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t DATA_HOME $env(UNIWEB_DOC_ROOT) source $DATA_HOME/init.appl ] 광고슬로건 및 브랜드네임에 대한 언어학적 접근 연구

출처: 한국방송광고공사 - 광고연구

5. 의미론과 광고언어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언어를 사전적 의미(denotative meaning)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광고언어의 의미는 많은 경우에 사전적 의미보다는 수사학적 표현 (rhetorical expression) 차원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수사학적 표현이라는 것은 언어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의미의 정확한 전달이 되지 않는 종류의 언어표현을 말한다. 원래 수사학적인 표현은 시의 언어나 스피치에서만 사용되었지만 광고에서도 그 사용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McQuarrie & Mick, 1996).

첫째, 수사학적인 표현은 본질적으로 언어의 문자적(사전적) 의미에서의 파격을 의미한다. 이러한 예술적 파격은 소비자에게 숨겨진 의미를 찾게 하는 동기부여의 역할을 하여 정보의 홍수에 지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다.

둘째, 수사학적인 표현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Barthes는 이러한 종류의 즐거움을 '텍스트의 기쁨(pleasure of the text)' 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광고언어의 독특한 표현은 소비자들을 흥분시켜 그 결과 광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와 반응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셋째, 수사학적인 표현은 본질적으로 의미의 불완전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수사학적 표현의 의미는 독자에 의해 완성된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이 수사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되고 있는 광고언어의 의미를 그들 스스로 완성시키는 의무를 수행해야만 광고언어의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증가된 인지적 노력은 결과적으로 광고에 대한 기억을 촉진시킬 수 있다.

16세기 중반의 영국 수사학자들은 창안, 배열, 문체, 전달, 기억의 고대 수사학의 5대 영역 중 특히 말이나 글의 장식에 관한 문체(style) 영역에 커다란 관심을 보여 수사학적 표현의 분류체계 확립에 노력하였다. 대체적으로 수사학적 표현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대별되고 있다(Leigh, 1994). 그 첫번째 유형은 수사적 장식(rhetorical figure)이며, 수사비유(trope)가 두번째 유형이다. 수사적 장식은 단어의 의미변화를 동반하지 않고 배열을 달리하거나 단어의 반복 등을 통하여 전체 문장의 효과를 높이는 기법인데 반하여, 수사비유는 필요성이나 장식을 위하여 고유의 의미에서 단어나 문장을 이탈시켜 그것과 비슷하지만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전이시키는 기법을 말한다. 따라서 수사 비유에 있어서 단어의 원래의 의미는 새로운 의미 안에 전이되지 않는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에 따라 현대광고에서 발견되고 있는 수사학적 표현을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수사적 장식(rhetorical figure)

(1) 반복기법

소리의 반복을 통하여 표현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법들은 앞에서 자세하게 설명되었다. 두운에서는 단어의 첫번째 자음이, 모운에서는 모음이, 그리고 각운에서는 마지막 음절이 반복된다. 한편, 다음의 기법들은 구(拘)의 반복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을 끌고 있다.

①수구반복(anaphora)

<사례 37> 누가 깨끗한 시대를 말하는가! 누가 깨끗한 소주를 말하는가! (청색시대)

'누가 깨끗한'이라는 수구를 반복하여 청색시대의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카피의 본문에서도 깨끗함에 대한 내용들이 다음과 같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시원스레 넘어가는 한잔 한잔의 깨끗함! 다음날 아침에도 끝이 좋은 깨끗함! 깨끗한 시대, 깨끗한 소주 청색시대!

②결구반복(epistrophe)

<사례 38> 내 사랑만큼 큰 것이 있다 내 꿈만큼 큰 것이 있다 (개벽 TV)

'큰 것이 있다'라는 결구의 반복은 결국 개벽 TV의 대형화면을 연상하게 한다. 다시 말해서, 화면이 큰 것을 사랑과 꿈이 크다는 것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③대구법 (parallelism)

대구법은 문장구조의 반복을 이용한 기법이다. 아래의 광고 사례를 보면 '∼ 위에 ∼'라는 문장 구조가 3번 반복되고 있는 대구법 형식의 헤드라인을 이용하여 PCS가 전화 중에서는 최첨단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례 39> 전화 위에 무선 전화 무선 전화 위에 이동 전화 이동 전화 위에 PCS (한솔 PCS)

