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자아 정체성 광고 모델의 성별
광고에 묘사되는 모델의 성별은 광고 내용의 자아 정체성 유형에 따라 유의미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x2 =48.6 df=16 p<.001).
특기할 만한 사항은 「변증법적 동일시」 내용에서는 여성 69회(55.2%) 남성 36회(28.8%)로, 또한 「신체를 통한 자아실현」에서도 여성 57회(63.3%) 남성 26회(28.9%)로 여성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섹슈얼리티의 재구성」에서는 여성 39회(70.9%) 남성 10회(18.2%)로 나타나 성 정체성과 관련하여 여성의 두드러진 활약과 미세하지만 동성애의 암시 등 과거와는 다른 광고 표현의 변화 추이를 읽어낼 수 있었다.
반면, 「자아도취(나르시시즘)」에서 남성 38회(43.2%) 여성 34회(38.6%), 「억압된 것으로부터의 복귀」의 내용 또한 남성 26회(4O.6%) 여성 18회(28.1%)로 앞의 내용들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직이나 만족도가 높은 부분에서는 남성 출현이 빈번함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실제적으로 위와 같은 성별 결과가 그대로 드러난 예들을 보기로 하자.
<사진 5>는 「변증법적 동일시」 범주의 광고로서 여성의 자아 존재감 확인에 관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메르꼴레디」광고는 '남다른 생의 모습을 사랑하는 그녀의 이미지'를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적(詩的)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사진 6>처럼 성공과 권위, 명예, 자부심 등을 주된 컨셉으로 하는 「자아 도취」범주의 광고에서는 남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유림 파드리노」광고는, "지금 그 남자의 지배가 시작된다" 는 카피의 강렬한 메시지는 나르시시즘적 영상과 함께 만족, 자부심, 쾌감을 자아 정체성과 연결시키고 있다. 환상적인 블루톤의 영상은 내면 세계의 사랑이나 섹스 등을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있으나 칼라로 돌아왔을 때는 성공한 남성의 권위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 이러한 내면세계와 외적 조건과의 이분화는 자부심을 느낄 정도의 완벽한 성공 속의 갈등을 미묘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전통의 재구축과 억압된 것으로부터의 복귀」에서는 남성, 또는 집단/가족 형태가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자아 정체성 광고 모델의 연령
광고에 묘사되는 모델의 연령대 역시 광고 내용의 자아 정체성 유형에 따라 유의미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x2 =90.5 df=24 p<.001).
<표 6>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광고는 반드시 소비 주체 즉 소비 대상층을 겨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임을 인정하게 된다.
위와 같이 모델의 연령은 압도적으로 20-30 대가 많으나, 「전통의 재구축과 억압된 것으로부터의 복귀」에서는 60대 이후 모델도 11회(17.2%) 로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아 도취」의 경우 40-50대 10회(11.4%)로 다소 높은 빈도를 나타내는 것도 특이한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점은 전통의 재구축과 같은 내용일 경우 인간 문화재, 전문인, 그리고 기능 보유자 등을 등장시키게 되므로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자아도취」의 경우도 <표 2>에서 기술된 조작적 정의에서 보여지듯이 「새로운 가부장제의 등장」요인에서 전문지식인의 대거 출연과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남성들의 연령층이 거의 40-50대임을 감안한다면, 예측 가능한 결과라 하겠다.
(다) 자아 정체성 광고 모델의 직업
광고속에 나타나는 광고 모델의 직업 유형도 광고 내용의 자아 정체성 유형에 따라 유의미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X2=92.2 df=28 p<.001).
<표 7>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 자신의 욕구 실현이나 자기애 그리고 자기의 소망 등을 그리는 자아 정 체성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직업의 결과는 ①불분명 다음으로 ④전문직이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화이트 칼라였다. 이는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데, 즉 도시인의 익명성, 타인으로부터의 인정, 자기 자신의 바램이나 성공, 자기애의 희구가 이와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할 수 있다.
「섹슈얼리티의 재구성」의 경우는 전문직이 22회(40.0%)로 타직종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모델 성별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 5>를 참조해 볼 때, 여성이 39회(70.9%) 로 압도적인 비율로 나타나는 것과 유관하다고 하겠다. 즉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정체성을 보여 주거나 여성이 과거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전문 직종이나 관리직 또는 <사진 7>과 같이 여자 대통령으로까지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진 8>의 「신성통상 지오지아」 광고는 '내 안의 수많은 나∼'라는 멘트처럼 자기 자신안에 내재된 수많은 존재들과의 갈등과 화해를 암시하고 있다. 모델의 표정도 애매모호하고 직업 또한 불분명한다. 이러한 광고는 오늘날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서 보여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인 도시인의 익명성, 그리고 자기 자신 안으로의 잠입 등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보여지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간격은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화면의 도치, 왜곡, 해체 등을 통하여 현대 사회의 위기, 불안감같은 심리상태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