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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호학적 방법론의 본질과 응용 기호학의 가능성1) 기호학적 방법론의 본질 유럽의 구조 기호학으로 한정지어서 볼 때 기호학의 전제에 깔려있는 생각은 문화 공간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의미의 세계가 판독 가능(intelligible)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미의 세계는 어떤 합리적 모델에 따라서 유기적으로 파악될 수 있음을 뜻한다. 풀어 말해서 의미의 세계는 역동성과 복잡성을 띠고 있지만 체계적인 의미 작용의 세계이며, 이같은 의미 작용은 합리적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런 해석 작업은 명시적인 일련의 규칙과 규범을 따른다. 예컨대, 광고라는 문화적 현상에 있어서 기호학이 추구하는 바는 단지 명시적인 의도를 갖고 발송자가 전달한 메시지 내용을 단지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다양한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등에 대한 형식적 분석을 통해서 추론할 수 있는 의미의 효과를 구성하는 일이다. 바로 이같은 전제 조건으로부터 기호학적 방법론이 파생되는데, 그것은 명시적이며 일반적인 공식화에 기초한다. 기호학적 방법은 모호하고 직관적이며 이질적인 ‘쌍스’(의미 및 감각)를 명시적이며 제어가능하며 재생 가능한 방식에 기초하여 분절 가능한 의미 작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가능케 한다 (Fontanille & Barrier, 1999). 기호학의 방법론적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한 가지 요령은 기호학이 자연 언어 이외의 다양한 유형들의 언어들을 다룬다는 점을 간파하는 데 있다. 즉, 기호학은 다양한 감각 기관을 통하여 지각되는 시각 언어, 청각 언어, 후각 언어, 공간 언어 등을 다룬다 (Eco, 1968, pp.14-20). 기호학에서 하나의 언어는 표현면(expression plane)과 내용면(content plane)의 결합으로 규정된다. 기호학이 연구하는 대상은 바로 이같은 표현면과 내용면의 분절 방식이다 (Hjelmslev, 1968). 앞서 논자가 의미 작용이 판독 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그 이유는 그것이 관계와 차이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같은 관계들이 위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위계화된 차이들의 총화는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 따라서 다양한 차이들을 파악하고 차이들 사이의 위계를 설정하는 작업은 기호학적 분석에서 실행되는 기본적인 두 가지 작업이다(Greimas, 1966, 1970, Greimas & Courtes, 1979). 이같은 기호학적 분석에서 유념할 첫 번째 사항은 구조 기호학에서 분석 단위로 삼은 것은 기호 및 그것의 계통적 분류가 아니라, 가치들의 체계의 총합이 배치되는 공간, 아울러 그같은 가치들을 위계화시키는 거점인 담화라는 사실이다 (Fontanille, 1999). 여기서 말하는 담화는 단지 구두 언어로 국한되지 않으며, 의미를 갖는 모든 종류의 언어들을 말한다. 기호는 표층의 단위들로서 문제의 관건은 의미 작용의 놀이(play)를 파악하는 데 있다.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설정된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두고, 의미의 최소 단위로서 기호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기능주의 기호학과 달리 그레마스의 주도 아래 형성된 파리 기호학파는 의미 작용의 생산과 파악의 조건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과 의도라는 범주로부터 독립하여 인간의 모든 활동들 가운데서 무엇인가를 의미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제반 관계들과 조작들을 파악하려고 한다(김성도, 2002). 기호학적 접근법의 두 번째 특징은 차이들 속에서 차이들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모든 사람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사자와 호랑이를 구별할 수 있고, 파랑색과 빨강색을 구별하고 그 차이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호학이 해명하려는 유의미적 차이들은 이같은 차이와는 다른 차원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유의미성(significance)의 정도와 차이의 정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제의 핵심은 차이화된 구성항들 사이에 설정된 관계를 밝히는 일이다. 요컨대, 차이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물음들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정도에 속하는 두 개의 상이한 단계들인가?(미지근하다, 차갑다).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두 개의 상반항(contrary terms)인가?(여성과 남성). 현존하는 항과 부재하는 항 사이의 관계인가?(총천연색과 흑백). 아니면, 단순항과 복합항의 관계인가? (공기와 안개). 차이들의 이같은 상이한 유형들은 그들 사이에서 구조화되어 하나의 가치 체계를 형성하며, 이같은 차이들의 구조화 양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다름 아닌 기호학적 4각형(semiotic square)이다. 기호학적 4각형은 마케팅과 광고 홍보에 적용될 때, 기호학의 훌륭한 상업적 자산이 된다. 이렇듯 기호학자의 능력은 차이들의 파악으로부터 관계들의 정의로 나가는 데 있다. 끝으로, 구조 기호학 분석의 세 번째 특징은 방법론적 원칙으로서 의미는 추상적인 단계로부터 구체적인 단계로 진전하는 일정한 생성적 원리에 의해서 분절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의미 작용의 생성 행로(generative path of signification)란 의미를 이해 가능케 하는 가장 간단한 관계들로부터 의미가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보다 더 복잡한 관계들에 이르기까지 의미의 점증적 풍요화 과정을 표상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김성도, 2002, pp.227-241).
