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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케팅 기호학의 발생과 흐름본 장에서 우리는 마케팅 기호학의 전개 과정에 대한 주요 이정표를 식별할 것이다. 80년대로 한정지어 마케팅과 소비자 연구에서 적용된 기호학의 영향과 의의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이루어진 바 있지만(Mick, 1986, 1988) 북미와 유럽을 포괄하면서 90년대와 현재를 아우르는 완결된 역사적 개괄은 이루어진 바 없다. 여기서 유념할 사실은 마케팅 및 브랜딩 기호학의 형성 이전에 이미 광고 기호학 분야에서 축적된 풍성한 연구 성과물에 대한 역사적 개념적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예비적 작업을 기초로 프랑스 기호학이 마케팅 연구에 미친 영향력의 폭과 깊이를 연구하는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Hertzel & Marion, 1995).
1) 마케팅 기호학의 선사: 레비 마케팅과 기호학의 조합 가능성을 파악한 최초의 학자는 심리학자이며 마케팅 전문가인 레비이다. 그는 이미 50년대에 발표한 일련의 논문에서 사람들은 단지 상품의 기능 때문에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들이 의미하는 바를 산다는 혁신적인 진술을 남겼다 (Levy, 1959, 1963, 1981). 물론 레비 자신은 기호학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기호학적 관점에서 그의 진술은 의미가 시장에서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물어본 핵심적 물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자신이 마케팅 분야에서 기호학적 독법을 시도한 자신의 연구 형성 과정에 대해서 차후에 묘사한 바 있다(Levy, 1987). 어쨌거나 그는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마주 대하는 상품들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지각하는가에 대해서, 아울러 이같은 상품들의 의미가 그들의 동기 부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한 최초의 학자이다. 그것은 곧 상품의 상징성 속에 존재하는 의미적 풍성함을 인지하는 것으로서 소비자의 표면적 행동으로부터 비가시적인 요소들에 대한 추론으로 연구의 관점을 이동시킬 필요성을 각성시켜주었다는 의의를 갖는다(Levy, 1987, p.19). 따라서 성분, 가격, 크기, 색상, 포장 등 제품의 물리적 속성들을 제품들을 구별시키는 유일한 원천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는 충분히 않다. 레비에 따르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구별들은 소비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자질 부여로부터 도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 추상적 또는 보편적 기표(signifier)가 의미하는 바에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그같은 기표가 상이한 배경의 사람들에서 어떤 차이를 나타내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함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수미일관된 견해이다.
2) 마케팅과 기호학의 접맥 레비의 탁월한 통찰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의 상징성과 의미 작용의 문제를 기호학적 시각에서 조명하려는 종합적 시도가 이루어진 것은 80년대에 진입하면서 가능했다. 특히, 1986년 6월 10일-12일까지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열린 마케팅과 기호학에 관한 최초의국제 학술대회는 마케팅 기호학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이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편집하여 출간된 [마케팅과 기호학]은 마케팅과 기호학의 접목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논한 최초의 종합적 시도라는 점에서(모두 28 편 수록) 이 분야의 나침반 역할을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Umiker-Sebeok, 1987, 1988). 이 책을 편집한 우미커 교수는 서문에서 시장이라는 기호 현상(marketplace semiosis) 및 상징적인 소비자 행동 양식의 형식적 분석에 대한 보다 참신한 학제적 이론적 방법론적 접근법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학술대회의 목표로 삼았음을 밝히고 있다(preface ix-xii). 아울러 그녀는 기호학과 마케팅의 접점 가능성을, 기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부상에서 찾고 있다. 70년대 중반부 이후로 기호학자들은 텍스트의 내재적 의미 구조와 기호의 계통적 분류에 주안점을 두는 내재주의적(immanente)시각에서 벗어나 의미의 생성으로 관심의 초점을 이동시켰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80년대에 진입하면서 현대 기호학은 본격적으로 기호학 이론에 의미의 효과 문제를 통합시키면서 의미의 생산, 소비, 유통의 전 과정을 포괄하려는 기획을 설정하였다. 한편 마케팅 과학 역시 주체와 의미 효과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시장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보다 ‘홀리즘’적인 접근법으로 진화하게 된다. 생산품의 의미는 단지 광고하려는 재화에 꼬리표처럼 붙은 레벨들이 아니라 문화적 배경 속에서 창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즉,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사회 속에서 순환되는 의미를 읽고 조작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전문성을 지닌 실천하는 기호학자들이며, 경제적 의미에서의 합리적 결정자들이거나 사회적 약정이나 심리적 자극의 수동적 인간들이 결코 아니다”(preface xi). 