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4. 구조론과 광고언어
1) 광고언어의 문법파괴 현상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언어에 대한 문법적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을 체계화하고 있는 언어학적 영역을 우리는 구조론이라고 부르며, 구조론은 <그림 1>에 제시된 것처럼 모든 언어학적 지식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구조론에서는 주로 주어와 동사의 일치문제, 단어의 배열문제, 문장의 종류 등을 다룬다. 그러나 언어의 문법적 구조와 관련하여 특별한 것은 광고언어의 의도적 문법파괴 행위이다. 광고언어의 문법파괴 현상은 크게 3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철자법과 관련된 문법파괴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도 적으로 철자법을 오기하는 문법파괴 현상은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다. 먼저, 영국의 말더듬이 연구협회의 광고는 말을 더듬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철자법을 어기고 있다.
<사례 25> 영국 말더듬이 연구협회
If YOU FIND MY S-S-S-STAMMERING F-F-F-FRUSTRATES YOU, HOW DO YOU THINK F-F-F-FEEL?
만일 당신이 내가 말을 더-더-더-더듬거리는 것을 보고 기-기-기-기분이 언짢아진다면 당신 생각에 내 기분은 어-어-어-어떨 것 같습니까?
또한 <사례 26>이나 BBQ(barbeque)처럼 철자법을 단순화시키거나, <사례 27>처럼 의도적으로 철자법을 왜곡하여 소비자의 주의를 끌고 있는 광고도 다수 발견되었다.
<사례 26> I envy you 대신 I.N.V.U. (나산)
<사례 27> Santa's Super Sell-A-Bation! Hurry! Huge Holiday Values! (Radio Shack이라는 가전제품 판매점)
브렌드네이밍 전략을 위해서도 철자법은 의도적으로 오기되고 있다(김양수, 1993). 브랜드네이밍 전략의 하나인 연음처리 기법은 언어를 철자법에 따르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는 기법을 지칭한다.
<사례 28> 삼립의 누네띠네 (눈에 띄네)
<사례 29> 한국 야쿠르트의 마쪼니 (맛좋으니)
<사례 30> 대상의 마니커 (많이커)
위의 사례처럼 연음처리 기법이 브랜드네이밍 전략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연음 처리를 통하여 외국어의 이미지를 반영하려는 기업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IMF 위기 이후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에 따라 우리말 상표 이름이 오히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언어의 문법파괴에 있어서 두번째 유형은 한글과 한자어(漢字語)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즉, 한글의 발음은 같지만 한자로 보면 뜻이 다른 한자 신조어를 의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래의 <사례 31>의 곰바우 소주 광고는 "이봐, 곰바우 무슨 水作을 한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이 문장의 문맥상 '수작'은 일반적인 용도인 酬酌(부정적 의미)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지만, 여기서는 水作(물을 이용한 작업)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한글 대신 한자로 표기하고 있다. 소비자의 기대치의 허를 찌른 매우 절묘한 파격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의 본문에서도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천연 암반수로도 충분한데 그 물을 MC 공법(물을 자장 처리하는 첨단 공법)으로 처리했으니 이것이 바로 '水作' 이죠"라고 사려 깊게 부연하고 있다.
<사례 31> 이봐, 곰바우 무슨 水作을 한거야? (곰바우 소주)
한편 <사례 32>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존의 한자숙어를 의도적으로 변형시켜 자사제품의 우월성을 증명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방식의 한자 신조어는 신문제목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커, 통신망침입‥‥ 害 커" (중앙일보, 1998년 2월 28일자), '꽁꽁 언 한·일 관계, 弗亂 이웃에 부채질' (중앙일보, 1998년 1월 24일자) 등의 문법에 맞지 않는 한자 신조어에 대해 신문윤리위원회는 "비정상적인 신문제목이 신문의 품위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한자에 익숙치 못한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며 경고하고 있다(바른언론, 1998년 3월 21일자).
<사례 32> 有유 備비 無무 夏하 미리미리 준비하면 더위가 없다? (삼성 에어컨하이쿨)
광고언어의 문법파괴의 세 번째 유형은 비표준어를 광고언어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래의 <사례 33>은 청소년층에서 주로 사용되는 은어인 '짱(우두머리라는 뜻)'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례 34>는 '반갑다'는 뜻의 PC통신용어인 '방가' 와 함께 역시 PC통신에서 부호로 반갑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 ''를 함께 사용하여 옛날에 사랑받던 포미콘이 다시 시장에 등장한 사실을 알리고 있다. <사례 35>도 PC통신에서 사용되는 표현을 광고에 이용하고 있다
<사례 33> 여름 짱! 아이비 클럽 (아이비 클럽)
<사례 34> 방가^_^ (포미콘)
<사례 35> 어솨요 ∼ 속션-한 유닌98 세상입니다 (유니텔)
2) 광고언어의 문법파괴 효과에 대한 이론적 고찰
위와 같은 광고언어의 문법파괴 시도에 대한 문법주의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문법에 어긋난 언어를 사용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애플 컴퓨터의 경우처럼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법에 어긋나게 표현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애플 컴퓨터는 문법적으로 올바른 'Think differently'대신 'Think different'라는 문법에 어긋난 표현을 그들의 광고 슬로건으로 채택하였다. 애플 컴퓨터의 광고를 대행했던 Chiat/Day라는 광고회사는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 채택에 대한 설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한국방송광고공사, 1997).
differently는 부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전하려고 하는 올바른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어떻게(how)' 생각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에서 'different'는 보통 때처럼 형용사로 취급되어서는 안되며 명사로 간주되어야 한다. 'different'는 수식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슬로건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how to think)'가 아 니라 '무엇에 관하여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 about)' 이다.
둘째로, 문법에 어긋난 표현은 "언어는 문법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일반적 기대치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용된다. 한 예로, 유명한 다국적 광고회사 Saachi & Saachi는 일본의 자동차회사 도요타의 미국 TV광고 슬로건을 의도적으로 문법에 어긋나게 하여 많은 논란이 일게 하였다(한국방송광고공사, 1997). 이들이 사용한 'Toyota. Everyday (도요타는 일상생활)'라는 슬로건은 "Toyota. Everyday"처럼 두 단어로 띄어 쓰는 것이 문법에 합당하지만 활기에 넘치는 슬로건으로는 단일단어가 보다 친숙하게 보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부정확한 철자를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설득과 관련된 기대치 위반이론(a violation of expectation theory)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정보원이 수용자의 기대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기대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때보다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Miller & Burgoon, 1979).
그러나 기대치 위반이론에서도 지적하고 있듯 이 기대에 위반하는 것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대치 위반이론은 신뢰도가 낮은 정보원이 기대치를 위반했을 때에는 오히려 기대치에 부합되는 행동을 했을 때보다 설득력이 낮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광고언어의 문법파괴도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의도적인 문법 파괴가 소비자의 주의를 끄는 데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례 36>에서는 감탄문 부호가 문장의 중간에서 사용되어 '유익한' 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문법적으로 감탄문 부호는 당연히 문장의 마지막에 사용되어야 한다. 문장의 중간에 사용된 감탄문 부호는 분명 의도적인 문법파괴 행동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의도적 문법파괴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대치 위반으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부정적이다.
<사례 36> 우리 몸에 유익한! 영비천 (영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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