2) 응용 기호학의 가능성: 기업 ‘이노베이션’의 경우 기호학은 언어학, 심리학, 인류학, 철학등의 다른 인문과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기호학은 인간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전략들에 대한 기술과 평가에 있어서 유용하다. 하지만, 응용 기호학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이같은 협소한 역할을 넘어서서 기호학은 예상되는 의미 작용의 효과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 어떤 해결책을 채택해야하는가를 지시할 수 있어야하며, 한 걸음 더나가 그같은 문제 해결 과정에 속한 전반적인 과정을 경영할 수 있는 비전까지도 제시해야 한다. 요컨대, 응용 기호학자는 이미 창조된 인공물이나 메시지 - 예컨대 광고물 - 등, 기존의 현상을 기술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되며, 기업에서 프로젝트의 책임자 내지는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략에서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과 의미 작용의 요소들을 모델화하고, 권장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Frankel & Legris-Desportes, 1999). 이제,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마케팅 및 광고 분야에서, 유럽 및 남미 여러 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호학 전공자를 채용할 시점에 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호학 전공자들이 그 실용성을 입증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에서의 기호학의 응용 가능성에 대한 한 가지 예로 기업의 ‘이노베이션’ 문제 - 예컨대, 기업이 시장에 내놓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총체적으로 변화된 기업 이미지 등 -를 생각해 보자. 국내외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의 쇄신이라는 과제에 매달려 있다. 이른바 기업의 이노베이션은 단지 기업의 외형적 변화나 숫자상의 변화가 아니라, 사용자 및 소비자들에 의해서 그 변화의 기능성과 상징성이 지각되어야 하는 질적 변화의 유형을 말한다. 이를테면 상품의 가치나 브랜드 인지도의 제고가 소비자들에 의해서 체감되어야 한다. 바로 이 같은 가치의 변화 문제는 전형적인 기호학적 문제에 속한다. 즉, 기업, 브랜딩, 또는 상품에서의 변화가 어떤 점에서 이노베이션이라는 의미 작용의 효과를 산출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부언하자면, 그 같은 변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는 점을 사용자와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히 계량적인 통계학과 경영학 또는 미학적, 심리적인 선택의 문제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보다 포괄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문제로서, 여기에서 제기되는 물음과 답변 사이에는 의미 작용의 문제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기호학의 고유한 영역에 속한다. 요컨대 기업 이미지의 쇄신은 새로운 상징적 효과를 산출시킴으로써, 창조적 의미를 만들어내고 우리의 환경에 대한 의미론적, 가치론적 표상을 변형시킨다. 무엇보다도 이노베이션은 평범한 변화가 아니다. 변화는 세계 일반의 자연적 존재 양식이며 모든 사회와 개인의 자연스런 경향이다. 그런데 이노베이션은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변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첫째, 이노베이션은 지각된 변화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지각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제기된다. 이노베이션을 지각한다는 것은 곧 최소한 하나의 방향을 파악하고, 변화의 방향과 의미를 간파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같은 방향과 의미는 이유와 명분과는 구별되는 의도성에 의해서 유도된다. 예컨대, 서울 은행이 금융 산업의 발전 단계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것은 하나의 이유이지만, 그 이유는 이노베이션을 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서울 은행이 최근에 기업 로고와 이미지를 개선한 것은 또 다른 유형의 정체성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서 지적할 수 있는 사항은 이노베이션은 변화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기호학적 부가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먼저, 이노베이션은 시장 내에서 소비자들이해당 기업에 대한 기대로부터 시작하여, 그 회사로부터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것을 목격하는 즐거움과 놀라움에 그 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Fontan- ille, 1999, pp.16-20). 따라서 이노베이션은 시장에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같은 기대에 견주어서 하나의 편차, 굴절을 도입시킨다. 흔히들 소비자들이 이노베이션을 기대한다고 인식함으로써, 그 결과 이노베이션은 경제계에서 의무 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기업이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것을 선보일 것을 기대한다. 즉, 예상치 못했던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돌려 말하면, 이미 기다리고 있는 것을 만족시키는 발명은 하나의 이노베이션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업의 변화와 혁신이란 단지 소비자의 다급한 필요를 만족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 이노베이션의 서술물(narrative)은 따라서 시장에서 발생하는 특정 결핍이나 필요를 파악하는 데 있지 머물러서는 안되며, 그같은 요구 사항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즉 지금까지 지각되지 않았던 문제를 자명하게 만들고 하나의 해결책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노베이션의 서술물은 따라서 그 본질이 인지적 차원(cognitive dimension)에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예상과 기대치 보다 더 새로운 세계를 창출시키고 아울러 기존의 가치 체계들을 새로운 틀로 이동시키면서, 이노베이션은 종래에 있던 브랜드와 상품 사이의 계약적 관계를, 아울러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관계에 참신한 시각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노베이션이 가치를 지닌다면, 브랜드, 아울러 기업 또는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이유는 기업과 상품을 고객과 연결시키고 있는 약속의 내용을 문제시 삼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노베이션의 기호학적 차원은 다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 특정 기업의 활동 영역에 대한 기존의 의미론적 표상을
변형시킨다. 따라서 기호학적 접근법은 이노베이션 과정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의미론적, 상징적 현상들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데 적합하다. 따라서 기호학자는 최초로 ‘컨셉’을 마련한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물론 기업의 이노베이션 프로젝트 책임자와 적극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아울러 마케팅 책임자와 광고 홍보 책임자와도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따라서 기호학자는 새로운 기업 이미지 쇄신의 착상 단계에서부터 그 같은 아이디어의 실현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강조할 사항은 기호학적 접근법은 이 같은 과정의 비물질적 비수량적 요인들을 평가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고립된 기호, 컨셉, 상징들의 차원을 넘어서 가치 체계의 변형이라는 전반적 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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