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시장에서의 경쟁방식
--미디어
렙을 중심으로
이효성(성균관대
교수て언론학)
1. 방송광고제도 개편의
불가피성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 무한 경쟁에 돌입한 세계경제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관치금융, 정경유착, 재벌중심의 우리 경제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개혁, 재벌개혁, 벤처기업육성, 공공부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공기업의 민영화 등을 통해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더구나 방송의
디지털화 추진, 유선방송, 위성방송, 인터넷 방송 등 뉴 미디어 방송의 도입으로
방송의 다매체て다채널화, 스필오버에 의한 외국 위성방송의 국내수신의 보편화,
외국 거대 미디어들의 국내진출 채비 등으로 방송환경이 급변하면서 방송광고제도의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 방공광고공사에 의한 방송광고의
독점판매 체제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방송광고의 독점판매 체제는 경직된
체제여서 이러한 변화된 방송환경 속에서 효율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외국의
시비와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는 1998년
2월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의 일부로 광고공사의 독점제도를
폐지하고 2000년에 자유경쟁체제로 전환할 것을 당시 공보처와 합의하였다. 또
기획예산처는 1998년 8월 방송광고판매제도를 2000년 경쟁체제로 전환하되 판매대행사에
대해서는 방송사의 출자를 금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방송개혁위원회는
1999년 2월 보고서를 통해 "공て민영간 영업구분을 전제로 2개의 공て민영
방송광고영업 대행체제를 도입한 후 2001년 이후 공て민영 영업구분 폐지"를
제안했다. 말하자면, 방송광고판매제도의 독점체제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광고공사라는
공영 미디어 렙 외에 민영 미디어 렙의 허용을 통한 광고판매시장에서의 경쟁체제
도입이 공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러한 민영 미디어 렙의 도입은 1999년 말 제정된 방송법과
2000년 3월 제정된 그 시행령에 의해 법적으로도 그 근거가 마련되었다. 방송법과
그 시행령의 방송광고판매제도와 관련된 조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방송법 제73조 제5항: 지상파방송사업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이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방송법 시행령 제59조 제3항: 법 제73조 제5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라 함은 방송광고판매대행을 위하여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자한 회사를 말한다.
방송법 시행령 제59조 제4항: 법 제73조 제5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라 함은 다음 각 호의 방송광고물을 말한다.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방송광고물
2. 각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자체행사 또는 그 사업을 소개하는
방송광고물
3. 기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광고물 중 문화관광부
장관이 고시하는 방송광고물
방송법과 그 시행령의 이들 조항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광고판매대행은 한국방송광고공사인 공영 미디어 렙과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자한
방송광고판매대행사 즉 민영미디어 렙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영 미디어 렙에
대한 광고공사의 출자지분, 민영 미디어 렙의 수, 민영 미디어 렙의 소유제한,
공て민영 미디어 렙의 역무분장 등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이는 앞으로
결정되어야 할 과제이며 이 글은 이들 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2. 미디어 렙의 역할
미디어 렙은 media representative의 줄임말이며, 이는 '매체
즉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대행사 또는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고 방송사로부터
판매대행수수료를 받는 회사'를 뜻한다. 그래서 미디어 렙은 media sales company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개념에 입각할 때, 광고공사는 일종의 공영 미디어 렙이며,
국내에는 외국매체를 대행하는 민영 미디어 렙도 10여 개가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민영 미디어 렙 도입 논의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아니다.