(2) 단어의 배열이나 위치변경 기법

①구문상의 반전(antimetabole)

<사례 40> 건설외길 50년 조국건설 50년 (삼환기업)

이 광고는 삼환기업의 창립 50주년을 알리는 기업 광고이다. 여기에서 '건설' 이라는 단어가 위치를 변경하여 구문상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즉, 건설이라는 외길을 5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삼환기업의 역사가 결국 우리나라를 건설했다는 뜻이다. 한편 아래의 광고는 음절배열을 달리하여 '현실'이 '실현'되는 음절상의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사례 41>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도전을 하면 실현이 된다 (한화)

②의미상의 반전(antithesis)

<사례 42> 큰 사전의 작은 소망 (한솔제지)

이 광고에서는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겠다는 작지만 위대한 소망을 가진 한글학자 정인승 선생이 22년만에 '큰사전' 전 6권을 완성시킨 사실을 소개하면서 책의 재료가 되는 종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헤드라인으로 제시되고 있는 '큰 사전의 작은 소망'에서 큰 사전의 '큰' 이라는 단어와 작은 소망의 '작은' 이라는 단어가 서로 대조되는 위치에서 사용되면서 의미상으로 반전되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3) 생략법(ellipsis)

생략법은 광고에서 특정요소를 의도적으로 생략함으로버 소비자가 직접 생략된 부분을 보충하도록 촉구하는 기법이다. 광고에서 사용되는 생략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첫번째 유형은 조건절이나 동사 등의 특정부분이 생략된 미완성형의 문장구조를 사용하여 소비자의 참여를 촉구하는 생략법이다. 즉, 생략의 목적은 소비자로 하여금 문장을 완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례 43> 얼굴만 봐도 그리 좋아하시는 걸…… (그레이스 백화점)

그레이스 백화점의 광고에서는 시골의 할머니가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에 내려온 자식을 기쁘게 맞고 있는 모습의 사진 위에 "얼굴만 봐도 그리 좋아하시는 걸……"이라는 헤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생략된 메시지는 "추석 선물을 드리면 얼마나 (더) 좋아하실까?"라는 내용이라는 것은 함께 광고되고 있는 상품권이나 추석선물 명품특선 등의 내용을 통하여 명백해진다.

생략법의 두번째 유형은 비록 문장은 완성된 형태를 띠고 있지만, 문장의 주어나 목적어 등이 생략된 경우이다. 이 경우 역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사례 44> 조금 다릅니다 (현대 백화점 상품권)

이 광고에서는 비록 주어가 생략되었지만 생략된 주어는 너무도 명백하다. '현대 백화점 상품권'이라는 주어를 의도적으로 생략함으로써 '조금 다른' , 즉 소비자에게 조금 더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주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형태의 평서문 구조를 통하여 '조금 다르다' 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생략법의 효과는 소비자로 하여금 생략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충하도록 촉 구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여도를 향상시키는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스탈트 심리학에서도 인간은 완성되지 않은 지각물을 완성체로 지각하고 싶어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생략법이 소비자의 동기를 자극하지 못하거나, 생략된 내용을 소비자가 오해하거나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생략법의 효과는 오히려 반감될 것이다.

(4) 수사적 질문법(rhetorical question)

외형적으로는 의문문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특정한 답을 요구하는 수사적 질문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 이미 입증된 사실을 의문 형식으로 처리한 문장(erotema), 일련의 연속된 질문(psyma), 자문자답(hypophora). 비난하는 질문(anacenosis) 등은 모두 수사적 질문에 속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어떤 특정의 논점을 강조하거나 상대방의 이의 제기나 반박을 사전에 봉쇄하는 공격과 방어의 무기효과를 동시에 갖는다는 점이다. 수사적 질문법이 사용된 아래의 광고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45> 관광수입 세계 1위, 미국엔 디즈니랜드가 있습니다 관광수입 세계 2위, 프랑스엔 유로디즈 니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무엇이 있습니까? (롯데월드)