수록된 논문들 가운데 개별 사례 연구들을 제외한 논문들 가운데서, 마케팅과 기호학의 접맥 가능성을 인식론적 시각에서 논한 두 편의 논문이 특히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시비억과 레의 논문들이 그것으로서 각각 레비-스트로스와 맑스를 마케팅 기호학의 효시로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Sebeok, 1987; Rey, 1987). 실제로 레비-스트로스가 재화와 용역의 소통에서 진행되는 교호적 특징을 설득력 높게 파악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Levi-Strauss, 1963, p. 296). 뿐만 아니라 그는 경제학적 교환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통합 과학 안에서 언어 메시지와 배우자의 교환을 모든 사회에서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범주 속에 포함시킴으로서 인류학을 기호학의 한 부분으로서 정의하였다. 아울러 레비-스트로스는 교환의 두 가지 양태, 즉 경제학과 기호학의 병치는 상이한 스케일에 위치한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을 지시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시비억은 마케팅과 기호학은 상이한 전략적 조작들에 따라서 동일한 종류의 문제들에 대한 접근법으로서 밝혀진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이유로서 시비억은, 재화, 서비스, 아이디어의 마케팅에서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가 함의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마케팅에서 기호학은 필연적으로 변별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비억은 기호학의 영역은 마케팅의 영역에 비해서 그 범위가 더 일반적이라는 점과 더불어, 특히 응용 기호학을 통해서 시장의 상징적 양상들을 참신한 시각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바로 이점에서 광고학자들은 경제학과 기호학의 접목 가능성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로시 란디의 작업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Rossi-Landi, 1983). 마케팅 기호학 및 광고 기호학에서 취해야 할 그의 논증의 요지는 마케팅의 전 과정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생산품을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에 부응케하고, 재화를 그들에게 분배하고, 교환 가치를 다루는 것 등은 모두 소통을 하고 피드 백을 획득하기 위한 요량으로 고안된 기호 창조와 기호 사용의 예들이다. 이점에서 레 교수의 진술은 적절하다. “사실, 문화적 기호와 해석체(interpretant)(생산품 이미지, 욕구의 상징, 가능한 실현들을 위한 이미지)의 생산자로서 마케팅은 상상력, 꿈, 테크놀로지와 조직화된 노동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나오는 강력한 사회적 문화적 피드 백을 창조한다.”(Rey, 1987, p.36). 기호학의 두 가지 접근법인 '세미오시스'와 커뮤니케이션은 마케팅의 기호학적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두 가지 상이한 방법들이다. 따라서 “마케팅은 후기 산업 사회에서 물질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연계로서, 기호학 연구의 일차적 표적이 될 것이다”라는 것이 레 교수의 진단이다.(Ibid.) 압축해서 말해보자면 마케팅 과정에서 기호학이 기술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세미오시스 차원에서 경제적 재화로부터 사용자의 마음으로 이동하는 기호 체계의 창조로서, 사용자는 이같은 재화의 지표적 본질(즉 다른 어떤 의미에 앞서서 재화는 노동과 경제적 조직 및 기구를 지시한다)에 덧붙여 도상적 상징적 장치들을 사용한다. 이밖에도 재화의 분배, 상품화, 판매, 대형할인 매점 등의 특수한 체계 및 과정들을 언급할 수 있으며 이것들은 기호 생산과 기호 소비 체계들로서 기술될 수 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시장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채널, 코드, 메시지 등이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시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소비자들의 정신 속에 떠오르는 관념들 (해석체)의 연쇄로서 이같은 소비자가 기업과 제품에 대해서 품고 있는 생각들의 형성 과정에 대한 치밀한 기술은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마케팅의 기술을 변형시키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요컨대, 광고 기호 체계를 개인과 사회적 태도에 대한 해석체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의도를 위한 해석체로서 간주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단지 비즈니스로부터 소비자로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태도에 대한 해석으로부터 경제적 전략으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마케팅 영역에 대한 기호학적 시각의 변별성을 옹호하는 학자들의 주장은 모든 문화적 재화들이 시장화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기호학은 다른 문화적 활동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모아진다. 요컨대, 문화 상품이 경제적 재화와 가치로 변형되는 것, 아울러 소비자의 욕망과 꿈의 태도로 변화되는 것은 현대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은 이같은 과정들의 주요 양상 가운데 하나로서 기호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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