그 논의의 핵심은 광고공사를 없애고 성격이 다른 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있지 않고, 광고공사라는 공영 미디어 렙과 함께 민영 미디어 렙을
도입하여 방송판매제도를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우리의 방송판매제도를
보다 경쟁력있고 효율적인 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미디어 렙은 판매매체의 종류에 따라서 ①동종매체만 취급하는
미디어 렙(예; TV만 취급하는 독일의 ARD Werbung와 프랑스의 France Espace),
②이종매체를 복합적으로 취급하는 미디어 렙(예; TV, 라디오, 케이블, 잡지를
복합적으로 취급하는 다국적판매회사인 프랑스의 IP)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한, 미디어 렙은 판매매체사와의 관계에 따라서 ①모회사
매체만을 취급하는 자회사 형태의 미디어 렙(예; 독일 공영방송 ARD의 자회사
ARD Werbung, 이탈리아 RAI 방송사의 자회사 SIPRA, 프랑스 방송사 France2와France3의
자회사 France Espace), ②모회사 매체와 타매체를 복합적으로 취급하는 자회사
형태의 미디어 렙(예; 영국의 Central TV도 취급하는 영국의 Carton TV의 자회사
Carton), 그리고 ③독립형태의 미디어 렙(예; 영국의 TSMS와 Laser)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미디어 렙은 그 설립자본과 운영주체의 성격에 따라
①국영, ②공영, ③민영 미디어 렙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참고로 유럽 각국의 방송사별 미디어 렙 현황을 보면 다음
<표 4-1>과 같다.
<표 4-1> 유럽 각국의 방송사별 미디어
렙 현황
국가명 |
방송사명 |
구분 |
광고 |
미디어 렙 |
특징 |
영국 |
BBC1, BBC2 |
공영 |
무 |
무 |
지역민방 중심
미디어 렙 발달, 1개 미디어 렙 광고판매량
제한 (25%) |
BBC W. C. |
유 |
IP Network, TSMS |
Ch3 |
민영 |
TSMS,
Laser,
Carlton |
Ch4 |
공영 |
ITSI |
독일 |
ARD |
공영 |
유 |
ARD Werbung |
ARD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는 직접판매
이외 지역방송사들은
미디어 렙을 통해 판매 |
ZDF |
직접판매 |
Sat.1 |
민영 |
RTL |
Pro 7 |
프랑스 |
TF1 |
민영 |
유 |
TF1 Publicite |
모두 미디어 렙을
통해서만 판매 |
F2 |
공영 |
France Espace |
F3 |
Canal+ |
민영 |
Canal+
Regie |
M6 |
M6
Publicite |
이탈리아 |
RAI 1,2,3 |
공영 |
유 |
SIPRA |
공영방송은 미디어 렙에서 판매
민영방송은 직접 판매 |
Italian 1 |
민영 |
직접판매 |
Canale
5 |
Rete
4 |
네덜란드 |
공영 3개 채널 |
공영 |
유 |
STER |
공영방송은 공영 미디어 렙이, 민영방송은 민영 미디어 렙이
판매 |
RTL4,5 |
민영 |
IP Network |
<자료출처> '한국광고시장에서의 미디어
렙적 기능과 역할 연구' (1996. 10., KOBACO 광고연구소)에서 요약.
미디어 렙에 의한 방송광고판매 대행제도는 몇 가지 장점을
지닌다. ①방송의 편성과 제작을 광고영업과 분리함으로써 방송사 운영을 보다
전문화て효율화하는 데 기여하고, ②방송사가 광고수주를 위해 광고주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③광고를 통한 자본의 영향력을 축소해 방송의 공공성을
높이고, ④일반 시민의 방송참여와 주권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미디어 렙 제도는 이같이 공익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 전환은 업계의 이해관계나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의 개입에 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는 방송광고제도의
공익성만을 중시하여 광고공사라는 공영 미디어 렙에 의한 방송광고의 독점적
판매체제를 유지토록 했으나 앞으로는 공익성과 함께 효율성도 중시하여 민영
미디어 렙을 도입하여 경쟁체제로 전환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광고의 판매독점 체제의 폐지와 복수 미디어 렙에 의한
방송광고 판매에서의 경쟁체제 도입은 방송광고 판매제도를 일신해 현재의 비효율과
통상마찰 상황을 능동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현실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방송사로서는 제작과 영업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보다 영업을 전문적인 미디어
렙에 맡겨 제작과 편성에만 전념하는 것이 방송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효율성과 경쟁력을 요구하는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국제적
흐름이기도 하다.
3. 방송광고제도 개편의
기본조건
방송광고제도의 공익적 성격 때문에 1980년 국가의 개입으로
방송광고판매업무를 방송광고공사가 독점적으로 수행토록 하였다. 방송광고공사는
그 동안 공영 미디어 렙으로서 한편으로는 방송광고 판매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익자금을 조성해 왔다.