위의 질문에 대하여 소비자들은 어떠한 답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대구법을 사용하여 "한국에는 롯데월드가 있습니다"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이 광고는 질문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우 리에겐 롯데월드가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롯데가 한국의 관광산업을 주도해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그러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대구법을 이용한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2) 수사비유(trope)

(1) 어휘상의 의미의 전이기법

어휘와 관련된 수사비유는 크게 유사성에 의한 의미의 전환과 인접성에 의한 의미의 전환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은유(metaphor)

은유는 모든 종류의 수사학적인 표현을 총칭하는데 사용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한 종류의 수사학적인 표현을 의미하는 협의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협의의 은유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은유란 말은 원래 라틴어의 'carry over'라는 말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데, 이는 하나의 단어(X)의 의미가 다른 단어의 의미(Y)로 전이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은유는 두 개의 단어 사이의 개념적 유사성에 의한 의미의 전환기법이다.

<사례 46> 맛은 도미/부담은 꽁치 (삼성 팩시밀리 오피스마스터)

위의 광고는 저가의 팩시밀리로 성능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졌다는 의미를 생선에 비유한 은유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은유적 표현은 성능는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졌다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훨씬 부드럽게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한편, 광고의 비주얼도 어두육미라는 고사성어를 염두에 두고 머리는 도미의 모습으로, 그리고 꼬리는 꽁치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비록 가격은 낮아졌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직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진다. 언어적 표현과 비주얼 표현이 수준 높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② 동음이의의 익살(pun)

은유가 개념적 유사성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에 pun은 동음이의어(homonym)의 우연한 유사성을 이용한 수사 기법을 뜻하는데, 주어진 문장에서 단어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문장 전체의 뜻이 확연히 달라지면서 의미의 전이가 이루어진다. 동음이의의 익살인 pun을 이용한 광고가 최근 자주 발견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pun이 정보의 홍수에 지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pun이 본질적으로 심각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의 경계심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pun은 광고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그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유행은 일반명사의 의미가 특정 브랜드에 연상되도록 의도적으로 브랜드네임을 일반명사와 동일하게 설정하는 방법이다(일반명사의 고유명사화). 이러한 경우는 너무 흔히 발견되기 때문에 우리는 pun의 사용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생할정보지 '교차로'의 헤드라인 "전국을 하나로 연결하는 교차로 전국 광고!"에서 '교차로'는 원래 서로 엇갈린 차로를 의미하는 일 반명사이지만 이 광고에서는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즉, 교차로는 항상 차들로 붐비는 곳이라는 의미를 이용하여 생활정보지 '교차로'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례 47> 교차로 (생활정보지)

위의 원칙의 변형으로 고유명사(브랜드네임)를 일반동사나 형용사화하여 사용한 경우도 광고에서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런 경우 변형된 의미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한 의미의 연상을 위하여 보충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례 48>의 '피죤했다'에서 '피죤'은 원래 세탁제를 의미하는 고유명사이지만 여기서는 '세탁한다'는 의미의 동사로 사용되고 있다. 이 경우 의도적 문법 파괴에도 해당된다.

<사례 48> 피죤했다 (피죤)

pun의 또 하나의 유형은 한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영어와 달리 우리나라 말의 장점 중의 하나는 한글의 발음은 같지만 한자로 보면 뜻이 다른 표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례 49>의 쌍용건설 광고를 살펴보도록 하자. "最古에서 最高까지- 쌍용 건설은 최고의 품질만을 고집스럽게 이어갑니다"라는 광고 헤드라인을 보면 두개의 '최고'가 발견되고 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점에서의 '最古'를 뜻하는 첫번째 '최고'를 강조하기 위하여 쌍용건설은 자신이 동남아 최고(最古)의 역사를 지닌 싱가폴의 국보급 건축물인 래플즈 호텔의 복원 및 신축 공사를 수주하여 완공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가장 높다는 점에서의 '最高'를 뜻하는 두번째 '최고'를 증명하기 위하여 쌍용건설은 또한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웨스턴 스템포드 호텔(73층)을 포함한 복합건축물인 래플즈시티를 6년여의 대장정 끝에 완공하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말의 발음은 같지만 두개의 서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최고'를 사용하여 쌍용건설은 모든 면에서 최고만을 지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사례 49> "最古에서 最高까지" (쌍용건설)

