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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칼럼 | 재즈는 오르가즘이다!김태훈 / 팝 컬럼니스트
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뭘 그렇게 처다봐?" 일찌감치 마셔댄 술에, 바에서 졸고 있던 K선배는 어느 틈엔가 깨어 무엇인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 여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고개를 45도쯤 떨군 채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단정한 옷차림 사이로 멋진 두 다리가 스타킹에 감싸여 포개져 있었다. "괜찮네."
"멋져‥‥ 아니 아주 멋있어‥‥" 다시 쳐다본 그녀의 얼굴은 날카로운 턱선과 검정색 뿔테 안경으로 치장된, 그러나 평범한 모양새였다. "취향 특이해졌네‥ 형은 원래 좀 야시시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었나?" 평상시 같지 않은, 꽤 진지한 표정의 K선배는 짐작할 수 없는 자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질문. "지금 나오는 곡이 뭔지 알겠어?" 한구절의 선문답을 나눈 채, K선배는 다시 여자를 응시하며 침묵에 빠져 들었다. 석 잔째의 버번을 비우고 바 앞에 걸린 클림트의 그림을 응시하던 나는 재즈와 클림트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울리지 않아‥‥ 재즈와 클림트라‥." 시선은 그 무채색 얼굴과 모델의 다리를 가진 여자에게 고정된 채, K선배는 내 말에 낯선 호응을 보냈다. "그렇지 재즈와 클림트는‥" 그제서야 그가 쳐다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검은 뿔테의 여인은 아트 블래키가 나누어 놓은, 꼭 그만큼의 리듬으로 고개를 맞춰 끄덕이고 있었다. "어, 그러네‥‥" 알듯, 모를 듯한 그의 이야기는 잠시도 그녀의 고갯짓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이어졌다. "저 여자는 아트블래키가 연주로 도달하고자 했던 그 오르가즘을 지금 느끼고 있다고‥." 5분 13초의 연주가 끝나자, 그녀는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고치곤 다시 45도쯤 숙인 예의 그 자세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K선배 역시 자신의 잔을 들어 올려 비워버린 채, 더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두 분의 상상 섹스는 끝나신 겁니까?" 장난 섞인 내 질문에 돌아온 답변‥‥. "술 기운에 이루어진 하룻밤 사랑처럼 조심스럽게
옷을 챙겨 입고 가버린 그녀와 방탕한 지난밤을 후회하는
나는 또다시 남남이 된거지‥‥." 두 룸펜 만담가들의 비밀스런 건배가 끝났을 때쯤, 다리가 아름답던 그녀는 이미 바에서 사라진 후였다‥‥. The Messenger of Jazz! Art Blakey흔히 '가장' 재즈다운 스타일이란 이야기를 할 때, 하드합(Hard Bop)을 거론한다 비밥의 전성기를 지나 마일즈 데이비스의 (Birth Of The Cool)이 던져진 후, 이어진 하드 밥의 시대는 재즈를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정교하게 세공해 내면서도 원시의 질감을 고스란히 간직한 '무엇'으로 탄생시켰다. 생동감 넘치는 리듬감과 거친 음색의 조화, 터질 듯 끓어 오르는 비밥의 열정과 낭만적인 선율의 쿨 재즈 그리고 덧붙여진 가스펠 영향하의 펑키함까지, 모두가 하드 밥에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하드 밥의 기치 아래 전설적인 드러머 아트 블래키와 40여년 동안 수많은 거인들을 배출해낸 그의 밴드 메신저스가 있었다. 1919년 펜실바니아 피츠버그 출신의 아트 블래키는 당시 대부분의 흑인 연주자들이 그렇듯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철강 공장과 제분 공장을 오가는 힘든 노동에서, 그 지긋지긋한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재즈는 그가 인생을 걸 수 있는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그가 처음 프로 음악인으로 들어섰을 때, 그의 손 밑에 놓여진 악기는 피아노였다. 바에서 피아노와 아코디언으로 재능을 발휘하던 아트 블래키는 14인조 밴드를 조직, 본격적인 클럽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클럽에서 새롭게 예정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백 밴드 연습도중 그가 악보를 볼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안 클럽의 사장이 드러머로 그의 역할을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트 블래키의 초기 드러머 시절은 그리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플래쳐 핸더슨 밴드에서 드러머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아트 블래키는 시드 캐틀럿과의 만남과 충고를 통해 즐기딘 술을 끊고 드럼에 매진하지만 독학으로 습득된 그의 연주는 때때로 밴드의 연주마저 망쳐놓았다. 그러나 비밥의 전설적인 파이오니어 중의 한명인 트럼페터 디지 길레스피를 만나면서부터 하드 밥의 맹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디지 길레스피는 비트를 분할하는 방식과 스윙감을 조성하는 스택의 음직임을 그에게 혹독하게 가르쳤다. 그리고 이 짧은 레슨은 천재 드러머를 수면 위로 올려 세웠다. 당시 최고의 재즈 밴드 중에 하나였던 빌리 엑스타인 밴드에서 활동을 하던 비밥의 거장들, 찰리 파커, 셀로니오스 몽크, 택스터 고든, 디지 길레스피와의 교류를 통해 아트 블래키는 타고난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한다. 비밥의 전통을 이어받은 현란한 리듬감과 예측불허의 변칙성은 사운드를 한층 열광적으로 이끌며 하드 밥의 전통을 세우기 시작한다. 쉴새 없이 쳐대는 드러밍 속에서도 사운드는 명쾌하게 분절분절 모양새를 갖추었고 리듬 라인은 유연한 곡선처럼 절묘하게 이어졌다. 아트 블래키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낸 것이다. 1954년 아트 블래키는 재즈사에 가장 뛰어난 밴드로 기록된 자신의 그룹 '아트 블래키 앤더 재즈 매신저스(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를 결성한다. 1990년까지 이어진 아트 블래키 앤 더 재즈 매신저스의 활동은 하드 밥의 전통과 동의어이다. 그의 밴드를 거쳐간 사이드 맨들의 면면은 이러한 단언에 더 없이 좋은 근거를 제공한다. 클리포드브라운(tp), 호래이스 실버(p), 컬리 러셀(b), 행크 모블리(ts), 허비 만(fl), 리 모건(tp), 베니 골슨(ts), 웨인 쇼터(ts) 등으로 이어지는 연주자들의 목록은 그가 50년대 이후 모델 재즈계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는가를 보여준다. 후배 연주자들을 발굴하는 선구안과 그들의 연주를 밴드 내에서 아우르는 카리스마, 그리고 전체 사운드내에서도 인상 분명한 발굴의 드러밍은 아트 블래키라는 이름을 하드 밥의 대표 주자로서 자리 매김시키고 있다. 에너지 넘치는 스틱의 움직임과 황홀경에 빠진 듯 입을 벌리고 절규하는 표정, 익숙한 리듬감에서 불규칙한 드러밍으로의 변화까지, 그의 연주 모습은 마치 격렬한 섹스처럼 이어진다. "힘든 하루를 끝내고 클럽에 들어서는 사람들, 그들을 즐겁게, 행복하게 만드는 것, 매일매일의 피곤을 걷어내는 것, 그것이 나의 일이다" 아트 블래키의 이 이야기는 그가 재즈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그리고 재즈란 사람들에게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드 밥이란 이름의 재즈는 사람들과 그의 음악이 클럽에서 만나 이루는 가장 격렬한 오르가즘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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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적인 감탄사에 K선배는 흥분한 여흥구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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