방송광고공사라는 공영 미디어 렙에 의한 방송광고판매의
독점체제는 방송광고의 독점적 대행에서 오는 강제적인 광고판매와 시장독점의
폐해--광고판매제도와 요금제도의 저발전과 그로 인한 광고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야기해 온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 방송과 광고 양면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①공익자금 징수
방송사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여 얻은 일종의 불로소득인
차액지대적 초과이윤을 공익자금 형태로 징수해 방송, 광고, 언론, 문화·예술
사업에 지원함으로써 그 초과이윤을 원래 소유주인 국민에게 환원하고 있다.
②광고주의 방송에 대한 영향력 차단
방송사와 광고주가 직접 거래하는 것을 막아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자본의 방송에 대한 압력과 영향력을 차단하는 완충 역할을 함으로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③방송사의 광고 강매 방지
④군소방송사의 광고수주
⑤중소기업에 방송광고 기회 부여
⑥방송광고 시장의 거래질서 확립
덤핑, 담합, 이면계약 등 불공정거래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방송광고 판매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방송광고 시장의 거래질서확립에 기여하고
있다.
⑦방송사와 광고대행사의 영업비용 절감
법률에 의해 방송광고 판매를 100% 대행함으로써 수십개
방송사와 수백개 광고회사가 독자적으로 직접 영업할 경우에 발생하는 막대한
영업비용을 절감케 하여, 방송사와 광고회사의 수익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방송사가 직판할 경우 드는 영업비용은 통상 광고매출액의 5% 규모에
달하며, 수백개 광고회사가 수십개 방송사로부터 직접 광고를 구매할 때
드는 구매비용도 엄청나다.)
⑧광고요금 인상 억제
광고요금 인상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기업활동을
돕고 물가안정에 기여해 왔다. 예컨데, 1991-1996의 5년간 광고요금 인상율은
신문의 경우 연평균 55%인 반면, TV는 연평균 5% 인상에 그치고 있다(<1996년
광고연감>, 제일기획).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방송광고 판매제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방송광고제도를 개편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공익적 기능은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방송광고 판매제도의 개편은 이러한 공익적
기능의 담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개편이어야 한다. 그런 제도개편만이 개편의
의의가 있다.
4. 민영 미디어 렙 도입
초기의 경쟁방식
방송법과 그 시행령은 방송광고 판매제도를 공영 미디어 렙인
방송광고공사와 새로 설립될 민영 미디어 렙의 이원체제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민영 미디어 렙의 도입에 의한 방송광고판매제도의 개선은 공·민영 미디어 렙에
의한 제한적 경쟁체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て민영 미디어 렙의 제한적 경쟁체제는
우리 방송의 공·민영 이원체제를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제도개편의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선은 하나의 민영 미디어 렙만을 허용하여 제한적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여건이 호전되고 공정한 경쟁체제가 제도적·관행적으로
안착될 때까지, 일정한 기간 동안은 공·민영 미디어 렙의 영업대상을 각각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으로 법률에 의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 즉, 공영 미디어 렙은 공영방송(KBS,
MBC, EBS)의 광고를 판매대행하고, 민영 미디어 렙은 민영방송(SBS와 지역민방)의
광고판매를 대행토록 하는 반면, 기타 특수방송의 광고시간 판매는 공·민영
미디어 렙과 해당 방송사 간의 계약에 의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공·민영 미디어 렙에 대한 허가와 영업영역에 대한
제한 등은 반드시 법률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되, 그 경우 반드시 법률에 의거할
것을 요구한다. 공·민영 미디어 렙의 시장진출 제한과 양 미디어 렙 간의 영업영역
제한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제한을 법률에 명시해야 하는
것은 헌법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공영 미디어 렙은 공영 방송의 광고판매를 대행하고, 민영
미디어 렙은 민영방송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이러한 제한적 경쟁체제는 ①방송에
대한 자본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②취약한 군소 방송사의 존립을 가능케 하여
방송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③중소기업에게도 방송광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소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고, ④광고요금의 인상 억제와 이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 경쟁체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 경쟁체제는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방송광고 판매제도가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시기에 국한된 한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민영 미디어 렙이 방송광고제도의
공익성을 해치지 않는 한, 민영 미디어 렙의 설립은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방송광고시장의 규모와 지상파 방송사의 수를 고려하면
미디어 렙은 2-3개 정도가 적정수라 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형 지상파
방송사가 3개인 점 그리고 방송사의 직접 광고영업을 금지하고 미디어 렙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는 국가방송정책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미디어 렙은 2개가 적당하다.
