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5. 광고의 시대사적 역기능
1) 광고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차이
광고는 우리사회에 처음으로 나타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현상이었다. 독립신문의 광고론이 지적했듯이 광고란 상품유통과 소비를 원활히 하여 산업을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된다고 보았다. 초기의 신문에는 광고의 역기능에 대한 거부감은 보이지 않았고 외국상품의 시장침식을 경계하는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구식의 광고수법은 이 사회에 하나의 새로운 충격을 던져 주었다.
침체되어 있던 조선사회의 상품유통 구조에 큰 변혁을 강요하였고 나아가서는 전체경제구조의 기간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은 정신적으로는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는 광고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대두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정론은 두 가지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경제적인 측면에는 본 광고의 역기능이었다. 광고는 외국상품의 급속한 침투를 촉진하여 빈약한 조선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고 열강세력의 침탈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광고를 게재하는 신문들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였다. 논조에 있어서는 개화를 주장하고 자주와 독립을 외치는 신문들이 외국의 상품광고를 게재하여 그 수입으로 신문 발행을 계속한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자체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1900년 5일 10일자 대국신문에는 광고에 대한 당시 사회의 긍정론과 부정론을 비교하면서 그 효용성에 관해 긍정론을 옹호한 논설이 실려있다.
논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원래 우리나라에는 좋은 것을 스스로 내세우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선비의 재덕이나 생산된 물건이나 간에 좋은 것은 굳이 자랑하지 않더라도 사향을 깊이 감추어 둔 것과 같아서 그 당사자는 말하지 않더라도 남이 자연히 알고 찾기도 하고 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비를 허비하면서 신문에 광고를 내거나 포스터 또는 간판 등을 달아서 광고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서양식 광고가 들어와서 자신을 스스로 선전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대국신문의 논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의술이 고명하니 찾아오시오. 내게 신기한 약이 있으니 찾아오시오. 우리 가게에 각색 상등 물건이 많고 헐하니 사가시오 하며 사람을 꾀이고 휘리니 그 일이 어찌 당연한 이치라 하겠는가. 우리 동방사회에서는 몇 천년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으되 명의는 명의로 나타나고 명약은 명약이오, 기술은 기술이오, 물건은 물건대로 각각 그 생긴대로 나타나기도 하였고 팔리기도 잘 팔렸다. 요즘 외국의 상업광고는 가령 소다광고와 담배광고를 보면 파는 곳과 물건 값을 명시하지도 않은 채 많은 광고비를 허비하고 있을 뿐이다."
긍정론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다나 담배를 파는 곳과 값도 밝히지 않고 광고한다 하더라도 그 물건을 한국 사람의 눈과 귀에 익히도록 하여 그 물건을 사서 쓰게 만드는 것이다. 사서 쓰는 사람은 한국인에게 사든지 중국인에게서 사든지 사기만 하면 자연히 소다와 담배는 팔리게 될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이러한 광고수입은 신뢰감을 심어주고 상품의 이름을 널리 알려서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자는 건이다"21)
황성신문에도 광고의 유익한 점에 관한 논설은 실려있다. 1599년 7월 5일자 논설은 광고가 사업을 번창하게 하고 그 이익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 무렵부터 광고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나오기 시작하였다.24) 1900년 이후부터 황성신문에는 전체 지면의 절반 이상을 광고가
차지하는 경우도 있어서 독자들 가운데는 광고가 너무 많다는 불평이 나오게 되었다.
또 광고의 내용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여기는 소리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1901년 3일 29일자 황성신문 논설을 들 수 있다. 독자 투고로 실린 이 논설은 한국인들이 내는 광고는 아들이나 조카 등이 몰래 논밭을 팔아 먹었다느니 이름을 고쳤다느니 어음을 잃었다는 등 창피스러운 일 뿐이며 광고답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모두가 외국인들이 내는 것이니 광고로 인해 나라의 명예만 손상되는데도 신문은 그저 광고료만 받아 먹으면 그만이냐는 것이었다.25)
외국 상품이 우리나라의 시장을 잠식하게 됨으로써 전통적인 자연경제는 해체될 운명에 놓였고, 외국 상품은 판로를 구하여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수입품의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은 면제품이었다. 18%년부터 1898년까지 면제품은 수입 총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대체로 영국과 그 식민지인 인도로부터 수입되는 것이 많았다. 영국은 한국에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의 상인을 통하여 근대적 기계제품과 면직물을 한국으로 수출하였다.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면직물은 일본 상인에 의하여 대행되었다.
면직물 다음으로 석유도 중요한 수입품의 하나였다. 석유는 주로 등유로 사용되었으며 석유가 수입됨으로써 종래에 사용하던 식물유의 수요는 감소되었다.
수입품 가운데 신문에 가장 많은 광고를 싣는 것은 표백제 및 염색약과 담배였다. 19세기 말은 염료의 혁명기였다. 아닐린이 발명되어 식물성 자연 염료는 자취를 감추었고, 화학염료가 중요한 상품으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의 아닐린 수요는 큰 편이었고 1895년의 수입액은 약 14만달러였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아닐린을 공급한 나라는 독일이었으나 일본이 유력한 경쟁자로 등장하여 점차 일본 상인이 아닐린 시장을 독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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