pun의 효과는 비주얼을 이용하여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삼성TV 명품 플러스원의 광고 헤드라인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자사제품이 다른 TV보다 1인치 더 큰 화면을 보여준다는 주장을 자연스럽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적 표현과 함께 광고의 그림은 숨어있는 1인치를 찾아냈다는 의미로 우리나라의 지도를 보여주면서 화면속의 숨어있는 1인치 안에 독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1인치를 양보하는 것은(화면이 1인치 작은 TV를 구입하는 것은) 곧 독도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우리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에서 '한치' 는 단순히 화면 크기가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의무로 승화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을 배경으로 인식하면 이 광고의 헤드라인과 보디카피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사례 50>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 이제 우리의 볼 권리를 찾았습니다 명품 플러스원이 가려진 화면을 찾아주기 때문이죠 TV속에 숨어있던 화면 - 독도처럼, 작지만 소중한 부분입니다 (삼성전자)

③ 환유(metonym)

환유의 희랍어 뜻은 '이름 바꾸기'이다. 은유와 pun이 유사성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데 반하여 환유는 두개의 단어 사이의 개념적 인접성에 의한 의미의 전환기법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배를 뜻하는 '돛'이나 왕국을 뜻하는 '왕관' 등은 모두 인접성의 원리에 의해서 의미의 전이를 가져온다. 일부 학자들은 환유의 특별한 경우로 제유(synecdoche)를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즉, 배와 돛처럼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 있는 수사 비유를 제유법이라고 지칭하기도 하지만, 속성상 제유와 환유는 환유로 통일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한 단어로 그와는 어느 정도 동떨어진 의미를 표현하는 기법 역시 환유에 속하기는 하지만 이를 따로 구별하여 전의(transumptio)라고 부르기도 한다(박우수, 1995). 예를 들어, 옥수수 열매로 여름을 뜻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례 51>의 광고에서 전의에 속하는 환유가 발견되고 있다. 광고의 헤드라인은 "남자들이여, 지문을 찾자!"로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지문' 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론 보디카피에서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지문은 자신의 자존심을 뜻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아부하기 위하여 손바닥을 비벼 대면서 자신의 지문을 없애지 말고 당당하게 남자의 자존심을 찾자는 의미가 바로 '지문을 찾자'라고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사례 51> 남자들이여 지문을 찾자! (그린 소주)

(2) 문장상의 의미의 전이 기법

어휘상의 수사 비유를 문장에 적용시킨 것이 문장의 수사 비유이다. 그 구체적인 기법들은 다음과 같다.

① 과장법(hyperbole)

사실보다 크게 혹은 작게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법을 과장법이라고 한다. 과장이 너무나 지나칠 때는 허장성세, 즉 허언(bomphilogia)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과장법은 매우 열정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젊은이의 언어로는 무방하지만 노인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과장법이 모든 종류의 광고에 적합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사례 52> 3,199 항목의 검사를 마친 후 교체가 필요한 것은 단 한가지뿐입니다 (폭스바겐)

이 광고의 본문에서는 매우 자세하게 폭스바겐 자동차 검사과정이 묘사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100% 완벽하고 100%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3,199 항목에 이르는 매우 까다로운 검사과정을 거친 후에야 자동차를 출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3,199 항목의 검사를 마친 후에 교체가 필요한 것은 오직 검사관의 연필심 하나뿐이라는 것이 이 광고의 주장이다. 폭스바겐 자동차의 완전성을 다소 과장을 섞어 매우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다음의 광고 사례들은 사실보다 작게 축소하는 과장법을 이용하고 있다. 하루에 100원이나 200원 정도의 비용이라면 소비자는 광고되는 제품이 전혀 비싸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제품의 실 제비용은 수십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사례 53> 설거지 하루 106원이면 끝! (동양매직 식기세척기)

<사례 54> 하루 210원이면 모든 암치료비 걱정 끝! (한덕생명)

한편, 다음에 소개되는 수사학적 기법들은 문장의 원래의 의미와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되는 기법 들이다.