1개의 방송사가 다수의 미디어 렙을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미디어 렙이
세 개 이상이면 각 방송사가 직접 영업하는 형태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공영 미디어 렙과 민영 미디어 렙 간의
구분도 없애 방송광고 판매대행업이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송개혁위원회의 방송광고제도 개선안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미디어 렙의 공て민영 구분을 없애 방송광고 판매제도를 완전한 경쟁체제로
전환하라는 것이었다.
5. 민영 미디어 렙의
설립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사항
1) 민영 미디어 렙에 대한 출자 제한
우리의 방송정책은 여론형성의 독점적 지배 가능성을
배제하고 여론형성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지상파 방송 그리고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의 종합편성 채널이나 뉴스전문 채널의 방송사업에 재벌기업과 언론사
및 외국자본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방송을 통한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방송정책에서의 이러한 배제원리는
미디어 렙 영역에서도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디어 렙은 방송사업의
경제적 기초를 제공하는 방송사업의 핵심적인 일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디어 렙은 방송사와 광고주의 중간 입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광고주인
재벌기업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 언론사는 미디어 렙의 고객인 방송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언론사의 미디어 렙 참여도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자본의 경우 방송사, 광고주, 언론사가 아니고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하되 지배주주가 아닌 경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 방송정책은 방송의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를 추구하여 방송사의 광고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방송사가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광고주가 광고를 미끼로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민영 미디어
렙의 설립과 운영에 재벌기업의 참여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참여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실현되지 못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서, 미디어 렙의 설립과 운영에 방송사가 참여해
일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광고수주를 위한 목적으로 광고주에
대한 압력이나 협박의 행사, 광고주와의 유착이나 밀거래, 과도한 광고요금
인상, 중소기업의 광고기회의 박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디어 렙은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판매전문회사다. 따라서 구미 선진국에서와 같이 미디어 렙은 방송사의 필요에
의해 방송사에서 설립하거나 방송사가 미디어 렙을 선택하여 자사의 방송광고의
판매를 대행케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방송사가 광고영업을 직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공정거래질서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아직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시기상조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공정한 거래질서가 제도적て관행적으로
정착되는 경우 방송사의 미디어 렙 지분참여를 허용하거나 미디어 렙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 방송사가 직접 미디어 렙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SBS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①전체 이사수의
50% 이상을 사외이사로서 공익을 대표하는 각계인사로 구성하고, ②사외이사가
2/3 이상 참여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③민영 미디어 렙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여 임의적인 광고요금
인상과 담합 등을 규제하고, ④중소기업기본법 제5조의 취지에 따라 미디어
렙 정관에 관련 조항을 넣도록 본 법에 규정하여 중소기업의 광고기회를
확보하는 등으로 미디어 렙의 소유와 경영을 확실하게 분리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보하여 미디어 렙의 공익성, 독립성, 투명성을 보장할 수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미디어 렙에 방송사의 지분참여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렙은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대행사 또는 광고주에게
방송광고를 판매하고 방송사로부터 판매대행수수료를 받는 판매전문회사이고,
광고대행사는 광고주의 위탁을 받아 미디어 렙으로부터 방송광고를 구매하여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미디어 렙으로부터 구매대행수수료를 받는 구매전문회사다.
말하자면, 미디어 렙은 방송사를 대신하여 방송광고의 판매를 담당하고,
광고대행사는 광고주를 대신하는 방송광고의 구매를 담당하기 때문에 이
양자는 이해상충적 관계에 있다. 따라서 미디어 렙에 광고대행사가 참여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일인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광고주의
영향력 하에 있는 광고대행사가 미디어 렙에서 광고주의 이익을 대변하여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방송사측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따라서 미디어 렙에 방송사가 참여하지 않는 한 광고주나 광고대행사도
참여하지 않은 것이 공정하고 바람직하다.
