 타는 것이 병의원의 홍보에 가장 좋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렇게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일반인들을 위한 건강기사나 의학 관련 보도 내용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얼마 전에도 유명한 대학교수님이 위염과 십이지장궤양에서 '헬리코박터'라는 균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일간지에 설명하셨다. 그 이후에 그 균을 발견하는 검사를 해서 그 균을 박멸시키고 싶다고 무수히 많은 소화불량 환자들이 그 대학병원으로 의뢰서를 써 달라고 개원의들을 졸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 균에 대한 검사와 치료는 이미 여러 개인의원에서도 다 시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또, 방송에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심근경색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나오자, 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그 약을 처방받으려고 큰 병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그 들 중에 많은 환자들이 본인은 확실히 몰랐지만 이미 저용량 아스피린을 쓰고 있었고 다른 이유 때문에 쓸 수 없었던 경우도 많이 있었던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같은 환자를 지속적으로 열심히 보는 단골의사가 그 환자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의사이다. 자기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매스컴에서 불특정 다수의 환자를 겨냥하여 설명하는 의사보다 자신의 단골의사를 더 믿어야 한다.

셋째, 매스컴에서 이야기하는 질병의 증상을 그대로 자기에게 적용시켜 미리 진단하는 것도 불필요한 걱정과 각종 검사의 낭비를 초래하는 나쁜 습관이다. '뇌종양환자는 두통이 심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을 '두통이 심하면 뇌종양이다'로 잘못 생각해서 뇌의 컴퓨터촬영을 해달라고 하는 환자가 비일비재하다. 대장암에 걸리면 대변이 가늘어질 수 있다는 매스컴의 정보만을 믿고서 그 힘든 대장검사를 자원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역시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매스컴에 나온 의사는 환자를 직접 보면서 진단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학생에게 강의하듯이 단순하게 일반적인 사실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자신의 환자에게 어떤 진단 방법이나 치료법을 결정해 주는 것은 '일 더하기 일은 이'라는 공식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되는 문제가 아니라 담당의사가 자세한 병력청취와 진찰의 과정을 거쳐서 그 환자에게 꼭 맞는 검사나 처치를 권유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같은 증상이라고 모두 같은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며 같은 병이라고 모두 같은 치료방법을 쓰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몇 가지 증상이 비슷하거나, 진단명이 같다고 해서 매스컴만 믿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진단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오히려 '건강염려증'같은 새로운 병을 야기할 수 있다.

넷째로 매스컴의 보도 내용을 확대해석하는 것도 문제이다. 매스컴에서 아직 실험중인 상태의 약을 보도하는데 이것을 시판되는 약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약은 대부분 실험실의 시험관 속에서나 동물실험에서 성공하게 되면 그 약의 가능성에 대해 학회에 발표하게 되는데, 이를 언론에서 다루면 일반인들에게는 마치 신약이 나오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통과한 약이 시중에서 판매되려면 10년이 넘게 걸리며 그 사이에 실시하는 인체대상 실험에서 무수한 약들이 탈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인다', '만성간염을 고친다'고 떠들썩했던 얼마 전의 약품들이 왜 조용해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또 매스컴에서 어떤 연구결과를 보도할 때는 그것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며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학협회지(약어로 JAMA)나 뉴잉글랜드저널(NEJM)지 등 외국의 유명잡지에 어떤 연구 결과가 실렸다고 하면 의료전문 기자들조차 그것을 그대로 부동의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그 내용은 단순히 한 연구의 결과에 해당한다. 바로 몇 달 후에 그것과 전혀 반대되는 연구결과가 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 중에는 가끔 파격적인 내용이 있어서 매스컴의 관심을 많이 끌지만 이런 연구결과가 반복적인 연구를 거쳐서 의학계의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져서 의학 교과서에 실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서 소멸되는 이론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골의사를 만들자

수년 전에 가정의학 전문의, 내과 전문의, 보건학 전문가가 2년간 9개 중앙일간지에 실린 암 관련 기사 143례를 분석하였던 연구가 있었는데, 그 결과 반 정도에 해당하는 53%이 국민의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는 기사로 판명이 되었고, 나머지는 어느 한 쪽 연구그룹의 주장만을 내세우거나 희귀한 사례를 일반적인 것처럼 묘사하거나 외국의 경우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시키는 등의 과장기사, 부적절한 기사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매스컴의 건강관련 기사를 무턱대고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사실이 실제로 증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넘쳐나는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간, 돈, 노력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건강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 방법은 자신의 건강문제를 언제나 상담할 수 있는 단골의사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매스컴에서 관심 있는 내용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하지 말고 그 궁금한 내용을 갖고 자신의 단골의사를 찾아서 그와 제일 먼저 상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내용이 어느 정도 믿을만 하고 어느 정도까지 일반 의사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인지 또, 그 건강정보가 자기의 경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단골의사는 우선 환자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하므로 평소에 자신이 가기 편한 위치에 있는 병원의 의사이어야 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 주는 의사이어야 한다. 단골의사! 자기에게는 그가 바로 최고의 명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