② 반어법(irony)

반어법은 본 뜻과는 정반대되는 말을 표현하여 문장의 변화효과를 기대하는 기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래의 광고에서 지-아크(G-ARK)라는 한 골프용품 회사는 "너무 귀한 클럽을 선보이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은 죄송하다는 표현을 통하여 그 클럽이 상당한 희소가치가 있음을 반어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사례 55> 너무 귀한 클럽을 선보이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G-ARK)

반어법의 효과는 언어적 표현과 비주얼 표현의 상반관계를 통하여 더욱 극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아래의 광고는 에바스 회사의 보시앙이라는 화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광고속의 언어적 표현은 "어머, 얼굴이 반쪽이네!"라는 정말 안됐다는 뉘앙스의 헤드라인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런 표현은 상대방의 얼굴이 무척 피곤해 보일 때 위로하는 말로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비주얼의 내용은 언어적 표현과는 대조적으로 이 말에 매우 만족해하는 표정의 여자모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대의 젊은 여성들은 보름달 같은 얼굴보다는 자그마한 얼굴(즉, 반쪽의 얼굴)을 더욱 동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 56> 어머, 얼굴이 반쪽이네 (에바스 화장품)

③ 역설법(paradox)

역설법은 있을 수 없는 일 혹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그 역설의 세계는 광고에서의 부연 설명에 의해 보다 강한 진실의 세계로 전환된다. 만일 이러한 전환이 없다면 역설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먼저 메르세데스 벤츠의 광고 헤드라인을 주목해 보자.

<사례 57> 우리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결코 믿지 않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이러한 표현을 여권운동가가 발견한다면 금방이라도 거센 저항을 할 것이다. 여권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표현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보디카피를 읽게 된다. 보디카피를 읽은 후에야 소비자는 이 헤드라인의 내용이 인간가치의 평등이 아닌 남녀간의 신체상의 차이나 개인 취향의 차이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님녀가 평등하지 않다는 주장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세심한 배려로 극적인 전환을 하게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광고의 역설적 표현이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의미의 왜곡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광고에서 역설법을 이용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례 58> 제 동상은 생기자마자 22살이에요 (삼성생명)

<사례 59> 쓸수록 버는 카드 (LG 하이-카드)

<사례 60> 고객이 한 명도 없는 보험회사 (국제화재)

3) 광고언어의 수사학적 표현효과에 대한 이론적 고찰

정보처리 과정에서 이해(comprehension)는 주의를 통하여 지각된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는 단계이다. 만일 지각된 정보가 기존의 스키마(schema)나 스크립트(script)와 같은 영구기억 구조에 부합된다면 이해의 과정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수사학적 기교로 인하여 기존의 틀로서 이해되지 않는 광고언어의 이해는 반드시 소비자의 관여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한다. 즉, 수사학적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언어는 주어진 문자적 의미만으로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숨겨진 의미를 찾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한 동기부여에 실패한 수사학적인 표현들은 오히려 수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광고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소비자가 동기를 부여받고 실제적으로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면(동기부여가 꼭 의미의 발견이라고도 말할 순 없지만), 수사학적 표현은 광고자체의 즐거움을 소비자에게 주는 동시에 광고주에게는 광고효과를 높여주는 쌍방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광고를 이해하기 위하여 증가된 소비자의 인지적 노력이 광고 내용의 기억 및 수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Mitchell, 1985).

결론적으로, 수사학적 표현기법의 사용에 대한 결정은 Anand와 Sternthal(1990)에 의해 주장된 자원-배합 관점(resource-matching perspective)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광고메시지는 물론 너무 작은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광고메시지도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광고 메시지는 소비자의 관여수준에 적합하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소비자의 관여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에는 두운, 모운, 각운 등의 반복 기법을 사용하는 광고메시지(이러한 메시지를 그들은 overcoming message라고 부르고 있다)가 더욱 효과적이며, 반면에 소비자의 관여 수준이 매우 높을 경우에는 수사학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광고메시지(이러한 메시지는 undercoding message라고 한다)가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광고에서는 외국의 광고와 비교하여 수사학적 표현이 아직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우리나라 광고가 주로 직설적인 표현(예를 들어, 통이 도는 통돌이 세탁기 등의 제품의 기능적 혜택에 대한 표현들)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의 원인이 우리나라 소비자의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마케팅시장이 제품의 이미지보다는 제품의 성능으로 경쟁하는 미성숙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학문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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