민영 미디어 렙은 방송에 민감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민영 미디어 렙에 참가하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민영
미디어 렙의 운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이나 민간 집단이 지닐 수 있는 소유지분의
상한선(예를 들어 10% 이내)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역시 법률에 반영되어야
한다.
2) 민영 미디어 렙에 대한 방송광고공사의
한시적 출자
방송법 시행령 59조 3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라
함은 방송광고판매대행을 위하여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자한 회사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말하자면, 방송법 시행령은 앞으로 설립될
민영 미디어 렙에 방송광고공사가 출자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민영 미디어
렙의 설립과 안착에 공영기관인 공사가 참여하여 일정기간 동안 관계함으로써
우리의 방송광고 판매제도가 공영 독점체제에서 공て민영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데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민영 미디어 렙이 지나치게 상업성에
좌우되지 않고 공익성을 구현할 수 있게 하려는 당국의 배려일 것이다.
민영 미디어 렙에 대한 광고공사의 한시적 출자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방송과 방송광고의 공공성 보호
민영 미디어 렙에 공사가 참여함으로써 민영방송의
지나친 상업성과 이를 위한 시청률지상주의를 견제할 수 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영방송과 100% 민간자본에 의한 민영 미디어 렙이 만날
때, 민영방송의 상업주의가 심화되고, 광고비의 급격한 인상이 초래되고,
군소방송사의 광고수주가 힘들게 되고, 중소기업의 광고기회획득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사가 민영 미디어 렙에 출자하여 이를 주도하는
경우 이런 문제들이 훨씬 더 완화될 수 있다.
②민영 미디어 렙의 선진화와 효율성 제고
민영 미디어 렙에 공사의 참여는 현재 공사가 구축·도입중인
광고 인프라 중 공용화가 가능한 내용을 민영 미디어 렙과 공유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광고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은
광고산업의 질적 발전을 촉진하고 상품유통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 궁극적으로
그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제도이다. 100% 민간자본에 의한
민영 미디어 렙은 장기적 투자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영업방식으로
자사 이윤의 극대화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
③합리적인 경쟁관계 수립과 선진 방송광고시장 질서
정립
공사가 민영 미디어 렙에 참여하게 되면, 공·민영
미디어 렙이 시장에 대한 접근방식과 결정원리에서 동일한 선진적 룰을
갖고 경쟁하게 됨으로써 양자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다. 민간자본 100%로 설립된 민영 미디어 렙과 공영
미디어 렙의 판매·요금 시스템과 시장에 대한 접근·경쟁 방식은 질적으로
다르다. 이는 시장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민영 미디어 렙에 공사가 참여함으로써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방송광고공사는 민영 미디어 렙에 어느
정도의 지분으로 얼마 동안이나 참여해야 할까? 이 점은 앞으로 결정되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방송법 시행령이 민영 미디어
렙에 공사의 출자를 명시했다고 해서 공사로 하여금 언제까지나 민영
미디어 렙의 대주주로 남아 있으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사의
참여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공사로 하여금 민영 미디어 렙에 출자하도록 한 시행령의 의도가 민영
미디어 렙의 공익성 보장과 혼란 없는 제도개선이라고 한다면 공사의
지분률이 굳이 높을 필요가 없고 그 기간도 길 필요가 없다.
공사가 민영 미디어 렙의 대주주로 남아 있는 한
민영 미디어 렙은 엄격한 의미에서 민영 미디어 렙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방송광고 판매제도를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의 전환함으로써
민간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하여 방송광고 판매제도의
효율성을 기하려는 민영 미디어 렙 허용의 근본취지가 무의미하게 될
수도 있다.
공사는 공·민영 방송체계에 부응하는 공·민영 미디어
렙 체제를 빠른 시간 안에 원만히 안착시키 위해서 대주주로서 2년 정도
한시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민간기업 단일 컨소시엄이
민영 미디어 렙에 70% 출자하여 경영권을 확보하고, 광고공사는 30%를
출자하되 2년 내에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한다. 이 경우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가 그 매각을 확실히 보장하고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